6화 : 악연김영민은 불안했다. 자신의 집에서 성진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막상 위장 공작을 했지만 그것이 성진이 살아나자 다 헛짓거리가 된 것이다.
"시발 그 새끼는 진작 죽을 것이지 왜 살아가지고 일을 꼬이게 만들어!"
쨍그랑!
마시던 술잔을 집어 던진 김영민은 화를 주체할 수 없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시발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해!"
김영민은 성진이 사고를 낸 뒤에 화를 못 참고 성진을 때려버렸다. 그리고는 죽은 것 같이 잠잠하던 성진을 보고 김영민은 두려웠다.
성진이 생각했던 대로 김영민은 성인이 되고 나서 계약을 한 드문 케이스였다. 그러나 계약을 했어도 번번한 파티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오고 차근차근 그 과정을 밟아온 계약자들과는 달리 김영민은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게다가 그의 능력은 높은 랭크의 몬스터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능력이었다.
다른 계약자들은 사냥을 통해서 그 경험을 쌓고, 점점 높은 등급의 계약자가 되었을 때 김영민은 그저 약한 몬스터를 홀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사냥을 하고 다른 계약자들에게 치이면서 그의 성격이 더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약한 자들에게 강하고, 강한 자들에게는 약한 그런 인간이었다. 그렇게 아부하며 남 눈치를 봐가며 모래성과 같이 쌓은 명성이 한 버러지 같은 일반인 때문에 무너지게 생겼다. 게다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CCTV가 있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이제 김영민의 죄가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김영민은 이일이 애초에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성진의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억울했다.
자신은 단지 자신이 힘들게 산 차를 사고를 내서 성진을 쳤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형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니 그로써는 억울했다.
김영민이 그렇게 억울해 할 때. 스마트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액정을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시발."
김영민은 욕설을 내뱉으며 짧은 순간 고민을 했다. 이것을 받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일단 전화를 받지 않으면 의심을 더 살 것 같아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김영민 씨 전화 맞습니까?
"…예, 그런데요."
-아, 저는 서울 강남경찰서 김진혁 형사라고 합니다.
두근두근.
형사라는 말에 김영민은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내가 한 짓을 알았나?'
,
'그 새끼가 일어나서 다 불었나?'
,
'젠장, 이제 어쩌지?'
라는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때 형사가 말을 했다.
-어제 사고가 난 페라리의 차주 맞으시죠?
일단 김영민은 담담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런 것을 물어보는 것이면 아직 성진이 불지 않은 것 같았다.
"예, 그렇습니다."
-비싼 차인데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예, 예."
-그런데 저희가 수사를 하던 도중에 이상한 것이 발견이 됐더라고요.
덜컹.
김영민은 무언가 내려앉는 심정이 되었다. 다리는 바들바들 떨리면서 힘이 점점 풀려갔다. 그래도 김영민은 침착했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싸우는 계약자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호구 같아도 계약자로써의 그것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 그래요?"
-예, 그래서 확인 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예, 예."
-아르논 협회에서도 나와 공동 수사를 해봤는데 공간 왜곡 현상을 봤습니까?
그때 성진의 말이 떠올랐다.
"가, 갑자기 빛이 쏟아지더니 아, 아마 차가 역, 역주…"
중간에 자신이 끊기는 했지만 갑자기 빛이 쏟아 졌다는 소리를 해댄 것 같았다. 순간
적으로 김영민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저는 그 당시에 자고 있어서 잘 모르지만 굉장히 밝은 빛을 보기는 했습니다."
김영민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는 자고 있었지만 성진이 말한 것처럼 강렬한 빛은 보지 못했다. 단순히 성진의 말을 떠올려서 말한 것이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운전을 하신 성진 씨에게도 찾아가 봤습니다만 아직 입원을 하고 계셨고, 아직 회복이 덜 되어 있으셨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는 기억이 나신다고 했습니다.
그때 김 형사의 말에 김영민은 의아해했다. 성진이 만일 깨어났고, 형사가 찾아 갔을 때 자신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김 형사의 말에는 성진이 사고가 나기 전까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자, 잠시 만요. 그 새…, 아니 그 사람이 사고가 나기 전만 기억난다고 했습니까?"
-예? 아, 예. 워낙 큰 사고여서 신호등에 부딪힌 이후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다고 했습니다.
"……"
김영민은 김 형사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아마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성진이란 놈은 자신에게 맞은 것이 너무 충격을 먹어서 기억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것을 알게 된 김영민은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여보세요?
"아, 예. 제가 잠시 그때 생각을 해서요."
-아, 그러십니까? 김영민 씨는 어디 다치시지 않으셨습니까?
"예, 저는 계약자니 일반인과는 다르니까요."
-하하, 역시 그렇군요. 지금 좀 바쁘시다면 나중에 서에서 뵙겠습니다.
"예, 제가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김영민은 전화를 끊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던 김영민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 버러지 같은 놈아 네가 누굴 건든 건지 알게 해주마. 크흐흐흐."
자신이 한 짓이 들킬까 걱정 했을 때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남 탓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오자 바로 성진에게 복수를 할 생각을 했다. 김영민은 자신이 얼마나 비열한지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사는 세상은 모두가 이럴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끔한 정장을 입고 온 김영민을 보며 김 형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예."
성진은 김영민의 미소를 보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마치 무슨 살기가 담겨있는 듯한 미소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김영민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 일자리를 마련해준 고용주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생각으로라지만 모함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김 형사가 자리를 권했고, 김영민은 성진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을 때였다. 성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김영민에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사고를 낸 것도 모자라서 이런 선처를 해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김영민은 그런 성진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다. 무언가 하려는 줄 알고 김영민은 순간적으로 놀랬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성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정말 기억을 못하는 모양이군. 크흐흐.'
그렇게 남모르게 비열한 미소를 짓는 김영민을 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성진은 감격을 했다.
김영민의 예상대로 성진은 김영민이 자신을 때렸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겪고 나서 피로한 성진의 뇌가 성진의 마지막 기억을 날려먹은 것이다.
기억이 났다면 아무리 순한 성진이라도 아르논 협회에 고발을 했을 것이고 김영민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진은 그 사실을 몰랐으니 지금 보이는 김영민은 그저 은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 김영민 씨 계약서 가져오셨나요?"
"하하, 당연하죠. 여기 성진 씨 읽어보시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김영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품에서 몇 장으로 만들어진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저야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죠. 불만이 있을 리가요."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계약서의 내용을 살폈다.
계약서의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전략)(성진은 김영민에게 2억의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에게 그 돈을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러므로 성진은 김영민의 계약자 매니저가 되어 일을 한다.)(중략)(김영민은 성진의 인금을 계약자 매니저들과 비슷한 월급으로 취급한다. 단, 성진의 월급은 일정금액을 빚에서 차액을 하고 어느 정도의 생활금은 지급을 해야 한다.)김영민 (서명)성진 (서명)라고 작성이 되어 있었다.
계약만 따지고 봤을 때는 절대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진이 감지덕지해야하는 계약서였다. 성진은 김영민의 마음이 변할까봐 급해졌다. 그때 마침 김 형사가 인주를 건네주었다. 성진은 의심의 여지없이 김 형사가 준 인주를 엄지손가락에 발라서 계약서에 망설임 없이 찍었다. 그 모습을 본 김영민은 웃음이 터져 나올라고 했지만 애써서 참았고, 성진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앞으로 잘해 보죠."
"예!"
성진은 감격스러웠다. 번번이 취직을 못하던 자신이 이런 꿈의 직장을 갖게 되니 얼마나 감격이 크겠는가. 성진을 감격 시킬 만큼 계약자의 매니저는 정말 조건이 좋았다. 계약자가 사냥을 할 때 같이 들어가지만 매니저들이 나서는 것은 사냥이 끝난 후였다. 그래서 안전했다.
게다가 계약자가 사냥을 할 때만 일을 하는 매니저들이었다. 그러니 시간적인 여유가 다른 직업에 비해 넘쳐났다.
계약자가 사냥을 가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에서는 사냥 한 달에 3번 이상 계약자는 반드시 사냥을 하게끔 권장한다. 법으로 지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계약자들이 적고 몬스터들이 많은 상황에서 계약자들이 소극적이라면 국가의 안보를 위협 할 수도 있었기에 만일을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 권장사항을 만들지 않아도 계약자들은 돈을 벌기 쉬운 사냥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비록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많이 만들어 졌지만 사냥을 하다가 죽는 계약자의 수는 하루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적었다.
그러니 다들 돈을 벌려고 사냥을 갔다. 매니저들이 자신의 월급 문제는 걱정 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냥을 많이 하는 계약자의 경우 일주일에 5번 정도 나갔지만 보통의 경우 일주일에 2번씩만 나갔다. 시간적으로 되게 적어 보이지만 저렇게 나가도 한번 사냥을 갔다 오면 평균적으로 1000만 원은 벌었다.
성인이 계약자가 되는 게 괜히 로또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는 그들인데 그들의 매니저는 얼마나 돈을 만지겠는가. 일주일에 사냥을 3번 갔는데 3000만 원이다. 거기에 10%만 받아도 300만 원이다. 한 달이면 1200만 원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받지는 않겠지만 매니저들의 평균적인 월급이 500만 원인 것을 생각하면 웬만한 대기업 부럽지 않았다. 성진도 그렇게만 생각하면 1년에 6000만 원. 수치로만 계산 한다면 4년도 걸리지 않고,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성진이 감격할 이유는 충분했다.
둘의 계약이 끝나는 것을 보고 김 형사가 끼어들었다.
"두 분의 계약이 끝나셨으면 합의 하신 걸로 봐도 되겠죠?"
김 형사의 확인차로 하는 말에 성진보다 김영민이 빨리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런 김영민을 보자 자신이 처음에 만났을 때 권위 의식을 가지고 허세에 쪄들었다고
생각한 것이 기억의 오류라고 생각할 만큼 감격을 했다.
"그럼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제 가도 되죠?"
"예, 물론이죠. 무슨 일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김영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인사를 하자 김 형사도 일어서서 김영민을 보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김영민은 밖으로 나갔다.
김영민이 나가는 것을 보던 성진은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김 형사를 보고 말했다.
"저도 이만 가도 됩니까?"
"예, 물론입니다. 퇴원하신지 얼마 안 되신 분인데 너무 오래 잡아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아닙니다. 하하."
그렇게 성진도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성진은 김영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 급하게 뛰어나갔다. 그러나 다행이도 김영민도 성진에게 할 말이 있었는지 경찰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여기 계셨군요."
"으음? 저를 찾으셨나요?"
성진이 숨을 헐떡이며 김영민에게 말을 하자 김영민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저도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잘 됐네요. 아직 이르긴 하지만 점심이라도 합시다."
아직 시간이 11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제가 잘 아는 식당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죠.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렇게 성진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김영민을 보며 성진은 왜인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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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코멘, 추천, 쿠폰 감사합니다. 제 작품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니 ㅠㅠ
< -- 악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