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6화 (6/381)

5화 : 악연한국대학병원에 있는 한 1인실 병원에서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괜찮다니까!"

"아니야 그냥 같이 가자. 응? 누나가 같이 가줄게."

"아니, 나 혼자 해결 할 수 있어. 누나 성의는 고마운데 내가 애야? 나도 이제 다 컸고, 누나가 아니더라도 나 혼자 해결 할 수 있어. 그리고 내 문제에 누나가 끼어드는 것도 좀 웃기고."

가족인 누나가 동생 일에 끼어드는 것은 그다지 웃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

긴 뜻을 모를 리가 없는 성유진이었다. 그럼에도 성유진은 성진의 말에 토를 달았다.

"그, 그렇지만…."

"누나!"

성진이 소리를 지르자 성유진이 움찔했다. 성진이 화가 났을 때 성유진은 항상 져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성유진은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그래도 보호자가 있어야…"

"내 나이가 26살인데 무슨 보호자야!"

그렇게 성진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성진과 유진이 싸우는 이유는 성진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것을 경찰들이 나가면서 물어본 것이었다. 성진으로써는 누나가 어찌 알아낸 것인지는 몰라도 답답했다. 경찰이 오고 2일이 지난 뒤에 성진은 후유증이 다 사라졌다. 남들에 비해 빠른 속도였지만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봐서 퇴원을 해도 무방하다고 퇴원을 하려는 중에 유진이 와서 경찰서에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서 둘이 다투는 것이었다.

누나는 성진이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다. 반면 성진은 자신의 일로 인해서 누나에게

다시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 둘에 상반된 생각이 둘을 다투게 만들었다. 물론 성진이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평소였으면 이쯤에서 유진이 물러섰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상하게 불안 하단 말이야. 응? 진아 같이 가자."

유진이 이번에도 불안하다고 했다. 저번에 누나가 자신을 보고 불안하다고 말하고 사고가 난다. 그런데 이번에도 불안하다고 한다. 성진도 그 말에 기세가 움츠러들었다. 순간적으로 계약자인 누나니까 무슨 초감각이라도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성진은 자신에 누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생각도 잠시 이것이 단순히 누나의 과잉보호라고 생각이 들은 성진이 입을 열었다.

"누나. 누나가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이건 내 일이야. 내가 감당을 못하면 누나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엄마,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거? 할 수 있어. 그런데 적어도 내가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있으면 내가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성진의 진심 어린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진은 저 진심이 담긴 말 속에서

속뜻을 알아차렸는지 걱정되는 얼굴로 성진에게 물었다.

"진아, 너… 혹시 아직도 '그 때 일'을 못 잊…"

"그만!"

유진의 말을 성진이 끊었다. 귀신 같이 그것을 알아차리는 누나를 보고 성진은 질려버렸다. 어찌 보면 성진의 말은 누나에게 항의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

'나라고 못하는 것 아니다.'

,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다.'

등등의 생각이 뭉쳐져서 하는 소리 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을 알아들은 유진이 말을 하자 성진이 말을 끊은 것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알았어. 그래도 정말 힘들면 부모님 말고 누나한테 먼저 말해."

성진이 그 일을 아직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유진이 한발 물러섰다. 솔직히 성진의 속마음을 느낀 유진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저 말 뿐이었다.

"…응."

성진도 여기서 차마 아니라고 할 수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성진의 대답을 받고 유진은 병실을 조용히 나갔다. 유진이 방을 나가고 성진이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나도 할 수 있는데…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성진이 혼잣말을 하면서 유진이 성진의 집에서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성진이 사고가 났을 때 입었던 옷은 피가 너무 많이 묻어서 버렸다. 병원에서는 환자복을 입었지만 지금은 퇴원을 해야 하니 사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성진은 간단한 청바지에 긴팔 상의를 입고 꽤나 두툼한 점퍼를 입었다. 벌써 3월 초였지만 아직도 랭크 6 몬스터의 영향인지 초겨울 같이 추웠다.

이미 퇴원 수속을 마친 성진은 그냥 짐만 들고 나가면 됐다. 그런데 뭐 입원 할 때 맨몸으로 입원했고 필요한 것은 유진이 병원에서 구해줬기 때문에 짐은 없었다. 그대로 옷만 입은 채로 성진은 병원을 나왔다. 병원비는 병원 측에서 유진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지 않았기에 성진은 진짜 맨몸으로 퇴원을 했다.

병원을 나오고 도로로 가는 순간 택시가 있었다. 점퍼의 주머니 안에 지갑이 있어서 다행히 택시를 잡고 강남 경찰서로 향했다. 성진이 사고를 난 곳과 병원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고, 경찰서도 사고가 난 곳 근처 관할이 맡기 때문에 병원에서 경찰서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고 택시가 경찰서에 도착을 했다. 성진은 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평범한 파출소가 아닌 경찰서여서 그런지 성진의 생각보다 꽤 컸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원 비슷한 사람이 성진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고통사고가 나서…"

성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안내원은

"교통과를 찾아오셨구나."

하면서 성진을 안내를 했다. 성격이 급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게 얼마 걷지 않아서 책상과 컴퓨터들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와 있는 경

찰서 내부였다. 성진을 안내하고 안내원은 바라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어지간히 성격이 급한 사람 같았다.

성진이 입구 쪽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자 익숙한 얼굴이 성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깁니다."

"아, 예."

성진이 병원에 있을 때 왔던 김진혁 형사였다. 김 형사는 성진을 보고 자신의 앞에 있는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성진은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꽤나 시끄러웠는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것을 말리는 형사들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 성진은 좀 위축이 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보고 김 형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저는 저 무식한 놈들과 달라서 신사적이니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아, 네."

김 형사의 농담 덕에 성진도 미소를 지으며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퇴원 한지 얼마 안 되셨을 텐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이제는 많이 회복 됐습니다."

"하하, 다행이네요. 몸이 재산이죠."

김 형사에 말에 성진도 동의를 했다. 몸이 재산인 것은 당연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려던 김 형사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들렸다.

우우우웅.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예."

그렇게 김 형사는 누군가와 통화를 잠시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음 그럼 일단 사고 당시를 기억하신다고 하셨죠?"

"예."

"그럼 그 당시 어땠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 예."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무슨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것을 봤고, 그 뒤에 다시 보니 사라져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부신 빛이 나서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인줄 알고 피하다가 신호등을 박았다는 것을 말했다.

"그럼 운전은 성진 씨가 하신건가요?"

"예, 대리 운전으로 제가 운전을 했습니다."

그것을 들은 김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성진에게 돌려서 무언가를 보여줬다.

"이게 그 당시 CCTV인데 이것을 보십쇼."

김 형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 영상을 틀었다. 그때 성진이 운전을 한 페라리가 신호에 걸려서 정차를 하는 것까지 나오고 난 뒤에 영상이 끊기면서 아무런 화면도 잡히지

않았다.

"이 CCTV뿐이 아니라 그 근방 200m안에 CCTV들이 모두 먹통이 되고 자동차의 블랙박스도 같은 장면에서 끊어졌습니다. 성진 씨의 진술에 의하면 이때 공간 왜곡이 보였다는 거죠?"

"예? 예."

"아르논 협회에서도 검사를 해본결과 공간 왜곡이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더군요. 성진 씨의 진술도 일치하니 사고가 난 경위는 알았습니다. 운전을 한 것이 성진 씨기 때문에 원래라면 수리비를 성진 씨가 내야 합니다."

"……"

예상했던 일이었다. 성진도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바로 앞에서 확인 하게 되니 성진의 얼굴이 시퍼래 졌다. 몸도 떨렸지만 참았다.

"그런데 공간 왜곡으로 인한 사고가 입증이 돼서 수리비의 절반은 아르논 협회가 내기로 했습니다. 원래라면 몬스터가 나타나서 사고가 일어났다면 아르논 협회에 방침에 따라서 전 액을 보상을 해드립니다만 몬스터가 나타난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르논 협회에서 절반만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절반이 어디인가? 성진의 입장에서는 감지덕지 할 뿐이었다. 그런 비싼 차의 수리비를 현실적으로 성진이 물어낼 능력은 없었다. 김 형사의 말에 조금 안심이라도 되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민 씨가 좀 선처를 해주신다고 하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선처요?"

"예, 김영민 씨가 성진 씨에게는 현실적으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하셨고, 저희도 그것을 인정을 했기에…"

현실적으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성진은 갑자기 불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얼마 길래? 그렇게 불안해지자 성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자, 잠시 만요. 수, 수리비가 얼마나 나왔는데요?"

"정확히는 4억 정도 나왔는데 아르논 협회에서 절반을 지불을 하면 2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덜컹.

성진은 심장이 주저앉는 기분이 들었다. 2억이라니…. 성진은 비싼 차여도 수리비가 천만 원 대로 나올 줄 알았다. 억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르논 협회에서 절반을 지불 한다고 했을 때 기뻐한 것이었다. 뭐 4억에서 2억으로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억이다. 성진이 현실적으로 2억이라는 돈이 갑자기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성진의 신용등급으로는 턱도 없는 소리다. 그렇다고 사체를 쓸 수 없었다. 그건 호랑이를 피하려다 자살을 하는 것이다. 성진은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2억이라는 돈의 무게가 성진에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누나가 떠올랐지만 성진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지웠다. 누나에게 자신의 힘으로 해결 한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도와달라고 하기에 성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2억이라는 엄청난 무게에도 성진은 아직 과거에 얽매여서 장님처럼 길을 보지 못했다. 자신이 지금 걷는 길이 죽음으로 갈 수 있는 절벽임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성진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을 했다.

'그래 김영민 씨가 선처를 해주신 다잖아. 걱정 마 누나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나 혼자서도 얼마 던지 할 수 있다고.'

그나마 성진은 김영민이 선처를 해준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슨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그런 찝찝한 기분이었다.

"저… 선처를 어떻게 하시는 것으로…?"

성진이 찝찝해서 김 형사에게 묻자 김 형사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성진 씨는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 매너 좋은 계약자가 걸리셨으니."

"예? 그게 무슨…?"

"김영민 씨의 매니저가 아직 없어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성진 씨의 상황을 봐주셔서 성진 씨를 특별히 매니저로 고용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야, 다른 성격 안 좋은 계약자들 이었으면 엄청 깽판을 쳤을 텐데 말이죠."

김 형사의 말에 성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매니저란 계약자와 같이 사냥을 나가면서 계약자의 편의를 볼 수 있게 운전이라 던지 잡다한 일들을 대신 해주는 연예인의 매니저와 비슷했다. 연예인의 매니저들과 다른 점이 일다면 그들의 월급을 모르긴 몰라도 계약자의 매니저 월급 보다는 약할 것이다. 꽤나 유능한 매니저는 월 천만 원을 벌 정도로 수입이 상당했다. 요즘은 계약을 한지 얼마 안 됀 계약자들도 숙련도가 있는 계약자들의 매니저가 되려고 하니 상당히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계약자를 매니저로 쓰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돈이 조금이라도 아쉬운 계약자들은 일반인을 매니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들에게는 계약자의 매니저만큼 좋은 직업은 없을 거라고 하는 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매니저를 시켜준다니 성진이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전에 권위 의식에 쪄들었다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성진은 김영민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

그때

"아, 저기 오시네요. 여깁니다."

성진이 왔을 때처럼 김 형사는 손을 흔들었다. 성진도 김 형사가 보는 곳을 보니 그 곳에는 김영민이 미소를 지으며 입구에 서있었다.

성진은 순간 저 미소를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하 슬슬 악당 등장이네요.

선작, 추천, 코멘, 쿠폰 감사합니다!

했다.

==했다.

했다.

했다.

< --  악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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