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48화 (148/153)

EP-1994년도 이상한 천재들 27-김태풍이 만든 핵폭풍

<27> 김태풍이 만든 핵폭풍

시간은 다시 유유히 흘러갔고.

어느덧 9월 중순으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이때, 김태풍은 메드TX 서정철 사장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스톡옵션 발행과 관련된 일의 일환으로써.

서정철 사장이 내미는 여러 종류의 계약서들을 살핀 뒤.

김태풍은 여러 서류들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초가을의 기운이 두드러지는 9월 말경.

김태풍은 마침내 스톡옵션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다.

총 8만 주.

행사가 2,500원.

행사 날짜는 조금 조정이 되어.

1997년 3월 7일로 지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날짜가 되면.

아마도 김태풍은 그 날로 백억 원대 부자가 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눈앞의 종이는.

그냥 종잇조각이 아니다.

순 금덩이나 다름없는 서류!

“와! 맙소사! 내가 벌여놓고도 믿어지지가 않다니! 이런 행운이 나한테???”

도무지 믿기지 않은 현실.

김태풍은 두 눈을 반짝이며, 종이 서류들을 몇 번이고 쳐다보고 있었다.

앞으로 1996년 하반기.

그때, 상장을 하게 되는 메드TX.

그 무렵, 메드TX는 여러 신약 후보군들을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까지 하게 되면서.

어마어마한 대폭등의 역사를 쓰게 된다.

주가가 무려 17만2천 원까지 오르게 되는 것.

현재 2천 원대인 주가.

이것이 17만2천 원대로 폭등하는 것이다.

물론 이 폭등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메드TX의 상장이 확실시되던 1996년 상반기부터, 메드TX의 주가는 이미 급등하게 되는데.

그런 상승세가 쭉 이어지다가.

1996년 하반기 무렵, 한국 증시의 상한가 제한폭이 8%로 상승되면서.

더 큰 급물살을 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스톡옵션 발행 건 외에도.

김태풍의 주식투자 역시…

연일 ‘밝음’ 상태였다.

선양텔레콤 주식을 몽땅 매도한 뒤, 얻은 이익금.

거기다가 몇 달 치 과외비까지 합산해서.

김태풍은 총 3,500여만 원을.

일성화학 주식에 쏟아 넣었다.

지난주, 매수가 끝난 일성화학 주식.

평균매수가 23,250원.

총 1,505주를 매수했다.

현재 일성화학의 주가는 지난주보다 소폭 상승했고.

어느덧 24,350원(+4.73%)이다.

물론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무척 순조로운 출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하튼 미래를 경험한 터라.

과거의 주식 똥손이었던 김태풍.

그러나 이제는 확실히 금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듯 김태풍은 이런 투자들이 무척 즐겁기만 했다.

##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시간은 흘러, 어느덧 10월 초순이 되자.

12월, 대구에서 열리는 젊은 과학자(young scientist) 심포지엄.

이 심포지엄 발표를 위해서.

김태풍은 자신의 발표 초록을 학회에 접수하게 되었다.

그렇듯 그 일을 마치자마자.

곧이어 중간고사 기간에 맞추어.

추계 학회에 열렸고.

이 학회에서.

박사과정 4년차 김철중.

그리고 박사과정 2년차 김창용.

이들 두 사람은 실험실 대표로 학생 구두발표를 했다.

그리고 또, 그로부터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고….

그리고 어느덧 젊은 과학자(young scientist) 심포지엄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특히, 발표 당일 새벽.

김태풍은 새벽 일찍 일어나, 고속버스에 탑승했는데.

한편, 이번 대구 심포지엄에는 박한식 교수 외에도.

랩에서 총 5명의 학생들이 참석하게 되었다.

즉, 구두 발표자인 김태풍 외에도.

석사과정 2년차들인 차경석, 조현중, 김창민, 최형수가 참석하게 된 것이다.

##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심포지엄 학회장.

어느덧 아침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그리고 딱 그 시각에 맞추어, 심포지엄 구두발표가 시작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 발표 일정은 중간에 학생 구두발표 시간이 끼어 있는데.

즉, 점심시간 직전, 대략 1시간 동안 학생 구두발표 일정이 잡혀있는 것이다.

“…오늘 아주 흥미로운 결과들이 발표되어 무척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4번째 연자 분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명원대 최현석 교수님께서 발표하실 연구 제목은….”

그리고 명원대 최현석 교수의 30분 발표 다음에 곧 이어질 학생들의 개별 구두발표 시간.

이때, 개인당 주어진 시간은 교수들과 달리 아주 짧은 편이었다.

대략 15분 남짓한 발표시간.

여기에 질의응답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어.

실제 발표시간은 고작 10분에 불과하다.

즉, 1시간 이내에 총 4명의 학생들이 구두발표를 하게 되는 것인데.

김태풍은 가장 마지막 순번이었다.

그리고 그 뒤.

약간 지루하게도 느껴지던 기다림의 시간은 어느덧 끝이 났고.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학생 발표 순번인 김태풍의 차례가 되었다.

“…그럼 다음 차례는 한국연구기술원의 김태풍 학생의 차례입니다. 발표 제목은…….”

좌장을 맡은 어느 교수는 김태풍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김태풍은 차분하게 앞으로 걸어나가.

발표 연단에 올라섰다.

아주 넓은 발표장.

무려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김태풍을 쳐다보고 있다.

상당히 큰 무대 때문에, 절로 위축이 될 수도 있지만.

다행히 이런 발표 경험이 김태풍에게는 있었다.

과거 회사에 다닐 때도 이런 경험들을 많이 했는데.

한때 신약개발의 주역인 데다가 박사학위자였기에.

이런 발표 요청들이 많았던 것이다.

비록 회사에서 김태풍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하던 아주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이런 무대만큼은 경험 탓인지.

김태풍은 아주 능숙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시작되는 김태풍의 발표.

김태풍은 아주 유창하게 설명들을 이어 나갔다.

호흡도 아주 고른 편이었고.

발음도 아주 정확했다.

그리고 어느덧 석사 학위 연구와 관련된 슬라이드 발표를 마무리한 뒤.

김태풍은 곧바로 다음 연구 주제로 넘어갔다.

“…이번에 말씀드릴 내용은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고분자 소재’에 관한 연구결과 발표입니다.”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고분자 소재?

어? 뭐야?

대다수의 반응들.

기존 발표 내용과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 나오자.

사람들은 의아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태풍은 주저하지 않고, 간단히 배경 설명을 마쳤고.

곧이어 결과 발표를 시작했다.

“…여기 이 모노머(monomer) 물질에 대해서 3단계 화학적 변경 과정을 거친 뒤, 고분자중합을 실시했습니다.”

*고분자중합: 작은 화학물질들을 반복적으로 이어 붙여서, 분자량이 아주 커진, 긴 사슬을 가진 물질을 만드는 과정*

“…특히 이 고분자 물질의 화학 구조를 자세히 보시면, 카테콜(catechol) 구조를 갖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특정 환경에 노출되면, 보호 작용기인 실란(silane) 부분이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유로워진 카테콜 구조 간에 수소 결합이 형성되게 되며, 그 결과 서로가 순간적으로 붙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발표 논리상으로는 아주 복잡해 보였지만.

그러나 이것도 아주 간단한 설명으로 가능했다.

예를 들어, 이 고분자 소재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물건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걸 누가 칼로 잘라냈다고 또 가정한다면.

그럼 이 물건은 칼에 잘려, 두 동강이가 나 있는 상태일 것이다.

이때, 두 동강이 난 물질을 물에 살짝 담근다.

그리고 물에서 빼낸 뒤, 표면 물기를 조금 제거하고.

그 후에, 두 개의 물질을 서로 맞대고 꽉 눌러주면 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두 물질이 철석같이 달라붙게 되는 것이다.

그냥 포스트잇 수준이 아니라.

아주 단단하게 두 물질이 붙어 버리니까.

두 동강이 난 게 아니라,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일반 접착제 이론과 비슷하지만.

좀 더 세련된 물질 융합 방식이었고.

그래서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고분자 소재라는 말을 쓸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발표를 마친 뒤.

김태풍은 직접 가져온 시편을 칼로 자르고.

다시 붙이는 작업을 직접 보여주었다.

“자. 보시죠? 잘 붙었죠? 힘껏 잡아당깁니다. 아! 안 되네요. 더 힘껏! 아! 제가 너무 힘이 없을까요? 하하. 일부러 약하게 잡아당기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럼 여기에다가 아령을 한번 매달려 볼까요? 아! 이 아령 말이죠. 제가 가방에 넣고서 들고 오느라, 제 다리는 아마 알통이 박혔을 겁니다. 하하하!”

유머까지 곁들이며 말도 잘하는 김태풍.

그 바람에 여기저기서 웃음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서로 붙은 물질의 한쪽 끝에 만들어져 있던 구멍에 줄을 달고, 또 그 줄에 아령을 매달아뒀음에도.

전혀 끄떡이 없자.

그 순간, 한바탕 난리가 났다.

- 와아! 진짜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 와아아! 대박이다! 대박!

- 저게 어떻게 가능해?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 어이! 이봐!! 학생들!! 좀 앉아봐!! 뒤에는 안 보여!!!

- 대체? 뭐야? 저거?

‘말랑말랑한 게 아니라’ 딱딱한 플라스틱들이 스스로 알아서 붙는다?

이 시대에선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기술.

그 기술이 현실화가 된 것이다.

정말 저게 가능하다면, 다양한 공업적 응용도 가능할 것이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완구 제품 등등.

그 응용범위도 다양해질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학문적인 호기심.

그 호기심이 순식간에 장내를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

앞서 발표한 교수들이나 학생들에 대한 질의응답 때와는 다르게.

수많은 이들이 질문 마이크 대열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게 되었다.

그리고 온갖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 외국인도 그 대열에 가세했는데.

이번 심포지엄에 특별 연사로 초빙되어 앉아 있던.

미국인 과학자다.

다만 한국어 발표라서 내용을 정확하게 듣지 못했던 그.

그럼에도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질문을 하러 나왔고.

또, 영어로 질문까지 했다.

- 저는 미국 듀폰사의 소재 부문 연구소장 제퍼슨 칼 리입니다. 하하! 오늘 발표 내용을 인상 깊게 보았지만, 가능하다면, 영어로 다시 설명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꼭 좀 부탁드립니다.

이 시대의 한국인들에겐 상당히 난처한 질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영어 질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김태풍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유창하게 영어로 자신의 결과를 다시 설명해 나갔고.

김태풍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시금 바뀌어 가고 있었다.

지금껏 잠잠하던 분위기의 학회.

그러나 이제 김태풍의 존재로 인하여.

학회 분위기가 한바탕 열풍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 와아! 저 친구, 영어 발음도 죽이네?

- 이야! 교수들보다도 더 나은데?

- 어디서 저런 인재가 나왔지?

점점 더 소란해지고 있는 학회장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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