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45화 (145/153)

EP-1994년도 이상한 천재들 24-서정철 사장

<24> 서정철 사장

“…그러니까 합성 조건을 모두 밝힐 순 없고, 대신에 계약을 맺자, 이 말인가요?”

학교 인근의 작은 커피숍.

짧은 머리에 또렷한 눈망울을 지닌 서정철 사장.

그의 물음에 김태풍은 좀 더 정확하게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제 위치가 아직 학생입니다.”

“네. 그래서요?”

“제가 아이디어가 있고, 실행 능력도 있지만, 메드TX의 일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이런 것들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먼저, 서정철 사장은 자신이 가져온 시험 데이터를 갖고서 김태풍과 한참 대화를 나눴고.

그 뒤에 서정철 사장은 이 화합물의 가치에 대해서도.

김태풍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면서.

돈을 주고 기술을 사겠다는 제의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태풍은 바로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었고.

그리하여 어느덧 일종의 계약, 연구 협력 등등의 이야기로.

옮겨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테면, 제가 일정 분량의 회사 지분을 가질 기회 같은 걸, 저한테 주실 순 없습니까? 일종의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같은 거. 그런 게 저는 제일 좋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톡옵션 계약을 맺자는 김태풍의 제안.

즉, 단계별로 목표를 정해, 그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일정 시간 뒤에 김태풍이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서정철의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들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막연한 의심과 불확실성 요소도.

현시점에서는 상쇄할 수 있게 된다.

“음. 스톡옵션이라? 그게 뭔지는 잘 알고 있죠?”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는 것, 그것도 잘 알겠죠?”

“하지만 제 물질이 괜찮다면, 절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서정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김태풍의 말투는 확실히, 확신이 있는 사람의 말투였다.

‘역시 이 친구는 머리가 좋아.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벌써 머릿속에 다 생각해둔 모양인데?’

젊은 사업가답게 서정철은 타고난 기회 포착력이 있었고.

그래서 감각도 기민했다.

강남 부잣집 출신이라고 해서, 서정철 사장을 그저 운 좋은 사람으로 색안경을 껴서는 곤란하다.

뚜렷한 목표 의식까지 있는 서정철 사장.

(김태풍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한 번씩 예리해졌는데.

그리고 그때마다 그는 만족스러운 기분을 여러 번 맛보고 있었다.

사람의 눈만 봐도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김태풍의 태도에선 뭔가 흠잡을 데가 전혀 없었고.

특히, 김태풍은 순수한 눈빛을 갖고 있어.

막연한 신뢰감마저 생기는 것이 사실이었다.

“음. 하지만, 스톡옵션은 당장 돈이 안 될 텐데요? 차라리 현금을 받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다시금 슬쩍 꼬드겨 보지만.

김태풍은 절대 넘어오지 않는다.

“당장 돈은 필요 없습니다.”

짧게 말하며, 선을 긋자.

고집스러운 상대를 힐끔 쳐다보던 서정철.

그는 잠깐 생각을 정리할 겸, 차가운 쥬스를 한 모금을 마셨다.

사실, 회사 지분에 관해서는 엄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는 직접적으로 스톡옵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혹시, 스톡옵션 세부 사항도 생각해봤나요?”

목소리 톤이 좋은 서정철 사장이 좀 더 자세히 묻자.

김태풍은 자신의 요구 사항을 차분하게 말했다.

“총 8만 주, 행사가 2,500원, 앞으로 30개월 뒤에 행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말이 없는 서정철 사장.

“물론, 그 기간 내에 IND 승인에 필요한 모든 전임상 시험(동물 대상 시험)을 끝낼 수 있도록, 신약 후보 물질의 파일럿 단위 생산 가이드 라인까지 잡아드리겠습니다.”

*IND(Investigational New Drug) 승인: 시험약을 사람에게 투여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일정 실험 규격에 따라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 시험을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서류화하여 정부 기관에 제출한다. 그 뒤, 엄격한 평가를 거친 뒤, IND 승인이 되면, 향후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그렇듯 김태풍의 요구 조건은 세세했고.

서정철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빨리, 30개월 뒤에 일방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김태풍.

그런 데다가 2,500원의 행사가에 총 8만 주를 달라고 한다.

현재 시가로 2억 원에 달하는 스톡옵션.

자신의 예상을 깨는 제안이었다.

물론 그 2억 원에 서정철 사장의 돈이 단 한 푼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주식을 행사하기 위해서, 김태풍은 2억 원의 돈이 자신한테 있어야 한다.

아직 메드TX는 상장이 되지 않은 상태.

현재,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메드TX의 주가는 겨우 2,150원이다.

그 말인즉, 장외 거래가보다도 더 높은 행사가인 스톡옵션.

김태풍에겐 다소 좋지 않은 조건이지만.

다만, 문제는.

그 8만 주는 메드TX 전체 지분의 2%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결국, 적지 않은 지분율이라.

서정철 사장의 표정이 절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으음. 지분율이 너무 센데… 이걸 좀 낮출 수는 없을까요?”

서정철이 부담스러워하자.

김태풍은 다시 제안했다.

“그럼 이 조건은 어떻습니까? 2년 뒤에 2만 주, 행사가는 동일하게 2,500원. 그리고 5년 이내에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가게 되면, 추가로 12만 주, 행사가는 동일하게 2,500원. 이건 어떻습니까?”

초기 부담감은 확 줄이고.

대신에 나중에 신약 후보 물질의 가치가 어느 정도 증명이 되면.

더 크게 받겠다는 김태풍의 제안이다.

즉, IND 신청을 위한 전임상 시험 완료 조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임상 1상 시험.

그 진입을 목표로 하고.

만약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가게 된다면.

김태풍에겐 더 큰 이득이 되는 조건.

그러자 서정철은 머리가 더 아팠다.

‘으음. 우리 회사 주식은 나중에 상장이 되면, 확실히 주가는 최대 10배 정도 뛰게 될 텐데. 그럼 이 물질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서정철 사장.

‘그래. 확실히 세포 실험에선 효과가 뛰어났단 말이야. 그리고 동물 모델 시험에서도, 기존 약물 대비 대략 20배 정도의 혈당 강하 효과와 혈당 제어 효과가 있었으니까… 흐음. 이 정도만 해도, 확실히 임상 시험 진입 가능성이 커. 그럼 대체 이걸 어떻게 하지? 당사자가 하필 학생이고, 요구 조건도 적지 않고….’

앞서, 서정철은 메드TX에서 진행된 세포 실험 결과만을 김태풍에게 보여줬고.

동물 모델 시험 결과는 김태풍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사실, 세포 실험이 끝나자마자.

놀란 연구진들은 구비되어 있던 동물 모델에 바로 주사해서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도 놀라웠다.

그런데 서정철은 그 결과를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약개발이라는 것은, ‘와! 이거 엄청나게 효과가 좋은데!’ 그렇게 외치다가도, 쪽박을 차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 개발자가 자신의 동물실험 결과가 좋은 것만을 믿고서, 기술 가격을 무진장 높게 부른다면.

회사는 그걸 사는 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발자는 단순히 기술을 파는 것이지만.

회사는 실패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 임상 2상 시험 성공, 임상 3상 시험 성공, 더 나아가 혹시 승인까지 되는 경우엔, 더 이상 로얄티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말인가요?”

보통, 긴 임상 시험을 거친 뒤, 마침내 신약 승인까지 된다면.

그때부터 이 신약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게 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블록버스터 약물(세계 기준으로는 매출 1조 원 이상 품목)로 성장할 수도 있고.

이때, 이 신약을 판매하는 기업의 가치는 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꿈과 같은 희망적인 모습일 뿐.

대다수 경우는 그런 황금빛 미래가 아니었다.

실제로, 수만, 수십만 개의 후보 약물들 중에서.

겨우 하나 내지 두 개가 그만한 가치를 갖게 되는데.

대다수는 임상 시험 과정에서 소멸되거나.

또는 설령 시판 승인이 되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들이 튀어나와.

시장에서 철수되는 악재를 맞게 되기도 한다.

정말, 신약개발은, 모 아니면 도!

최악의 확률 게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보통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

거의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대략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소모되는데….

(물론 국내 임상만 진행할 경우에는 임상 시험비가 최대 수십억 원으로 줄어들 수도 있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할 수가 없어, 약물 매출 규모는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 제약 기업들은 모두가 영세해서.

진정한 신약개발을 할 수가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임상시험 중간에 외국 다국적 기업에 기술이전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경우, 설령 신약시험이 성공하더라도.

그 권한을 독점할 수가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이득 역시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수가 없다.

그래서 신약개발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차라리 개발자가 아니라

그 초기 기술 라이센스를 확보한 회사의 오너가 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런 점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태풍!

거기다가, 비록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긴 하지만.

그는 임상 시험에 너무나도 많은 돌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김태풍은 자신의 미래 지식을 통해 고안한 물질임에도.

이 물질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에, 더 좋은 물질들은 아직 숨기고 있는 김태풍.

“…어떤 걱정을 하시는지 저도 대충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는데, 협상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즉, 매출에 따른 로얄티 부분은 제가 따로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대신에 이건 다른 조건인데,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정철 사장이 흥미를 보이자.

김태풍은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만약, 최종 임상이 끝나고, 신약으로 승인될 경우, 만약에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저로서는 아주 기쁘겠지만, 또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신약 출시 후, 대다수 이익은 거대 외국계 기업이 독점할 테니까.

설령 매출 로얄티를 메드TX에서 일부 거둬들인다고 해도.

그건 외국계 기업의 이익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훗날, 메드TX에서 외국 기업과 기술이전을 진행하게 될 때, 제가 개발자인 것을 꼭 명시해 주셔야 하고, 또한, 단계별 기술이전료에 대해선… 적정 비율을 저한테 지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거기까지 듣고는 서정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외로 김태풍이 이 바닥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보통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게 되면.

기술이전료는 임상 단계별로 책정이 된다.

그리고 외국 기업은 대한민국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을 몽땅 다 가져가 버린다.

남은 것은 겨우 대한민국 판권.

사실, 국내 매출은 세계 기준으로 따진다면, 정말 푼돈이 되어버리는데.

그래서, 기술이전을 할 때, 단계별 기술이전료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게 관건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태풍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많지 않고, 또 시간도 많이 걸리는 매출 로얄티에 집중하지 않고.

좀 더 현실적인 기술이전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임상 1상 시험 이전에… 기술이전이 된다면, 임상 1상 통과시 20%, 임상 2상 통과시 30%, 임상 3상 통과시 40%. 이렇게 기술이전료의 적정 포지션을 저한테 지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받는 기술이전료의 20%에서부터 40%까지.

외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이 잘 체결된다면.

김태풍은 단번에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잠시, 김태풍의 말을 곱씹던 서정철 사장.

젊은 서정철 사장의 눈은 몇 번이고 변하고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리 동물 시험 결과가 좋다고 하지만.

저렇게 무리하게 요구하는데.

그냥 바로 무시해버릴까?

그러나 답답하게도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혹여 자신이 희대의 천재를 만난 것이라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메드TX는 앞으로 하늘 높이 뛰어오르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음.”

다시금 차가운 쥬스를 마시는 서정철 사장.

생각이 많아지니, 이런 식으로 시간을 계속 때우다가.

마침내 빈 쥬스 잔을 내려놓고는.

그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이어지는 서정철 사장의 설명.

“우선, 최대한 빨리 특허 출원부터 하도록 하죠.”

특허 출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적 재산권 확보는 아주 중요하니까.

그리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 대학에서 직무발명의 제한이 아직 학생들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수들의 사적인 특허 출원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학생 개개인의 특허 출원을 제지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이런 부분은 학생의 특허 출원까지 관여하는 미국 대학들과는 좀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일부터 저희를 도와준다면… 총 8만 주, 행사가 2,500원, 앞으로 30개월 뒤에 행사 가능. 이 조건의 스톡옵션을 발행해드릴게요.”

결국, 서정철은 김태풍의 첫 번째 조건을 수락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서정철은 바로 단서를 달았다.

“저희도 짧은 기간 내에 IND 승인에 필요한 모든 전임상 시험(동물 대상 시험)을 끝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전에, 반드시 물질의 파일럿 단위 생산 가이드 라인은 잡아줘야 합니다. 이게 조건입니다. 만약 이 조건이 달성이 안 되면, 스톡옵션은 바로 무효화되는 계약 단서 조건을 달겠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완료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힘드니까… IND 신청서 제출 자체가 바로 그 요건 달성으로 판단하겠습니다.”

“네.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기술이전료에 대한 로얄티 지급 건은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단서가 있습니다.”

“네?”

조건이 참 많다.

“만약 기술이전에 실패하거나, 혹은 임상 1상 시험에 실패한다면, 저희 회사 측 부담이 정말 엄청납니다. 그건 대충 아시겠죠?”

그래서 신약개발이 힘들다는 것이다.

눈앞의 패기 넘치는 이 젊은 서정철 사장도 그런 점들이 힘들어서, 결국 그는 훗날 국내 사업을 접었고.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던가.

“저희가 일부러 김 선생님한테 부담을 지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뭐, 저희가 앞으로 의사 결정할 일이고, 향후 진행도 저희가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진행 여부를 결정할 거라서… 결국 저희 책임인 게 맞을 겁니다.”

지금, 젠틀맨, 서정철 사장은 김태풍을 김 선생님이라고 호칭하고 있었다.

아무리 사촌 동생(서희선)의 친구라도 해도.

김태풍은 엄연히 학부 졸업자이며, 또한 성인의 나이이다.

그래서 서정철 사장은 김태풍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은 김태풍으로서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스톡옵션까지 발행하는 입장이라, 이제 저희하고 파트너 개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앞으로 저희 회사 일을 더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뭐, 졸업하고 난 뒤에 저희 회사에 오셔도 좋고… 혹시 석사과정만 마칠 생각이라면, 저희 회사가 또 병특 회사라서, 저희 회사가 가진 병특 TO 한 자리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뜻밖의 제안.

그리고 그 순간, 김태풍은 눈웃음을 짓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이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하지 않더라도.

저 회사 TO를 받게 되면.

바로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회사 다니면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을 하는 길.

국방의 의무 대신에, 국가 산업체 연구에 도움을 주라는 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작은 회사에는 잘 배정되지 않는,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TO를, 메드TX가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김태풍도 몰랐다.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병특 문제는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좋은 인연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메드TX의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아? 그렇죠? 하하!”

환하게 웃는 서정철 사장.

당장 돈이 지출되지 않더라도, 스톡옵션 발행으로 좋은 인재를 잡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서정철 사장.

한편으로는.

김태풍 역시 젠틀맨 서정철 사장의 인상이 좋게 느껴졌다.

협상 과정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미팅은 깔끔하게 끝났다.

앞으로 30개월 뒤.

메드TX 주가는 반짝 폭등이긴 해도.

80배까지 오르게 된다.

아직 그걸 모르고 있는 서정철 사장.

어쨌든 그가 자신의 요구를 모조리 다 수용해준 것이다.

그와 헤어진 뒤.

자전거를 타고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하하하! 나이스! 나이스!!!”

그렇듯 김태풍은 고함을 지르며.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출발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일요일 날, 마치 당첨된 복권을 들고서.

월요일을 기다리는, 그런 기분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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