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43화 (143/153)

EP-1994년도 이상한 천재들 22-애제자 등극

<22> 애제자 등극

사실, 최기호는 그 말은 하지 않은 게 나았다.

그냥, 모른 척, 배진수처럼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게 나았을 텐데.

결국, 박한식 교수의 에너지 레벨이 풀(full)로 꽉 차오르더니.

그게 순식간에 폭발해 버렸다.

그때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는 박한식 교수의 학식.

어쨌든 그는 국내 최고의 학자다.

아니, 국내를 넘어서, 세계적으로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교수.

아무리 최기호가 똑똑하고, 또 수학 천재라고 해도.

노련미까지 가미한 박한식 교수의 맞상대가 될 리가 없는 일이다.

그로부터 어느덧 1시간쯤 지났을 때.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최기호는 거의 비틀거리며 연단에서 내려왔는데.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최기호는 그대로 머리를 푹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1시간씩이나, 그렇게 융단폭격(?)을 당했으니.

아마 그는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발표자 안성훈.

그는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을 하고서 등판했는데.

‘흠. 제발. 성훈아, 너라도, 잘 버텨.’

김태풍은 속으로 고함을 지르며 응원했는데.

역시 발표 중간까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덧 발표 말미에 이르자.

눈에 띄게 박한식 교수의 표정이 다시 이상해지고 있다.

그러나 안성훈은 정말 최고의 눈치꾼이었다.

“…네.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준비해보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많이 부족한 부분인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음에 더 노력해서, 더 좋은 결과들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결과, 박한식 교수의 불화살은 금방 식어가고 있었다.

‘나이스! 역시 안성훈!’

그렇게 속으로 외치며 김태풍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

안성훈은 단 15분 만에, 초스피드(?)로 발표를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김태풍!

그의 차례가 되었다.

이때, 김태풍은 자신이 준비해 온 OHP 필름을, 슬라이드 투사기 위에 올려놓았는데.

현재, 그가 가져온 OHP 필름의 숫자는 남들보다 수배나 많은 무려 30여 장에 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시작된 발표.

역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서론 부분 발표는 무난하게 끝이 났고.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김태풍의 결과 발표.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향후 계획에 대해서 발표를 했지만.

지금 김태풍은 실험 결과 발표를 바로 이어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구체 물질합성에 성공한 뒤, 다음 단계의 반응을 거쳐….”

“자네! 잠깐!”

이 순간, 갑자기 정색을 하며, 손을 흔드는 박한식 교수.

조금 전까지 무척 피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그는 눈이 동그래져, 김태풍의 결과들을 쳐다보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과 완전히 다른 김태풍의 전개 때문이었다.

“아까 반응 설명, 다시 돌려봐.”

“네. 교수님.”

반응 scheme(화학 구조 및 반응에 대한 요약 그림) 슬라이드를 다시 투사기에 올리자.

정신없이 쳐다보던 박한식 교수.

그때부터 온갖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태풍은 놀라울 정도로, 아주 능숙하게 답변을 하고 있었는데.

특히, 그는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기보다는.

주로 논문 자료들을 인용하며, 대답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건 독일 연구진들이 발표한 논문에서 찾아낸 부분인데….”

“이건 최근 미국 화학회지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이건 영국 화학자들이 최근에 활용한 방식인데….”

그런 답변들이 이어지게 되면.

박한식 교수도 도무지 더 이상의 트집을 못 잡게 되는 식이다.

사실, 이 바닥에서 가장 강력한 패는 역시 논문 자료들이었고.

김태풍은 확실한 레퍼런스(참고문헌)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음. 그럼 다음 거 보지?”

그리고 또 이어지는 분석 결과들.

1H와 13C NMR 분석에 이어서.

LC-MS까지 등장하자.

눈이 점점 더 커지는 박한식 교수.

그리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LC-MS의 기본 개념까지 슬쩍 물어보지만.

김태풍의 대답은 한 치도 막힘이 없다.

“으으음. 그래? 그 분석들은 제법 잘 됐다고 치자. 그럼 앞으로 그걸 가지고서 뭘 할 건데?”

다시 따지고 드는 박한식 교수.

“앞서, 이야기도 드렸지만, 칼럼(크로마토그래피)을 이용한 샘플 정제 과정도 이미 끝났습니다. 현재, 후속 작업으로 몇 가지 대조 샘플군들을 더 합성하고 있는데, 그게 끝나는 대로, 그 샘플들에 대해서도 기존 분석 과정을 동일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향후 세포 실험 쪽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세포 실험? 그건 또 어떤 식으로 진행할 건지, 싹 다 이야기해봐.”

다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박한식 교수.

그런데, 사실 그의 이번 질문.

이건 좀 과한 것이었다.

합성만 하더라도.

이미 이번 발표의 한계치가 될 수가 있는데.

그 이상의 것까지 묻고 있는 것.

그러나 김태풍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 외에도.

이 발표 자리에 도취해 버린 듯.

결국, 더 다음, 더 다음 단계로 그 대답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어려운 대답들이 마침내 끝이 나는 순간.

갑자기 박한식 교수!

그는 자리를 박차며,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김태풍!!! 자넨 도대체 뭔가!!!”

한순간 발표 자체에 푹 빠져.

마치 잠깐 (완벽하게 도취되어) 뽕 맞은 사람처럼 되었다가.

뒤늦게 맨정신을 되찾은 사람이 되어.

깜짝 놀라던 김태풍.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박한식 교수는 정말 시원하고, 또 요란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곧 표정을 고치더니, 쩌렁쩌렁하게 외치고 있다.

“어떻게 거기까지 알아냈을까? 이봐. 자네들도 잘 들어! 지금 김태풍이가 이야기한 것은, 내가 다음 단계로 고민하고 있는 물질이야. 이게 성공한다면, 이건 무조건 네이처야! 네이처!!”

- 뭐? 네이처라고?

- 뭐? 뭐야?

박한식 교수의 언급에 깜짝 놀라고 있는 학생들.

한편, 교수가 혹시라도 자신을 쳐다볼까 봐.

랩미팅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새카만 얼굴의 조현중.

그렇듯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짓던 바로 그 순간.

웃으며 장내를 두루 살피던 박한식 교수.

그의 눈이 하필 조현중의 눈과 딱 마주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 순간.

허걱!

뒤늦게 깜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이는 조현중!

그리고 동시에 박한식 교수의 입에서는 아주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어? 근데 저, 저, 저, 저 친구, 저 친구는 대체 누군가?”

##

“야! 마시자! 그리고 다 잊자! 오늘 코가 비뚤어지게 마시자고!”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쉴 새 없이 제조되어 전달되었다.

랩미팅에서 엄청나게 깨진 배진수와 최기호.

그리고 무난하게 넘긴 안성훈.

박한식 교수로부터 격찬까지 받은 김태풍.

각기 랩미팅 과정은 달랐지만.

지금 그들은 한데 뭉쳐, 정신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편, 김태풍은 모두의 생각을 넘어설 정도로 아주 잘했고.

그래서 나머지 세 사람들은 그런 김태풍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안성훈.

그는 배진수와 최기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들과 비슷한 발표 자료를 준비했고.

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발표를 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뭐, 인정할 건 인정해. 내가 순번이 좋았던 건 사실이니까, 오늘 술은 내가 사도록 할게. 다음에는 내가 1빠로 등판하마. 그건 무조건 약속한다.”

쿨하게 나오는 안성훈.

그 바람에 배진수와 최기호의 표정이 많이 풀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김태풍이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야! 그러지 마. 오늘 술은 내가 사기로 했잖아? 성훈이 너는 어제 생일 밥도 냈고. 오늘 이건, 내가 사는 게 맞아. 그렇지 않냐?”

“맞아. 오늘은 태풍이가 그냥 사라.”

배진수와 최기호가 동의하자.

안성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신에 재빨리 소맥을 말아서 공급했다.

“카아! 시원하네! 소맥 맛이 죽여!”

랩미팅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간 네 사람은 모두가 큰 고생을 했다.

첫 랩미팅은 아주 떨리고 아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대학원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첫 랩미팅을 무사히 마친 것이다.

“근데 아까 봤어? 상준이 형 눈빛이 장난이 아니더라?”

“???”

“랩미팅이 시작될 땐,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막 으스대다가… 네가 발표하는 걸 보면서, 완전히 널 죽이고 싶어 하는 눈빛이던데?”

“그래?”

저절로 부담스러운 김태풍.

“그리고 두 분 포닥님들도 꽤 놀라며, 네 발표를 계속 쳐다보더라.”

강신혜 박사와 장태일 박사.

이 두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주로 이들 박사들은 랩미팅 내내 조용히 앉아 있을 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최상준을 의식하는 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박한식 교수의 눈치도 보는 것이다.

사실, 랩미팅 시간만큼은 박한식 교수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그래서 괜히 아는 척을 했다가, 박한식 교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비록 미국에서 학위를 했지만, 나름 눈치깨나 있는 강신혜 박사.

그리고 박한식 교수와 비슷한 류의 엄한 교수 밑에서 학위를 한 탓에 약간 소심(?)한 모습인 장태일 박사.

“야. 그 이야긴 이제 그만하자! 야. 안성훈! 우리 소맥 한 번 더 달리자!”

“오오! 김태풍! 오늘 쭉쭉 달리는데? 오케이!!”

재빨리 소맥을 말아서 다시 공급하는 안성훈.

단숨에 소맥 잔을 비우고는 다들 웃었다.

“야. 최기호.”

이때, 빈 잔을 탁! 하며 내려놓은 뒤, 안성훈은 최기호에게 말했다.

“너 괜찮지?”

“뭐? 아. 뭐, 좀….”

“그때, 교수가 좀 심하긴 하더라.”

“쳇. 뭐 그러든가 말든가.”

갑자기 튀어나온 최기호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

그 말투 때문에 잠깐 분위기가 냉랭해진다.

그러나 김태풍이 얼른 그 분위기를 수습했다.

“야. 최기호. 왜 그래? 이제 겨우 첫 랩미팅이 끝난 건데?”

“별 거 아냐. 그냥 웃겨서.”

“응?”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

“야!”

놀라며, 외치자.

최기호는 꼬여있던 배알을 비로소 풀어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확 짜증이 나더라. 살살 약을 올리는데, 그러다가 미친개처럼 마구마구 물어뜯었잖아. 그냥 속절없이 당하고 있으니까, 콱! 오기도 솟구치고, 어디 한번 해 보자, 이런 생각도 들더라.”

그리고 그 순간, 두 눈에 힘이 팍팍 들어가고 있는 최기호.

그의 그런 모습에 김태풍, 배진수, 안성훈은 표정이 묘해졌다.

그리고 이 순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와! 저거 분명히, 박한식 교수가 저 녀석 승부 근성을 건드린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박한식 교수의 악담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평소에 똑똑하다는 말만 듣고서 살아왔던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무참히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박한식 교수.

박한식 교수는 그런 지옥의 맛을 베푸는, 은혜(?)의 악마인 것이다.

- 너희가 뭘 알아? 뭘 안다고!! 쥐뿔도 모르는 인간들이 아는 척이나 하고. 쯧쯧쯧! 학문이 어디 쉬운 줄 알아? 뭣도 모르고 난리지? 머릿속에 든 것도 없는 멍청한 주제에…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 있는 듯한 박한식 교수의 환영.

그게 모두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런 경험(?)을 같이하던 김태풍.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있었다.

‘오! 효과는 직빵인데?’

이제 보니, 최기호의 일은 당분간 문제가 없을 것 같잖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참 애매했었는데….

사실, 김태풍의 입장은 다소 애매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최기호가 과거와 같은 경로의 길을 밟는 것이 여전히 좋은 것인지.

아니면, 진짜 다른 진로를 택해서, 다른 식으로 승승장구하는 게 좋은 것인지.

그래서 선뜻 무언가를 조언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최기호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안심이 된다.

“야야! 한 잔 더 하자!”

요란하게 외치며, 다시 소맥을 마시는 그들.

그리고 좀 술이 얼큰하게 취하자.

이번에는 김태풍이 외쳤다.

“야! 정신없이 마시지 말고, 우리 게임도 하자. 게임!!”

“무슨 게임?”

“너, 기억 안 나? 학부 때 하던 거. 야! 니네, 혹시 연습은 안 하고 왔냐?”

“???”

어리둥절해 하는 녀석들을 보며, 씩 웃는 김태풍.

과거를 회상하다가, 며칠 전, 재밌는 기억들이 떠올라.

일부러, 오늘 술자리에 그걸 준비해서 온 김태풍이다.

“다들, 회오리 파동! 몰라?”

“설마 그거? 야아아! 그걸 또 하려고?”

“야. 한번 해 보자. 1등 빼고 나머진, 몽땅 소맥 50대50 탄 거 원샷! 오케이?”

“야. 그건 그냥 소주 마시는 거잖아? 그게 어디 소맥이냐?”

“임마. 다들 술이 세잖아? 그 정도는 마셔야, 노래방 가서 목이 터지지? 안 그러냐?”

“알았다. 야. 야. 빨리 준비하자.”

그렇게 바로 준비가 됐고.

이른바 회오리 파동 대결이 시작되었다.

간간이 술 마시면서 하던 유치한 게임.

그러나 재미는 있다.

이것은 맥주와 소주를 섞은 폭탄주에 회오리를 만드는 게임이다.

보통은 냅킨 2장을 이용해 컵 입구를 막고, 힘껏 돌려주면 된다.

그리고 젖은 휴지를 벽이든 천정에 던져서 탁 붙이는 것은, 그냥 아재들의 게임.

그러나 여기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고.

대신에 동시에 잔을 내려놨을 때.

누가 더 오래 회오리가 지속되느냐.

그걸로 승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나름 재미도 있다.

그런데 과거 태풍은 이 게임을 할 때마다,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특별한 편법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탄산수소나트륨에 여러 계면활성제를 섞어서 제조한 특별한 기포제.

이걸 몰래 소맥 속에 넣고 휙 돌리는 것이다.

이때, 기포가 회오리치면서, 계속 생성되다 보면.

훨씬 더 오래 가는 회오리를 만들 수 있다.

관건은 들키지 않아야 하고.

거품들 사이에 미세한 분말이 섞여 있어.

보이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성공한다면.

아주 볼만한 쇼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자. 자. 준비됐으면 바로 시작하자.”

곧이어.

컵을 들고 미친 듯이 돌리는 네 사람.

잠시 후, 안성훈이 ‘놔!’라고 고함을 지르는 순간.

모두들 탁! 소리가 나게, 컵을 탁자에 내려놨다.

네 개의 컵에서 빠르게 회오리치는 소맥.

“이야야야! 오늘 우리 신기록 나오는 거 아냐? 다들 이제 짬밥이 좀 되나 보네?”

모두들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휘리릭 솟구치며 사라져버리는 회오리.

그리고 곧 요란한 환호성을 지르는 김태풍.

김태풍의 승리다.

남들보다 10초나 더 오래 지속되던, 그 회오리는 마침내 장렬하게 산화했다.

“와아! 뭐야? 이 자식?”

“하하하. 원샷! 원샷! 원샷!”

그리고 발광하듯 외치는 김태풍.

그의 강요(?)에 마지못해 소맥을 마시는 녀석들.

“야. 김태풍. 너는….”

뭔가 이상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다가.

그러나 결국 입을 꾹 닫고 마는 녀석들.

어떻게 회오리가 저렇게 오래 돌 수가 있지?

이상한 노릇이다.

그러나 김태풍은 계속 모른 척했다.

과거로 돌아오니, 이른바 잔머리가 나이만큼 늘어난 것만 같다.

어쨌든, 기술력.

이것도 기술력이 아닌가?

하하하!

“야! 성훈아. 빨리 술 안 붓고, 뭐 하냐? 야. 빨리 잔 채워. 먹고 죽자!”

늘 시크하던 최기호도.

이제야 술기운이 확 일어나는 듯.

술 먹자고 난리다.

과거, 서로 은근히 눈치만 보던 것과 다르게.

확 달라진 동기들의 술자리.

그렇게 웃으며.

모두가 정신없이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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