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36화 (136/153)

EP-1994년도 이상한 천재들 15-쥐를 잡자! 쥐를 잡자!

<15>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지금 이 시각.

대다수 학과 교수들은 퇴근을 했을 테지만.

아직도 교수실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교수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우우! 진짜 왜 이렇게 일이 많냐? 가자! 가! 가자고! 쥐 잡으러 가자.”

‘와! 미치겠다. 안 해도 될 일들이, 왜 이렇게 많아지냐?’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어서 쥐를 잡는 수밖에.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그러고 보면, 쥐 실험을 하려면, 쥐를 잡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

한편, 한밤중의 쥐 소동.

케이지(cage)를 탈출한 다섯 마리 쥐들.

그중에 세 마리는 바로 잡아.

무사히 케이지에 다시 집어넣었다.

공용 기기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구석진 곳에 숨어 있다가, 곧바로 포획된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두 마리.

누군가 공용기기실을 출입할 때.

조용히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건물 곳곳을 뒤졌지만.

결국, 오리무중.

‘과거엔 어떻게 했지?’

문득 김태풍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그땐 배진수와 별로 친하지 않아.

녀석은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완전범죄 식으로 조용히 덮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는 방법이 없어.

제발 나타나지만 말고, 그냥 멀리 도망가라, 이렇게 외치며 마무리를 했는데….

그런데 이 쥐 소동은 며칠 뒤, 과거와는 좀 더 다르게 진행이 되었다.

아마도 과거에는 누가 쫓아다니며 이곳저곳 뒤지지 않아.

조용히 숨어 있었을 두 마리 쥐들.

그런데 김태풍과 배진수가 소란스럽게 여기저길 두드리며 돌아다닌 통에.

겁을 집어먹고서 여기저기 더 깊이 숨어버린 모양이었다.

그 바람에 건물 밖으로 탈출할 기회를 놓친 듯.

그 사라진 쥐들 중의 한 마리.

그 쥐가 며칠 뒤, 찍찍 소리를 내며 박한식 교수님 방에 나타난 것이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흐악! 뭐야? 저거? 뭔 70년대도 아니고, 무슨 사무실에 쥐가 다 나타나?”

박한식 교수는 괴성 벼락을 지르며.

빗자루로 사방팔방을 내려쳤는데.

새하얀 생쥐는 그간 고생하다가.

갑자기 이판사판 성깔이 난 듯.

박한식 교수한테 막 달려든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생쥐의 돌진.

“어? 아이고야!”

놀라, 비명을 지르며 얼른 피하다가.

그만 책상 모퉁이에 엉치뼈를 세게 부딪힌 박한식 교수.

그날, 허리를 움켜잡은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빗자루 하나를 들고서 실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노발대발했다.

“배진수. 이놈! 대체 어디 갔어?”

그리고 놀란 학생들은 일제히 몰려나왔고.

특히, 지도교수의 성난 모습에 부르르 몸을 떨던 배진수.

그때부터 쥐가 탈출한 사건에 대해 이실직고 이야기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그날 당장 해결부터 해야지, 대체 뭐 하고 있었어!! 쯧쯧!! 다들 지금부터 실험 그만하고, 쥐부터 잡아. 다른 교수들이 알면, 큰일 나! 큰일!”

그리고 그때부터 실험실 랩원 전원.

모두가 이 두 마리 쥐들에 대한 생포 작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 아이씨이. 존나 짜증나네. 저 새낀, 왜 쥐를 놓치고 그래?

두 눈에서 붉은 레이저 빔이 나올 것 같은 최상준.

하기 싫은 일에 동원된 것에 그는 심하게 짜증을 냈는데.

그러나 동기의 일이라, 김태풍은 배진수를 돕고자 아주 열심히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김태풍은 마다하지 않았다.

“교수님. 제가 저 안을 뒤져봐도 될까요?”

눈살을 찌푸리던 박한식 교수.

그리고 대답 대신에 어서 들어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허락을 받은 김태풍.

그는 박한식 교수의 방으로 들어갔고.

박한식 교수가 짝발을 짚고, 문 앞에 서 있는 동안.

그곳을 샅샅이 뒤졌다.

“거기만 쳐다보지 말고, 저기도 꼼꼼히 살펴봐. 혹시 아직 저런 데 숨어 있을 수도 있다니까.”

그러고는 또 지시하는 박한식 교수.

“저기! 저기! 저 냉장고 뒤쪽도 뒤져 보게. 저기에 숨어 있을 수 있다니까!”

“네. 교수님.”

거듭된 지시에도 김태풍은 아무 투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 순간, 정말 우연찮게 가엾은 생쥐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혼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엾은 하얀 생쥐.

냉장고 뒤쪽이 아니었다.

박한식 교수가 벗어놓은 구두.

그 구두 한쪽에 쏙 들어가 숨어 있는 녀석.

평소 실내에선 구두 대신에 간편한 슬리퍼를 신고 있는 박한식 교수.

그리고 바로 이 순간.

김태풍은 이 생쥐가 구두 속에 숨어 있다는 걸 말할까 말까?

잠시 망설였으나.

에라 모르겠다 싶어.

우선, 생쥐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깜짝 놀란 생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듯.

본능적으로 녀석은 새카만 쥐똥을 쏟아냈고, 한편으로는 노란 오줌을 지리는데.

그 모습에 다시 놀라고 마는 김태풍.

‘음. 이를 어쩌지?’

그러나 눈이 휙 돌아가는 김태풍.

애써 모른 척.

생쥐만 구두에서 빼내는 김태풍.

“흠. 교수님. 냉장고 뒤에서 찾았습니다.”

“어? 찾았어? 잡았어?”

“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생쥐를 보여주며 웃는 김태풍.

“휴우우우. 천만다행이다.”

어쩜 저렇게, 세상이 꺼질 듯 길게 한숨을 내쉴까.

저렇게 안도해 할 줄이야.

김태풍은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얼른 밖으로 나왔다.

“수고했다. 수고했어.”

그래도 기분은 좋은 듯.

김태풍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박한식 교수.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

“교수님! 여기도 한 마리 잡았습니다. 이 복도 창고 쪽에 숨어 있는 걸, 성훈이가 잡았습니다!”

“어? 성훈이가? 그러고 보니까, 막 들어온 석사 1년차들이 선배들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하고 있네. 하하하.”

곧 환하게 웃고 있는 박한식 교수.

그렇게 쥐 소동은 끝이 나고 있었다.

역시 그 쥐들은 다른 데 멀리 가지도 못했고.

그동안 이 주변에만 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듯, 사라진 쥐 두 마리를 모조리 회수한 배진수.

그리고 이날.

배진수는 박한식 교수의 방으로 불려들어가.

대략 1시간 정도 잡혀있었다.

그 뒤에야 밖으로 나왔는데.

배진수의 두 눈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야. 괜찮냐? 많이 깨졌지? 너, 이제 큰일 났다. 앞으로 랩미팅은 어떻게 하려고?”

보통 때는 말도 하지 않던 동기이자 수학 천재인 최기호.

그마저 배진수에게 심각한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기호야. 나, 도저히 말할 기분은 아니니까, 그만 가 주면 좋겠다.”

힘없이 말을 하는 배진수.

얼굴은 무척 창백해 보였다.

그런데 최기호가 갑자기 초를 친다.

“야. 그럼 앞으로 우리 실험실 동물실험은 네가 맡는 거냐? 혹시 동물마취제도 받았냐? 옆 건물 생물학과 선배들은 그런 거 많이 가지고 있다던데? 그게 우리 실험실에서 분석 실험용으로 갖고 있는 그 마약이랑 비슷한 효과가 있다던데? 혹시 너, 좀 남는 게 있으면, 나 좀 주라. 나도 태풍이처럼 각성효과 좀 받자.”

그 순간, 김태풍은 경악했다.

‘뭐, 뭐? 각성 효과?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사실, 잠금장치가 이중으로 설치된 연구용 마약 샘플은 목적이 연구 목적임에도.

사용 자체가 아주 엄격하다.

그러나 이 시대, 실험용 동물마취제의 사용은 규제가 아주 느슨한 편.

그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비슷한 경우였다.

특히, 전문의약품이 아닌 이상, 이런 동물마취제를 시약상을 통해서 누구나 구매할 수가 있었고.

수의사가 중간에 낀다고 해도.

쉽게 동물마취제를 구매할 수 있는 시기였다.

훗날, 향정신성 의약품 혹은 마약성으로 분류되는 물질임에도.

그런 식으로 규제가 느슨했던 것.

그러나 엄연한 마약들!

그래서 옆에서 듣고 있던 김태풍은 너무 어이가 없어.

바로 한소리를 하려고 하는데.

놀랍게도 한발 늦고 말았다.

뭔가 건수가 있나 싶어.

조용히 다가왔던 최상준 선배.

최기호가 바로 그 마왕한테 현장에서 걸려들고 만 것이다.

“아악!!”

갑자기 외마디 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최기호.

랩짱 최상준.

그가 최기호의 왼쪽 귀 근처, 구레나룻을 마구 위로 잡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사정없이 눈을 흘기며.

최기호를 질질 끌고 가는데.

최기호는 구레나룻 털이 뽑혀져 나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질질 끌려나가고 있었다.

실험실 마왕한테 현장범으로 잡혔으니까.

이제 피할 수도 없는 악마의 저주만이 남았다.

아마 최기호.

앞으로 한두 달간 눈물깨나 뽑을 것이다.

##

“야. 태풍아. 좀 여기로 와봐. 이것 좀 한번 읽어볼래?”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흘러, 어느덧 봄이 무르익어가는 5월 중순.

PC통신에서 소설을 써서 올리던 김창민.

그는 김태풍을 불러.

이제, 지금껏 자신이 집필한 소설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오! 형. 이거 제법 인기가 되네요? 하루 평균 조회수… 거의 2천 번이 넘네요? 이 정도면 대박 아닌가요?”

“하하. 뭐 그렇지 뭐. 대략 천 번 정도 클릭이면, 거의 히트작이니까. 내 소설이 인기가 좀 좋아.”

이 무렵, 각종 장르 소설 게시판에는 여러 종류의 소설들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아직은 통신 소설이 출판되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9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온라인 통신소설들의 출판 붐이 이루어지는데.

그때, PC통신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이 우르르 활자화가 되어 각 서점마다 깔리게 된다.

예를 들어.

[PC통신 모모텔 100만 히트의 대작!!]

[누적 조회수 200만, 한국 최고의 판타지 소설 전격 발매!!!]

[압도적 필력의 판타지, 온라인 조회수 150만 돌파!]

뭐, 이런 식의 노란 홍보 띠까지 책 표지에 붙은 채.

전국 서점이며, 책 대여점에 깔리게 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PC통신 히트작이라는 것이.

독자들에게 색다른 책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활황기와 달리, 현재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른 시기다.

바로 이런 시기에 하루 평균 조회수 2천 회.

이 정도면, 아주 대단한 수치였고.

김창민이 으스댈 만한 그런 데이터인 것은 분명했다.

“태풍아. 여기 앉아서 봐.”

김창민이 옆으로 바로 비켜주자.

김태풍은 그 자리에 앉았고.

김창민의 ID를 이용해서, 그가 쓴 소설을 클릭해 봤다.

과거 [드래곤 나나]였던 원작의 제목.

그런데 이것은 지금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드래곤 용사?

뭐, [드래곤 용사]라는 제목은 특이한 개성이 없긴 하지만.

그러나 이 시기는 판타지물의 개척기.

이 시대에 제법 어울렸고, 확실히 먹힐 만한 제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빠르게 소설을 읽어가던 김태풍.

그러다가 중간에 중단하고, 김창민을 쳐다봤다.

“음…. 형. 그러니까 결국 드래곤 용사가 졸라짱 센 드래곤하고 싸운다, 그 말이죠?”

눈을 반짝이던 김창민.

그의 목소리가 바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 대충 그런 이야기지! 너도 보면 알겠지만, 네 스토리를 이것저것 많이 바꿨어. 물론 네 스토리가 아주 좋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창작자인데, 마냥 따라 할 순 없잖아. 그렇다고 네 도움을 절대 잊진 않을 거야. 이른바, 네 스토리를 약간 비틀었으니까.”

스토리를 비틀다?

“그러니까, 이 졸라짱 센 드래곤은 신도 이기고 마족도 이겼다고요?”

“하하. 맞아.”

“그리고 이 드래곤은 투명화돼서 잘 안 보이고, 그래서 거기에 가장 큰 포인트를 뒀다고요?”

“그래. 안 보이니까 용사 주인공한테는 아주 어려운 모험물이 돼지. 이 드래곤은 진짜 세서, 최고의 드래곤들도 상대가 안 돼.”

그리고 그때부터 뭔가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었다.

뭐, 몸이 투명해지면, 적들한테 안 보이니까, 정말 강할 수밖에 없겠지만.

거기서 전개가 좀 더 많이 되고 있었다.

“그럼 혹시… 이 투명한 드래곤한테 초 울트라 필살기도 있어요?”

말을 하고 나서, 김태풍은 잠깐 후회했다.

자신의 말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런 표정을 드러내진 않았는데.

그런데!

“야! 너, 어떻게 그걸 알았어?? 이야아! 너 진짜 감각 엄청나게 좋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너 나중에 글이나 한번 써 봐?”

네?

“그리고 그 이야기까진 아직 공개가 안 됐지만… 나중에 그게 나오면, 독자들이 한바탕 난리가 날 거다. 그 드래곤이 말이야. 초강대국 미국이나 러시아마저 한 방에 날려 보낼, 그런 어마어마한 브레스를 갖고 있고. 서에 번쩍, 동에 번쩍하는 신적인 차원 이동 능력. 그런 것도 갖고 있거든.”

이때, 김창민은 아주 신이 난 듯,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데.

김태풍은 이 순간 정말 멍해지고 있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무언가 이상하다.

“어때? 어때? 괜찮지? 괜찮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는.

계속 대답을 재촉하고 있는 김창민.

“아… 네. 형. 으음… 어쨌든, 제, 제 기준으로는 아주… 재밌네요. 저, 투명 드래곤도 멋지고. 하하. 그래요. 앞으로 잘 될 것 같아요. 형.”

“태풍아. 나중에 이거 혹시 출판된다면, 한턱 크게 쏠게. 하하하. 지금 분위기 진짜 좋거든.”

그리고 그때부터 더욱 기분 좋게 이야기들을 이어 나가고 있는 김창민.

한편, 아무래도 괴리감이 계속 느껴져, 더 견딜 수가 없는 김태풍.

김태풍은 잠시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곳을 조용히 빠져나왔고.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메모지에 써 둔 누군가의 호출 번호.

그 호출 번호로, 우선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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