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32화 (132/153)

EP-1994년도 이상한 천재들 11-그의 이상형 최하영

<11> 그의 이상형 최하영

어느덧 오전 포스터 발표 시간이 끝나자.

김태풍은 이제 본격적으로 학회 강연장으로 가서.

이런저런 결과 발표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지금 학회 강연장에는 학생, 교수, 기업 연구자, 국책연구소 연구원 등등,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와 있는 상태였다.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 찬, 넓은 강연장.

늦게 들어온 터라, 뒤쪽에 앉게 된 김태풍은 장내를 쓱 훑어보다가.

특히, 눈에 많이 띄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가장 앞줄에 앉아 있는 반백의 학자들.

특히, 김태풍의 시선이 집중된 사람은, 한국대 화학과 전수영 교수였다.

전수영 교수는 생화학 분야의 권위자다.

특히, 그는 응용 분야에도 밝았는데.

인공 세포막 제작 연구를 벌써부터 시도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연구는 앞으로 20년, 30년 뒤에야, 조금씩 가시적인 결과들이 나오게 될 텐데.

그는 남들보다 일찍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학회장에 교수님이 없으니까, 여기 분위기도 훨씬 괜찮네.’

그랬다.

김태풍의 지도교수인 박한식 교수.

그는 며칠 전, 미국 학회에 발표하러 간다고 출국한 상태다.

그 덕분에 (오늘 대형 사고를 친) 현현 커플(조현상, 조현중)은 지옥행 열차를 탈 뻔하다가 간신히 모면한 경우다.

특히, 박한식 교수가 지금 학회장에 없다 보니.

강연자들도 무척 학식이 깊은 박한식 교수의 무시무시한 질문들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그래서 괜히 서로 얼굴을 붉힐 이유도 없게 되었다.

- 야. 김태풍.

- 어? 왜?

- 야. 너, 저기 저 여학생들 보여?

- 뭐? 누구?

마침 김태풍의 옆에 앉게 된 안성훈.

학회 발표가 쭉 이어지던 중간에, 깨끗한 슈트 차림인 안성훈이 눈빛을 반짝이며.

김태풍에게 뭔가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강남 부잣집 출신인 안성훈.

그는 석사과정 2년차 최형수(서울과학고 동문)의 실험 지원까지 받고 있는 터라.

과거에 안성훈은 김태풍과 별로 내왕이 없었고, 그래서 친하지도 않았다.

실험실 동기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자이기도 했고.

그래서 서로가 불편한 사이.

그리고 그 관계는 서로가 졸업할 때까지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달라졌다.

김태풍은 저번 랩미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동기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조금 전.

포스터 발표장에서 무척 곤혹스러웠던 자신과 달리.

김태풍은 아주 여유가 넘쳤고.

그 때문에 안성훈은 완전히 다른 눈으로, 김태풍을 보게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호감마저 생긴 것 같은데.

- 저 여학생들? 혹시 아는 애들이야?

김태풍이 묻자, 씩 웃는 안성훈.

- 야. 너, 선배들 미팅해주기로 했다며?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김태풍은 두 눈을 반짝였는데.

중간고사 기간이 막상 닥치면서, 잠깐 보류했던 미팅 건.

그러나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박사과정 2년 차 선배들은.

김태풍에게 잔뜩 기대의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실험실 신입생들 중에서 제법 사람(?) 같이 생긴 두 사람.

안성훈과 김태풍.

이들 중에서 안성훈은 너무 귀공자 타입이고 빈틈이 없어, 그런 말을 감히 꺼낼 수가 없었고.

그래서 김태풍에게 그들의 기대감이 몽땅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김태풍도.

뭔가 미팅 실적을 내야 할 때였다.

- 그거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아. 정 안되면, 여학생들이 많은 학과로, 직접 찾아갈 생각도 하고 있어.

- 하하. 그런 방법도 있겠네. 하지만 좀 쉬운 방법으로, 내가 다리를 좀 놔줄까?

- 뭐? 네가?

- 응. 쟤네들 말이야.

- 뭐?

- 저 애들, 대학생이거든.

대학생?

김태풍은 이때, 이해가 안 되었다.

어떻게 대학생들이 학회에 오지?

- 아. 나랑 같은 서울과고의 후배 애들인데, 서울에서 동문회할 때 여러 번 봤어.

- ???

- 내가 나름 강남 애들한텐 마당발이거든. 저 애들은 벌써 실험실에 들어가, 실험을 배운다고 하더라고. 미리 학부생 연구원을 하는 셈이지. 그리고 지금 한국대에 다니고 있어.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김태풍의 얼굴이 많이 이상해지고 있다.

- 야. 안성훈. 서울과고 출신에 한국대까지 다니고 있다면, 아주 똑똑한 애들이잖아?

- 당연히 똑똑하지.

- 야. 미안한데, 우리 랩 선배들은 얼굴을 좀 많이 따지잖아. 이건 좀 무리수인 것 같은데? 야. 그렇다고, 나까지 오해하지 마. 나는 여자 얼굴은 별로 안 따져….

그리고 이때, 안성훈은 김태풍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겠다는 듯, 씩 웃는다.

- 걱정 마. 쟤네들, 집안도 빵빵 하고, 외모도 최고야. 내가 특별히 너니까, 신경 써주는 거야. 우선, 먼저 한번 만나보고 나서, 결정해. 뭐, 잘 되면, 꼭 나한테 신세 갚고.

그러고는 안성훈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세를 낮춘 채 조용히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한 여학생의 옆으로 다가가.

웃으며, 뭔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내 미소 짓는 옆 모습이 보이는, 긴 생머리의 여학생.

짧은 대화를 바로 끝내고, 안성훈은 돌아오더니.

김태풍에게 강연장 밖으로 나가자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함께 밖으로 나온 김태풍.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생머리의 그 여대생과 다른 두 여대생이 강연장 밖으로 나왔다.

“야. 김태풍. 빨랑 인사해.”

“아.”

“하하. 여기 최하영, 정민지, 송아란. 한국대 화학과 3학년. 그리고 이쪽은 김태풍. 나랑 동기인 녀석.”

세 개의 시선이 김태풍에게 집중되었다.

“보다시피, 이 녀석도 나처럼 한국연구기술대 학부에서 지금 대학원까지, 줄기차게 한 곳만 파고 있는 녀석이고. 하하. 좀 구려도 너희가 좀 참아.”

“아, 안녕하세요?”

짧은 소개가 끝나자, 바로 웃으며 인사하는 여대생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아! 이럴 수가!’

김태풍은 정말 놀랐다.

어떻게 공부도 잘하고, 어떻게 얼굴도 저렇게 이쁠 수가 있단 말인가.

키도 제법 크고, 허리도 늘씬하다.

과거에 학회를 수도 없이 다녔지만.

저런 여대생들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때, 김태풍의 눈길을 끈 여대생은, 앞서 강연장에서, 긴 생머리에 웃는 옆 모습을 보였던, 최하영이라는 여대생이었다.

“네. 저는 김태풍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때, 뭐라도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김태풍은 엉겁결에 그렇게 대답했고.

생글 웃던 한 여대생은 바로 안성훈에게 말했다.

“성훈이 오빠. 그럼 진짜 점심 사줄 거예요?”

“당연하지. 하지만 물주는 내가 아니고, 여기 내 옆에 있는 동기 김태풍.”

“네?”

“아! 그게 이 친구가 너희들한테 부탁할 게 있다던데? 물론 지금 초면이라서 아주아주 미안하니까, 점심을 사는 거고.”

“오오! 그래요? 부탁? 근데 무슨 부탁이 있으세요?”

그 말을 하면서, 눈빛을 반짝이며 쳐다보는 정민지.

“그게….”

순간, 약간 곱슬머리 끼가 있는 정민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곧 싹싹하게 입을 열었다.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성훈이 오빠 친구면, 저희들한테도 오빠니까, 말 편안하게 하세요.”

‘오! 성격도 좋은데?’

그렇게 정민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목소리도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그럼 성훈이 오빠랑 동갑인 거죠? 히히! 우리 만나서 반가워요!”

아주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며, 밝은 시선을 김태풍에게 날리고 있는 송아란.

그리고 약간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하영도 곧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과거에 노총각이었던 김태풍.

그런 그가 이런 여대생들의 눈빛을 한몸에 받은 것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마 옛날 같았으면 숫기가 없어서 바로 얼어붙었을 텐데.

단 말 한마디도 못 하는 그런 바보, 등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김태풍은 나름 많이 변했다.

그리고 1994년도, 젊고 시크한 X세대답게 말을 하려고.

김태풍은 무척 노력도 했는데.

“음. 다들 반가워. 하하. 말 편안하게 해도 되지?”

거기까지 말하고. 그러나 김태풍은 곧 멈칫하고 만다.

그리고 정신없이 굴러가는 김태풍의 뇌.

‘으으으! 내가 말을 잘했나?’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혹시 내 말투가 꼰대 말투가 아니었을까?

연기 못하는 배우가 로봇 연기를 하듯.

자신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막막 걱정마저 드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김태풍은 이미 실수를 했다.

“네. 다들 반가워.”

네. 다들 반가워? 대체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을까.

그러나 생글 웃는 송아란 때문에.

더는 다른 생각을 못 하고.

김태풍은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먼저 점심부터 먹고 이야기하자. 저쪽 발표가 끝나면, 사람들이 몰려 나올 거니까, 지금 가면 어떨까? 성훈이 너도 괜찮지?”

“뭐, 나야 괜찮지. 야. 너희들, 같이 가자? 응?”

“좋아. 오빠. 우리도 막 배고프던 참이었어.”

그렇게 세 여대생들과 김태풍, 안성훈.

그들은 따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선배들과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약속마저 잊어버리고서 말이다.

지금 김태풍의 머릿속은 온통 미팅 성사 건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이런 경험은 그의 지난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 무조건 잘해 보자.’

김태풍은 아주 진지해지고 있었다.

##

잠시 후.

“소문대로, 광주는 음식 맛이 확실히 좋네요!”

전남대 후문 쪽.

돼지고기 맛집.

과거, 광주 전남대에 몇 번 세미나를 하러 왔다가.

학과 교수들이 하던 말들을 유심히 들었던 김태풍.

그래서 무턱대고 전남대 후문 쪽으로 걸어 나왔던 김태풍은.

정말 우연찮게 눈에 띈 고깃집으로 바로 들어갔는데.

나름 운이 좋았다.

그 가게는 전남대 학생들도 자주 찾는 곳인 듯.

자신들이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뒤로 줄이 주르르 이어진 것이다.

재수가 좋은 날은 뭘 해도 되는 날이다.

아침에 증권사에서 줄을 설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 비슷한 경우.

그리고 지금 정민지는 감탄하듯 말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맛은 최고였다.

거기다가, 코스 세트에 일 인당 5천원밖에 되지 않아.

가격도 저렴하다.

총 다섯 명.

2만5천원이면 충분했다.

“와! 맛있다. 태풍아. 너 여기 맛집인 걸 어떻게 왔어? 여기 한번 와 봤냐?”

안성훈도 지금 감탄하고 있었다.

그 말에 피식 웃는 김태풍.

그러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길 처음 온 것이라고 하면, 그냥 운 좋은 사람으로 비칠 것 같고.

그렇다고 예전에 와 본 사람처럼 행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저 웃는 김태풍.

이때, 고추장 양념이 잘 버무려져 잘 구워진 돼지고기를 한입에 넣고는 최하영과 송아란은 무척 만족한 표정으로 김태풍을 쳐다봤다.

“태풍이 오빤, 음식 쪽에 센스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바로 호기심을 보이며, 묻고 있는 송아란.

그러고 보니, 귀엽게 생긴 송아란은 약간 김태풍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태풍의 시선은 한 번씩 최하영 쪽을 훔쳐보듯 살펴보고 있었는데.

물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심스럽다.

정말,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제 눈에 마음에 들면.

그냥 콩깍지가 쓰인다고 하더니.

계속 눈길이 가는 게 본능같다.

그러나 그런 묘한 상황임에도.

김태풍은 애써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자신은 겨우 석사과정 1년차!

무척 바쁜 시기다.

아무리 자신의 머릿속에 지식이 많다고 해도.

화학과 석사과정으로서, 무조건 뭔가를 합성하고 또 만들어내야 한다.

몸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 시간이 부족할 테고.

아마 제대로 연애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하는 순간.

49살의 이성이 더 뚜렷해지며.

현실감도 더 뚜렷해졌고.

바로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

그래서 송아란의 물음에 김태풍은 좀 더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당연히 아직 없지. 성훈이도 그렇겠지만, 석사 1년차라서 정말 정신이 없어. 학부 때랑은 많이 다른 것 같고.”

“그쵸? 저희도 나름 걱정인데. 저희 실험실 선배님들이 실험하는 걸 보면, 너무 힘들어 보이고, 그래서 저희도 걱정되고. 그럼 요즘 밤새워서 실험하세요?”

김태풍의 대답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그런지.

약간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하영은 바로 자신의 어색한 가면을 던져버리고.

좀 더 편안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때, 김태풍은 최하영의 새카만 눈동자와 눈이 한번 마주친 뒤, 씩 웃으며 대답했다.

“뭐, 우리야 이제 실험을 막 시작하는 입장이라서,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지. 그래도 나중엔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같은데.”

“그쵸? 다들 힘들게 연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회에 나가면 별로 알아주는 것 같지도 않고. 연구원 월급 수준도 그렇게 높지도 않고.”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는 사회에 대한 불평과 불만들.

김태풍은 그런 불평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대다수 이공계 출신들은 사회에 나가면,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항상 받게 된다.

그건 어떤 분야든, 그런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그 바람에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아졌고.

계속 수다를 떨다 보니.

한층 더 서로에게 친숙해질 수 있었는데.

그리고 마침내!

김태풍은 하고 싶은 부탁 이야기를 꺼냈다.

“나한테 부탁이 좀 있는데. 툭 까 놓고 이야기할게. 다른 게 아니라, 우리 랩에 아주 잘 생긴(???) 형들이 아주 많은데. 미팅을 좀 하고 싶어하거든. 혹시 너희들이나 혹은 다른 친한 친구들하고 미팅을 좀 할 수 없을까?”

“네? 미팅요? 저희들 하고요?

그 순간,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는 송아란.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커졌는데.

그녀는 김태풍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게 가능하다면, 뭐, 장소는, 서울에서도 가능해. 주말에 한다면 말이야.”

“그럼 오빠가 주선자?”

“응. 그렇게 됐어.”

“와! 성훈이 오빠가 아니고요?”

힐끔 안성훈을 쳐다보는 송아란.

진짜 마당발이나 다름없는 안성훈은 가만히 있었고.

그저 착해 보이는 김태풍이 저렇게 주선자로 나서는 게 의아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김태풍은 꿋꿋하게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뭐, 내가 어땠어? 하하. 뭐, 선남선녀끼리….”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김태풍의 얼굴이 바로 굳어진다.

무슨 강남 마담뚜도 아니고, 무슨 선남선녀?

이럴 땐, 나이(49살) 냄새가 나는 걸 피할 수가 없다.

“아하하하! 아니, 그냥 잠깐 시간 좀 내서, 서로 재밌게 놀면 좋잖아? 너희들, 이런 미팅은 자주 하잖아?”

그러나 송아란은 고개를 젓는다.

“아뇨. 저희는 미팅 같은 건, 잘 안 하는데.”

뭐?

정색하는 김태풍.

“아. 그럼….”

“하지만, 생각해 보니까,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대신에 조건이 있어요.”

조건?

이때, 송아란은 좌우의 최하영과 정민지에게 눈짓을 하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영이는 남자 친구가 있어서 안 되고….”

바로 그 순간, 김태풍의 가슴!

송아란의 그 말에, 사나이의 가슴이 약간 찌릿찌릿해지고 있었다.

젠장. 차인 건가?

사귄 것도 아니고, 한번 호감이 간 건데.

벌써 차였다고 생각하고 있는 김태풍.

그러나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린 김태풍.

그는 두 눈에 힘을 꽉 주고 있다.

물론 표정 변화를 들키지 않으려고 그러는 건데.

그리고 이어지는 송아란의 말.

“그리고 저도 소개팅이 아니면, 안 하는 편이고. 그래서 저도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민지 역시 저희랑 같이 안 가면 안 가니까….”

뭐? 그럼 셋 다 안된다는 소리잖아?

“대신에 저희 다른 친구들한테 이야기해볼게요. 그런 조건이면 괜찮겠어요?”

다른 친구들? 이거 어떡하지?

약간 불안해진 김태풍.

그는 슬쩍 안성훈을 쳐다봤다.

그런데 안성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저 애들의 친구들 역시 나름 외모가 괜찮은가.

하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으니까.

“하하. 좋지 뭐. 그럼 3대3으로 하고, 그날 주선자는 빼고 만나는 거로 하자. 괜찮지?”

“네. 그래요. 오빠. 그럼 저한테 연락처 주세요. 제가 대표로 연락 드릴게요.”

웃으며, 송아란은 얼른 자신의 삐삐 번호를 알려주었고.

김태풍도 자신의 삐삐 번호를 전달했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며.

점심 식사는 무사히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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