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19화 (119/153)

135-그는 아주 영리한 자다

<44> TPI그룹을 열다

“으음. 선호 그 녀석…. 오늘 중으로… 한번 봐야겠네….”

“회장님. 김선호 사장 말씀입니까? 바로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일성병원 VVIP실.

어느덧 2001년 새해를 맞이하고, 다시 시간이 흘러.

어느덧 2월 중순으로 접어들 무렵.

갑자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김신웅 회장.

그의 얼굴에는 이미 죽음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물론 일성그룹은 일성전자 김인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서.

후계구도가 굳건하게 확립이 된 터라.

김신웅 회장의 부담감은 훨씬 덜하겠지만.

그럼에도 김신웅 회장은 그 다음 세대까지 염두에 두고서, 아직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

또한, 자신의 죽음의 순간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평생 짊어진 그 책임감과 그 끝없는 욕심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시간 뒤.

김신웅 회장의 입원실로 정장 차림의 김선호 사장이 서둘러 들어왔다.

요즘 한창 일들이 바쁜 김선호 사장.

그는 일성제약과 일성SD신약 합병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특히, 조직 체계와 인사, 재무 구조 등을 합치는 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그의 직책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승진 발령이 난 상태인데.

이제 그는 공식적으로 계열사 사장이 된 상태다.

즉, 일성제약과 일성SD신약이 합병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회사.

물론 이름은 여전히 일성SD신약으로 불리게 되겠지만.

이 회사는 신약개발뿐만이 아니라 복제의약품 시장까지 다 포괄하게 되었고.

결국, 이 합병만으로도.

일성SD신약은 곧바로 국내 제약회사 랭킹 1위에 올라서 버렸다.

특히, 일성SD신약의 이런 놀라운 도약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 랭킹 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고.

이전까지 굳건한 국내제약업계 1위이자 또한 건강음료 시장 쪽을 석권했던 동성제약은 곧바로 2위로 추락해 버렸다.

“으음. 선호야. 왔느…냐?”

“네.”

“음. 이리로… 좀 더 가까이 오너라.”

“네. 회장님.”

“흠… 우리끼리인데 뭘… 회장님은 무슨…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아… 네. 할아버지.”

“흐음…. 사실, 오늘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좀 많구나. 최 실장. 이 주사… 좀 잠깐 중단하도록 하지.”

“회장님, 그건….”

“이걸 맞고 있으면… 내 머리가… 점점 더 혼미해져. 김 교수한테 말하게.”

“으음… 알겠습니다. 회장님.”

곧이어 최혁수 실장의 호출을 받은 담당 의사가 VVIP실로 서둘러 들어왔고.

잠깐 최혁수 실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수액과 섞이고 있던 노르스름한 액체 주사액의 흐름을 막았다.

그동안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김신웅 회장.

그러고는 다시 눈을 떴는데.

이미 기력이 크게 쇠한 그는 약간 혼탁해진 눈으로 김선호 사장을 쳐다보고 있다.

“음. 선호야.”

“네. 할아버지.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언제든 부르시면, 제가….”

“아니다. 내가, 내 몸을 잘 알아.”

“할아버지.”

“난 너한테 이것은 꼭 말하고 싶다.”

“….”

“김태풍 박사 말이다.”

“네?”

“너는 김태풍 박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음.”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김선호 사장.

왜냐하면, 김신웅 회장의 앞이라 특히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입을 다시 열었다.

“먼저 정직하게 말씀드린다면, 저는 친구 같은 그런 관계를, 평생 유지하고 싶습니다.”

“으음. 그리고?”

“하지만 저한테는 일성SD신약이 있습니다.”

“그래. 그게 문제지.”

그러고는 잠시 말이 없다가.

김신웅 회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음. 내가 듣기로, 그 친구가 국내 제약회사들을 노리고 있다던데?”

“네. 저도 들었습니다. 이미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라서…. 특히, TPI홀딩스의 인수합병이 무척 공격적이라, 이대로 가면 몇 달 안에 TPI홀딩스는 제약 부문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으음… 나는 말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을 만나왔다.”

“…?”

“그리고 살벌한 재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누군가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고, 또 누군가의 피눈물을 보기도 했다. 그런 악인이 된 덕에… 오늘날의 일성그룹이 남게 된 거다. 흠…. 너는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느냐?”

“음. 할아버지.”

“그래. 세상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

“하지만….”

“김태풍 박사가 그간 어떤 투자행위를 했는지 나는 그동안 충분히 알아봤다. 내가 본 인간들 중에서, 그는 가장 대단한 천재라고 할 수 있어. 그런 자와 네가 싸우는 것만큼, 아마 큰 어리석은 일은 없을 테지. 허나 너는 꼭 이것을 잊지 않도록 해라. 왜 김태풍 박사가 나한테 머리를 숙이고, 또 왜 일성전자 지분 3%를 가져갔는지. 너는 그 이유를 꼭 기억해야 한다.”

“…?”

“그는 아주 영리한 자다. 그리고… 그 녀석은 나이답지 않게 공존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최근 일 년간, 아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이야.”

“음. 공존이라고 하시면?”

“내가 본 김태풍 박사는 의학, 약학, 화학 등의 분야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허나, 우리 일성그룹은 반도체, 휴대폰, 섬유, 제지, 유통, 건설, 전자 등… 다른 주력 산업들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지. 네가 앞으로 제약에서 빛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력이 다른 곳에도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김태풍 박사가 언급되는 동안, 무척 표정이 굳어 있던 김선호 사장.

다행히 김신웅 회장의 입에서 ‘공존’이 언급되고.

또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해서도 이야기되자.

김선호 사장의 표정은 좀 더 밝아지고 있었다.

“네 아버지는, 내가 만들어 놓은 주력 사업들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허나 너는 좀 더 치고받고 싸우면서, 네 힘을 더 기르도록 해라. 훗날 네가 일성그룹을 물려받게 된다면, 이때의 경험들은 우리 일성그룹을 위한 위대한 토양들이 될 것이다. 으음.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이때, 무거운 무게감을 느낀 김선호 사장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파리한 안색의 김신웅 회장.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미소도 잠시.

갑자기 그의 손발이 축 늘어져 버렸고.

또한, 힘없이 눈을 감아버리자.

그 모습에 깜짝 놀란 김선호 사장.

“??? 할아버지!!”

이때, 김선호 사장은 서둘러 담당 의사를 호출했는데.

잠시 후, 김신웅 회장을 확인한 담당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음. 그냥 잠이 드신 겁니다. 아마도 힘을 소진하신 것 같은데. 음. 아시다시피, 회장님께선 아마 다음 달을 넘기시기가…. 나중에 의식까지 잃으신다면, 그땐 생명 유지 장치를 통해서 적어도 몇 달간 더 버틸 수는 있습니다. 암튼 그렇습니다.”

##

그리고 어느덧 봄기운이 조금 더 짙어지고 있는 2001년 3월 중순.

자신의 회사 TPI홀딩스로 소속을 옮긴 김태풍은 이 무렵, 김신웅 회장의 요청에 따라.

그의 병문안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그는 김신웅 회장으로부터 직접 제안을 듣게 되었다.

일성SD신약 지분 5%(시세 가치 2조 5천억 원)를.

아무 조건 없이.

앞으로 3년 안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흠. 대체 왜 나한테?’

무척 혼란스러운 제안을 받게 되자, 김태풍은 무척 고민스러웠지만.

어쨌든 김태풍은 며칠 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일성SD신약 스톡옵션 100만 주에 대한 권리를 드디어 행사하게 되었다.

당시 스톡옵션 계약 때 명기된 스톡옵션 행사가는 주당 5만 원!

이 계약 조건에 따라.

김태풍은 500억 원을 일성SD신약에 지급한 뒤.

총 100만 주 주식 확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현재 일성SD신약의 주가가 무려 272만 원에 달하고 있어, 단숨에 수조 원대의 시세 차익을 보게 된 셈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미국 나스닥지수 풋옵션 상품 등으로 거둔 수익이 있어.

이 세금을 낼 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기도 했다.

어쨌든 이날 김태풍은 100만 주를 확보하면서.

기존에, 파킨슨병 치료제 기술이전으로 받게 된 주식 5만 주까지 합쳐.

이제 무려 105만 주의 일성SD신약 주식을 보유하게 된 상태다.

이것은 시가로 치면, 총액 2조 8,56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가치인데.

사실, 그가 이런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일성SD신약의 시총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음. 이 지분을 천천히 처분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사실 이런 판단을 쉽게 하기가 좀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왜냐하면, 비정상적인 시총 규모와는 달리, 일성SD신약의 도약은 현재에도 빠르게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음. 혹시 모르니까, 견제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긴 한데.’

그러고 보면, 메드TX 시절, 개발된 2건의 신약.

이 신약들은 올 초, 한국 식약청 허가를 얻어, 국내 판매 출시가 된 상태다.

일성SD신약이 파이자(Pizar)에 기술이전한 당뇨병 신약은 현재 미국 임상 1상과 임상 2상을 조기에 마쳤고, 대망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으로 진입한 상태다.

특히, 이 당뇨병 신약의 국내 판권을 일성SD신약이 가지고 있는데.

조만간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고.

조기에 당뇨병 신약 판매를.

국내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김태풍이 혁신신약 연구소 연구소장 직책일 때 직접 관여했던 신약들.

만성폐쇄성 폐 질환 치료 신약과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 신약.

이들은 현재 국내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간 상태이고.

그 외 다른 3종류의 신약들도 국내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한 상태다.

거기다가 일성SD신약의 브랜드 효과까지 커지면서.

복제약 시장에서도 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동남아권과 제3 세계권에 제약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일성SD신약은 올해 초순, 2001년 전체 예상 매출 목표를 대략 5조 원대로 설정한 상태다.

즉, 기존 국내 제약산업계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아주 놀라운 혁신을 그들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론 쪽에서도, 정부 쪽에서도, 일성SD신약의 발전을 더 크게 주목하게 되었는데….

[일성SD신약 김선호 사장, 국가 유공 포상 확정!!]

[새로운 미래 산업, 제약산업 큰 두각!!]

[김태풍 박사 후광 효과? 국내 제약산업 R&D 투자 활발!!]

[혁신적 제약기업, 일성SD신약에 쏠린 관심들!!]

[리베이트 쌍벌제 논의 가속화! 새로운 국가산업 대두! 의료계 반발 점점 수그러져…]

[일성SD신약! 수출 전선 뛰어든다!!]

[2위로 추락한 동성제약, 긴급 R&D 투자 확대!!]

이런 사회적 변화들 속에서.

한편, 김태풍의 TPI홀딩스 역시 이에 질세라, 아주 무시무시한 발전 속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먼저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마친 김태풍!

그는 회사 사장 직책에 오르면서.

좀 더 빠르게 인수합병을 처리했다.

그는 가장 먼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원료 약물 생산 회사를 인수했으며.

또한, 명국제약과 일풍제약 인수도 조기에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리고 이 두 제약회사의 인수 및 합병만으로도.

TPI홀딩스 제약 부문의 국내 랭킹은.

순식간에 10위권 안으로 도약해 버렸다.

그리고 이 모습에 가장 크게 놀란 이들은 기존 제약업체들!

[명국제약, 일풍제약 합병 과정을 거쳐, TPI신약으로 사명 변경]

[우회상장된 TPI신약!! 바로 주가 급등 시작!!]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김태풍은 리칸 홍 이사의 도움으로.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 한신선박 인수까지 순식간에 진행해 버렸다.

물론, 아직 홍콩 스탠더드 은행 인수 건이 남아 있긴 하지만.

지주 회사격인 TPI홀딩스의 회사 규모는 무서울 정도로 커져 버린 것이다.

거기다가 바이오신약 개발이라는 외줄 타기를 하려고 했던 셀테라피의 최경진 대표.

그가 중간에 마음을 바꿔.

김태풍에게 돌아오면서.

다시 TPI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비즈니스 부문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음. 어쨌든 이 정도로 하면, TPI홀딩스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구도가 나름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존 명국제약 연구소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확장시켜, TPI신약 연구소를 세우고 나면, 이제 기본 비즈니스 틀이 제대로 갖춰질 것 같습니다.”

지금 김태풍은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을 하며.

현재 상황에 대해서 평가했는데.

그의 두 눈은 이제 강렬한 기운들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정비 사업에 들어갈 재원 규모. 이게 상당할 텐데… 그럼! 김병철 전무님! 저번 나스닥지수 풋옵션 상품 수익! 즉, 솔로먼 브라더스 측으로부터, 그 보상금 수익이 이제 회사로 들어왔습니까?”

TPI홀딩스 임원 회의장.

가장 상석에 앉은 젊은 CEO 김태풍의 모습은 무척 당당했고.

한편, 그가 지금 나스닥지수 풋옵션에 관련된 솔로먼 브라더스 측 보상금에 대해서 언급하자.

이때, 김병철 전무는 바로 정색을 하며, 입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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