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17화 (117/153)

133-아름다운 약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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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몰 시각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2000년 11월 6일 월요일 저녁.

남녀 연인들이 삼삼오오 강남역 인근에 모여.

가을맞이 거리 공연들을 보고 있는데.

그런 그들의 모습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잠시 미소짓던 김태풍.

그러나 곧 김태풍을 채운 차는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고.

그는 잠시 후 역삼동 TPI홀딩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전기영 전무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게 되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데. 하하. 박사님. 괜찮으십니까? 아, 물론 농담입니다. 참! 다름이 아니라, 아주 좋은 소식들이 있습니다. 특히, 뉴욕 출장 중인 김재균 이사. 김 이사로부터 아주 좋은 소식을 받게 됐습니다.”

노벨상까지 받게 되자, 웬만한 좋은 일에는 무감각해졌지만.

그럼에도 김태풍은 자신의 회사 일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그러고 보면, 홍콩 김재균 이사가 최근 다시 뉴욕에 출장을 가게 된 것은.

바로 뉴욕 햄프리 빌딩 입찰과 관련된 일들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좋은 소식이 왔다는 것은 결국, 빌딩 낙찰에 성공했다는 말인가?

“어떻게 됐습니까? 발표가 났습니까?”

김태풍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아지고, 또 두 눈에 호기심이 더 강렬해지자.

바로 웃으며 대답하고 있는 전기영 전무.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프로젝트 성공했습니다. 빌딩 낙찰,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김 박사님!”

“와! 그래요? 그거 정말 좋은 소식이군요!”

김태풍의 입가에 바로 미소가 한가득 피어올랐는데.

생각해 보면, 이번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은 이제 뉴욕 대형빌딩, 햄프리 빌딩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특히, 뉴욕 꼭대기 층에 자신의 펜트하우스를 가질 수 있으며.

더군다나 헤지펀드에 가담하고 있는 세계적인 재력가들과 이웃이 될 수도 있다.

거기다가 뉴욕 쪽 사업을 구상할 수 있으며.

아주 땅값 비싼 곳에 거점을 잡고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들을 창출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낙찰가는 얼맙니까?”

“최종적으로 5억 5천만 달러. 이게 최종 낙찰가가 됐는데, 제가 듣기로 상대 진영에서 5억 2천만 달러를 써낸 터라, 아주 근소한 차이로 낙찰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6억 달러 채권 인수 조건은 따로 있습니다만, 예상가보다 5천만 달러 정도가 덜 들어간 터라,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아, 그럼 혹시 이번 일에, 뜻밖의 행운 같은 게 있었습니까? 제가 요즘 사실상, 노벨상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뒷감당이 어려운 상인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욕심도 안 냈을 텐데. 휴! 어쨌든 그간 어떻게 진행되었던 겁니까?”

그렇듯 김태풍이 그간 상황에 대해서 궁금해하자.

전기영 전무는 바쁜 그를 위해서, 그간의 긴 사정을 아주 간단하게 줄여서 대답했다.

“10월 12일, 햄프리 빌딩 입찰 마감 직전에 큰 변수가 있긴 했습니다. 달런펀드라는 국제사모펀드 쪽인데. 이 펀드는 상류층 유태인 뉴요커들이 결집해서 만든 대형 규모의 펀드입니다. 이쪽 펀드 쪽에서도 햄프리 빌딩에 관심이 아주 컸습니다. 만약 그들과 경쟁했더라면, 절대 쉬운 게임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근데, 뒤늦게 저희가 수집한 정보에서, 그들은 9월 말경에 갑자기 입찰 경쟁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대형 사모펀드 달런펀드가 중간에 빠졌다?

“음. 이유가 뭡니까?”

“뭐, 뉴욕 출신인 김재균 이사님이 그쪽 지인들을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알아본 바로는, 그쪽 펀드의 핵심 인사가 햄프리 빌딩 인수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고 합니다.”

“음. 반대라고 하시면?”

“사실, 그게 좀 묘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HK투자파트너스 소속 인수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그 이상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양한 경로에서 햄프리 빌딩 상황에 대해서 재삼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햄프리 빌딩에는 전혀 하자가 없다고 최종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까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빠지면서, 좀 더 쉽게 낙찰까지 갔다는 것이다.

만약 달런펀드가 움직였다면, 낙찰가격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김태풍의 햄프리 빌딩 인수도 무척 어려워졌을 거라는 이야기다.

‘음. 달런펀드? 유태인?’

그러고 보면 유태인들의 부동산 사랑은 아주 유별날 정도다.

뉴욕 맨해튼 땅 위로 솟아있는 크고 작은 빌딩들.

이 빌딩 대다수 소유자가 바로 유태인이라고 한다.

실제로 유태인들을 부동산 귀족(real estate baron)이라고 한때 불리기도 했는데.

특히, 1970년대 그리고 1980년대, 이때 유태인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고.

당시, 유태인 최고 부자들 중에 절반가량이 바로 부동산 및 임대료 사업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재력을 바탕으로.

나중에 그들은 금융 중심지 월 스트릿을 장악할 수 있었고.

이후, 금 시장, 다이아몬드 시장, 환율 시장, 국제파생상품 시장 등으로.

그 활로를 한층 더 넓혀나간 바가 있다.

‘음. 누굴까? 대체 누가 반대를…? 음… 근데 혹시 설마 그 사람이?’

이때 갑자기 김태풍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는 한 유태인 남자.

왜 그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의심부터 들었다.

명확한 이유 없는 반대.

그 때문에 달런펀드가 빌딩 입찰을 그만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으로부터 이 일과 관련해서 따로 연락을 받은 게 없었고.

그래서 김태풍은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고 만다.

‘음. 진짜 운이 따른 걸까?’

과연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까, 곧 미국 대선이네.’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 미국 대선 쪽에도 저절로 관심이 쏠리게 된 김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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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2000년 11월 7일.

이날, 미국은 각 주마다 투표행렬이 쭉 이어진 가운데, 대략 51%가량 되는 투표율을 보이며, 이 투표 절차를 조용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한국에서는 2000년 11월 8일부터 시작해서.

미국 대선 집계 소식들이 하나둘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때문에.

미국 대선 쪽에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있던 한국 국민들.

특히, 매 시간마다 대선 결과들이 업데이트되자.

한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 선거제도 때문에, 사람들은 색다른 흥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일리노이주! 미시간주!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승리 확정!]

[뉴햄프셔주! 인디애나주! 오리건주! 공화당 부시 후보 승리 확정!]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앨 고어 후보의 압도적 승리!]

[과연 박빙 승부가 나올 것인가? 초미의 관심 집중!]

[오하이오주 대승리! 앨 고어 후보! 대선 승리 가능성 증폭!!]

[이제 미국 대통령 당선 변수는? 초미의 관심 집중!! 대망의 플로리다주와 아이오와로 관심이 쏠리며…]

- 뭐야? 뭐야? 왜 이렇게 복잡해?

- 선거인단이라는 게 대체 뭐야?

- 야. 그럼 우리나라 직선제가 더 깔끔하잖아?

- 그건 미국이 연방국가라서 그렇잖아. 그래서 각 주마다 따로 행정, 사법 등 자치권이 확실히 인정되고 있는 거고….

어쨌든 이런 보도들을 접하면서.

한국 국민들은 수군거렸는데.

그러다가 드디어 박빙 승부의 점을 찍는 아주 놀라운 뉴스 속보들이 곧 이어지고 있었다.

[이변 속출!! 앨 고어 후보!! 공화당 텃밭 오하이오주에서 대승리!!]

[앨 고어 후보!! 위스콘신주까지 선거인단 확보!! 전체 선거인단 과반수 270명 초근접!]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발표된 또 다른 속보들.

[(긴급 속보) 앨 고어 후보! 선거인단 과반수 270명 넘어서며…]

[과반수 달성!! 앨 고어 민주당 후보!!]

[결국, 머리를 감싸며 절망하는 부시 공화당 후보]

[앨 고어 지지자들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다!]

[환호하는 앨 고어 지지자들, 답례하는 앨 고어 당선자]

[초미의 관심! 미국 대선, 앨 고어 당선 확정!!]

[새로운 미국 역사가 시작되다!]

[앨 고어 케어, 미국 국민들의 간절한 선택인가?]

[앨 고어,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우뚝 서며, 새로운 시대를 열다]

‘우와! 이럴 수가! 앨 고어가 대통령이라고?’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 버렸다.

그러고 보면, 시간과 사건은 유기적이다.

시작점에서 변화가 생기는 순간.

그 변화는 마치 도미노처럼 모든 것들을 서서히 바꾸며, 또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태풍의 회귀 전 과거.

부시 후보가 대선 승리를 하며,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이 되었지만.

김태풍이 개입한 이 시대!

이 시대에서는 미래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사실, 회귀 전 당시, 앨 고어 후보는 전체 득표수에서는 부시 후보를 근소하게 앞질렀지만.

미국 선거제도의 특징인 선거인단 수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밀리게 되면서, 결국 패배의 쓰디쓴 고배를 마시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원래 역사가 아닌가.

그러나 현재는.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렇듯 미국 대선 결과가 그렇게 나온 뒤.

그로부터 며칠 뒤.

김태풍의 휴대폰으로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그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앨 고어 당선자 측의 최측근 고든 머레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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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말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쁘시겠습니다?”

- 하하. 뭐,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더욱 감사합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길 무척 기대했는데. 이렇게 그 소원을 이루고 나니까, 다소 만감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하하! 참, 그러고 보니까, 제가 보낸 선물은 잘 받으셨습니까?

“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바로 이해하지 못해 바로 되묻다가.

문득 김태풍은 무언가를 동시에 감지하게 되었다.

갑자기 뉴욕 햄프리 빌딩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혹시 햄프리?”

- 하하. 뭐, 저희 쪽에서는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다들 욕심이 너무 많다 보니, 그냥 뛰어든 건데. 하지만, 김태풍 박사님이 그쪽 물건에 관심이 꽤 많은 것 같아서, 일단 저희는 그냥 물러났습니다. 뭐, 이번 대선 승리에 대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고든 머레츠는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사실을 감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앨 고어 후보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비로소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모양이다.

“음. 그럼 혹시 이게, 앨 고어 케어에 대한 대가입니까?”

그렇듯 김태풍이 직설적으로 묻자.

고든 머레츠는 바로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 하하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건 단순히 선물입니다. 극히 작은 선물. 뭐, 앞으로의 좋은 관계를 위한 그런 목적성 선물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저희는 김 박사님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뭐, 국가적 이슈야 어쩔 수 없겠지만… 같이 협력하면서, 함께 좋은 길들을 모색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고는 고든 머레츠는 좀 더 설명했다.

- 미국 사회 역시 요즘 한국 사회만큼이나 앞으로 큰 변화들이 생기게 될 겁니다. 앞으로 저희가 만들어나갈 미래의 모습은 확실히 다를 겁니다. 그래서 저로서도 무척 기대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김 박사님께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저희는 언제든 치를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결국, 협력과 공생은 큰 목적이긴 해도, 당연히 대가 없는 헌신은 절대 있을 수가 없지요.

그러니까 고든 머레츠는 미래 지향적 파트너쉽을 이야기하면서, 자본주의적 경제적 관점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즉, 대가 없는 헌신은 없고.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또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겠다는 이야기다.

한편, 김태풍은 아주 복잡한 국가적 이념이나 정치적 이슈들보다는, 이런 간단한 논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음. 좋습니다. 저도 앞으로, 계속 좋은 관계들이 유지되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말하던 김태풍.

그리고 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웃나라 일본 문제였다.

미래의 일본은 대한민국을 무척 괴롭히게 되는데.

그런 일본에 제대로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그런 절묘한 카드.

불현듯 그는 그걸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로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그리고 어느덧 초겨울이 시작되고 있는 2000년 12월 8일이 되자.

이날, 김태풍은 노벨상 수상 전,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에서 노벨화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하게 되었다.

이때, 열화와도 같은 박수를 끝으로, 김태풍은 그 강연을 성공리에 마쳤고.

그리고 이틀 뒤.

2000년 12월 10일.

드디어 김태풍은 스웨덴 국왕 카를 구스타프 16세로부터 노벨화학상을 수상받게 되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태풍의 부모님, 박한식 교수, 미국 코니 교수, 윤광진 청와대 수석비서관.

그리고 노벨상 수상을 위해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날, 자신이 직접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자신의 아름다운 약혼녀, 케이트 코니.

그녀 역시, 이날 시상식 축하객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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