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16화 (116/153)

132-그의 부업은 투자 천재

<43> 아름다운 약혼녀

2000년 10월 12일 아침.

이날, 김포공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공항 경찰 등은 긴급 바리케이드를 쳐 가며 통제까지 해야 할 정도로 그 열기가 아주 대단했는데.

“오늘, 저는 국민의 한 명이자 대한민국 과학기술부를 대표하여, 자랑스러운 노벨상 수상자인 김태풍 박사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간 김 박사님께서 보여주신 끊임없는 열정과 과학에 대한 사랑은, 이제 국민적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날, 과학기술부 장관은 기자회견장에서 아주 흥분된 표정으로 자신의 소회를 밝혔고.

또한, 김태풍과 힘껏 포옹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젊고 활기찬 김태풍 박사의 모습.

이것은 김포공항에 운집한 사람들 외에도,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호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 와! 김 박사님! 기분이 어떻습니까?

- 김 박사님! 노벨상 수상이라는 큰 영예를 안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 어제 일성SD신약이 개장 직후 상한가를 쳤습니다. 앞으로 신약개발 방안은 어떻습니까?

- 김 박사님! 혹시 정치 쪽으로 뜻이 있습니까? 우리나라 과학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 박사님! 아직 병역 문제가 남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현재 군인 신분인 겁니까?

- 김 박사님!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 전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들은 무엇입니까?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 그게 대체 뭡니까?

- 김 박사님! 혹시 향후 노벨생리의학상까지 노리시는 겁니까?

- 김 박사님! 앨 고어 케어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곧 이어진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

이 기자회견장에서는 그렇듯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이 대답들을 하느라 한참 정신없었던 김태풍.

그래도 간신히 그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그는 곧장 청와대로 이동했다.

“하하하, 하하하! 김 박사님. IMF로 정말 힘든 시기에, 국가를 위해 아주 큰 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김 박사님 수상을 전부터 꼭 믿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대통령.

그와의 오찬을 함께 하며, 계속 한담을 나눴고.

이때, 각 방송사 촬영팀들은 이 장면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렇게 청와대 면담은 우선 끝난 것 같았는데.

하지만 김태풍의 공식 일정.

그것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일성그룹, 그룹총괄 전략기획본부에서 바로 연락이 왔고.

이때, 전략기획본부 서정철 사장이 직접 나타나.

향후 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김 박사님!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대단한 일을 꼭 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런 대단한 일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 이제부터는 한층 더 바빠지실 겁니다.”

사실, 서정철 사장은 그룹 내 직급이 아주 높지만.

지금 그는 김태풍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면서.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실제 오후부터 김태풍의 공식 일정은 그야말로 강행군이나 다름없다.

즉, 국민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그는 각 지상파 방송국들과 별의별 인터뷰들을 진행해야 했고.

각 신문사 인터뷰, 잡지사 인터뷰 등등.

거기다가 그 다음 날부터는 각종 행사 참여까지.

다시 말해서, 귀국 첫날부터 거의 2주간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김태풍은 무척 바빴다.

특히, 젊은 천재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워낙 큰 이슈이다 보니.

현재, 김태풍과 관련된 일들이라면 무조건 기사화가 되어.

신문 1면 혹은 2면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거기다가.

그 와중에, P일보 장항준 기자.

그는 김태풍의 투자 이력들과 관련된 첫 기사를 터트렸는데.

그걸 기점으로.

김태풍의 대단한 투자 경력들이 폭발적으로 기사화되어 각 신문마다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각종 유언비어가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하는 증권가.

이런 증권가에서, 해외 주식, 유가 옵션, 금 옵션 쪽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의 사례는 이미 큰 이슈거리가 되고 있는 중이었는데.

특히, [고스트 뱅커(ghost banker)]라는 호칭까지 붙어 있는 이 투자자가, 바로 김태풍 박사라는 것!

이게 장항준 기자의 특종을 통해서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김 박사님. 음. 더는 미루지 말고, 공격적으로 발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이헌영 전무의 법적 조언을 받아들인 김태풍.

그는 곧바로 자신의 투자행위들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이때, 자신의 과거 소액 투자에서부터, 지금까지 진행해 온 각종 투자 이력들을 털어놓았는데.

이 담담한 기자회견은 다시금 국민적 핫 이슈가 되고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 그의 부업은 투자 천재!]

[오마하의 현인을 월등히 넘어서는 투자 천재의 등장!!]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수익률!! 김태풍 박사!!]

[바닥부터 시작하여 수조 원대의 수익을?]

[천문학적인 수익률, 선물옵션 투자의 정답!! 김태풍 박사!!]

[김태풍 박사의 새로운 영향력 폭발! 한국증시 가파른 상승세!! 너도나도 증권시장으로…]

[급보!! 코스피 지수 곧 1,600대 돌파 예정!!]

[한국증시 활활 불타오른다!! 이른바 김태풍 효과!! 투자자들 열광!! 열광!! 열광!!]

그렇듯 한국증시에 개미 투자자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한국증시는 대단한 활황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김태풍과 관련된 또 다른 기사들도.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었다.

[(특종) 대한민국 최고 천재 김태풍 박사. 국내 최대 투자회사 TPI홀딩스 최대 주주인 것으로 알려져…]

[(특종) 김태풍 박사 미국 TSP 최대 주주…]

[(특종) TPI홀딩스, 홍콩계 대형 투자회사 인수한 것으로…]

[(특종) TPI홀딩스 자산 가치, 5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거기다가 김태풍과 관련된, 제약산업, 교육 등과 관련된 이슈들도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태풍 박사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제약산업 개혁!]

[집중해부! 한국제약산업의 미래는?]

[제약산업계에 리베이트 쌍벌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제약 리베이트 철폐 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

[새로운 교육 시스템 논의 활발! 새천년 과학 인재양성 시급!]

[영재, 천재를 귀족화하는 배타적 교육 혁신에, 김태풍 박사 심각한 우려 표명!!]

[수학만 잘하는 사람은 그냥 수학자로, 진짜 천재는 융합적 인재다. 김태풍 박사 논평!]

[천재는 무엇이며? 또 영재는 무엇인가?]

그리고 바로 이 무렵.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자로서의 김태풍에 대한 비난 기사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자.

이때 김태풍은 곧바로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특종) 노벨상 수상자, 김태풍 박사 노벨상 수상 상금 전부 기부 의사 알려와….]

[(특종) 김태풍 박사,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2천억 원 기부!]

[(특종) 김태풍 박사, 청년 과학인 육성 재단 설립 예정! 국내외 대기업 총수 협력 줄이어…]

그리고 한편.

선선했던 아침 기온이 어느새 뚝 떨어지며.

날씨가 무척 쌀쌀해지고 있는 10월 말경이 되자.

김태풍의 모교인 한국연구기술원 측.

그곳에서는 학교를 빛낸 김태풍에게 아주 유리한 사회적 이슈를 즉각 제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이슈!! 병역특례법 개정에 대한 요구 활발! 왜 노벨상 수상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못한 건가?]

[시민단체와 학계 요구 봇물! 국회, 서둘러 입법 추진 예정!]

[향후 개정에 따라 김태풍 박사, 2000년 12월 31일 자로 복무 만료 가능!]

[병석의 김신웅 회장, 직접 김태풍 박사에게 연암상 시상하기로…]

그렇듯 대한민국은 지난 한 달 사이, 무척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단연 그 화제의 중심에는 김태풍이 있었다.

특히, 국민 모두가 놀랄 정도로.

너무 많은 화젯거리가 그에게 있어.

김태풍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이제 국내외 연예 스타들을 완전히 압도할 정도로 커져 버린 상태다.

그리고 어느덧 미국 대선을 코앞으로 앞둔 2000년 11월 6일 월요일!

아침 기온이 섭씨 6도로 뚝 떨어져, 이제 초겨울의 날씨가 은근히 느껴지는 이 날.

최근 바쁜 일정으로 약간 얼굴이 해쓱해진 김태풍은 일성SD신약 김선호 대표의 호출을 받았고.

김선호 대표의 사무실에서 향후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

“음. 그럼 김 박사님. 그럼 다음 달 말일까지만 근무하시고, 퇴사하시는 겁니까?”

“휴!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곧 개정안이 나온다고 하고. 제가 듣기로, 복무 기간이 그 날짜에 종결된다고 하더군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사실, 그간 김 박사님 덕분에 일성SD신약 전체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 저희 주가가 무려 300만 원대입니다. 이제 소액주주 유치를 위해서라도, 액면 분할까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김태풍의 퇴사 사실이 주주들에게 알려진다면.

도미노처럼 주가 하락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걸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일성SD신약은 이미 탄탄한 신약개발 회사의 모습을 갖춘 상태다.

“그럼 이곳을 퇴사하신 뒤에는, 그 회사들을?”

“네. 우선은 TPI홀딩스 쪽에 좀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미국 TSP 쪽은 공동 대표를 겸하면서 그쪽 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한편, 눈빛이 여전히 밝은 김선호 대표.

그는 여전히 귀공자같은 모습이지만.

그러나 이전과는 좀 달라진 점이 확실히 있었다.

그간 대한민국 신약개발의 최일선에 서서.

기업 대표이자 한국 신약 산업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해 오다 보니.

그의 전신에서는 그에 걸맞은 기운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그건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위압적인 기운이 아니었다.

오히려, 김선호 대표다운 부드러우면서도 굳건한 의지.

그런 게 더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인데.

그래서 김태풍이 보기에도 무척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제가 김 박사님께 여러 차례 큰 신세를 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번 9월 중순. 그룹사장단 회의가 끝난 뒤, 부회장님 지시로 일성제약과의 합병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중요 회계자료들까지 외부에 유출되면서, 심각한 정부 조사까지 받을 뻔했습니다. 물론, 김 박사님 노벨상 수상 덕분에, 그 일이 잠깐 흐지부지된 상태이고, 그 덕분에 시간도 좀 벌었습니다. 뭐, 실수한 부분들은 바로 인정하고 빨리 시정하는 게 기업인의 도리일 겁니다. 여러모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럼 합병은 기존대로 진행되는 겁니까?”

“아마도 그렇게 될 겁니다. 그게 수순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장님께서 저한테… 하하! 저한테 일성제약까지 맡기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일성SD신약 대표이긴 해도 직급은 부사장급이 아닙니까? 곧 사장 승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김태풍.

그는 흠칫 놀라며 두 눈을 반짝거렸다.

현재 병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노령의 김신웅 회장.

그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이건 충분히 놀랄 만한 발언이었다.

왜냐하면, 일성제약을 맡는다는 것.

그것은 결국 김선호 대표가 일성그룹 사장단의 정식 멤버가 된다는 말이다.

즉, 일성그룹의 현안을 주도하고 있는 가장 핵심 그룹에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

“와! 정말 축하드립니다! 김 대표님!”

김태풍은 환하게 웃으며 축하했고.

이때, 김선호 대표는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어쨌든 자신의 이런 출세는 결국 김태풍 덕분인 것이다.

“그럼 일성전자 김재호 전무님께선?”

“아, 김재호 전무님? 음. 저희 형님…. 네. 저희 형님은 아마, 조만간 일성섬유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이 날 겁니다.”

“네? 아… 아… 그렇군요.”

이때,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태풍.

사실, 아주 젊은 나이에 부사장 승진은 무척 좋은 것이지만.

그러나 일성섬유 부사장이 된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그렇구나. 김재호 전무가 결국 그렇게 됐구나. 핵심에서 벗어났으니까, 이른바 좌천된 거나 다름없는데. 결국, 어쩌면 이곳에서도 미래가 바뀔 수 있겠구나.’

김태풍은 그렇게 생각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