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13화 (113/153)

129-스톡홀름 발표

“현재 이 은행은 부도 상태가 아니어서 지분확보가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리칸 홍 이사님의 의견은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 인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음.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라면, 연예기획사입니까?”

“네. 그러나 그런 비즈니스 측면이 아니라, 다른 쪽을 유심히 봐야 합니다. 현재 스타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큰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 대략 3억 홍콩 달러(원화 430억 원)를 투자하게 된다면, 이쪽 지분 32% 인수가 가능할 거라고 봤습니다.”

“네. 그럼 그 가치는요?”

“지분 32%. 이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충분히 제1 주주가 되어, 충분히 회사 인수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스타엔터테인먼트 법인이 홍콩 한신선박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의 가치가 대략 원화 600억 원 수준입니다.”

“음. 그래서요?”

“여기서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즉, 이 한신선박의 경우, 최근 선박 좌초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크게 급락한 상태입니다. 원래 시총 규모는 대략 3조 원에 달했는데, 완전히 주가가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특이점은, 바로 홍콩 스탠더드 은행 지분 16%를 갖고 있다고 겁니다. 그래서 리칸 홍 이사님의 계획은 스타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이어서, 홍콩 한신선박을 차례로 인수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김태풍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무언가 만들어질 만한.

뭔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스타엔터테인먼트 법인이 보유한 홍콩 한신선박 지분 25% 외에도, 장내 매입을 통해서 한신선박 지분 최대 6%를 확보하게 된다면… 총 31% 지분확보를 통해서 제1 주주로 올라설 수 있으며, 결국 한신선박 인수도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3억 홍콩 달러(원화 430억 원)를 스타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서 지분 32%를 인수하고.

그 과정에서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자는 의미였다.

이후, 150억 원(지분 6%)을 추가로 들여서 홍콩 한신선박 주식을 확보한다면.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가 가지고 있는 홍콩 한신선박 지분 25%와 합쳐져.

총 31% 지분확보가 가능하며.

이때, 홍콩 한신선박 인수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즉,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와 홍콩 한신선박을 먼저 확보한 뒤.

그 다음에 홍콩 스탠더드 은행 인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홍콩 한신선박을 인수하게 되면, 홍콩 스탠더드 은행 지분 16%를 갖게 되는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략 58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즉, 홍콩 스탠더드 은행 지분 16%를 확보하는 데.

고작 58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특히,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 인수 쪽에, 리칸 홍 이사님의 인맥이 작용할 겁니다. 그쪽 회장님과 리칸 홍 이사님의 친분이 무척 두텁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은 인맥이다.

“그리고 홍콩 한신선박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여러 기관들과 주요 개인 투자자들도, 리칸 홍 이사님과 친분이 두텁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 말씀은?”

“네. 향후 필요할 경우, 홍콩 한신선박 지분의 추가 인수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건 듣던 중, 정말 반가운 소리로군요. 혹시 그들이 나중에 등을 돌릴 수도 있으니까, 추가 지분확보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그래서 저는 그 점을 고려해서, 추가 몇백억 원 정도를 예비 투자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홍콩 스탠더드 은행 쪽 지분. 이 지분은 최대 35% 정도까지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홍콩 스탠더드 은행 채권자들, 그리고 은행 측과도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 협상이라고 하시면?”

“아! 근데, 김 박사님! 이 협상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간단히 먼저 말씀드리면, 이 은행의 자산가치, 무려 21조 원이나 되지만, 현재 시총 규모가 고작 3조 원에 불과합니다.”

“네. 가치가 아주 낮군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은행 지분이라는 특성상, 거대 지분 자체를 단순히 돈 주고 사기가 힘들다는 걸 놓고 봤을 때. 이런 지분 협상이 꼭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현재 스탠더드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는 총 6조 원 규모. 채권 규모가 시총 규모를 압도하고 있는 데다가, 이게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 우선은 홍콩금융관리국 감독을 받아 조정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고 있는 그의 말.

“다행히 투자회사 HK투자파트너스가 홍콩에 위치하고 있어, 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즉, 리칸 홍 이사님의 말씀은, 최대 4조 원 정도의 채권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지분 35% 인수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음. 채권 4조 원 매입이라? 그건 너무 크지 않습니까?”

“네. 하지만 그건 수치상으로만 그렇죠. 채권 매입 때 할인이 들어가서, 1조 원으로 대략 2조 원짜리 채권 매입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남은 2조 원짜리 채권은 배당부 장기 우선주(의결권은 없으나, 연 단위 배당 비율을 산정하여 배당금 지급) 형식으로 은행 측과 협의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당부 장기 우선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향후 받게 되는 배당금으로 이자를 내면 됩니다.”

“음. 그리고요?”

“이 채권 인수를 완수했을 때, 이때, 은행 지분 35% 인수가 가능하게 되는데. 이때, 앞서 채권 2조 원을 담보로 해서, 대출 옵션을 실시한다면, 총 1조 원을 빌릴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도 홍콩금융관리국 협조를 받아 인수옵션에 넣고 진행하면 될 겁니다. 그래서 결국 이 돈으로 지분 35%를 사면 되는 일이라, 결국 최대 1조 1,000억 원 내에서 스탠더드 은행 인수가 가능하게 됩니다.”

“그럼 나머지 채권은요?”

“뭐, 여전히 남아 있는 채권 2조 원에 대해서는, 풋백 옵션 조항으로 묶어 두어, 한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면 됩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비슷한 예가 한국에도 있었다.

IMF 초창기.

한국의 신흥은행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휘청거렸고.

결국, 정부는 공적 자금 17조 원을 쏟아붓게 된다.

그러나 이런 천문학적인 자금 집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실 은행이었던 신흥은행.

결국, 정부는 이 신흥은행을 서둘러 처분하고자 했고.

이때, 대규모 유상감자 외에도.

액면병합, 그리고 풋백 옵션 조항까지 미국계 사모펀드 측에 주면서.

1999년 중반, 미국계 사모펀드는 이 은행 지분 51%를 가져가는데, 고작 5천억 원을 지출한다.

그리고 5년 뒤.

이 미국계 사모펀드는 신흥은행을 되팔아, 1조 1,50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되는데.

반면,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5조 3천억 원대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것은 이후에 등장하는 론스타 사건의 그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은행 인수의 이익은 뭡니까?”

“앞으로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특히 세계 경기가 살아나게 된다면, 이 은행 역시 활로가 크게 열리게 될 겁니다. 특히, 제가 지난 2년간 한성경제금융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충분히 그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은행의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을 크게 줄이는 한편, 각종 금융 비전들을 확보한다면, 최대 5년 이내에, 2조 원 이상의 이익을 낸 뒤 은행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즉, 이건 투자 측면에서의 이익 부분이 될 테고. 기타, 홍콩을 거점으로 한, 아주 대단한 국제투자행위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전기영 전무는 설명을 마치고 있었다.

“음. 좋습니다. 그럼 우선 좀 더 진지하게 검토부터 한 뒤, 홍콩 스타엔터테인먼트, 한신선박, 스탠더드 은행 인수 건에 대해서, 다시 논의하도록 하지요.”

그렇듯, 김태풍은 단순 투자 개념을 넘어서, 홍콩 은행 인수라는 거대한 인수전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어느덧 2000년 10월 7일 토요일이 되자.

병무청 허가와 일성SD신약의 허가를 득한 해외여행.

즉, 자신의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기 위해.

김태풍은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특히, 이날은 초가을 날씨가 더 무르익어, 하늘이 무척 맑았는데.

그리고 긴 비행기 여행 끝에.

김태풍은 드디어.

뉴욕 인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하게 되었다.

<42> 스톡홀름 발표

점점 더 강렬하게 터져 나오고 있는 격렬한 사운드의 음악!

마음 내키는 데로 마음껏 몸을 흔들어대고 있는 남녀들.

그리고 강렬한 조명의 스테이지 쪽.

그곳에서는 남녀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며 격렬한 댄스를 추고 있었다.

2000년 10월 9일 월요일 밤늦은 시각.

이날, 맨해튼 32번가에 위치한 댄스 클럽.

저녁 10시부터 오픈된 이곳은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조명이 요란하게 발산하고 있는데.

수많은 젊은 남녀들은 한데 어울려,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한편, 김태풍은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지만.

그래도 금방.

이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재밌지 않나요? 대니!”

지난 브룩하이머 교수 일을 알고 있어.

김태풍의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려고.

미국 셀럽들도 많이 온다는 유명 클럽.

이 클럽으로 그를 데려온 아름다운 케이트 코니.

늘씬한 그녀는 아주 환하게 웃으며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김태풍은 그녀와 한데 어울려.

댄스 음악에 푹 빠져들고 있다.

“대니. 요즘 절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보다, 당신이 여길 온 걸 알게 된다면, 아마 기자들이 더 많이 몰려들 거예요.”

이곳에 오기 전.

간단히 케이트로부터 춤추는 법을 배운 김태풍.

그래서 춤 솜씨가 절대 좋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그는 그녀와 보조를 잘 맞추고 있다.

그래서 더 즐거워진 케이트 코니.

그녀는 하얀 치아마저 드러내며 웃으며.

한 번씩 그의 귀에 바짝 입을 대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그녀의 간질간질거리는 속삭임에.

그녀의 부드러운 입김에.

자연, 기분이 더욱 업되고 있는 김태풍.

어느 순간, 남자다운 자신감마저 넘치며.

그의 행동은 더 과감해지고 있다.

하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그는 한걸음 바짝 다가서고 있었는데.

부드러운 원피스 차림인 케이트 코니.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리고 의아해하는 그녀를.

그는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입맞춤을 한다.

마치 러브 인 뉴욕 영화에 나온 남자배우와 그녀의 키스 장면을 질투하듯.

“아. 대니.”

강렬한 김태풍의 입술.

아름다운 금발 미녀, 케이트 코니.

그녀의 두 눈은 자연 커졌다가, 이내 눈이 사르르 감기고 있다.

이때 김태풍의 온몸은 온통 유해지며, 격렬하게 심장은 뛰기 시작한다.

요란한 사운트 트랙의 음악!

숨 쉴 틈 없이 장내를 울리고 있는 팝 댄스 음악!

그러나 그런 음악적 떨림과는 별개로.

이들 두 사람.

그들의 키스는 이어지고 있었다.

- 어머. 근데 저 여자 케이트 코니 아냐?

- 어머~ 몸매 너무 이쁘다.

- 근데 저 남자 누구지?

그리고 어느덧 다음 날 아침.

뉴욕에서 어느덧 나흘째를 맞이하던 이 날 아침.

전날 밤늦게까지 클럽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던 김태풍과 케이트 코니.

이들 두 사람은 현재 한 침대에 누워서, 아주 평화롭게 잠이 든 상태다.

그런데 얼마 뒤.

김태풍의 휴대폰 전화.

그 휴대폰이 아주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바로 이날은 2000년 10월 10일.

즉, 스톡홀름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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