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10화 (110/153)

126-미국 대선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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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할아버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냉혹한 아버지.

동생 김선호가 자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언제든 자신을 버리고.

동생 김선호를 택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저 김선호가 빼어난 기업 실적으로 이미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재호 전무는 무척 답답하다.

과연 자신도 과거에 동생처럼 벤처 기업을 세우고.

또 그 벤처 기업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가꾸어야만 했을까.

하지만, 자신은 그런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좀 더 안정되고, 또 좀 더 힘 있는 길을 선택했다.

거대한 일성그룹 인맥 조직을 차근차근 손안에 거머쥘 생각이었고.

이런 인맥의 힘을 이용해서.

일성그룹 계열사들을 아주 성공적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경쟁자인 동생 김선호의 힘을 약화시킬 생각이었고.

또, 그를 조기에 한직으로 보내버리는 그런 무혈 계략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어마어마한 변수가 실로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태풍이 되어 나타났다.

자신의 눈앞.

미처 자신도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일성SD신약.

그 회사가 자신의 앞에 철벽같이 버티고 서 있지 않은가.

이 회사는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었고.

김신웅 회장과 김인철 부회장의 마음마저.

온통 흔들어대고 있다.

현재, 일성SD신약의 시총 규모는 어느덧 일성전자 규모를 위협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김재호 전무에게는 무척 뼈 아픈 일이었다

“배 상무님! 이번에는 배정현 사장님께서 확실히 옷 벗을 각오를 하시고 나서야 할 겁니다. 다음 달 중순에 예정된 사장단 회의! 이날 부회장님께서 회장님을 대신해서, 이 회의를 주관하게 되실 겁니다. 이 회의에서 무조건 변화가 생겨야 합니다. 무조건 일성SD신약은 일성제약과 합병이 되어야 하고. 또한, 김선호 그 새끼는 무조건 그 자리에서 쫓겨나야 합니다!”

“음. 전무님. 이미 아버지(일성제약 사장)께 부탁을 해 뒀습니다.”

“저도 그동안 다섯 분의 사장님들을 만나, 긴밀하게 협조를 구해놨습니다. 그리고 배 상무님이 저번에 가져온 일성SD신약 쪽 내부 자료! 회계상 문제점들은 이미 확인했으니까, 사장단 회의가 끝나면, 바로 치고 들어갑시다. 그러니까 배 상무님도 만반의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음. 알겠습니다.”

지금 김재호 전무의 두 눈은 묘한 광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의 그런 모습에 배창훈 상무의 표정은 저절로 굳어지고 있었다.

사실, 지금껏 많은 준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대목에서.

즉, 바로 이 대목에서.

배창훈 상무는 어딘지 모르게 김재호 전무가 약간 무모하다는 느낌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현재 일성그룹 전체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일성SD신약이다.

그런 일성SD신약에 큰 손해를 끼치는 일.

그건 다시 말해서, 일성그룹 전체에 큰 해악을 끼치는 일이 된다.

혹여라도, 이런 사실들을 위쪽 라인에서 알게 된다면.

이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번 일로.

김재호 전무의 차세대 후계자 경쟁은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는 일.

그럼에도 일성SD신약의 무시무시한 성장세 앞에, 더는 물불 가리지 않게 된 김재호 전무.

무척 성급한 모습이긴 하지만, 이미 크게 분노한 상태라.

결국, 배창훈 상무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았고, 또 그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듯 몇몇 사람들에게는 각기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2000년 8월의 여름.

거세게 몰아쳤던 태풍 프라피룬의 끝으로, 2000년 8월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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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럼 노벨화학상 심사 결과는 나왔습니까?”

“후보님. 그것과 관련해서, 조금 전 연락을 받긴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음.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전체 회의 등도 남아 있고.”

“그럼 저희 측 학자가 움직인 게 도움이 되긴 했습니까?”

“뭐, 아시다시피, 그쪽 심사위원들 중에는 외골수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희 위원이 움직였다고 해도, 그들 모두를 설득하려면, 결국 누구나 납득할 만한 연구 업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뭐, 연구 업적이야 충분할 텐데?”

“그래서 저희 측 학자가 중간중간 바람몰이를 했고, 닥터 코니가 이에 동조하면서… 다행히 김태풍 박사는 수상 후보 3위권 안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공화당-일본 게이트 사건으로, 브룩하이머-킴 촉매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부각되었던 게…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오히려 학자들한테 강력한 어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요?”

“위원들 대다수는 무척 기분이 나빴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음해성 보도 자체가 무척 거슬리는 겁니다. 그 때문에 이번 일과 관련된 국가인 일본, 그 일본 측 위원들은 특히 더 발언에 조심을 기했다고 합니다.”

“그럼 수상은 확정된 겁니까?”

“그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수상 가능 2개 분야 중 한 분야로 올라갔다는 것만 확인됐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 위원한테 물어보면 될 일이 아닙니까?”

오하이오주 대선 캠프.

현재 이곳에 머물고 있는 앨 고어 대선 후보.

그가 정색하며 묻자.

고든 머레츠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 그자가 자기 몸값을 좀 더 올리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앨 고어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끔뻑거렸고.

그러자 고든 머레츠는 좀 더 설명했다.

“사실, 노벨상 심사위원 자격은 노벨상 수상자만큼이나 아주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물론 노벨상 수상자는 향후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지만, 그 심사에 참여했던 위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죠. 특히, 이번 노벨상 수상은 캠프 내에서도 정치적 목적이 섞여 있다 보니, 그자도 따로 뭔가 기대하는 게 생기나 봅니다.”

“흠. 차라리 그러면 닥터 코니에게, 연락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후보님. 제가 그분과도 인연이 좀 있는데, 아마 그분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에서 발표하기 전까지 절대 그 결과에 대해서 미리 말하지 않을 겁니다. 엠바고를 철저하게 지키실 분입니다.”

“음. 그럼 CIA 쪽에?”

“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것 같습니다. 조만간 스티븐슨 부국장을 만날 예정인데, 그때 협조를 구해 보겠습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만약 김태풍 박사가 수상이 가능하다면, 우리 앨 고어 케어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료보험 공약이 될 겁니다.”

“물론입니다. 후보님!”

그렇듯 김태풍의 존재감이.

미국 대선 레이스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2000년 9월 8일 금요일.

강렬했던 한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며.

점점 더 일교차가 커져 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낮 온도가 섭씨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한여름 날씨였는데.

그러나 어느새 기운이 뚝 떨어져 버렸고.

이제 낮 최고 온도가 23도로 불과할 정도로.

약간 선선하면서도 무척 쾌적한 초가을 날씨가 드디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김태풍은 북미권 사이버 보안업체인 엔드유저 랩을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되었다.

기업 인수 대금은 그쪽과의 협상 끝에.

총액 6천2백만 달러(원화 기준 682억 원)로 결정되었는데.

그 결과, TPI홀딩스는 이제, HK투자파트너스, 디아이텍, 이글스원, 엔드유저 랩 등, 총 4개의 회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계열사 확보가 어느 정도 되자.

김태풍은 HK투자파트너스를 제외한 디아이텍, 이글스원, 엔드유저 랩에 총액 3천만 달러를 재투자하기로 했고.

그들의 기업 재무 구조 강화 및 비즈니스 확대에 더욱 신경을 쓰게 했다.

그리고 한편 김태풍은 국내 제약회사 인수 계획 보고서를 받아서 집중해서 검토했는데.

결국, 그는 중위권 제약회사들인 명국제약과 일풍제약을 지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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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인수대금으로 각각 2천억 원씩 잡고, 지분 매입에 들어가도록 합시다. 사주는 절대 자신의 지분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이 두 회사에 대해서는, 지능적이면서도 또 공격적인 인수합병, 그것뿐입니다. 즉, 다방면에 걸쳐서, 적극적으로 지분확보 작업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명국제약은 IMF 시기의 다른 기업들처럼, 주가 가치가 크게 저평가된 상태인데.

지금껏 큰 재무적 위기 없이, 회사 운영은 무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한편, 이 회사에서 발매하고 있는 피부 상처 치료제들과 치아 보호 관련 의약품들은 이미 시장에서 큰 히트를 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는 회사 CF 광고들에 힘입어.

이들 일반의약품(OTC)들의 브랜드 파워는.

생각보다 시장에서 고평가되어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겉으로 봤을 땐.

전혀 흔들림이 없을 것 같은 아주 탄탄한 모습의 제약기업이었지만.

그러나 제약산업 리베이트 철폐 법안이 곧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복제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상당히 크고, 한편으로는 연구개발(R&D) 분야가 약한 이 회사는 결국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사주는 절대 자신의 지분을 팔 생각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내수 시장이라는 그 달콤한 꿀물을 빨아 먹는 데 익숙해져 있을 테고.

또 그러다 보니, 절대 망하기 힘든 국내 제약산업 구조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의준 대표님. 두 회사의 사주와 사주 일가 쪽에 손을 뻗어봤자, 지분 한 주도 안 나올 겁니다. 인수합병 부문 중 가장 어려운 부문이, 바로 국내 제약회사 인수합병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무조건 장내, 장외 매수! 그리고 적극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을 접촉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인수합병 전략입니다.”

- 음. 저도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인 접근이 일어나게 되면, 장내 주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쪽에도 꽤 손해가 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님. 그 점은 저도 예상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두 회사의 인수대금 예상치를 좀 더 높게 잡은 거고요. 즉, 주가가 한동안 더블링이 되더라도 무조건 매수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제약 영업망 확보, 제약 공장 확보, 회사 조직 확보 등, 이들 두 회사를 저희가 삼키게 되면, 무조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테니까, 무조건 공격적 인수합병뿐입니다.”

비즈니스 쪽에 있어서는, 이제 무척 기계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김태풍.

그는 HK투자파트너스 김의준 대표에게 그렇게 냉정하게 지시한 뒤.

곧이어 뉴욕 햄프리 빌딩 인수전에도 뛰어들게 되었다.

원래 2000년 6월경 혹은 7월경에 입찰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뉴욕 햄프리 빌딩 입찰 시기는 좀 늦어졌고.

그래서 김태풍은 HK투자파트너스 김의준 대표에게 전화상으로 그 지시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 즉, 6억 달러 채권 인수 조건으로 하되, 빌딩 매입 금액은 5억 달러, 혹은 6억 달러 선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그렇게 입찰에 참여하되, 최대한 주변 흐름을 잘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왕 참여하는 거, 반드시 낙찰을 받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 그래서 며칠 내로, 기업 인수·합병팀(TMA)팀의 김재균 이사가 직원들과 함께 출국해서, 한동안 뉴욕에 머물 예정입니다.

그렇듯 TPI홀딩스의 일들이 좀 더 크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초가을의 기운이 좀 더 짙어지고 있는 2000년 9월 19일 화요일.

이날 김태풍은 정말 모처럼.

일성SD신약 혁신신약 연구소 내 분석팀 연구원들과.

팀 단위 회식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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