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우리가 원하는 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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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제 이 시점이 되면, 무척 어려운 순간이 왔다는 것을 모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다시금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노벨화학상 부문 심사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대형 회의장.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저명한 학자들은 무척 굳은 표정들을 하고서, 각기 위원장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위원장의 서두 발언.
“과연 어떠한 새로운 학문적 분야가 과연 인류 문명에 있어 어떤 놀라운 발전들을 가져왔으며, 또한 어떤 학문적 성과가 인류 문명에 어떤 식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결국, 우리는 좀 더 넓게 봐야 하고, 또한 좀 더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 그의 서두 발언이 끝나자.
곧 누군가가 발언권을 얻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위원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그간 회의를 통해서 가장 많이 논의가 되었던 부분들, 위원님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졌던 부분들, 특히 전세계 대다수 학자들 역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부분들, 이런 다양한 측면들을 이제 정리하고, 하나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역시 짧게 배경 설명을 했고.
곧이어 중요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저는 최종적인 결과를 앞두고, 저는 위원 입장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의견은 변함없이, 전기전도성 고분자의 발견과 그 비전에 대해서 더 큰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리고 이어지고 있는 그의 설명들.
보통, 전기전도성 고분자는 탄소 삼중 결합이 끊어지면서 탄소 이중결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성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폴리아세틸렌 고분자.
물론 이런 고분자가 전기전도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도핑(doping,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산화 과정)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도핑된 폴리아세틸렌, 폴리아닐린, 폴리피롤 등의 고분자들은 결국 전기가 통할 수 있는 플라스틱 물질이 될 수 있다.
이런 전기전도성 고분자의 산업적 응용 방법은.
반도체 소재.
정전기 방지 섬유 소재(옷).
인공 근육 분야.
줄기세포 분화를 위한 전기 자극 소재.
전자기파 차폐 물질(군사적 스텔스기 외장 코팅 물질) 등등.
다양하게 응용될 수가 있어, 꽤 매력적인 물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발언이 끝나자.
또 다른 위원이 바로 입을 열고 있다.
“음. 위원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한 해 한 해 새로운 연구 업적들이 노벨상 수상이라는 대단한 영광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될 학문적 분야도 있을 거고, 또한 올해는 힘들겠지만, 차후에 가능한 분야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오로지 이 시점의 시각에서 우리는 가장 최우선적인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역시, 앞선 사람들처럼 소감을 먼저 이야기했고.
그런 뒤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저는 키랄성(chiral) 화학반응 분야, 특히 이쪽 반응과 촉매 분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런 화학반응은 향후 의약품 개발, 농약, 향료 개발 등에 두루 쓰일 수 있을뿐더러, 특히 화학 분야에 있어서 아주 귀중한 인류적 자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참 그의 설명들이 이어졌는데.
그런 뒤에 또 다른 위원도 입을 열었다.
“사실, 화학 분야는 그 학문적 분야가 너무 넓다 보니, 수많은 세부 화학 분야들이 있겠지만, 저는 다른 위원님들과는 달리, 특히 생화학 분야 쪽에 더 많은 관심이 갖고 있습니다. 특히, 그래서 저는 세포 단백질 분해와 관련하여 그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에 대해서 더욱더 큰 가중치를 두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위원님들께서도 충분히 아시겠지만, 제가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고 있는 그의 설명.
“인체 내에 필요가 없어진 단백질을 청소하는 메커니즘! 이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를테면, 필요가 없어진 단백질을 청소하기 위해, 먼저 세포는 아주 흥미로운 절차들을 밟게 됩니다. 즉, 유비퀴틴이라는 표지 물질, 이 표지 물질을 가치가 상실된 단백질 표면에 접착시킵니다. 이렇게 유비퀴틴이 접착된 단백질. 이 단백질 물질은 결국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선별적으로 파괴되고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이른바, 유비퀴틴의 선별적 접착! 이 메커니즘은 바로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 메커니즘입니다!”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 단백질.
이 단백질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소개한 그는 이제 그 과학사적 가치도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단백질의 죽음에 관여하는 또 다른 표지 단백질 물질의 발견은 인간의 면역시스템 연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유발 원인 발견, 또한 다양한 질병의 치료방법 등을 모색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각 화학 분야별 주요 꼭지를 맡고 있는 위원들.
그들은 각자 한 마디씩 말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미국 측 위원도 입을 열었다.
“음. 저는 다시금 올레핀 메타세시스 반응이 화학 분야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업적인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히, 최근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이 올레핀 메타세시스 반응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위원님들께서도 잘 아시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고 있는 그의 말.
“존경하는 위원님들! 위원님께서도 이미 확인하셨지만, 올레핀 메타세시스 반응은 새로운 이중결합을 만들어내는 아주 혁신적이면서도, 아주 기초적인 유기합성 반응입니다. 친환경적인 유기합성법인 것 외에도 각종 신약개발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브룩하이머-킴 촉매가 세상에 나오면서, 새로운 응용 합성방법들이 세상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응용 사례 중에, 아시아권 제약회사에서는, 만성폐쇄성 폐 질환 치료 신약과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 신약 등의 합성 과정에서, 이 화학반응을 직접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위원은 직접적으로 일성SD신약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임상시험 중인 만성폐쇄성 폐 질환 치료 신약과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 신약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분 남짓 더 이어지고 있는 그의 의견 제시가 끝난 뒤.
곧이어, 다른 2건의 수상 후보 분야에 대한 기타 설명들도 이어졌는데.
그렇듯 노벨화학상 위원회에서는.
최종 6개의 분야로 현재 압축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 6건의 분야를 놓고서.
이날 밤늦게까지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는데.
그리고 밤늦은 시각.
마침내 2개 분야로 압축하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최종 두 가지 분야 중 단 한 분야를 선택하는 일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다시 열리게 된 노벨화학상 심사위원회.
그리고 이날 회의에서는.
최종 2개 분야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이어졌고.
그리고 그 와중에.
각 분야별 개별 수상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게 되었다.
한편, 전기전도성 고분자 쪽은.
앨런 히거 교수, 앨런 맥더미드 교수, 시라카와 히데키 교수 등.
총 3명의 수상 후보들을 만장일치로 엄선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힘들게 최종심까지 올라온 올레핀 메타세시스 반응 분야 쪽은.
딱 한 사람의 수상 자격을 놓고서, 한바탕 큰 설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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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우선, 나이가 너무 어립니다. 더군다나 학문적 발표를 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고. 비록 그분이 생전에 그 역할에 대해서 정확하게 규정했고, 또 촉매 특허 지분 50%를 할당했다고 해도, 여전히 논란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흠. 저 역시 그 부분에 동의합니다. 역시 이 사람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확인과 검증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흠흠. 두 분 교수님들! 여기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견해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저는 두 분 교수님의 의견에 절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이 사람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고. 그래서 더 이상의 검증은 불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제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가 학계에 나타난 것은, 인류가 절실히 원하고 있는, 새로운 학문적 리더의 등장이라고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하하, 저 역시 에담스 교수님의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누가 봐도 이 사람의 등장으로 인하여, 이미 새로운 학문적 물결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이 촉매 개발 전후의 학계 상황을 보더라도, 확실히 달라진 학문적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특히 브룩하이머 교수님이 그 매혹적인 촉매를 학계에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현재 수백 건의 논문들이 눈덩이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듯 찬성과 반대가 거의 비등비등해지던 시점.
이때, 누군가가 또 이런 말을 했다.
“흠. 제 생각에는, 이분의 나이와 경력은 전혀 문제 될 거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번 수상을 한다고 해도,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최연소 수상 기록은 월리엄 브래그 경(Sir William Bragg, 191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입니다. 그분은 노벨상 수상 불과 2, 3년 전. 그때 발표한 논문만으로도, 그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즉,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사적 업적이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조금 더 찬성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그때.
화룡점정과도 같이.
회의 내내 잠자코 있던 한 사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흠. 위원장님. 저한테 발언권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음. 사실… 저는 그분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이라, 특별히 제 의견을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허나 더 늦기 전에, 제 의견을 말씀드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먼저, 제 개인적으로는 큰 친분이 있었던 브룩하이머 교수님. 그분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잠시 눈을 감던 노학자.
그런 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그분으로부터 생전에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지금 저는, 브룩하이머-킴 촉매의 최초 아이디어는 바로 이분한테서 나왔다고 여러분께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누군가가 바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음. 닥터 코니. 그 말씀은 단순한 개인적 의견입니까? 아니면 최종 의견입니까?”
“물론, 저의 최종 의견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과 더불어, 또한 여러 위원님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미 발표된 논문들, 특허들, 그리고 브룩하이머 교수님의 생전 발언들, 이 모든 것들은 이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만약 올해 최종 수상 분야로 이 분야가 결정된다면, 그리고 브룩하이머 교수님이 생존해 계셨더라면, 아마 모든 위원님들께서는 브룩하이머 교수님을 이 수상 대열에 넣는 데, 그 어떠한 주저함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시점에서, 위원님들께서는 절대 과학사적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니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였고.
그래서 그가 가진 발언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웠다.
그래서 지금껏 반대하던 위원들.
그들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한참 뒤.
결국, 올레핀 메타세시스 반응 분야의 최종 수상 후보는.
브룩하이머-킴 촉매 개발자를 포함하여.
노벨상 수상자 수상 인원 관례(분야별 최대 3명)에 따라.
총 3명으로 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물론, 다행히 노벨상 수상에 크게 관여하던 일본 측 위원들이 조용해서.
그런 결과에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다.
하긴 브룩하이머 교수의 생존 사실과 무관하게.
브룩하이머-킴 촉매 개발자 두 사람 모두를.
수상자 대열에 넣자는 논의.
이런 논의는 이미 위원회 활동 초기부터 있었던 게 사실인데.
만약, 저번에 샤토 류노스케 박사의 파문이 없었더라면.
이런 결정들은 좀 더 쉽게 내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샤토 류노스케 박사의 심각한 문제 제기!
이것은 중간에 큰 변화들을 야기했고.
브룩하이머 교수에게 큰 변고까지 생기게 되면서.
위원회 내에서도 상황들이 무척 복잡해졌던 것이다.
“자! 그럼 이건 이 정도로 하고. 이제부터, 더 중요한 논의들을 시작합시다.”
그렇듯 최종적으로 그 일은 그렇게 결정되었지만.
그러나 사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전기전도성 고분자 대 올레핀 메타세시스 반응.
이 둘 중에 과연 어떤 분야를 결정할지.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인데.
두 가지 분야 모두, 학문적 중요성이 크게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김태풍의 회귀 전 과거였다면.
당연히 전기전도성 고분자가 노벨상 수상 분야가 되었을 것인데.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바뀐 상황.
현시대는 신약개발 붐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고.
김태풍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신약개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참 뒤….
마침내.
위원장은 입을 열고 있다.
“음. 좋습니다. 무척 긴 논의 끝에, 드디어 우리는 무척 힘든 결정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뭐, 아쉬운 분야는 내년에 다시 한번 논의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이 최종 동의하신 이상, 이제 이분들을 이번 노벨화학상 최종 후보 명단으로 해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길고 긴 회의가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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