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07화 (107/153)

123-우리가 원하는 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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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가지도 말자! 일본 제품은 사지도 말자! 일본 음식은 먹지도 말자! 일본 옷은 입지도 말자!”

“왜놈의 새끼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해도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답 없는 왜놈 새끼들! 그렇게 시샘이 났냐? 일본 우익 새끼들! 싹 다 쓰레기차에 수거해야 할 인생 말종들이야!!”

“미친 왜놈 새끼들! 신약개발 우리가 싹스리한다고, 칼을 들이대?”

“아으! 이건 완전 전쟁이다! 전쟁! 일본 새끼들 사죄하라!! 일본 새끼들 무조건 사죄하라!!”

“야! 김태풍 박사, 이제 완전 국보급 아냐? 지켜야 할 우리나라 보물급 된 거 맞지?”

“독도가 뭐? 다케시마라고? 존나 지랄하고 자빠졌네! 나라 훔쳐가고 여자 훔쳐가고. 더러운 인신매매범 새끼들! 사과는커녕, 우리나라를 계속 개씹으로 알아? 이 새끼들!!”

“정부가 좀 나서라! 차라리 단교하자! 차라리 그냥 외교 채널 몽땅 다 차단하고, 모든 교류 싹 다 끊어버리자! 순 망할 놈의 새끼들!”

반일 감정.

그것은 순식간에 하늘 높을 줄 모르게 치솟고 있었다.

일부 언론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언론들.

일제히 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대서특필했고.

특히, 브룩하이머 교수과 김태풍의 연구업적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 기사들까지 우수수 쏟아내기 시작했다.

연일 각 신문 1면은 이 기사들로 장식되었는데.

한편, 공영 방송에서도.

학자들이 패널로 나와, 이번 사태에 대해 각각 다양한 분석 의견들을 제시했고.

정치인들까지 이런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러다 보니, 한일 관계는 더욱더 악화되고 있었는데.

그리고 특히 그 무렵.

브룩하이머-킴 촉매의 놀라운 과학적 업적이 국내에 파다하게 퍼져나가면서.

이제 국민들 대다수는 브룩하이머-킴 촉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일부 기자들은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김태풍의 노벨화학상 수상 가능성까지 공식적으로 기사화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실에 깜짝 놀란 일반 국민들!

그들은 이번 일본 측 공작에 대해서 더욱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는데….

- 뭐라고? 노벨상? 그 새끼들, 우리를 쥐뿔로 알아?

- 아우! 열 받아 미치겠네! 일본 우익 새끼들 원폭 처먹고 그걸로 모자라?

- 야!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일본대사관으로 쳐들어가자!

- 노벨화학상! 수상 후보라잖아!! 그 새끼들, 우리나라 엿 먹이려고 완전히 작정한 거야!!

- 아우! 존나 열 받아!

- 야! 다들 퇴근하고, 일본대사관 앞에 모이자!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 당하고 있으면 되겠냐!!

- IMF 직전에 도와달라고 했더니, 쌩깐 놈이 바로 일본 정부야!

- 진짜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 노벨상 수상을 막으려는 더러운 공작이잖아!!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그동안 무시무시한 과학산업의 발전을 이루어냈고.

모든 면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 머나먼 노벨상 수상의 길.

특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은 더욱더 힘든 게 사실이었다.

마치 선진국 대열로 완전히 들어서기 전, 통과의례와도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그래서 다시 없을 이 최고의 기회를 놓칠까 봐, 국민 모두가 당황했고, 또한 무척 흥분하기 시작했다.

- 왜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어?

누군가 볼멘 목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노벨상 수상은 대체로 선진국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 다섯 국가들.

이들은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노벨상 수상은 전무한 상황.

그래서 지금!

가장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과학자가 바로 김태풍인 것을 알게 되자.

이제 자발적으로 국민들은 일본대사관 앞으로 몰려갔고.

처음에는 수천 명이 운집한 상태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다가.

그리고 며칠 뒤.

성난 국민들까지 몰리면서 고함과 항의가 빗발쳤다.

- 일본은 사죄하라! 일본은 사죄하라! 일본은 사죄하라!

-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공작에 대해서 사죄하라! 사죄하라!

- 미친 새끼들! 그냥 너희 나라로 꺼져!

- 꺼져! 새끼야!!

- 개잡놈 새끼들! 어디서 개지랄을 떨고 있어? 그러고도 너희가 국가냐?

- 진정으로 사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순 미친 새끼들!

그러나 무척 놀라운 점.

그것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일본 정부 측.

그들은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고.

또한, 외교적으로도 완전히 묵묵부답인 상태였다.

그러나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 새로운 국가과학 육성 전략 논의 시작…]

[신약, 반도체 소재, 조선, 철강 부문 등, 국가 보호 산업 지정]

[김태풍 박사 사무실에 발견된 도청장치, 공식 경찰 조사 시작]

[정부, 제약산업개혁에 총력 집중 예정]

[시민단체들, 제약산업 리베이트 철폐 법안 국회 즉각 통과 주장]

[과학 대국을 위한 국가적 산업 재편 논의 확대]

[새로운 대한민국 정립을 위한 소재부품 산업 육성 전략 발의]

[탈일본 요구 가속화 여론 급증]

[소재부품 관련 민관협 위원회 발족]

[시민단체, 연일 반일 시위를 이어가며…]

[김태풍 박사, 캐나다 토론토 학회 참석을 위해 7월 22일 출국예정…]

[국제학회, 브룩하이머 교수 추모 섹션을 만들어…]

그리고 2000년 7월 22일 토요일.

우수수 장대비가 쏟아지는 이 날.

김태풍은 몇 달 전부터 준비했던 캐나다 토론토 국제학회 참석을 위해, 캐나다 출장길에 오르게 되었다.

이날 그는 정장 차림으로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이날, 이미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공항 내에 몰려와 있었다.

그들은 빽빽하게 좌우를 둘러싸며, 김태풍의 앞을 가로막았고.

이미 김태풍은 국민적 화제의 인물이 된 터라.

그를 둘러싼 기자들은 이때부터 쉴 새 없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김 박사님! 이번 사태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나실 텐데. 심정이 어떻습니까?”

“일본 측의 밀착 공작을 집중적으로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간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혹시, 추가 도청장치가 나온 게 있습니까?”

“일성SD신약 서버를 해킹한 게 일본 측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 정부에서 최근, RIKEN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혹시, 일본 측으로부터, 다른 위협을 당한 게 있습니까?”

“김 박사님! 일본 정부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김 박사님! 앨 고어 대선 후보와는 친분이 두터운 겁니까?”

“김 박사님! 앨 고어 대선 후보가 전당 대회에서 김 박사님을 계속 언급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합니다!”

“현시점에서, 정부 대응이 충분하다고 봅니까? 이제 국교 단절을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마치 질문들이 소낙비처럼 우수수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을 외면할 수 없어.

대략 1시간 남짓 어렵사리 인터뷰를 이어간 김태풍.

하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김태풍이 할 수 없이 움직이자.

그 인터뷰만으로는 도저히 부족한 기자들.

그들은 마치 거대한 행렬이 되어, 김태풍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 김태풍 박사님!! 파이팅!!

- 김태풍 박사님!! 응원합니다!!

- 김 박사님!! 저희가 있습니다!!

그렇듯 일반 시민들까지 함성을 지르며, 김태풍을 응원하다 보니.

공항 전역은 한바탕 큰 난리가 일어난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이글스원 소속의 보디가드들 외에도 공항 경찰까지 주변을 막아주어, 김태풍은 간신히 출국 수속을 마칠 수 있었고.

늦지 않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긴 비행기 여행 끝에.

김태풍은 무사히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는데.

그리고 다음 달.

그는 학회 일정에 따라, 브룩하이머 교수 추모 섹션에서 발표연자로 발표를 시작하게 되었다.

“음. 오늘 제가 고(故) 브룩하이머 교수의 연구업적과 그의 삶을 추모할 기회를 얻게 되어서, 한편으로는 무척 다행스럽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저의 소중한 연구 동반자이자 꼭 스승 같았던 브룩하이머 교수님. 그분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 눈길과 어떠한 잘못된 판단들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며, 저는 브룩하이머-킴 촉매 기술에 대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김태풍은 브룩하이머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던 브룩하이머-킴 촉매 기술에 대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연구결과들을 학회 과학자들 앞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이때, 김태풍은 샤토 류노스케 박사가 고의적으로 훼손했던 부분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면서도.

과학적 논거와 실험적 증명 사실을 철저하게 내세우며.

그의 주장들을 쉴 새 없이, 또한 철저하게 반박했다.

이날, 내외신 기자들까지 몰려와, 학회장은 그야말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는데.

특히, 김태풍은 자신의 발표자료들을 따로 기자들에게 배부한 터라.

그 다음 달, 김태풍의 발표 내용은 빠르게 기사화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한편, 이날, 김태풍 다음으로 여러 저명한 학자들이 연단에 서서.

브룩하이머-킴 촉매를 이용한 연구 사례들을 차례로 발표했는데.

특히, 올레핀 메타세시스(Olefin metathesis) 반응을 개척한 그럽스 교수, 슈록 교수, 쇼뱅 박사 등도 이 자리에 참석해서.

이 추모 섹션의 의미는 더욱더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추모 섹션의 마지막 발표는 유타대 화학과 동료 교수진들이 맡았는데.

그들은 브룩하이머 교수의 생전 사진들을 발표 화면에 띄우며.

그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을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추모 섹션은 끝이 났고.

또 나흘간 이어진 학회 일정을 어느덧 마치게 된 김태풍.

한편, 그는 한국 귀국 과정에서 잠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를 경유했는데.

이때, 브룩하이머 교수가 묻힌 곳을 찾아가, 다시금 그를 추모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LA로 날아간 그는 아름다운 케이트 코니를 잠깐 만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요즘 영화 촬영 중이라 무척 바쁜 케이트 코니.

그녀의 그런 바쁜 일정 때문에.

그녀로부터 잠깐의 위로만을 받은 뒤.

김태풍은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렇게 2000년 7월.

이 암울했던 7월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 무렵.

일본 언론에서 꽤 묘한 기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야당 실세 이시하라 신타로 참의원과 그의 딸,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

두 사람은 일본 언론 앞에 서서.

이번 RIKEN 사태에 대해서 양심선언을 했고.

특히, 이시하라 신타로 참의원은 일본 정부에 대한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딸,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

그녀는 자신을 매개로 시도될 뻔했던 이상한 공작에 대해서 발표하면서.

이제 RIKEN에서 나오기로 결정했으며.

또한, 한동안 연구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거의 닫혀 있던 일본 쪽 언론들.

그 바람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미국에서 터진 공화당-일본 게이트 사건에 대해서도.

뒤늦게 관심을 가지는 일본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무척 무더운 8월 중순으로 넘어가면서.

노벨화학상 심사위원회 위원들도 무척 바빠지고 있었다.

현재, 막판 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느덧 노벨상 수상 최종 후보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국가적 위원회는, 기존 노벨상 수상자들, 북유럽권 대학교수들 외에도, 기존 노벨상 수상자들과 관련된 해당 국가 혹은 주요 국가들의 저명 과학자들이 심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그러다 보니, 대체로 노벨상 수상은, 기존 수상국이나 국력이 강한 국가 소속 과학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 위원회에서는.

이제 8월 말까지 최종 후보를 선정해야 하고.

또한, 최종 후보에 대한 각 심사위원들의 서명까지 반드시 완료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2000년 8월 11일 금요일.

스웨덴 모처.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다시금 노벨화학상 부문 심사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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