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99화 (99/153)

115-대한민국 리더

<36> 대한민국 리더

“그래서 3건의 도청장치가 사무실에서 발견되었다고요?”

“네. 원장님.”

“처리는?”

“모두 수거해서 소각했습니다.”

“음. 그럼 그 말은 결국 우리가 안다는 사실을 일본 측에서도 알게 되었군요?”

“네. 이제 그럴 겁니다.”

“그럼 김 박사 자택은?”

“그쪽은 다행히 깨끗합니다.”

“참! 일성SD신약 전산망 해킹 건은 어떻게 처리됐습니까?”

“그 건에 대해서는 이미 일성SD신약 측에 언질을 줬습니다. 현재 일부 서버에 대해서, 서버 교체로 가닥을 잡고 있고, 내부 백신 체계 역시 새롭게 점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일본 쪽이라는 증거는?”

“음. 그건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상태입니다,”

“하긴, 그자들이 하는 일인데, 꽤 신경을 썼겠지요.”

김동걸 국정원장은 추정식 국장의 보고를 들은 뒤.

곧바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

“현 단계에서 보안 수준을 좀 더 높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정 과장에게 지시해서 김 박사한테도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4월 중순으로 잡혀 있는 일본 RIKEN 방문 건. 그 건은 되도록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하십시오. 애매한 시기에, 구태여 적진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국정원 추정식 국장은 김동걸 국정원장의 그 명령을 받고는.

곧바로 국정원장실을 나갔고.

잠시 후, 턱을 만지며, 날카로운 시선을 번득이던 김동걸 국정원장은.

손가락을 가닥이며 한참 고민하다가,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실장님. 접니다. 네. 네. 음. 우선, 그쪽 위원회의 활동이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 그쪽 정보를 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불확실한 수준에서 확인한 바로는, 김 박사의 이름이 수상 후보 200명 안쪽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음. 혹시 모를 납치 등의 위협에 대해서, 저희 쪽에서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네. 네. 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마친 뒤, 김동걸 국정원장은 다시 누군가를 호출했다.

곧이어 나타난 사람.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는, 꽤 똑똑해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인데.

현재 국정원 분석 전문가인 최현석은 좀 긴장했지만.

김동걸 국정원장의 앞에서 아주 짧지만 정확한 브리핑을 마쳤다.

“음. 그러니까… 김태풍 박사의 연구업적과 관련된 사람이 브룩하이머 교수를 포함하여, 그럽스 교수, 슈록 교수, 쇼뱅 박사, 이 정도 선이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김태풍 박사까지 포함하면 총 5명. 으음. 역시 수상 인원치고는 좀 많은 것 같군요?”

“한국대 강 교수님 의견도 그런 쪽입니다.”

“으음.”

결국, 김동걸 국정원장은 답답한 듯 미간을 약간 찡그렸다.

정말 답답한 IMF 시기에,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대한민국에서 배출된다면.

바닥으로 떨어졌던 대한민국의 국격.

그것은 훨씬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국민적 흥분과 감격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기초과학 수준에서, 노벨상 수상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동걸 국정원장은 점점 더 머리가 아파왔다.

그간 노벨상 TFT까지 만들며.

여러 가지 경로로, 수상 가능성을 타진해봤는데.

현재 분석되어 나오고 있는 다양한 자료들만 봐도.

김태풍 박사의 업적은 노벨상 수상 자격으로 충분했다.

브룩하이머-킴 촉매의 위력.

그건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고.

학문적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 아주 획기적인 것이었다.

다만, 그렇듯 문제가 있다.

몇 달 전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동반 수상자 숫자 문제.

무려 다섯 명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이런 기초학문 분야 내, 무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무척 대단한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김 박사는 천재야. 주력 학문 분야도 아니면서, 이런 곳에서까지 큰 인정을 받고 있다니.’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김태풍 박사 덕분에.

지금 세계 제약업계가 대한민국을 쳐다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호재 덕분에, 대한민국증시는 크게 불붙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1월 초반, 코스피 지수가 1,200포인트를 달성한 이래.

해외 투자금들은 더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그의 회귀 전, 2000년도 초반 코스피 지수는.

1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게 되는데.

결국, 2000년 4월이 되면서, 700선으로 추락해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게.

김태풍이 주도하고 있는 신약주 외에도, 바이오주, IT주, 화학주, 건설주까지 초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일성SD신약의 주가!

이 주가는 최근 200만 원대로 바짝 다가서고 있는 중이었다.

‘흠. 그러고 보면… 김 박사야말로 국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주둥이만 앞세우는 정치인들보다, 저런 김 박사 같은 사람이 국가적 보물이라고 할 수 있어.’

기업인 출신이라 나름 머리가 깨어있는 김동걸 국정원장.

그는 김태풍의 가치를 아주 높게 보고 있었다.

##

한편, 대통령 순방 일정이 모두 끝난 뒤.

김태풍의 학문적, 사회적 위치는 한층 더 높아져 버렸다.

퓨어 센서 시리즈 개발자라는 사실.

앨 고어 케어의 설계자라는 사실.

이런 사실들까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그를 향한 다양한 러브콜들이 이어졌고.

또한, 수많은 학회들과 각종 기관들로부터 강연 요청들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특히, 김태풍이 개발한 신약 물질들마다.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더 폭발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른바, 새로운 스타 과학자의 등장이다.

그러나 김태풍은 일성SD신약 내, 혁신신약 연구소 소장이라는 공식적인 직책을 갖고 있었고, 또한 현재 전문연구요원이라는 특수한 신분도 갖고 있다 보니.

이런 현실적인 측면 때문에.

그의 대외활동은 확실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그가 무척 답답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김태풍은 이런 제약이 무척 만족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때때로 거추장스러운 일들을 적당히 잘라낼 좋은 변명거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연장 선상에서.

김태풍은 일본이화학 연구소(RIKEN)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에게도 전화를 했는데.

지금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에게 양해를 구하게 되었다.

“음. 카스미. 다시 한번 미안하게 됐습니다. 음. 저번 대통령 순방 이후, 해외출장을 다시 잡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 저는 병역특례 중인 입장이라, 일종의 군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병무청 허가를 연거푸 받기가 좀 어렵습니다.”

- 김상! 정말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음. 차라리 이럴 게 아니라… 카스미! 당신이 한국을 방문하는 건 어떻습니까?”

- 네?

“아, 다음 달 중순에 한국에서 학회가 열리는데, 겸사겸사 당신도 해외 학자 섹션에서 발표도 하시고, 또 그러면서 서로 얼굴을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외 순방 뒤, 다시 잡게 된 RIKEN 세미나 일정.

특히, 4월 중순으로 다시 잡게 된 그 세미나 일정을 또다시 취소하고.

대신에 김태풍은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에게.

한국 학회 발표 겸, 그때 잠깐 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물론, 이미 발표 스케쥴이 나와 있는 학회에서 발표 연자를 지금 이 시점에서 갑자기 한 명 더 집어넣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박한식 교수가 학회 회장이 되어있는 터라, 그 정도 편법 조정은 가능한 상태였다.

- 김상.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미뤄진 건데. 어떻게 김상 같은 대단한 과학자를, 한국 정부에서는 그렇게 붙잡고 있을 수 있죠?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계속 이야기했으나.

김태풍은 재차 한국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해서 설명했고.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서고 만다.

- 휴. 알겠어요. 그리고 저도 미안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국 학회 일정에 맞춰서, 꼭 가도록 할게요. 대신에 김상한테 물어볼 게 너무 많습니다. 꼭 저한테 시간을 줘야 합니다.

“네. 물론이죠”

그렇게 그녀와의 전화 통화를 마친 김태풍.

그리고 그는 잠시 후, 국정원 정일국 과장이 보내온 서류들을 다시 한번 검토해 봤다.

그런데 이 서류 내에는 RIKEN 소속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를 포함하여,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의 세세한 조사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아무리 훑어봐도, 김태풍은 내용상 별다른 것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김태풍의 눈길을 끄는 것.

그건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의 집안이 아주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

그는 현재 야당 소속 참의원으로서, 일본 야당 실세 정치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일본에서 셋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투자회사의 팀장급 간부였다.

‘음. 어쨌든 나중에, 한 번 만나보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니까,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어.’

어쨌든 그 일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는데.

현재, 국정원 요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어서.

일본 측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거로, 김태풍은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 김태풍은 혁신신약 연구소 소장으로서.

자신의 소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과거 신임소장이었을 때 기반을 다졌던, 만성폐쇄성 폐 질환 치료 신약과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 신약에 대해서.

이제 임상 1상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최근 일성SD신약으로 기술이 넘어온, 파킨슨 질환 치료 신약 물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개발한 파킨슨 질환 치료 신약 물질을.

다시 자신이 맡아서, 개발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그 신약 물질에 대한 전임상(동물실험) 자료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는데.

향후 한국 식약청에 IND(Investigational New Drug: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 외에도, 과거 메드TX에서 주도했던 신약 물질의 임상시험 쪽에도 관여하며.

일성SD신약의 신약개발사업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한편, 그 와중에.

일성SD신약과 일성제약의 합병 가능성은 점점 더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그러나 그런 현실 속에서도.

일성SD신약 지분과 일성전자 지분 조정은, 김신웅 회장의 주도로 조용한 가운데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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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22일 수요일 아침.

어느덧 봄기운이 조금씩 무르익기 시작하는 그 날.

TPI홀딩스는 대대적인 신입·경력 사원 공채 광고를 각 일간지에 게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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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김태풍의 회귀 전 과거와는 달리, 좀 더 이른 시기에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 가능성이 언론에 발표되고 있었다.

즉, 현역병의 군 복무를.

육군은 현행 26개월에서 24개월로 바꾸고, 해군은 28개월에서 26개월로 바꾸는 등, 병역 기간 단축 계획 가능성이 발표된 것이다.

동시에, 병역특례 규정에 대해서도 손을 보겠다는 이야기가 술술 나왔는데.

그러고 보면, 2003년 하반기가 되면.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기간은 현행 5년에서 4년으로 바뀌게 된다.

다시 말해서, 좀 더 이른 시기에.

전문연구요원 복무 기간 단축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 보도를 본 지, 며칠 뒤.

김태풍은 최근 주가가 무섭게 급등하고 있는 ‘서특’ 주식에 대해서 즉각적인 주식 매도 지시를 하게 되었다.

“강 부장님! 지금이야말로 매도 타이밍입니다! 지금부터 대단위 물량 매도에 들어가죠!”

그렇게 김태풍은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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