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97화 (97/153)

113-노벨상? 브룩하이머-킴 촉매

<35> 브룩하이머-킴 촉매

청와대 영빈관.

아주 넓고 쾌적한 이곳에.

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김태풍은 잠시 후, 노령의 대통령과 마주 앉게 되었다.

“하하, 김 박사님. 다시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먼저,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

김태풍의 앞에 앉은 대통령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봤는데.

입가에 주름까지 보이며 묘한 미소를 짓던 대통령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제가 이렇듯 단독으로 귀인을 초청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무엇이든 말씀해 주신다면, 깊이 경청하겠습니다.”

“하하. 그저 편안하게 들어 주십시오. 크게 격조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참, 그 전에 먼저, 저는 김 박사님한테 기대가 아주 큽니다. 사실, 김태풍 박사님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리더가 아닙니까? 국민들 역시 이런 김 박사님의 모습에 무척 큰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대단한 과학자가,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 아닙니까?”

김태풍의 그의 칭찬에 가볍게 대답했다.

“아직 부족합니다.”

“하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김 박사님 실력이라면, 세계 최고 과학자 대열에 오르는 게, 그저 시간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뭐,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대다수도, 김 박사님 같은 젊은 나이에 획기적인 과학적 업적을 쌓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던 중.

잠시 후, 은은한 풍미가 가득한 녹차가 나왔고.

간단히 입술을 축이며, 계속 대화가 이어졌다.

“김 박사님. 사실, 저는 제 임기 중에, 과연 대한민국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늘 고민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현실적인 문제, IMF를 언급했다.

“결국, 현시대의 사명은,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IMF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그래야만 국가적 큰 흐름이 다시 세워질 수도 있고, 다시금 큰 도약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현재, 많은 분들이 각 산업 현장에서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십니다. 또한, 한 분 한 분이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김태풍은 계속 그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큰 흐름. 즉, 이런 국가적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면, 저는 문득 이런 생각들을 해 봤습니다. 흠. 김 박사님 같은 분들. 이런 분들의 헌신이 있다면, 정말 그것은 더욱더 국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아, 근데 정말 죄송합니다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듯 김태풍이 어리둥절해 하자, 그를 유심히 쳐다보던 대통령.

그리고 아주 갑작스러운 말을 꺼냈다.

“김 박사님. 김 박사님의 그, 노벨상 수상 말입니다.”

“네??”

그 순간, 너무 뜻밖의 말이라, 대통령 면전에서 목소리가 갑자기 확 높아진 김태풍.

물론, 저번에 김동걸 국정원장이 그런 이야기를 언뜻 했지만.

그러나 이 대목에서, 대통령이 직접 그 노벨상을 언급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실, 노벨상과 자신은 아직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김태풍.

그래서 대통령의 이 언급은 무척 놀랍기만 하다.

“아, 이건. 음,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 부분은 좀…. 그게, 그쪽 수상은, 대체로 새로운 과학적 분야 창출에 큰 공헌을 했거나… 혹은, 그 분야에 대한 대단한 진보. 이런 중요한 역할들을 하신 분들이 받게 되는 건데, 저는 아직….”

“그래서 무척 힘든 과정이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원로 과학자 분들과 해외 저명 학자 분들을 여러 차례 모셔서, 좀 더 진지하게 논의를 해 봤습니다.”

‘논의?’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다시 뜻밖의 말이 이어져.

김태풍은 대통령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분들 대다수가 동의하셨지만… 이미 김 박사님의 업적은 일정 부분에서 충족되었다고 봤습니다.”

“네??”

“하지만 김 박사님 스스로도 지금 의문을 품을 정도로, 부족한 점들이 분명 있습니다. 자문위원님들 역시, 그런 부분들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이번에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과학적 업적은, 세상에 인정받기까지 아주 고된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습니다.”

그렇듯 대통령은 진지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김태풍은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신약개발은 그저 진행형이지, 완료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험난한 산들이 많이 남아 있고.

또, 그런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하는 자신에게.

노벨상 수상?

맙소사!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정말 어림없는 소리다.

그런데 바로 이때.

대통령은 뜻밖에도 브룩하이머 교수를 언급했다.

“제가 듣기로, 그분 화학 촉매 기술이 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기존 촉매보다 훨씬 더 월등하고, 또한 새로운 과학적 규명과 탐구가 필요할 정도로 아주 획기적인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의 말.

“김 박사님이 사실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쪽으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뭘 타고 가든, 서울에서 스톡홀롬(노벨상 수상 장소)까지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는 대통령은 드디어 중요한 용건을 꺼냈다.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결국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업적이 있다고 해도, 노벨상 수상은 그만한 위치와 그만한 무게감을 또한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저는 김 박사님께… 그런 중요한 부분들을 채워 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김태풍은 다시금 놀라며, 한편으로는 그의 말을 곱씹으며 두 눈을 반짝거렸다.

이번 순방기간 동안, 자신에게 부족한 위치와 무게감을 부여하겠다?

정말 놀라운 제안을 받게 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김태풍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쓸데없는 짓을 고민하고 있는지.

그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과연 브룩하이머 교수와 자신이 했던 연구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과연 자신이 이런 과한 대접을 받을 이유가 있는 걸까?

그저 자신은 정말 우연히 그 일에 관여했다.

정말 우연같이 브룩하이머 교수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브룩하이머 교수의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은 직접 합성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과학적 흐름과는 조금 다르게.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 기존 미래 지식, 그리고 브룩하이머 교수의 색다른 아이디어들까지 합쳐지면서.

결국, 묘한 시너지 효과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올레핀 메타세시스(Olefin metathesis) 반응 관련 노벨상 수상자들은 그럽스 교수, 슈록 교수, 쇼뱅 박사 등이다.

향후, 바뀐 미래에서 브룩하이머 교수가 그 대열에 낄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그쪽 수상과는 전혀 아귀가 맞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이때.

김태풍은 정말 중요한 사실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는데.

한동안 신약 쪽에만 몰두하다 보니.

신약 외의 화학 분야 쪽은 둔감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브룩하이머 교수!

그는 최근까지 세계 곳곳을 돌며 학술 발표들을 꾸준히 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는 놀랍게도, 자신을 도운 김태풍의 역할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 덕분인지, 현재 이 새로운 촉매의 이름은 브룩하이머-킴 촉매로 이름이 붙어진 상태였고.

특히, 브룩하이머 교수는 이 촉매를 학계에 무상공급까지 하다 보니.

이 촉매의 효능 검증도 순식간에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 이 분야 학자들은 올레핀 메타세시스(Olefin metathesis) 반응은 결국 브룩하이머 교수와 킴의 손에 의해서 완성되었다고 외치고 있었고.

이제 다음 단계 응용으로 학문적 범위를.

한층 더 뻗어 나가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들을 정말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는 김태풍.

그래서 그는 어색한 미소만을 지은 채.

대통령과의 15분 독대 시간을 마쳤고.

그리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김태풍의 머릿속은 저절로 무척 복잡해지고 있었다.

‘휴, 이거 너무 부담스러운데.’

사실, 일반적인 노벨상 수상은, 첫 발견 혹은 첫 발명을 누가 했는지, 이런 부분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 학문을 어떻게 개척했는지, 또 인간 사회에 얼마나 큰 임팩트를 줬는지, 즉, 이런 것들이 큰 관건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학문적 진보 과정에서.

비록 조금 늦게 참여하긴 해도.

큰 물줄기를 만들어낸, 이른바 아주 획기적인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도 정말 비좁은 틈을 주게 되는데.

즉, 브룩하이머 교수와 김태풍은 이런 경우에 해당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 모두가 수상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고.

만약 둘 중 한 사람이 받게 된다면.

오랜 학문적 공헌을 한 브룩하이머 교수.

결국, 그가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음. 역시, 아무리 봐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김태풍은 다시금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현재 노벨상 심사위원회의 활동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보통, 매년 1월에.

전 세계 심사위원들로부터 노벨상 수상 후보들을 추천받게 되는데.

그 뒤, 수개월에 걸쳐, 수상 후보들을 좀 더 극소수로 압축하는 과정을 밟게 되고.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최종 후보자가 마침내 도출되게 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각 분과 전문가들의 집단 평가가 이루어져.

공식적인 수상자 결정은 그 뒤에 이루어지게 된다.

‘휴. 그래,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좀 아닌 것 같아.’

결국, 김태풍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접고 말았는데.

그만큼 노벨상은 너무 높아 보였고.

아직은 머나먼 곳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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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00년 2월 12일이 되었고.

그리고 이날.

김태풍은 대통령 해외 순방과 관련하여, 청와대 비서관의 호출을 받았다.

1급 공무원에 해당되는 이 비서관은 무려 반나절에 걸쳐서, 김태풍에게 수많은 주의사항들을 이야기했는데….

그리고 어느덧 다음 날, 2월 13일이 되자.

김태풍은 드디어 대통령 순방사절단에 합류해서.

사절단 비행기에 타게 되었다.

물론, 고위공직자, 재벌총수, 원로학자, 각종 언론인 등등, 워낙 많은 사람들이 순방사절단에 합류한 터라.

김태풍은 아주 뒤쪽, 좁은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대통령 순방길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 긴 시간에 걸친 비행기 여행을 끝내고.

마침내,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는데.

그런데 그날 오후 무렵.

김태풍의 의전 위치는.

확 달라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김태풍은 대통령의 지척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그의 모습은 쉴 새 없이 각국 방송국 방송 카메라에 잡히고 있었다.

그런데 특히.

의전 대열에 서서,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던 중.

정말 뜻밖의 이변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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