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96화 (96/153)

112-청와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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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7일 월요일.

하얀 눈이 쏟아지고 있는 이 날.

미국 더어크(Derck)사는 미국 임상 2상 시험 성공을 확정하며, 이날 한국연구기술원 측에 로얄티 8천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러고 보면, 이 신약 기술 계약 건에서, 지분 10%를 자신의 몫으로 가지고 있는 김태풍.

그는 이 로얄티 지급으로 인해, 대략 8백만 달러 상당의 돈을 받게 되었다.

물론, 더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박한식 교수는 무려 3천6백만 달러의 로얄티를 지급받게 되었는데.

특히, 이 신약 기술의 원천 특허권을 보유했던 한국연구기술원 측은 이른바 큰돈 잔치를 하게 되었다.

한편, 김태풍이 받게 되는 8백만 달러는 현재 환율 가치로 평가한다면.

대략 100억 원에 근접한 큰돈이다.

“음. 그럼 제 여유 자금은 이제 어느 정도 됩니까?”

점점 더 투자 규모와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 자신의 자산을 직접 계산하는 게 곤란해진 김태풍.

그래서 김병철 전무에게 묻자.

김병철 전무는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었다.

“먼저, 2주 전, 역삼동 빌딩 매입에 760억 원, 리모델링 작업에 90억 원이 들어가, 총액 850억 원이 사용됐습니다.”

즉, 드디어 TPI홀딩스 직원들이 사용할 사무 및 연구 목적의 빌딩 매입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삼성동, 청담동, 잠실 등지의 소형 빌딩 3건을 매입해서 총액 96억 원이 들어갔고, 여기에서도 리모델링 작업이 들어가 34억 원이 추가 지출됐습니다. 따라서, 국내 빌딩 매입 건들과 관련해서, 총 980억 원이 지출되었습니다.”

“네. 그리고요?”

“다음으로 금융상품 구매 건인데, 뉴욕 거래소와 런던 거래소를 통해 금 풋옵션 상품들을 구매하는데, 총액 4,980억 원이 지출됐습니다. 그 때문에, 현재 여유 자금은, 곧 지급받게 될 신약 로얄티(Derck)까지 포함한다면, 대략 8,440억 원 정도입니다.”

‘음. 8,440억 원이라.’

이것저것 투자들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자금 여유가 있었다.

거기다가 기존 투자했던 것들은.

곧이어 탐스러운 열매가 되어 차례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럼, 역삼동 빌딩 입주는 언제부터 가능한 겁니까?”

김태풍의 그 물음에, 이번에는 레이 킴 대표가 대답했다.

“리모델링 설계 작업을 서둘러 끝내고, 오늘부터 공정 작업이 시작됩니다. 그쪽 업체 이야기로는, 늦어도 4월 중순. 그쯤에는 입주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회사 신입·경력 사원 공채를 진행해도 되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조만간 우리도 외형적으로 좀 더 성장을 하겠군요. 아주 발전적인 모습입니다. 하하. 그리고 참! 아시다시피, 조만간 저는 해외 순방사절단에 합류해서, 미국, 캐나다, 영국을 방문해야 합니다.”

그 부분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였다.

“근데 그 전에, 대통령께서 한번 보자고 하셨고, 아마 며칠 내로 청와대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혹시 제가 회사를 대표해서, 대통령께 건의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김태풍의 그 물음에.

TPI홀딩스 주요 임직원들은 아주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한번 쳐다본 뒤.

곧이어 몇 가지 안건들을 꺼내며 자세한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들을 집중해서 들은 김태풍.

그 일을 끝낸 뒤.

그는 이제 김의준 전무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김 전무님! 일본 소재부품 회사 디아이텍 인수와 HK투자파트너스 인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디아이텍 인수는 홍콩계 자본 MCK블루B1 사모펀드 측과 협의가 거의 다 됐습니다. 지분 51%, 인수금 2,100억 원. 이것은 변동사항이 없고. 다만, 추가 감액이 없는 대신에, 그쪽에서는 한가지 옵션을 우리에게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음. 옵션이라고 하면, 그건 어떤 겁니까?”

김태풍이 그렇게 묻자.

깔끔한 용모에 젠틀맨 이미지인 김의준 전무는 아주 똑 부러진 말투로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실은, MCK블루B1 사모펀드와 아주 연관성이 높은 MCP-KPC3 사모펀드에서, 3년 전에 원료 약물 생산 회사 겸 공장을 인수했고, 최근 매각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쪽 이야기가, 우리에게 이 회사에 대한 인수 관련 우선협상자 권한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음. 근데, 지금 원료약물 생산 공장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인도 뉴델리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보통, 국내 제약회사들은 원료 약물(의약품으로 가공되기 이전의 원료 물질)을 해외, 특히 인도 쪽 회사나 중국 쪽 회사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특히, 저렴한 인건비, 환경 문제 등의 이유로.

이쪽에서는 약물 생산이 좀 더 쉽고, 또 가격도 훨씬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회사 인수가는 어느 정도 됩니까?”

“그게, 생각보다 아주 쌉니다. 초기 협상가가 4천만 달러 정도 수준이고, 지분 80% 인수 조건입니다. 우리는 우선협상 대상자로서 최대 1년간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음. 그렇다면,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보도록 하죠.”

우선은 신약개발이 먼저다.

즉, 원료약물 생산업체 인수는 필수 조건이 아니라, 그저 선택 조건일 뿐.

왜냐하면, 원료약물 수급은 언제든 수입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옵션은, 대체 어떤 장점이 있는 겁니까?”

저렴한 인수가를 떠나서.

이런 부분을 옵션으로 제시한 그 사모펀드 측의 의도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 생산 공장이 최근 미국 FDA의 제조시설 실사 검증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특히, 2년 전부터 미국 FDA가 제시한 품질관리 표준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어, 그쪽 사모펀드 측 사람들 이야기로는, 향후 원료약물의 미국 수출 길이 열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생산업체의 발전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러고 보면, 훗날 중국, 인도 등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원료 약물의 품질관리 문제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르게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생산업체는 나름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김태풍은 그 속내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그 생각을 접고, 더 중요한 업무 지시를 진행했다.

“어쨌든 생산업체 인수 건은, 차후로 미뤄두고. 가장 급선무인 디아이텍 인수 계약부터 체결하도록 하죠. 인수대금 납부도 바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박사님. 그럼 말씀하신 대로, 바로 계약과 지분 인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HK투자파트너스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김의준 전무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선,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패트릭 홍 사장의 지분 31% 인수 계약서는 이미 체결했습니다. 뭐, 계약 체결 직후, 갑자기 패트릭 홍 사장이 변심하면서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헌영 전무님께서도 검증하셨고, 계약서상의 하자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고 있는 김의준 전무의 설명.

“또한, 찰리 홍 회장의 아내 캘리 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0%는 차질없이 확보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차남 리칸 홍입니다. 리칸 홍 역시 자신의 형 패트릭 홍처럼 중간에 변심을 하다보니, 이게 아무래도 좀 복잡해졌는데. 그래서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장내 매수를 진행했고. 그 결과, 추가 지분 8%를 더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49%가 확보된 상태입니다.”

“음. 지분 49%는 제1 주주가 맞지만, 좀 애매한 수치로군요. 차남 리칸 홍이 지분 26%를 갖고 있다고 했죠?”

“네. 특히, 이 지분 경쟁 소식이 파다하게 퍼져나가면서, 최근 HK투자파트너스 주가가 급등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리칸 홍은 자신의 지분을 더더욱 내놓을 생각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음. 그렇지만, 그때 선계약했던 것이 있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하하. 이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리칸 홍과의 계약 협의 당시, 최초 지분 3% 정도를 선계약 형식으로써 확보한 게 있는데. 이건 이헌영 전무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물론 리칸 홍은 그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홍콩 법원에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현재 계약 집행은 동결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곧 법원 판단이 나오면, 지분 3% 인수가 가능할 겁니다.”

그 말에 김태풍은 바로 웃으며, 김의준 전무와 이헌영 전무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들은 초고액 연봉자들이지만.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그럼, 현재 HK투자파트너스 시총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 주가가 급등한 상태라, 시총 규모가 대략 8천억 원대입니다.”

“그럼 우리는 지분 인수만으로도, 대략 1,000억 원을 그냥 앉아서 번 셈이로군요?”

“네. 그렇습니다. 찰리 홍 회장의 사망 이후, 끝없이 주가 하락 상태였는데, 새로운 기대감이 바로 시장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사실, 원래 계획했던 것은 지분 67% 인수에 3,6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분 52% 인수에, 장내 매수를 포함하여 3,000억 원을 쓰는 쪽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결국, 15% 지분 인수 차이가 발생했지만.

대신에 투자 비용은 600억 원 정도가 덜 쓰이게 되었다.

“그럼 김병철 전무님. 현재, 운용 가능한 자금이 8,440억에서 600억 원을 더하면, 대략 9,040억 원 정도가 되겠군요?”

“네. 그럼 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마지막까지, 김의준 전무님께서는 더 힘을 써 주시고, 52% 지분이 확보되는 대로 바로 주총을 열고, 경영권을 확보해주십시오. 곧바로 그쪽 내부 정비 작업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김의준 전무님께서 한동안 홍콩에서 일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원래 홍콩에서 직장 생활을 한 터라, 홍콩의 모든 것들이 익숙합니다. 하하.”

김태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이건, 제가 며칠 전부터 고심했던 부분인데, 이제는 기존 투자분들에 대한 회수작업들을 차례로 진행해서, 산발적인 투자행위들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김태풍은 테라토러스 주식 매도를 지시했다.

현재, 테라토러스는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기업 레바티스에 합병될 가능성이 아주 커졌고.

그 결과, 연일 주가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김태풍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총 8만 주.

이 테라토러스 주가는 주당 125달러 선을 돌파한 상태다.

그래서 지금 주식 매도를 하게 된다면, 현시점 기준 대략 천만 달러(원화 120억 원) 회수가 가능해진다.

“이 물량은 강길남 부장님이 매도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롬기술 지분 10%. 이것도 지금부터 매도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죠.”

그러고 보면, 작년 10월 중순, 대략 50억 원 정도를 투자하여 인수했던 아롬기술 지분 10%.

주식 숫자로 치면, 총 500만 주에 해당된다.

그런데 무척 놀라운 일은, 작년 12월 초순부터 갑자기 아롬기술의 주가가 미친 듯이 뛰더니.

오늘 날짜로 아롬기술의 시총 규모는 총 3조 원대를 돌파하고 말았다.

김태풍의 회귀 전에도 그랬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다시금 재현된 것이다.

특히, 이 아롬기술은 내년 연말이 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상장 2년 6개월 만에 상폐(상장 폐지)가 되는.

속된 말로, 개잡주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아롬기술 주식의 모습은 그야말로 초호화판 대장주의 모습이다.

“현재 시총 규모 기준으로 대략 환산해도, 대략 60배, 그래서 50억 투자에 대략 3,000억 원 회수가 이론상으로 가능합니다. 뭐, 현재 장내에는 아롬기술 주식이 없어서 못 사는 실정이니까, 차분하게 물량들을 풀어내도록 하죠. 물론, 최대 3,000억 원을 목표로 하지만, 주가 하락 우려가 있으니까, 적정치 2,500억 원 선에 맞춰서, 자금을 회수하도록 합시다.”

그런 김태풍의 지시에.

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다들 아주 묘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마치 아롬기술 종목의 주가 대폭등을 알고 있다는 듯.

김태풍은 아주 절묘하게 지분 매수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이런 대박을 터트렸다면.

바로 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러나 눈앞의 김태풍!

그는 이미 과학계에서 대단한 천재로 인정받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휴. 진짜 천재야. 진짜 천재.’

다들 그런 생각은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김태풍은 줄기차게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하튼, 김태풍은 아주 복잡했던 투자들을 좀 더 단순화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기존 여유 자금 9,040억 원에 향후 테라토러스 주식 매도금(대략 120억 원)을 더하게 되면, 9,160억 원이 되고.

다시 여기에 최소 2,500억 원(아롬기술 주식 매도금)을 더하게 되면, 대략 1조 1,660억 원 정도의 여유 자금이 생기게 될 것이다.

물론, 주식 매도에 따른 세금 납부 정리는 김병철 전무가 맡게 되겠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대략 1조 원 이상의 여유 자금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김태풍은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청와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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