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개미처럼 일하는 투자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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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초겨울 날씨.
덴마크 학회의 마지막 날.
이날 학회는 오전 스케쥴을 마지막으로 학회의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므로.
특별한 오후 일정은 없어.
이때 김태풍은 케이트 코니와 함께.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로 가게 되었다.
먼저, 두 사람은 코펜하겐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이 중앙역은 규모적인 면에서는 제법 크지만.
코펜하겐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다른 고전적인 건물들과 비교한다면, 다소 클래식한 면모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특히, 과거 왕궁이었으나 지금은 정부 청사 및 수상 공관 등이 모여있는 덴마크 정치 1번지인 크리스티안 스보르 성(Christiansborg slot). 그리고 웅장한 돔 모양이 인상적인 대리석 교회 프레데릭스 교회, 현 덴마크 궁전인 아말리엔보르 성 등등, 아주 매력적인 풍경들이 이 코펜하겐 시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보니.
그런 건물들과 비교한다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코펜하겐 중앙역의 면모는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 공주상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별 모양의 카스텔레 요새(Kastellet og). 그리고 네 마리 황소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아주 대단한 게피온 분수(Gefion fountain) 동상. 이 외에도, 작은 호수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뾰족한 첨탑 모양의 성당 등은 무척 낭만적이면서도 우아해서,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정 코펜하겐의 생생한 모습이기도 했다.
여하튼, 잠시 후.
짙은 선글라스를 낀 김태풍과 케이트는 나란히 기차에 탑승했는데.
이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오덴세 역까지 가는 데,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게 된다.
한편, 김태풍에게 살짝 기대어 앉은 케이트는 밝게 웃으며 창밖을 쳐다봤고.
그 사이 기차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꽤 긴 시간 동안 긴 철로를 따라 바다 위를 지나가기도 했고.
또한, 컴컴한 해저터널을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달린 끝에 드디어 도착한 오덴세 역.
이때부터 두 사람은 평범한 관광객을 가장해서 팔짱을 끼고서 걸었는데.
그 와중에 주변 도로변에 위치한 관광 안내도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한참 걸었고.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아담한 안데르센 박물관에 도착하게 되었다.
먼저 안데르센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지난 과거의 흔적들을 눈으로 본 뒤.
그리고 박물관 옆으로 나왔는데.
그런데 그곳은 정말 딴 세상 같았다.
마치 동화 나라에 온 듯한 느낌.
특히, 아주 예쁜 작은 건물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잔디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리고 한편, 작은 연못.
거기에는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가 연상될 정도로.
아주 작은 오리들이 이리저리 떠돌며, 자기들끼리 한참 장난질하고 있었다.
“와. 너무 아기자기하다. 이쁘고. 대니. 저쪽에 잠깐 앉죠.”
특히, 이 주변의 모습은 무척 아늑한 편인데.
실제로 잔디밭 여기저기마다 이곳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주 밝은 표정으로, 또한 아주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한편, 김태풍과 케이트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나란히 앉았는데.
곧 이곳에 있는 다른 연인들처럼, 서로 가볍게 껴안았고, 또 가볍게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밝게 웃다가.
조용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씩 대화를 중단하고서.
두 사람은 다시 입술을 맞추기도 했는데.
그 사이 선글라스를 벗고 있는 케이트의 모습.
너무나도 아름답기만 하다.
조각같은 이목구비에 길고 매혹적인 입술.
그런 그녀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사실이.
김태풍은 이게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는 점점 더, 걱정이 더 쌓이는 게 사실이었다.
현재 자신과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위치.
즉, 자신과 그녀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실질적인 거리.
그건 생각보다 너무 먼 게 사실이었다.
서울과 LA….
결코,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 미묘한 불안감 속에 어느덧 다음날이 되었는데.
드디어 이날 금요일 아침.
전날, 호텔 스위트룸에서 아주 뜨거운 밤을 보냈던 두 사람은 이제 각자 아쉬운 마음을 품고서.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서,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부는 코펜하겐을 떠나게 되었다.
이때, 김태풍은 파리행 비행기를.
케이트는 런던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김태풍은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고.
케이트는 영국 런던을 경유해서 LA로 돌아가게 되는 일정이었다.
“케이트. 음. 도착하면, 바로 연락할게요.”
“음. 그만 말하고 그냥 키스해줘요.”
거의 2주간 같이 붙어 있다 보니 무척 친해진 두 사람.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한 뒤.
그로부터 다소 답답한 비행기 여행 끝에.
마침내 김태풍은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비행기 도착 시각에 맞춰 나타난 일성SD신약 소속 운전기사.
그 때문에 김태풍은 그 길로 편안하게 성북동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그로부터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김태풍은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해 더욱더 매진했고.
아주 바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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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15일.
그간 폭발적인 연속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던 라음 커뮤니케이션.
이 회사 주가가 어느덧 진정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지난번, 강길남 부장에게 지시를 내려.
라음 커뮤니케이션 주식을 매수했던 김태풍.
이때, TPI홀딩스 내, 주식 매수 전담팀 직원들은 평균 매수가 32,650원에 대략 6만5천 주를 매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주식 투자행위에 대략 21억 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이 주가는 마침내 최근 최고점을 찍으며, 132,500원까지 급등해 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에 나온 신문기사.
여기에서 라음 커뮤니케이션 젊은 사장을 특종 기사로 다루고 있었는데.
일약 스타덤에 올라선 그는 단숨에 2천억 원대의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라음 커뮤니케이션이 순식간에 세간에 큰 화제가 되는 모습과 달리.
그러나 수조 원대의 수익을 올린 김태풍.
그런 그의 투자의 신 같은 능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직 신문 보도가 되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최근 국정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동걸 전 수석.
그의 힘이 여전히 크게 좌우한 것임이 틀림없다.
한편, 김태풍은 이 주식의 주가 조정이 시작되기 전.
투자금 회수 작업에 바로 들어갔는데.
그 결과, 대략 86억 원 정도를 단숨에 회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는 한 달 사이에 대략 65억 원 정도를 벌게 된 것인데.
사실, 이미 수조 원대 부자인 김태풍에게 65억 원 정도의 수익은 큰 감흥거리가 될 수가 없었고.
그럼에도 김태풍은 이런 잔잔한 돈까지 다 모아서.
좀 더 흥미로운 투자를.
이제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전에.
김태풍은 지난 몇 달간의 투자 결과들을 우선 집계해 봤는데….
“그럼 강 부장님. 저번에 투자했던 S&P500 monthly 콜옵션들과 나스닥지수 weekly 콜옵션, monthly 콜옵션 수익 규모가 이제 거의 다 잡혔을 텐데, 대체 수익은 어느 정도까지 됩니까?”
“네. 저번에 양쪽 지수 콜옵션 쪽에, 대략 천만 달러 정도 투자를 단행했는데, 각 상품들마다 수익 비율은 좀 다르게 나왔지만, 대체로 수익들을 총 합산하면, 대략 7백만 불 정도 됩니다.”
“그럼 추가 투자했던 미국 IT 종목들은요?”
“네. 그쪽도 주가가 몇 배 상승해서, 대략 1천만 달러 정도 수익이 예상됩니다. 어제 장 마감한 주가 기준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주가 최호황기다.
그러나 이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순간, 쪽박이 되고 만다.
그건 김태풍만이 알고 있는 미래의 모습인데.
어쨌든, 지난 한 달간 투자로 김태풍은 1,700만 달러를 벌게 되었고, 이건 환율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200억 원 정도가 된다.
즉, 이 돈과 라음 커뮤니케이션 수익을 모두 합친다면, 대략 265억 원 정도가 되는데.
그 결과,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김태풍의 총 현금 자산은 이제 1조4천3백억 원 선으로 소폭 상승했다.
물론, 이 현금 자산은 현재 기투자된 것이나, 일본 소재부품 회사 디아이텍 인수에 쓸 2,100억 원, 홍콩계 투자 회사 HK투자파트너스 인수에 쓸 3,600억 원을 제외한 순수 가용 현금 자산이었다.
“참, 그러면 서특 주가는 현재 어떻습니까?”
이때, 김태풍은 자신의 또 다른 최근 투자 종목인 ‘서특’에 대해서 물었고.
그러자 강길남 부장은 바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한 달 전, TPI홀딩스 주식 매수 전담팀에서 주당 평균 3,800원에 8만4천 주 정도를 매수했는데.
한편, 김의준 전무는 기관투자자 대성은행 측에 접촉해서, 대략 16억 원에 지분 5%를 인수한 바 있다.
이 지분 획득을 위한 인수대금은 현 시세 대비 대략 2배 정도 높게 가치를 잡은 것인데.
그럼에도 김태풍은 무조건적인 인수를 지시해서.
결국, 12월 초순쯤, 지분 인수는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 결과.
서특 주식 투자에 대략 20억 원이 들어간 셈인데.
아직 서특의 시총 규모는 변변치 못해.
고작 20억 원 투자만으로도.
김태풍은 서특 지분 6.7%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지분 6.7% 인수라, 지분 인수에 대해서 바로 공시까지 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지분율이라면.
2000년 상반기, 서특의 주가 폭등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때, 이 20억 원 투자금은.
순식간에 1,000억 원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음. 근데 강 부장님. 다음 건은 더 중요한 부분인데. 저번에 올라온 보고서를 보니까, 요즘 금값 동향이 심상치 않더군요. 저도 좀 고심했는데, 혹시 우리가 이쪽 부분에 투자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올해 8월 금값이 온스당 252달러로 급락했다.
이것은 미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줄인 데다가.
금광업체들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금 거래를 선물시장 쪽으로 옮겨가면서.
생겨난 현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10월.
금값은 다시 340달러 선으로 폭등했는데.
이것은 유럽 은행들이 금 판매량을 제한하겠다는.
즉, 수급 물량을 줄이겠다는 합의가 발생하면서 생겨난 현상이기도 했다.
“으음. 그 전에 잘 아시겠지만, 금 선물시장 쪽과 금 선물옵션 쪽은 상당히 그 규모가 큽니다. 상당히 큰 투자금을 이곳에 집어넣을 수도 있고, 그래서 상당히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반면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아주 많이 커집니다. 특히, 금 시세가 주로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또한, 각국 중앙은행들과 금광업체들까지 금 시세의 변수가 되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아주 심각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 강길남 부장은 현시점의 금값 변동률을 보면서.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김태풍의 생각은 달랐다.
미국 에너지 회사인 엔론(Enron)의 파산으로 발생하게 되는 엔론(Enron) 사태.
그리고 미국 IT 버블 붕괴 전까지.
미국증시를 비롯한 대다수 세계 증시는 꾸준한 호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금값은 계속 내리막일 수밖에 없다.
물론 엔론(Enron)이 파산되는 2002년 중반을 기점으로, 금값은 다시 뛰어오르게 되겠지만.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본다면.
금값 하락은 피할 수 없는 대세였다.
그래서 금값이 하락하게 될 거라는.
즉, 풋옵션 상품 쪽은 무척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분위기는 금광업체들과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금값 상승 기대감도 있다 보니.
좀 더 교묘한 투자 전략까지 짤 수 있는 그런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태풍은 이렇게 지시를 했다.
“우선, 제 생각은… 최저 금 시세를 온스당 250달러 선으로 보고, 여기에 맞춰서 풋옵션 상품 구매 쪽을 한번 진행해 보죠. 그러나 그 전에, 금 선물·옵션 상품 분석들부터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현시점은 아직 세기말에 해당되는 1999년이다.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이 2000년이 이제 곧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그 전까지 김태풍은 막바지 투자를 통해서, 최대한 많은 돈들을 긁어모을 생각이다.
즉, 지금은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하고, 또 돈을 모을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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