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89화 (89/153)

105-저 친구야! 저 친구! 저 동양인 친구!

“특히, 요즘 한국에도 IT 종목들이 급등세입니다. 매수가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조만간 벤처캐피털(VC)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다량의 물량을 장내에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가장 큰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죠.”

즉, 초기 투자를 했던 벤처캐피털(VC)들은 대체로 상장 초반에 주식들을 모두 팔아치우고, 자신들의 투자금 외에도 이익을 회수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다량의 주식 물량이 장내에 풀릴 가능성이 컸다.

왜냐하면, 상장 이후, 기업이 더 성장할지.

아니면 상폐(상장 폐지)로 가게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 가치가 아주 높게 형성되게 되는 상장 초반.

이때가 벤처캐피털(VC)의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최적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큰 물량들이 쏟아져 나와도, 큰 주가 급락 없이 장내 물량이 분산 흡수되게 되는데.

이런 일들은 대체로 주식 상장 초반에 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 네. VC들의 움직임은 역시 상장 초반에 두드러지긴 하죠. 그렇다면 다음 주, 장 초반부터! 본격적인 매수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게 상한가 종목이라서, 과연 어느 수준까지 물량이 장내에 나올지, 그건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강길남 부장의 그런, 약간 걱정스러워하는 대답에도 김태풍은 밝게 대꾸했다.

“그렇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하납니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무조건인 물량 매수! 어쩌면 며칠 내, 일시 조정 구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거고. 그때라도 매도 물량이 확 풀리게 된다면, 무조건 크게 삼키면서 들어가죠.”

그러고 보면, 주식은 생동하는 흐름이다.

그 흐름을 어떻게 잘 보고서.

또한, 어떻게 잘 타고 들어가느냐.

그게 관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의 공격적 매수로 인해, 바로 상한가 안착과 매도세 실종 사태만 생기지 않도록 적절하게 제어해 주셔야 합니다.”

- 아, 그 점은 전혀 걱정할 거 없습니다. 주식 매수 전담팀이 그쪽 전문가들입니다.

강길남 부장의 그 말에 김태풍은 아주 만족했는데.

그러고 보면, 이제 자신은 직접 투자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만약, 이 일을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면.

다른 일들은 몽땅 제쳐 두고서.

오로지 주식 창만 쳐다봐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매매체결을 위해 클릭하는 속도는 자신이 크게 빠르지도 않아.

찰나의 차이로 허탕을 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러나 전문 매수팀의 실력은 확실히 남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역시 절로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앞으로 라음 커뮤니케이션 주식 물량 매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상당히 큰 이익이 기대할 수도 있고.

그래서 김태풍은 한껏 기대감이 충만해졌다.

‘그럼 과연 물량을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바로 그게 관건인데.’

그러나 김태풍은 그런 흥분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았고.

대신에 아주 차분하게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코스닥 주가 종목들 중에, ‘서특’이라는 종목이 있습니다.”

- 아, 서특이라고 하시면? 혹시 코스닥 종목코드가 12700X가 아닙니까?

그 순간, 바로 코스닥 종목코드까지 기억해내는 강길남 부장.

역시 대단한 머리의 소유자다.

“네.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회사는 석유 수입업체인데… 비공식적으로 듣기로, 이 회사가 다른 석유수입 회사와 합병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다량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아주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서특’이라는 석유수입업체는 내년 2월 중순부터 상한가 행진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거의 41일간에 걸친 폭발적인 연속상한가를 찍게 된다.

그로 인해.

결국, 기존 대비.

무려 92배 폭등세를 보이게 되는데.

이 기록적인 연속 상한가!

그리고 92배의 폭등!

이건 주식 투자자들의 눈에는 정말 숨이 벅찰 일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 주식의 주가는 주당 3,40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 3월 중반에 이르게 되면, 무려 30만 원대를 넘어서게 되는데.

“현재 서특의 시가총액은 고작 160억 원 정도입니다. 그래서 장내에 나오고 있는 주식 물량이 아주 제한적일 겁니다. 그럼에도 나오는 족족, 무조건 쓸어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주가 변동에 상관없이, 이 주식 역시 무조건적으로 물량 확보가 아주 중요합니다. 또한, 이거 역시 매수 과정에서 물량 실종 사태가 없도록 적절히 제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런 공격적인 장내 주식 매수 때는.

매수자의 신중함이 특별히 더 중요하다.

그냥 무조건 무지막지하게 흡수했다가는.

그대로 물량 매도세가 멈추게 될 거고.

그대로 묵직한 빗장이 걸리게 될 것이다.

그럼 다음 날부터 무조건 쩜상 행진이다.

이렇게 된다면 추가 물량 흡수가 너무 힘들어져, 반드시 이런 상황을 피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조건 흡수(매수)만 할 게 아니라.

중간중간 토해(매도)냈다가 다시 흡수(매수)하는 그런 번거로운 절차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그쪽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들 쪽에도 연락을 한번 해 보세요.”

- 그럼 지분 인수까지, 적극적으로 고려하자는 말씀입니까?

“네. 2배 아니 3배를 더 주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최대한 많이, 지분확보를 진행해 보도록 하죠. 그리고 그 일은 김의준 전무님과 한번 상의해보십시오.”

그렇듯 강길남 부장은 정말 업무량이 많아지고 있었는데.

현재 인수합병을 일선에서 지휘하고 있는 김의준 전무 역시 이것저것 할 일이 태산인 상태다.

그만큼 TPI홀딩스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김태풍의 일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일련의 지시를 마친 뒤.

이제 김태풍은 이헌영 변호사에게도 전화했다.

“네. 이 전무님. 접니다. 김태풍. 네. 네. 네. 그럼 그때 제가 부탁드렸던 부분은? 네. 네. 하하. 좋습니다. 사실, 로비 비용이 좀 더 든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회사를 위한 일이고, 또 저한테도 크게 도움이 될 일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헌영 전무님.”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난 김태풍은 두 눈을 반짝거렸는데.

김태풍은 지금 아주 지혜롭게 여러 가지 일들을 대비하고 있었다.

특히, 기업 성장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달라붙게 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과 여러 가지 문제점들.

훗날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일들에 대해.

김태풍은 미리부터 좀 더 지혜롭게 대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

김태풍은 최고 연봉자인 이헌영 변호사의 막강한 법조계 라인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TPI홀딩스와 관련된 여러 업무 진행을 어느 정도 마친 뒤.

드디어 김태풍은 이제 자신의 회귀 전, 자신이 직접 진행했던 애증의 그 신약 연구.

다시 말해서, 일성그룹 종합기술연구원 시절, 자신이 직접 연구했던 그 신약 연구와 관련하여.

최근 자신의 연구결과 파일들을 다시금 살피기 시작했다.

‘음. 화학구조를 바꾸었더니 효능이 좀 줄긴 했어. 하지만 부작용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니까. 뭐, 효능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도 나쁘지 않고. 결국, 신약 승인의 가장 큰 관건은 안전성이니까.’

아쉬움도 있고, 또 기대감도 있고.

아직 비공개 상태인 이 신약.

적어도 그때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

김태풍은 그 점은 나름 만족스럽다.

그렇듯, 김태풍은 한참 자신의 연구결과들을 살피며.

또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있었는데.

그렇게 한참 일에 몰두하던 김태풍.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을까.

그리고 어느 순간.

아주 미약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아주 부드러운 무언가가.

연구에 몰두하던 그의 어깨를 슬며시 누르고 있다.

흠칫하던 그.

그러나 이내 웃으며, 김태풍은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금방 코끝으로 스며들고 있는 상큼한 향기.

‘케이트?’

그렇다.

바로 그녀였다.

##

1999년 11월 13일 토요일, 이른 아침.

김태풍은 LA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첫 LA 입성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김태풍을 대하는 모습들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해리 킹 라이브쇼 출연으로 인해.

퓨어 센서 시리즈 개발자로 북미권을 넘어서 유럽 지역까지 크게 알려졌고.

특히, 젊고 잘 생긴 천재라는 사실에.

그 인지도가 더 높아져.

미국 내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그가 공항에 나타나자.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기자들.

그를 향해 우르르 달려가고 있었다.

- 야! 퓨어 센서! 떴다! 빨리 뛰어가자! 빨리!

- 야! 저 친구야! 저 친구! 저 동양인 친구!

그렇게 몰려든 기자들.

그들은 김태풍의 주변을 둘러싸며 별의별 질문들을 던졌는데….

- 해리 킹 라이브쇼에서 언급했던 그 여자친구! 대체 누굽니까?

- 킴! 그 여자친구가 혹시 미국인입니까?

-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당신은 LA 체류 중이었어요. 혹시 여자친구가 LA에 거주하는 겁니까?

- 대체 어디에 있었던 겁니까!! 호텔 로비에도 보이지 않고.

- 킴! 여자친구와의 사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오늘 LA를 떠나는데, 언제 다시 오나요?

- 여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

- Relian Medical Corporation에서 며칠 전 발표한 새로운 휴대용 진단 장비 개발. 이것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정말, 어쩌다가 한 번씩 튀어나오고 있는 연구 관련 질문들.

지금 LA 지방 언론 기자들을 포함하여, 미국 기자들의 궁금함은 주로 가십(gossip)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질문들.

그건 김태풍이 해리 킹 라이브쇼에서 슬쩍 언급했던, 여자친구 쪽에게 집중되고 있었는데.

아마도 김태풍이 케이트의 집에 가 있지 않았더라면.

김태풍은 자신의 그 호텔에서 쉽게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저런 기자들에게 꽉 붙들려, 괜한 고난을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카메라를 든 파파라치들.

그들 역시 잔뜩 몰려와.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그렇듯 인파가 갑자기 몰려들어.

자칫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TSP에 보낸 보디가드들이 김태풍의 주변을 재빨리 가로막고 선 것이다.

그 때문에 별다른 불상사 없이.

김태풍은 비행기 티켓팅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출국 수속을 끝낸 뒤.

비행기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게 된 김태풍.

“Good morning passengers. This is the pre-boarding announcement for flight BE893 to London."

잠시 후, 비행기 탑승 관련 안내방송이 시작되었고.

이때, 김태풍은 자신의 차례에 맞춰.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비행기 노선은 덴마크행 직항이 아니었고,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여기서는 덴마크행 직항 비행기가 없다 보니.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을 경유한 뒤.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날아가는 경로인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아주 넓고 쾌적한 퍼스트클래스 좌석에 앉게 되었는데.

이제야 다시금 여유를 가지며,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김태풍.

그런데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향긋한 향이 그의 코끝에서 느껴졌고.

특히, 그 익숙한 향을 깨달은 순간, 그는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곧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아주 늘씬하고, 아주 아름다운 여자.

‘케이트?’

그렇다.

바로 그녀였다.

지금 케이트는 그의 옆에 서서,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때, 김태풍이 바로 일어서려고 하자.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 케이트.

그리고 긴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무언의 동작을 한 그녀.

그러고는 그녀는 조용히 그의 뒷자리에 앉는다.

그 순간, 몸을 완전히 틀며 뒤돌아다 보던 김태풍.

그러나 또 다른 승객들이 마침 기내에 나타나자.

그는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휴대폰 금지 방송이 있기 전까지.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ㄴ 케이트. 파파라치들은 잘 따돌렸어요?

ㄴ 아뇨. 사진 좀 찍혔죠. 당신 때문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ㄴ 흠. 매니저한테는 이야기했어요?

ㄴ 네. 대신에 윌리엄이 내일 저녁에 사람들을 코펜하겐으로 보냈다고 했어요.

ㄴ 아, 그렇군요.

ㄴ 근데 가장 중요한 거. 이건 절대 잊어서는 안 돼요. 할아버지(코니 교수)한테 절대 들키면 안 돼요.

ㄴ 오, 갑자기 닥터 코니가 너무 무서워지는데요?

ㄴ 대니~ 농담 말고. 제가 정말 당신을 믿어도 되겠죠?

ㄴ Yes.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ㄴ Hum….

ㄴ I love you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수많은 대화들.

그리고 잠시 후, 런던행 비행기는 이륙했고.

10시간 남짓한 긴 비행시간을 마친 뒤.

마침내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두 사람은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약간 떨어져서 걸었고.

그런 뒤에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그리고 드디어 코펜하겐 근교에 위치한 카스트럽 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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