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아주 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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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김 박사님. 우선, 미국 솔로먼 브라더스 측과 협의를 마친 결과, 최대 납입 금액을 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주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조정들이 좀 발생했습니다. 최대 납입금 상승 때문인데, 즉 솔로먼 브라더스 측에서도 위험 부담 때문에 최대 보장 보험금 지급 액수를 약간 조정하게 된 겁니다.
“그럼 최종적으로 어떤 조건입니까?”
- 우선, 약정 날짜 기준으로 해서 보험 기간은 최대 2년. 그리고 지수 상승이 발생하면, 무조건 원금 손실. 이런 조건들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지수변동 폭이 -3% 이내일 경우, 원금 75% 손실, 지수변동 폭이 -6% 이내일 경우, 원금 50% 손실로 조정이 됐습니다.
현재까지는 좀 더 나빠진 조건이었다.
- 반면, 나스닥 지수 15% 하락시 원금 대비 대략 1.8배 보상, 지수 30% 하락시 원금 대비 대략 2.4배 보상. 이 조건들의 수익 비율은 약간 상승했습니다.
“그럼 나스닥 지수 2,000선 붕괴. 그땐 어떻습니까?”
- 네. 특히 그 마지막 조건이 좀 더 안 좋게 됐습니다. 즉, 나스닥 지수 2,000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보상 가능한 금액이 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금 대비해서 최대 50대에서, 최대 30배로 큰 폭 하락이 된 건데, 최대 납입금 5억 달러 책정을 위해서는, 솔로먼 브라더스 측에서도 이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음. 그럼 어찌 되었든 5억 달러 납입은 가능해진 거군요?”
-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강길남 부장의 설명을 다 듣고 난 김태풍.
이때, 김태풍의 양 입꼬리는 쓰윽 올라가고 있었다.
5억 달러 납입이라는 오퍼.
이 오퍼는 결국 솔로먼 브라더스 보험상품 담당자에게 무척 달콤한 제안이었나 보다.
결국, 이 사람은 거액 납입이라는 사실에 큰 욕심이 생겼을 것이다.
거액 보험상품 판매만으로도, 그가 솔로먼 브라더스로부터 받게 될 인센티브 규모가 만만치 않을 테고.
한편으로는, 훗날 리스크까지 감안해서, 그는 회사 측에 유리하도록 보험상품 조건에도 손을 썼다.
그러나 그들에겐 안타깝게도, 김태풍의 눈에는 별 차이가 없다.
이 5억 달러짜리 보험상품!
훗날 나스닥 지수가 2,000선 이하로 붕괴되면, 결국 솔로먼 브라더스 측은 납입 원금의 30배, 즉, 150억 달러를 김태풍에게 지급해야 할 것이다.
과거, 일본 버블 붕괴로 미국인들은 큰 돈 잔치를 벌였고.
대한민국 IMF 여파로, 미국 투자자들은 좋은 투자 물건들을 싹쓸이했지만.
이제 미국 IT 붕괴로, 김태풍 역시 큰 돈 잔치를 벌이게 될 것이다.
특히 150억 달러 보상금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도 18조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 아닌가.
- 음. 그럼 김 박사님. 이 상품 가입을 원하시면… 제가 직접 뉴욕으로 가서 상품계약서에 사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결정해주십시오.
강길님 부장으로부터 그런 의사결정 요청을 받았지만.
김태풍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에 그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그 전에 궁금한 게, 그럼 저번에 말씀하신 모건스탠리 쪽 상품. 이 상품은 최대 납입 금액이 얼마로 책정되어 있습니까?”
- 아, 그쪽은 최대 5천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솔로먼 브라더스 측에 오퍼를 던지면서, 모건스탠리 쪽에도 납입금 증액을 요청해 봤는데. 그쪽 담당자의 말로는 1억 달러가 납입 최대 한계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음. 1억 달러 납입이라?’
“그럼 저번과 보험 조건은 동일합니까?”
- 네. 그건 그렇습니다.
“하하. 그 점은 꽤 좋군요. 그럼 강 부장님! 이왕이면 뉴욕 출장 때, 모건스탠리 쪽 보험상품도 같이 구매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물론, 이쪽 납입금은 1억 달러로, 이렇게 해서 진행해 주십시오.”
- 아? 그럼 솔로먼 브라더스 측에 5억 달러, 모건스탠리 측에 1억 달러. 이렇게 집행하면 되는 겁니까?
“네. 대신에 계약서 사인 전까지, 절대 확답을 줘서는 안 됩니다. 계속 계약 조건이 좋지 않다며, 꾸준하게 조건 상향을 요청해 보십시오.”
- 네? 그 말씀은?
“그러니까 아직은 사겠다는 인식을 주지 말고, 계속 따진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와 관련된 소문들이 월스트릿에 퍼지게 된다면, 미국 투자업계에서 심각한 경계심이 발동할 수도 있습니다.”
- 음.
“물론 양쪽 투자 회사에서 최종적으로 해당 상품을 우리에게 제시하게 되면, 이땐 상품 구매를 전격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건은 아주 큰 투자 프로젝트이므로, 반드시 김병철 전무님과 동행해서 이 상품 구매를 진행해 주십시오.”
- 네. 김 박사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김병철 전무님과 협의해서, 이 투자 건에 대해서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김태풍은 솔로먼 브라더스 측에 5억 달러, 모건스탠리 측에 1억 달러 투자라는 거액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인데.
물론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근거는, 현재 기준으로 가장 좋은 조건들을 이들 투자은행들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즉, 저인망식으로 월스트릿 보험상품들을 싹 다 싹쓸이하는 게 아니라.
주요 보험상품들만 가입함으로써, 훗날 생겨날 세간의 이상한 시선들을 조금이라도 피해갈 생각인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 거액의 투자가 아닌가.
그렇다 보니, 훗날 사람들의 이상한 의심을 다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김태풍은 적당한 면피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 이게 낫겠다. 내가 지금껏 거둔 수익률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하니까. 놀라움이라는 단어를 넘어서… 경악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건 좋지 않아.’
그래서 고작 원금 대비 3배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는 타 투자은행 상품들은 다 포기하기로 한 것인데.
그리고 한편으로는 3배 정도의 수익률은 이제 김태풍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럼, 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고. 참! 야후 주식 매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아, 그 부분도 말씀드리려고 했었는데. 현재 야후 주식 매도는 대략 80%가량 진행됐습니다. 아마 앞으로 1주 이내에 잔량 매도도 모두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음. 그럼 예상 매도 금액은요?”
- 원화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대략 5천억 원을 넘어서게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매도가 마무리되면,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김병철 전무님과 협의해서, 처리해주십시오.”
-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5천억 원이 더 생기게 된다면.
이제 김태풍이 가지고 있는 현금 자산은.
대략 3조 1천억 원에 이르게 된다.
앞서, 국내 아롬기술 지분 10%를 인수하는데, 총 50억 원이 들어갔지만.
그건 김태풍에게 이제 푼돈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향후, 디아이텍 인수에 2,100억 원, HK투자파트너스 인수에 3,600억이 들어가게 될 것인데.
또한, 솔로먼 브라더스 측 상품 구매에도 5억 달러(대략 6,000억 원), 모건스탠리 상품에도 1억 달러(대략 1,200억 원)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물론 최경진 대표에게 벤처투자 2천억 원을 약속했지만, 이건 단계적 투자라 당장 돈이 크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결국, 그의 현금 자산은 여전히 1조 8천억 원 정도가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생각하던 김태풍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반대급부에 해당되는 것인데… 현재, 미국 장내에 나와 있는 나스닥지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 관련, 콜옵션 상품들 쪽도 한 번 살펴봐 주시고. 또한, 미국 IT 종목들 중에서 투자가 가능한 몇 개 종목들을 골라주십시오. 이쪽 부분에 1억 달러 정도 투자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중순, 5,000포인트라는 기록적인 최고점을 찍게 될 예정인데.
그 전까지 막판 이익을 좀 더 뽑아볼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S&P 500 지수 역시 2000년 하반기까지 꾸준히 상승하게 될 것인데.
그래서 지수 콜옵션 상품들을 통해서, 짭짭할 이익을 볼 생각인 것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난 김태풍은 잠시 후, TPI홀딩스 김의준 전무와도 통화를 하게 되었다.
“네! 네! 김 전무님. 그럼 디아이텍 인수, HK투자파트너스 인수 건은 계속 그렇게 진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참! 한 가지 더 용건이 있습니다. 혹시 괜찮은 매물이 있다면… 건물 매입을 하나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 네?? 그 말씀은??
“아, 사실 그러고 보면, 우리 TPI홀딩스가 빌딩 한 개 층을 빌려 쓰고 있지만. 김 전무님이 생각하시기에도 규모적인 면에서, 좀 작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 음. 그럼 그 말씀은 본사 건물을 매입하시겠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래서 혹시 경매에 나온 빌딩 매물 건이 있거나, 혹은 부동산 업계에 매물로 나온 건물들이 있다면, 적당한 것을 찾아서, 바로 구매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김의준 전무에게 지시를 한 뒤.
김태풍은 추가적인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건물 매입부터 하고, 이후 건물 리모델링까지 끝나게 되면… 그때 신입·경력사원 충원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럼 그 말씀은, 회사 직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말씀입니까? 현재 직원 숫자가 대략 50명 정도인데, 그럼 어느 정도 선까지 늘리실 생각입니까?
“뭐, 단계적으로 늘려야 하겠지만, 우선 50명 정도 더 확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IMF 취업난 때문에, 우수 인재 흡수에도 아주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 네. 그건 아주 좋으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당장, 빌딩 구매 건부터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예산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생각하면 될까요?
“하하. 예산 제한은 없습니다. 적어도 20년, 30년 뒤까지 생각해서… 그래서 최고로 좋은 매물을 확보했으면 좋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참, 김 박사님! 현재 TPI홀딩스 자본금 규모가 이미 1조 원을 넘어서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갑자기 화제를 바꾸고 있는 김의준 전무.
그런데 사실, 김의준 전무가 언급한 대로, 김태풍이 지분 100%를 가져가면서, 워낙 거액의 돈을 집어넣다 보니, TPI홀딩스의 자본금은 현재 1조 원에 달하고 있었다.
- 사실, 이 자본금 수준만 해도, 이미 대기업 수준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김 박사님 자산 규모는 그 이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여러 투자들이 TPI홀딩스라는 법인 이름 외에도, 김 박사님 개인 투자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네. 그래서요?”
“그럼 혹시 이들 투자 방식을 종국에는 합칠 생각이 있으신지, 아니면 계속 따로 진행하실 건지.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대략 알고 싶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앞으로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건, 우선 현 방식대로 진행하죠. 물론, 나중에 추가 사업체를 설립할 때, 제 개인 자산을 단계적으로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보면, TPI홀딩스를 중심으로 해서, 자산이 다 모이게 될 겁니다.”
김태풍의 그런 정리에 김의준 전무는 바로 수긍했고.
곧이어 다른 안건도 이야기했다.
- 그럼 마지막 안건인데… 일성그룹 최혁수 실장님으로부터 일성전자 지분 3% 인수건에 대해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건 이대로 집행하면 되겠습니까?
그 순간, 두 눈을 반짝이게 되는 김태풍.
그러고 보니, 그 건에 대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일성전자 지분 3% 인수에 대한 4,000억 원 납부 건.
“네! 그건 바로 집행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이제 김태풍의 여유 자금은 다시 줄어들어, 1조 4천억 원 정도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4,000억 원을 납부하더라도, 일성전자 지분 3%의 가치는 너무 컸다.
그래서 김태풍은 저절로 기분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듯 그 안건을 마지막으로, 이제 전화를 끊게 된 김태풍.
그는 습관처럼 자신의 턱을 잠시 만지면서.
TPI홀딩스와 관련된 이런저런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나갔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입꼬리가, 쓰윽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미소는 비즈니스 때문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케이트 코니와의 첫 키스!
그게 다시금 김태풍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흠. 근데 내가 너무 과감했나?’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계속 이것저것도 아닌 사이가 될 것만 같았고.
김태풍은 큰 용기를 냈다.
물론, 그가 회귀 이후 갖게 된 자신감들.
그런 것들이 그런 결정에 큰 몫을 하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근데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문득, 현재 시각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시점.
그녀는 이미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을까?
아니면 아직 잠자기 이전?
그냥 전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나 이미 늦은 시각이다.
그래서 꾹 참던 그.
그런데 이때, 아주 묘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옆쪽.
호텔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 것.
묘한 느낌을 받으며, 바로 전화를 받던 김태풍.
그리고 그의 귓속으로, 약간 잠이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니. 저예요. 케이트. 아직 안 자고 있었어요?”
‘맙소사, 진짜 케이트?’
생각에서 가장 기묘한 일이란 게, 남녀 간의 이심전심이라고 하더니.
그녀가 자신에게 이 시각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 대니. 으음. 아까 그 일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서 케이트 코니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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