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85화 (85/153)

101-가을 낙조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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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여전히 1999년 11월 7일 일요일인 이날.

무척 맑은 LA 하늘을 만끽하며.

김태풍을 태운 그녀의 스포츠카는.

잠시 후 LA 공항을 빠져나왔고.

이후, I-405 N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렸다.

그리고 어느덧 산타모니카 대로(Santa Monica Boulevard)로 진입했는데.

이후, 몇 번의 좌회전, 우회전 끝에.

드디어 김태풍은 케이트 코니가 살고 있는 비벌리힐즈 주택가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내려요. 여기가 바로 저희 집이에요.”

무척 시원스럽게 붉은 스포츠카 운전을 했던 케이트.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차했고.

그녀를 호위하듯 뒤따랐던 보디가드 차량들은 집 근처 주변에 차례로 정차했다.

곧이어 정열적인 붉은 스포츠카에서 내린 김태풍.

그는 보디가드 차량 트렁크에서 자신의 여행 가방을 인계받았는데.

그러고는 곧장 케이트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들어섰다.

오늘, 김태풍은 케이트 코니와 함께 한동안 시간을 보낸 뒤.

저녁 늦게 호텔에 체크인할 예정이다.

“어때요? 여기?”

그러고 보면,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부유한 사업가들이 모여 살고 있는 부촌, 비벌리힐즈.

이 비벌리힐즈 내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녀의 저택.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서자마자, 케이트는 그렇듯 김태풍에게 소감을 묻고 있었다.

사실, 이 저택의 전체 규모는 아무리 크다고 해도, 김태풍의 성북동 대저택보다 규모적인 면에서는 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한쪽으로 보이고 있는.

집 주변 경관은 너무나도 빼어났고.

김태풍조차도 크게 놀랄 정도다.

LA 특유의 선선한 공기와 맑은 하늘.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배경으로 해서.

LA 도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그런 경관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탁 트인 시야 덕분에 저절로 숨이 크게 터져 나올 정도로, 무척 매력적인 곳이었다.

“와! 여긴 정말 멋진 경관인데요?”

“그쵸?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거라고 할 수 있죠. 여기 잠깐 앉아서, LA 날씨를 즐길래요?”

서둘러 집안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극성을 피우지 않고.

아주 여유로운 모습인 케이트.

그녀는 자신의 긴 모자를 벗어 한쪽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는.

테라스 한쪽에 위치한 선베드 느낌이 드는 의자에 가볍게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권유에 따라 김태풍은 그 옆자리에 바로 앉았는데.

이건 마치 아주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이쁜 카페에 들른 느낌이 아닌가.

“케이트. 당신은 정말 멋진 데 살고 있군요?”

“네. 이 집에서 바라보게 되는 LA의 모습도 좋고. 맑은 하늘, 아름다운 산타 모니카 해변, 제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또, 북적이는 도심. 이것저것 다 섞여 있어서, 항상 LA는 무척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해요.”

케이트 코니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김태풍을 쳐다봤다.

지금 그녀의 맑고 짙은 브라운 눈동자는 아주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저녁을 사기로 했죠?”

다행히 그녀는 그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한국 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김태풍은 그녀에게 Blancpain(블랑팡) 시계를 선물했고.

그녀는 LA에서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그 말을 먼저 꺼내주자.

김태풍은 무척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케이트.”

“네?”

“오늘 이렇게 저한테 시간을 내어주셔서 영광입니다. 사실, LA에 아직 친구가 없는데, 당신 같은 사람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김태풍은 자신의 속마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대략 1년 전 한국에서 만남 이후.

꽤 오랜만에 두 사람은 만나게 된 것이다.

비록 종종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지만.

1년 만의 만남이다.

이런 대면 과정이 다소 어색해질 수도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이트는 똑똑하면서도 아주 활발했고.

그리고 김태풍은 케이트 코니의 그런 아름다운 모습에 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채.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자연스럽게, 그녀와의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사실, 요즘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크게 붙고 있는 김태풍.

그러다 보니, 그의 얼굴이며 그의 행동.

모든 면면에서 그런 좋은 기운들이 넘쳐흐르고 있었는데.

이런 밝은 기운은 케이트 코니에게도 전해진 듯.

그녀는 곧 화사하게 웃었다.

“대니. 그럼 이제 집 구경을 할래요?”

그렇게 말하며, 케이트가 일어서자.

김태풍도 바로 일어섰다.

“먼저, 이쪽은 거실인데….”

그녀는 가장 먼저 아담하게 꾸며진 거실부터 보여주며, 차례로 자신의 집 여기저기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그녀의 집은 옷방을 비롯하여 실내에 방이 여섯 개나 있었는데.

정말 대단히 넓고, 또한 화려했다.

특히, 거실 한곳에 자리 잡고 있는 벽난로 때문에.

미국 특유의 거실 풍경을 그대로 보는 듯했는데.

그리고 집 지하로 내려가자.

거기에는 넓은 화면으로 영화 시청이 가능한 미디어 룸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 옆 공간에 간이 헬스장이 있었다.

그녀가 주로 쓰고 있다는 헬스기구들.

그것들은 아주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그곳을 쭉 둘러본 뒤, 밖으로 나오자.

곧이어 작은 풀장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그리고 한쪽에는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는 루프톱 공간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역시, 일반적인 미국 집들답게.

집 정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러나 아주 넓은 뒤쪽 공간이 그곳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와! 역시 집이 멋집니다.”

김태풍은 그렇게 탄성을 질렀고.

케이트는 밝게 웃다가.

바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당신한테 선택권을 줄게요. 음. 저번에 비 오는 날. 그때, 호텔에서 할아버지(코니 교수)와 이야기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시간 보냈잖아요? 혹시 그거 기억나죠?”

그러고 보니, 그때 짧은 백화점 쇼핑을 마친 뒤, 케이트는 코니 교수가 심심할 거라며 호텔로 돌아가자고 했고.

그 말에 동의한 김태풍은 그녀와 함께 저녁 늦게까지 코니 교수의 말 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때, 차례로 체스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는데.

“네. 기억합니다.”

그렇게 김태풍이 대답하자, 그녀는 바로 되물었다.

“그럼 저랑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갈래요? 아니면, 이 집에서 저랑 영화를 보면서, 저녁 레스토랑 예약 전까지 시간을 보낼래요?”

그러니까 밖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이 집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그걸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게 되는 김태풍.

왜냐하면, 젊은 남녀 단둘이서 집에 같이 있다 보면, 자연스레….

이건 마치 남자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저절로 묘한 생각까지 하게 되던 김태풍.

그러나 이때.

케이트의 입가에 살며시 피어오르는 미소를 보는 순간.

김태풍의 그 상상력은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나가죠. 케이트! 당신과 함께, 시원한 LA 바람부터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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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때요? 이렇게 나오니까 좋죠?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네. 좋습니다.”

“사실, 저는 이 길을, 남자친구랑 같이 걷고 싶었는데. 흠. 그러고 보면 당신은 정말 행운아예요.”

“네?”

바로 입가에 미소를 보이고 있는 케이트.

“이렇게 산타 모니카 비치에서, 베니스 비치까지 걷다 보면… 다리가 아파 때로는 쉬고 싶기도 하고, 또 이렇게 남자의 어깨에 살짝 기댈 수도 있고. 저는 이런 순간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큼직한 선글라스를 쓴 케이트.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케이트.

그녀는 무척 화려하고 방탕한 여느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답지 않게, 이렇듯 아주 수수한 면모가 있었다.

특히, 그녀는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쉴 새 없이 이야기들을 했고.

그러다 보니, 김태풍은 그저 귀가 즐겁기만 하다.

특히, 팔짱을 끼고 걷다 보니.

서로의 몸이 저절로 닿았는데.

무척 어색할 것만 같았으나.

놀랍게도 그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고.

대신에 자연스레 미국 아가씨다운 자유분방함이 그녀에게서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가볍게 장난을 치기도 하는 케이트.

또한, 김태풍의 어깨에 얼굴을 꼭 대기도 하고.

김태풍의 귀에 따뜻한 입김을 흘리며 이것저것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묘한 기분 속에서.

한참을 걷던 중.

이때, 러닝복 차림의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왔다.

“저기, 잠깐! 케이트 양. 흠. 저쪽에 카메라를 든 파파라치들이 여럿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데, 이쯤 해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러닝복 차림의 라틴계 남자.

그는 그녀의 보디가드였다.

앞쪽 보디가드들한테서 연락을 받은 듯, 그는 그렇게 귀띔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케이트는 자신의 긴 모자를 옆으로 올리며, 김태풍을 가만히 쳐다봤다.

“혹시, 연예신문지에 얼굴이 나오고 싶지 않죠? 요즘 떠들썩한 퓨어 센서 개발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음. 이건 큰 이슈가 될 수 있어요! 자, 가죠.”

“네?”

“드라이브 어때요?”

“아, 그럼 제가 운전을 해도 될까요?”

“네. 이거 받아요.”

이때, 케이트는 자신의 길쭉한 핸드백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어 가볍게 던져줬고.

김태풍은 그 키를 가볍게 허공에서 낚아챘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은 붉은 스포츠카를 타고서.

산타 모니카(Santa Monica)에서 주마 해변(Zuma beach)까지 이어지고 있는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를 힘차게 질주했다.

그리고 중간에 서프 라이더 해변(Surf Rider Beach)에 들른 두 사람.

나란히 앉아서.

수많은 서퍼들이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며 나아가는 모습들을 잠시 구경했는데.

그리고 다시 그들은 또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이어가다가.

이윽고 포인트 듐(Point Dume)에 도착하게 되었다.

먼저, 주변에 주차를 했고.

이제 모래 길을 따라 걸던 두 사람.

그리고 다시 팔짱을 끼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밀착이 되어.

두 사람 사이가 더욱더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케이트가 다시 입을 열고 있다.

“우리 친구 맞죠?”

한때,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로.

남녀관계에 있어서 무척 보수적인 케이트.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그녀는 김태풍이 편안한 게 사실이다.

특히, 무척 신사적이고.

또한, 아주 배려심이 많은 남자.

물론 건너건너 친구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순수해 보이는 그의 눈빛은 케이트의 마음에 꼭 들었다.

또한, 한 번씩 귀에 들려오는, 그 특이한 액센트 때문에.

자신을 그냥 웃게 만드는 남자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있는 할아버지.

그가 최근 들어 가장 아끼고 있는 남자이기도 한데.

특히, 눈앞의 이 남자는.

몇 달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퓨어 센서 시리즈의 개발자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이 눈앞의 이 남자!

자신이 과거 다녔던 영국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영국 중고교 과정).

그곳에서 봤던 그 귀족 남자와도 많이 닮은 모습이 아닌가.

무척 순수한 눈.

그리고 아주 지적인 남자.

넘치는 자신감.

또한, 천재적인 능력까지.

그런데 바로 그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주 놀라운 일이.

그녀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 친구 맞죠?’라는 자신의 말에.

그가 전혀 다르게 반응한 것이다.

“음! 케이트. 더 늦지 않게, 진심으로 말하겠습니다. 혹시 저한테, 당신에 대한 기회를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그가 말하고 있었고.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얼굴과 무척 가까워졌는데.

그 순간, 그녀는 흠칫 놀라며, 몸이 저절로 굳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입술!

그런데 그 남자의 기운이 자신의 입술에 깊숙이 와 닿고 있었던 것이다.

“대니! 당신!”

그 순간, 케이트의 두 눈은 점점 더 커져 갔는데.

그러나 그 놀람도 잠시.

그녀의 반짝이는 두 눈은 이내 스르륵 감겨가고 있었고….

1999년 11월 7일.

서서히 붉게 변해가고 있는, 가을 낙조의 바다를 뒤로 하고서.

김태풍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케이트와 아주 낭만적인 첫 키스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날 저녁 늦게.

분위기 좋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케이트와 단둘이서 식사를 하게 된 김태풍.

그 뒤 자신이 며칠간 머물게 될 호텔로.

체크인해서 들어갔는데.

그리고 잠시 뒤.

김태풍은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부터 아주 좋은 소식들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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