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79화 (79/153)

95-바쁜 김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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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럼 좋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진짜 천재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제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하. 저는 당신한테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용인 연구소 내, 대형 회의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참 기자 인터뷰들을 하던 중.

어느 외신 기자로부터 김태풍은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뭐? 나더러 천재라고 묻는 건가?’

사실, 여러 언론매체들이나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런 류의 표현들을 종종 들었던 김태풍.

그러나 이렇게 직설적으로 그런 질문을 받자, 잠깐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질문을 받고서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김태풍.

그러나 곧 피식 웃고 만다.

그러고 보면, 정말 자신이 그런 천재의 부류에 포함될 수가 있을까?

‘하하하, 천재라고? 내가 보기엔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사실, 근대 관념 철학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그는 1790년도에 출판한 판단력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이라는 책에서 이미 천재를 정의한 바가 있다.

그가 정의한 천재는, 기존 지식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천재의 범주에.

주로 예술가들.

특히, 음악가들, 화가들, 조각가들, 문학가들이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다시 말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영역들 중에서도 가장 창의력이 극대화된 분야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과학 분야까지 확대한다면.

에디슨 혹은 테슬라와 같은 과학발명가들.

그리고 아인슈타인 등의 이론물리학자들 등등.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게 될 것이다.

하물며, 새로운 학문적 영역들을 개척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

이들 역시 결국 천재의 영역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태풍.

그는 과연 어떨까?

“하하하, 하하하! 천만에요. 저는 절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지식을 응용하고 있을 뿐. 진짜 천재라면 가져야 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 창출! 아직 이쪽은 저도 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천재가 아닙니다.”

그러자 그 질문을 던졌던 외신 기자 외에도, 다른 외신 기자들까지 바로 웃으며 대꾸했다.

“아닙니다. 저는 당신의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하! 닥터 킴! 당신의 그 말은 그저 겸손의 말로 생각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파악한 바로는, 당신은 신약 쪽 분야뿐만이 아니라, 뉴스킨 테라피(New Skin Terapy, NST)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새로운 형태의 인공 피부 제작 기술! 그리고 피부 접착제 기술! 이번에는 혁신적인 혈액 진단 장치 개발 쪽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감히 천재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엘버튼 기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외신 기자들이 떠들어대자.

바로 옆에 있던 어느 한국인 기자.

그는 외신 기자들을 의식한 듯 불쑥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참! 천재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궁금한데, 그럼 김 소장님! 김 소장님 아이큐가 대체 얼마나 됩니까? 혹시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혹시 멘사 회원이신가요? 수학 계산이나 암기 실력! 대체 어느 정도 됩니까?”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온 한국인 기자의 질문.

그런데 그 순간.

외신 기자들은 일제히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천재의 기준에 대해서, 한국 기자들은 다소 이상한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큐가 높다고 해서, 모두가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멘사 회원이라고 해서,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학 계산이나 암기 실력이 높다고 해서, 천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주 잘못된 천재 관념을 갖고 있는 한국 내 실정.

이것이 바로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에게.

아이큐가 얼마냐고 누구도 묻지 않는다.

즉,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지능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학문적 분야에 대한 엄청난 집중력과 그에 부응하는 처절한 노력을 절대 빼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엄청난 피와 땀을 흘린 뒤.

마침내 그 값진 열매로써.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내게 될 것이고.

비로소 그 사람은 진정한 천재의 부류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악성 베토벤은 청각에 문제가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작곡을 했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은 당뇨로 시력이 최악이었지만, 끝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인간의 문명을 바꾸고 또 진보시킨 것은, 바로 그런 천재들의 역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초인적인 집중력과 처절한 노력들을, 단순히 선천적인 지능 따위로 폄하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태풍은 그런 아이큐 질문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날, 기자 인터뷰를 마친 뒤.

그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연구소장실에서 학술 논문들을 챙겨 보고.

또 이것저것 아이디어들을 구상하던 김태풍.

그런데 아주 밤늦은 시각.

노벨상 수상자 코니 교수로부터 뜻밖의 전화 연락을 받게 되었다.

- 하하하. 아주 좋은 소식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방법이었더군요.

“네? 혹시 그거, 그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 네. 맞아요. 퓨어 센서. 그 진단 장치는 미국인들에게 무척 필요한 기기입니다. 저희가 닥터 킴에게 큰 은혜를 입은 것 같습니다.

“아, 그건…. 하하, 사실 저보다는 Relian Medical Corporation에서 개발 업무를 잘 한 겁니다.”

-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물질 소재가 좋지 않으면, 절대 그런 시도가 불가능하니까요. 하하하. 참, 제가 갑자기 전화를 한 것은, 한 가지 부탁을 할 게 있습니다. 흠. 다른 게 아니라, 이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 화학 학회, 여기 발표와 관련해서 부탁을 좀 하려고, 이렇게 전화를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운을 떼며, 천천히 용건을 말하고 있는 코니 교수.

그런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다름이 아니라, 11월 중순,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코니 교수는 자신을 대신하여, 발표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으니까.

꼭 학술 발표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부탁 말을 하고 있었다.

- 그러니까 발표 주제는 마음대로 정해도 됩니다. 적어도 화학이라는 분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을 테니, 그러니 정말 마음대로 발표 주제를 정해도 됩니다. 하하. 이거, 갑자기 부탁을 하게 돼서,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학회 커미티(committee) 내에서도 이번 퓨어 센서 시리즈 개발자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큽니다.

다시 말해서, 코니 교수는 자신을 대신해서 김태풍에게 학회 기조 발표자(plenary speaker) 역할을 해달라는 것인데.

보통 기조 발표자(plenary speaker)가 되는 것은, 학계 내에서 원로급 혹은 상당한 연구 실적을 가진 중진급 이상의 과학자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직 나이도 무척 젊은 김태풍.

그런 그가 기조 발표자(plenary speaker)가 되는 것은 무척 의외의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김태풍은 깜짝 놀라며, 바로 사양했으나

그러나 코니 교수는 끝까지 부탁했고.

결국, 김태풍은 그의 간절한 부탁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휴! 근데, 이거 정말 큰일 났는데! 끝끝내 안 된다고 할 걸 그랬나? 맙소사, 내가 국제학회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대신해서 plenary speaker라니!’

그러고 보면, 한국연구기술원 박한식 교수조차도 최근에서야 각종 학술대회에서 plenary speaker로 나설 수 있게 된 상황인데.

그런데 김태풍은 고작 28살의 나이에.

학계에서 가장 명예스러운 위치라고 할 수 있는 plenary speaker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부담감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었고.

코니 교수와의 통화를 마친 그 다음 날부터.

이런 학회 발표 때문에.

김태풍은 잔뜩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이날 저녁 무렵.

그는 다시금 또 다른 놀라운 연락을 받게 되었다.

Relian Medical Corporation의 송정민 박사.

그가 직접 전화를 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김태풍에게 사정사정 부탁을 해 왔다.

- 좀 부탁드립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뭐, 힘드실 줄은 알지만, 저희 경영진 차원에서 논의를 해 보니, 김 박사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퓨어 센서 시리즈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Relian Medical Corporation은 거기서 안주하지 않았고.

더 큰 매출 증진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서, 현재 더 많은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써 Relian Medical Corporation은 김태풍의 미국 방문을 요청한 것이다.

- 저희는 모든 경비를 최고 수준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즉, 퍼스트클래스급 항공권 제공,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제공, 미국 내 차량 지원, 여행 경비 등등.

그 모든 것들을 Relian Medical Corporation에서 책임지겠다고 했다.

“음. 제가 회사 사정 때문에 어찌 될 줄은 모르겠는데. 그럼 제가 토크쇼에도 나가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네. 맞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11월 초순쯤에 예정된 미국 최대 토크쇼.

즉, 해리 킹 라이브 쇼에 동반 출연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해리 킹 라이브 쇼는 주로 사회적 명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는 심야 토크쇼인데.

인권운동가, 영화배우, 가수, 예술가, 정치인 등등, 다방면의 사람들이 이 토크쇼에 출연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 토크쇼에는 Relian Medical Corporation의 CEO 존 러쉬 박사 등도 같이 출연하게 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때.

김태풍의 귀를 아주 솔깃하게 만든 것은, 이 토크쇼의 촬영 장소가 바로 ANN 방송국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김태풍은 두 눈을 반짝거렸는데.

다름이 아니라.

케이트 코니!

그녀가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그녀는 뉴질랜드에서 영화 촬영을 마친 뒤.

현재 LA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순간, 김태풍은 아주 좋은 건수를 건진 표정을 지으며, 바로 대답했다.

“네! 좋습니다! 그럼 LA에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가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대신에 송 박사님. 제가 병무청 허가를 받아야 해서, 이것저것 공동연구 명목이나 국제회의 명목의 서류들이 필요한데, 혹시 이런 공문서들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하하하!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뭐든 말씀하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송정민 박사와의 전화 통화를 마친 김태풍은 그때부터 무척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문연구요원의 해외 방문은 반드시 병무청 허가가 필요했고.

그래서 그 허가를 득하기 위해서, 서둘러 증빙서류들을 만든 뒤, 병무청에 제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참, 그럼 미국 일을 마치고, 바로 덴마크로 가도 되겠는데.’

즉, 미국에서 일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할 게 아니라.

11월 중순에 있는 국제학회 참석을 위해.

미국 LA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바로 넘어가면 될 것 같았다.

‘음. 근데 이 스케쥴 때문에 더 바빠지게 되겠는데…. 제약산업개혁위원회 참석도 있고. 미국 파이자(Pizar)와의 기술이전 협약 체결식도 있고. 또, 거기다가 김신웅 회장님으로부터 일성전자 지분을 받을 것도 있고.’

갑작스러운 미국 여행을 자신의 스케쥴에 집어넣자.

갑자기 일들이 미어터질 듯이 많아지고 있었다.

‘음. 거기다가… 그래! 아롬기술 주식투자! 강길남 부장님도 어서 만나봐야 하는데.’

또한, 연구소 일까지 포함한다면.

진짜 할 일들이 태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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