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77화 (77/153)

93-타이푼(Typhoon) 포세이돈(Posei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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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근데, 인테리어 공사만 한 달이라. 뭐, 할 수 없지. 그 전까지 자동차 인도를 좀 늦춰달라고 해야겠어.’

어제, 진땀을 흘리면서도, 아주 능숙하게 기자 인터뷰를 마쳤던 김태풍.

특히 그 인터뷰 광경을 근처에서 보았던 회사 연구원들은 아주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김태풍은 그런 주변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오늘 자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신문들을 이리저리 쳐다보다가.

이내 관심을 거두고는.

턱을 잠깐 괴면서, 곧 이런저런 생각들에 빠져들고 있었다.

‘흠. 이게 이렇게 크게 터질 줄은 몰랐는데…. 근데 앞으로 내 사생활 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고. 설마, 성북동 집이 이슈가 되진 않겠지?’

그런 걱정이 들다가도.

곧바로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있는 김태풍.

‘그래. 이번에도 김동걸 수석께 부탁해보자.’

그러고는 김태풍은 이제 좀 더 중요한 생각들도 이어 나가게 되었다.

‘근데, 나한테 여전히 2조6천억 원가량 있는데, 이걸 다시 어디에 투자할까?’

집 2채 구매비용으로 130억 원 정도 쓰고.

또, 인테리어 비용으로 총 20억을 쓰고.

그리고 자동차 구매비용으로 대략 10억 원까지 썼지만.

그럼에도 현재 재산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써도 써도 끝이 없을, 그런 돈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쯤 해서 신약이고 나발이고.

다 접고서.

평생 돈만 쓰는 삶을 살아도 되겠지만.

그러나 젊은 김태풍은 아직 자신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 여기서 멈추면 너무 쉬워. 좀 더 확인해야 할 것 같고, 좀 더 성취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어느덧 신문 톱 기사를 장식하게 된 김태풍.

이런 시점에 이르게 되면.

그대로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활활 피워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김태풍은 자신의 인생 목표를 더 높게 잡고 싶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렇듯 김태풍이 이런 위치에 남들보다 더 빨리 올라서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회귀 전 그의 지루한 노력들이 한몫했다는 것을 절대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 그는 오로지 신약 개발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거의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논문들을 읽었고.

또 분석했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가 되고자.

그는 아주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럼에도 실패했지만.

그러나 그때의 모든 노력들은 아주 강력한 인생 자양분이 된 상태가 아닌가.

그러고 보면, 결국 ‘노력’이라는 것은 사람을 쉽게 배신하지 않는 모양이다.

‘참! 그러고 보니까, 브룩하이머 교수님도 곧 기술이전을 하신다고 하던데? 그건 또 어떻게 될까?’

1996년도 하반기.

그때, 김태풍과 공동으로 개발했던 루테늄 착화합물 촉매들.

이 촉매 개발이 끝난 뒤, 이후 지속적인 응용 연구를 진행했던 유타대 브룩하이머 교수.

그도 이제야 더 큰 빛을 보게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쪽 촉매 분야는 화학 산업 분야에 큰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실질적인 기술이전료는 신약 기술이전만큼 천문학적일 수가 없는 상태이고.

그럼에도 이런 촉매 물질의 과학적, 산업적 파장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 그건 그렇고. 그러고 보면, 나한테 TSP(Typhoon-Samuel PharmaChem)도 있고, TSP 팜 코리아도 있지만. 결국 내 지분은 전체 지분의 삼분지일 수준에 불과하단 말이야. 따지고 보면, 완전히 내 회사도 아닌 거고.’

그래서 김태풍은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음! 이럴 게 아니라, 내가 이참에 회사를 하나 더 설립해 볼까?’

결국, 조 단위의 돈을 가지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런저런 주변 요건들도 나쁘지 않았다.

일성SD신약과 메드TX가 합병을 하게 되면, 거대 신약 개발회사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고.

이 여파로 인하여, 국내 제약산업 전체에도 새로운 변혁의 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거기다가 TSP, 그리고 TSP 팜 코리아까지 존재하다 보니.

앞으로 국내외 엄청난 신약 개발 바람을 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그래. 이런 기업들이 많을수록, 운신의 폭이 더 넓어져.’

물론, 주변 경쟁 기업들이 많아지게 되면, 회사가 경쟁에 밀려 망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런 경쟁 기업들이 혹은 우호 기업들이 적절하게 존재한다면.

한편으로는 아주 긍정적인 방향성이 생길 수도 있게 된다.

즉, 예를 들면.

과거, 국내 최초로 피부에 붙이는 근육통 치료제인 케토톱이 처음 나왔을 때.

그리고 이후, 후발주자로 트라스트, 케펜텍 등이 나왔을 때.

이런 후발주자들 때문에.

케토톱 매출은 크게 급감할 거라고 다들 생각했으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후발주자들이 시장을 더 확대하면서.

붙이는 근육통·관절염 치료제 전체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따라서, 앞선 우려와 달리, 케토톱 전체 매출 규모도 더 성장해 버렸다.

다시 말해서, 시장을 만들고 또 확대하는 일.

일종의 공생 전략!

거기다가 현재 여러모로 부족한 의약 정책들을 입안하는데도.

이런 기업들의 성장은 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음. 공정하게 경쟁하고, 또 싸워서 이길 자신감이 나한테 있으니까. 결국,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특히, 이런 신생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앞으로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제약 기업들이 여럿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것은 결국, 대한민국이 제약 약소국에서 제약 선진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그런 길이 열린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내가 직접 경영을 할 수는 없으니까, 지분만 우선 확실히 챙기고….’

즉, 회사 설립 이후, 한동안 전문경영인을 쓰면 되는 것이다.

자신은 대주주로서.

비공식적으로 자문 역할을 하면 될 것이고.

‘그럼 어떤 테마부터 사업을 시작하고, 또 어떤 사람들을 쓰면 좋을까?’

거기까지 생각하게 된 그는 그로부터 며칠간 더 심각하게 고민을 이어 나갔고.

그리고 마침내 아주 좋은 묘안을 떠올리게 되었다.

즉, 일종의 지주회사 격인 투자홀딩스.

그런 회사를 설립할 생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형 제약회사 설립을 위한 전초 기지.

그리고 전문적인 국내외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투자사 개념까지.

이런 두 가지 형태를 다 포괄할 수 있는.

다소 복합적인 개념의 투자홀딩스.

‘그래. 이게 좋겠다.’

그리고 그때부터 김태풍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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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1999년 6월 16일.

여름 장마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듯.

바깥에는 쉴 새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특히, 다음 주부터는 본격 여름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가 술술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

김태풍은 강남역 근처 한정식집에서.

저녁 식사 겸, 여러 사람들을 함께 만나게 되었다.

‘휴! 엄청 쏟아지네.’

주차장에 차를 댄 뒤, 불과 20m 거리를 걸어서.

한정식집으로 들어갈 때.

잠깐 우산을 썼던 김태풍.

그러나 금세 바지 하단이 약간 젖어 버렸는데.

그는 쓴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고.

이때, 입구에 있던 어느 여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김태풍의 우산을 받아줬다.

오늘 김태풍이 예약한 이곳은 아주 비싸기도 이름난 최고급 한정식집이다.

“안녕하세요? 저희 한미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혹시 예약하신 분 성함이?”

“김태풍. 접니다.”

“아,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러고는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

그곳에는 자신이 초대한 사람들이 미리 와 있었다.

“아, 다 오셨군요. 이렇게 일찍? 하하. 호스트인 제가 가장 늦게 도착해서 죄송합니다. 반갑습니다.”

김태풍이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모두 일제히 일어나 김태풍과 악수했다.

가장 먼저 악수한 사람은, 김태풍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젊은 강길남.

그는 김태풍의 학교 선배이자, 신영벤처투자사 현직 과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악수한 사람은.

올해 초, 김태풍의 국내 세금 처리를 깔끔하게 해줬던, 50대 초반의 나이인 세무사 김병철씨.

그는 김태풍이 어마어마한 부자인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아주 밝게 웃으며, 정중하게 김태풍과 악수했다.

그리고 또 다음으로 악수한 사람은, 김병철의 소개로 이 자리에 오게 된 인물인데.

현재 국내 최고 로펌의 고문변호사인 이헌영 변호사였다.

대검 검사장 출신이다 보니.

법적 부분에 있어서 김태풍에게 큰 도움이 될 인물이었다.

“하하! 반갑습니다. 이헌영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변호사님! 변호사님에 대해서는 김 세무사님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는 김태풍은 다음 사람과도 또 악수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태풍입니다.”

“와! 이럴 수가! 하하. 이렇게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최경진이라고 합니다.”

38살의 최경진.

그는 훗날, 한국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주도하게 되는 대단한 사업가가 되는데.

현재는 자신의 과거 회사 동료들과 함께 바이오벤처를 만든 뒤, 국내 벤처투자사들을 오가며, 투자유치에 혈안이 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은.

최근 신문 보도 등을 통해 크게 알려진 김태풍.

그가 갑자기 자신에게 연락과 제안을 해오자.

며칠 고심 끝에,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게 되었고.

또한, 오늘 이 저녁 자리에도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물은 미국 TSP 본사 소속이지만, 박한식 교수의 TSP 팜 코리아 일을 돕고 있는 레이 킴 박사.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임상시험 분야 전문가이자, 미국 팜디(Pharm. D, doctor of pharmacy), 즉 임상약사 출신이다 보니.

여러모로 김태풍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잘 오셨습니다. 킴 박사님!”

“하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모인 여러 사람들.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김태풍은 이제 가장 중앙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전.

김태풍은 오늘 미팅 목적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먼저, 이헌영 변호사님, 김병철 세무사님, 최경진 대표님, 강길남 과장님, 레이 킴 박사님, 이하 모든 분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제 제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고, 또한 감사하게도 동의해 주셔서, 저로서도 무척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때, 모두들 김태풍을 한번 쳐다보며, 말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먼저, 김태풍은 강길남에게 자신의 투자 대리인 역할을 제의하면서, 연봉 3억 원을 제시했다.

사실, 이 시대 연봉 3억 원.

어마어마하게 큰돈이 아닌가.

이 제안을 받게 된 강길남.

그가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김태풍은 국세청 국장 출신인 세무사 김병철에게 향후 설립할 회사의 회계·세무 부분을 맡기면서.

김병철 세무사무소를 김태풍의 새로운 회사 내부로 흡수해 버렸다.

이때, 김태풍은 이런 인수 대가로 김병철에게 30억 원을 제공했고.

또한, 그에게 향후 연봉 7억 원을 제시했다.

한편, 변호사 이헌영에게는 최고연봉인 50억 원을 제시했는데.

대검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가 한 해 벌어들이게 되는 한 해 수익보다 좀 더 높게 잡은 연봉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최경진에게는 그가 설립한 바이오벤처 지분 51%를 받게 되는 대가로.

투자금 2천억 원과 향후 20년간 경영권을 약속했고.

이때 최경진은 두말하지 않고, 김태풍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리고 한편, 30대 중반의 나이인 레이 킴!

그에게는 연봉 7억 원 외에도.

명목상 회사 대표 역할을 맡기게 되었는데.

특히, 레이 킴은 TSP 팜 코리아 설립 경험이 있었고.

또한, 재미교포라는 점과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로 무척 젊어서.

그를 상대하는 게 훨씬 더 편할 것 같아서.

김태풍은 그를 대표로 삼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으로 저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생각입니다. 그게 국가에 도움이 되든, 도움이 되지 않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저는 제가 설립하고자 하는 이 회사의 성공에 모든 총력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러고는 김태풍은 앞으로 설립할 자신의 회사 이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타이푼(Typhoon) 포세이돈(Poseidon) 투자(Investment) 홀딩스. 즉, TPI홀딩스! 이 회사가 앞으로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러고 보면, 타이푼(Typhoon)은 김태풍의 애칭 같은 것이고.

포세이돈(Poseidon)은 바다의 신이라, 태풍과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TPI홀딩스’라는 이름을 지은 김태풍.

그러면서 그는 먼저 머리를 숙였고.

그러자 다들 미소를 지으며, 다 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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