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상이 주목하는 신약 개발자(2)
<28>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다
“야! 정 기자! 빨리 뛰어나가! 메드TX 김태풍 소장! 당뇨병 신약 개발자라고 방금 떴어! 빨리 메드TX로 뛰어나가!!”
“네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부장님?”
“야! 정상우우우!! 너는 왜 날마다, 나보다 소식이 늦어?”
“네에?”
“야! 야! 무조건 빨리 뛰라고! 새끼야! 빨리 무조건 뛰어! 운전하면서, 식약청 김 과장한테 전화해보고. 빨리 가라고! 자식아!”
“아, 알겠습니다! 부장님!”
최한기 부장의 지독한 독촉에 헐레벌떡 뛰어나가고 있는 명성일보 정상우 기자.
그런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최한기 부장.
그리고 이때, 그의 근처에 있던 신참 기자가 의아해하며 무슨 일이냐고 질문을 던졌고.
그러자 최한기 부장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야. 최 기자! 당신도 두루두루 다니면서, 여기저기 안면부터 많이 터놔. 이 바닥은 정보빨이라고. 정보가 늦으면 특종이고 나발이 하나도 없어! 남들보다 빨리 뛰어가서 인터뷰 따내면, 남들 카피 기사 낼 때, 자긴 특종 기사 터트리는 거야. 이게 뭔 말이 알지?”
“음. 부장님. 그러면 그 메드TX인가? 뭔가 하는 그 회사에서 갑자기 특종이 터진 겁니까?”
“뭐, 우선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소스는요?”
“식약청 내 친구.”
“네?”
“문자 왔어.”
“아.”
“이게 제약산업 민관협 협의체 회의 때 나온 이야긴데. 이것저것 조합해보면, 내가 봐도 특종감이야.”
“그게 어떤 겁니까?”
“최근 주가 폭등한 종목 있잖아? 메드TX. 이 회사 당뇨병 신약 말이야. 그거 만든 사람이 바로 김태풍씨라고 하잖아.”
“네?”
“야! 넌 아직도 업무 파악도 못 했나? 이 친구도 몰라? 저번에 말이야. 노벨상 수상자 청와대 방문! 그때 그 미팅 그룹에 끼었던 친구. 국제저명학술지에 논문도 술술 내고, 그쪽으로 완전히 씹어먹는 친구 말이야.”
“아, 혹시 그럼… 그 한국연구기술원 출신… 그 학생 천재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그 친구! 지금껏 별의별 이상한 천재들만 넘쳐났지만, 그 친구는 진짜배기 천재야! 최근 임상 2상 끝난 당뇨병 신약. 그걸 개발한 사람이 그 친구라잖아. 메드TX 사장이 직접 발표했고.”
“네? 정말입니까?”
“얼핏 듣기로는, 20억 달러 규모 기술이전이 가능하다잖아. 야! 최 기자! 너도 정신 차리고. 주변에 귀 좀 기울여. 정보가 빨라야 좋은 기사를 쓰지!”
“하하. 알겠습니다. 부장님.”
그리고 한편, 메드TX 연구소.
최한기 부장의 독촉에.
부랴부랴 메드TX 연구소에 도착한 정상우 기자.
그러나 그는 곧 인상을 팍 찡그리고 만다.
혹시 모를 특종을 노리며,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이미 메드TX 연구소 1층 복도.
그곳에는 기자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씨이! 회사가 왜 이렇게 촌구석에 있어? 무려 1시간이나 쓸데없이 빙빙 돌았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정상우 기자.
사실, 그가 늦을 수밖에 없었던 건.
용인 내에서도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메드TX 연구소의 위치 때문이다.
특히, 이 시대는 아직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었는데.
그래서 낯선 길 찾기가 절대 쉽지 않다.
실제로 2000년부터 GPS 위성이 민간인에게 개방되면서.
이때 자동차 네비게이션 시장도 활성화되는데.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지도나 길 표지판을 보고서.
운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길을 잘못 들어 빙빙 돌다가.
뒤늦게 도착하게 된 정상우 기자.
천금보다 귀한 시간을.
그는 그렇게 허비하고 말았던 것이다.
‘으으. 부장님한테 또 씹히겠네.’
그러나 이미 틀어진 일이다.
한숨을 팍팍 내쉬면서도.
정상우 기자는 기자들의 무리에 뒤섞이게 되었고.
그리고 잠시 후.
이번 취재대상인 화제의 인물, 김태풍 연구소장이 드디어 기자들 앞에 나오게 되었다.
이때, 요란한 카메라 플래시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는데….
‘이야. 저 사람, 진짜 젊은 사람이네.’
정상우 기자는 김태풍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곧이어 젊은 연구소장 김태풍은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끝내고.
아주 노련하게, 당뇨병 신약 MTD-2000375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 있었다.
“우선, 먼 곳에서 저희 회사까지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 감사의 뜻에서, 저는 이번 신약 개발자인 관점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 신약에 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이어지는 그의 말.
“이 신약 물질은, 미국, 멕시코 일대의 사막 지역에서 출몰하고 있는 힐라 몬스터 도마뱀! 이 도마뱀의 타액으로부터 추출된 엑세나타이드(Exenatide), 이 약물에서부터 시작되어 개발된 약물입니다. 즉, 제2형 당뇨병 치료 신약입니다. 특히, 이 약물의 약리 기전은… 인체 내에 존재하고 있는 GLP-1 호르몬과 비슷하면서도, 대신에 좀 더 개량된 형태입니다. 또한, 이 신약의 분자량은 아주 적습니다. 그 결과, 유기합성을 통해서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그렇게 먼저 기본 설명을 마친 뒤, 김태풍은 이제 주변 개발 동향에 관해서도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이 신약의 최초 형태인 엑세나타이드(Exenatide)는 아직 신약 승인이 되지 않은 약물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차례 논문 발표 등을 통해서, 그 효력은 이미 입증이 된 상태이며. 현재 미국 Amylin사에서 이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고 있는 그의 말.
“다만, 엑세나타이드(Exenatide)와 저희 신약의 차이점은, 엑세나타이드(Exenatide)는 하루 2회 주사가 반드시 필요한 반면… 저희 신약 물질은 하루 1회 경구 복용만으로도 그 효력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즉, 복용 편의성이 너무 좋습니다. 실제, 임상 2상 시험 중에 환자들로부터 아주 큰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김태풍은 설명했는데.
그러나 그의 설명을 바로 알아듣는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몇몇 의학 전문기자들은 무언가를 깨닫고는.
놀라며, 바로 손을 들었다.
“김 소장님! 그런데! 저번 임상 2상 결과 발표 때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 다시 말해서, 이 신약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가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세상에! 이거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이쪽 분야는 시장성이 더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습니까? 이런 획기적인 신약이 정말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겁니까?”
다시 말해서, 전통적인 당뇨병 치료제들은 대다수 정맥 혹은 피하 주사가 필수다.
즉, 하루에 몇 차례씩 주사를 맞는 형태.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주사 방식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실제, 어렸을 때, 면역 백신 접종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 본다면.
그때, 다들 자신도 모르게, 은근한 두려움들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
매번 주사를 맞는 일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주사 과정도 없이.
먹을 수 있는 경구용 약물의 출시!
이건 매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네. 가능합니다. 이 약물은 small molecule(저분자량) 약물입니다. 단백질, 펩타이드 약물이 아니라, 일종의 합성 약물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성들까지 포함된 터라, 결국 경구용 약물로 출시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일례로, 시중에 일반인들이 많이 복용하고 있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타이레놀 등과 같은 약물들.
이 약물들은 주로 경구 복용을 통해서 약효가 발휘되는데.
만약 이 약물 복용을 위해 무조건 정맥 혹은 피하 주사를 해야 한다면.
대다수 일반인들은 기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김태풍의 신약 개발은 그 가치가 아주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점들을 강조하면서 김태풍은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예를 들어,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즉 제1형 당뇨병. 이 질환 쪽에 많이 쓰이고 있는 인슐린이라는 약물이 있습니다. 아마, 이 인슐린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고 있는 그의 말.
“사실, 이 인슐린을 경구 복용 형태로 제작하려고, 제약회사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미래에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체내 위장이 가지고 있는 산성 환경, 그리고 위장 내 단백질 분해 효소들. 그런 요소들로 인하여, 경구 복용 후 인슐린은 거의 다 파괴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 저기, 김 소장님!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네. 다시 말해서, 체내 위장 내 산도가 대략 1.5에서 2.0 정도가 됩니다. 즉, 위액은 상당한 산성 성분이라, 대다수 물질은 이 산성 환경에서 파괴가 됩니다. 거기다가 각종 단백질 분해 효소들이 분비되어, 단백질 약물인 인슐린을 다시 한번 파괴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인슐린의 경구 복용은 전혀 불가능한 겁니까?”
“물론, 약물 제제 연구 쪽에서는, 인슐린을 셀룰로스 계통의 고분자 물질들로 코팅하는 형태나, 또는 알약 정제의 표면을 좀 더 강화시켜… 위장에서는 분해가 되지 않은 정제 형태로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설령 위장을 지나 소장, 대장으로 넘어가더라도… 대다수 단백질 약물들은 소장 혹은 대장에서 약물 흡수가 아주 제한적입니다.”
“음. 그 이유가 뭡니까?”
“왜냐하면, 일반적인 단백질 약물이 가진 화학구조, 또 그것의 분자량, 한편으로는 물리화학적 특성 등이 장내 흡수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즉, 대다수 단백질 약물의 생체 흡수율은, 최초 복용량 대비해서 1% 혹은 0.1%도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1%라도 흡수하면, 좋은 거 아닙니까?”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선, 단백질 약물은 가격이 아주 비쌉니다. 최대 1% 흡수율을 위해서, 그 100배에 해당되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그 약물 단가가 너무 높아집니다.”
“아!”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당뇨병 치료는 아주 섬세하게 약물 농도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혈액 속에 존재하고 있는 약물의 농도를 정확하게 맞춰야, 약리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혈당 쇼크도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때, 기자들은 그 뜻을 몰라 의아해하자.
김태풍은 바로 보충 설명을 했다.
“즉, 사람마다 식습관이 다르고, 또 신진대사도 다르고, 위장 운동도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장내 약물 흡수율에 있어서도 아주 큰 편차가 생기게 됩니다. 이때, 자칫 많은 양의 인슐린이 체내에 흡수된다면, 그게 바로 저혈당 쇼크로 변질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겁니다.”
“음. 그러니까 정밀하게 혈중 약물 농도를 조절하려고, 딱 그 용량만 혈액 속에 넣는, 일종의 정맥 혹은 피하 주사를 한다, 그 말이 맞죠?”
어느 의학 전문기자가 정리했고.
김태풍은 바로 동의했다.
“네. 맞습니다.”
“그럼 이 신약은?”
“이 신약은 약리 작용에 필요한 약물 용량 범위가 좀 더 넓게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경구 복용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편차까지 감안하더라도, 이 신약은 부작용 없이…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 2상 시험에서, 그 부분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일반 기자들.
그리고 이때, 누군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김 소장님! 임상 2상 결과에 대해서도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그래서 김태풍은 바로 대답했다.
“우선,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국내 임상 2상이 진행되었는데. 대략 환자군마다 30주가량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배경을 설명한 뒤, 곧 이어지고 있는 임상시험 결과 설명들.
“이때, 저희 신약은 위약군(가짜 약물)과 비교했을 때, 치료 전과 비교하면, 당화혈색소(혈중 포도당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혈색소)를 통계상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시켰습니다. 한편, 52주간 또 다른 연구들도 진행되었는데… 이때 다른 합성 약물 계열인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메트포르민(metformin)으로 조절되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 대해서도… 저희 분석 결과, 통계상 유의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렇듯 김태풍은 아주 또렷하게 설명들을 이어 나갔고.
그런 신약 설명이 잠시 후 끝나자.
그때부터는.
이제 김태풍 개인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2시간 남짓 이어진 공개 인터뷰.
그게 마침내 끝이 났는데.
그리고 이날 저녁!
각 신문사들에서 배포한 석간신문 1면 혹은 2면, 3면 기사에.
당뇨병 신약 MTD-2000375의 진정한 가치를 설명하는 내용들이 가득 담긴 것 외에도.
천재 과학자 김태풍의 신약 개발 스토리가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특히, 일부 신문사에서는 놀랍게도 1면 톱기사로 이런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는데.
아마도 국가 제약산업 붐을 창출하려는 청와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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