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74화 (74/153)

90-새로운 국가 부흥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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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12일 수요일.

이날.

미국 뉴욕발 보잉 747 여객기 한 대가 조용히 김포국제공항 활주로에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객기 기내를 경쾌하게 울리는 방송 소리.

“Ladies and gentlemen. Welcome to Gimpo international airport. For your safety, please remain seated until the captain has turned off the seat belt sign….”

이 방송을 들은 한국인들 혹은 노란 머리의 백인들은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곧이어 비행기가 완전히 멈춰선 뒤.

비행기 출입구가 열리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가장 먼저 출구를 나선 이는 퍼스트클래스에 있던 반백의 어느 중년 신사였다.

발걸음이 유난히 빠른 그는 가장 먼저 입국심사를 마쳤고.

잠시 후, 도착 터미널로 걸어 나왔다.

“휴! 어느덧 7년 만이군. 틈틈이 올 때마다 느끼지만, 항상 한국에 오면 마음이 편해져.”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독백하던 그.

이때,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윤 박사님! 여깁니다. 여기! 하하하! 이거 반갑습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남자.

상대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듯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렇게 안 나와 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힘껏 악수했고.

그래도 미안한 듯.

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정말 많이 바쁘시지 않습니까? 청와대 수석비서관님께서 한낱 교수에 불과한 저 때문에 이렇게 나와 주시고.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하하하! 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학식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윤 박사님 같은 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저희가 부탁드려서 오신 건데.”

“하하. 그래도 제가 어디 김 수석님만 하겠습니까?”

“너무 겸양을 떠실 것 없습니다. 윤 박사님.”

그렇게 유쾌하게 웃던 청와대 수석비서관 김동걸!

그는 곧이어 자신과 함께 온 청와대 행정관들을 소개한 뒤.

웃으며 또 말문을 열었다.

“자. 가시지요. 먼저 호텔에 체크인하신 후에 뜨끈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 어떻습니까? 강순도 실장님도 그 시각에 맞춰서 오기로 했습니다.”

“오! 순대국밥이라! 제가 한국에 온 게 맞긴 맞군요. 하하. 갑시다. 김 수석님!”

그렇게 그들은 터미널 한쪽 출구를 통해 빠져나갔는데….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강남 5성급 호텔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어느 국밥집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곳에는 미리 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 윤광진 박사님! 이거 참 오래간만이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다소 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악수를 청하고 있는 남자.

두툼한 안경에 눈이 부리부리한 남자는 바로 청와대 강순도 실장이었다.

이때 윤광진 박사는 악수에 이어서, 강 실장과 가볍게 포옹까지 했다.

“와! 강 실장님. 이거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역시! 그 풍채만큼은 여전하시군요! 다시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그렇게 말하다가, 슬쩍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윤광진 박사.

“근데, 강 실장님. 제가 정말, 한국에서 할 일이 있는 겁니까?”

그러자 강 실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제가 전화상으로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아….”

“자자! 우리, 이럴 게 아니라, 다들 우선 앉으시지요.”

그렇게 모인 세 사람.

사실, 청와대 고위관료 두 사람이 포함된 자리라서, 이런 한적한 식당을 찾은 것이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전혀 격식을 따지지 않은 듯.

그들은 무척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화기애애하게 한담을 나누다가.

어느덧 뜨끈뜨끈한 순대국밥이 나오자.

쓱쓱 밥을 말아가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자.

강 실장은 김동걸 수석을 슬쩍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윤 박사님. 우선은 잠시 쉬시면서, 여독을 푸십시오. 모레부터 바로 미팅이 시작될 텐데, 어쨌든 저희는 뛰어난 경제 전문가인 윤 박사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뭐, VIP(대통령)께서는 새로운 국가 부흥 비전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특히, 요즘 국내 제약산업 붐이 형성되어가고 있고. 뭐, 그래서 윤 박사님의 도움이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저희들을 좀 많이 도와주십시오.”

“음. 대충은 들었습니다만. 신약 쪽이라고 하셨죠?”

“네. 그러나 꼭 신약 쪽만은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전체 국가 산업 구도를 진흥시키는 쪽입니다. 그러려면 뛰어난 과학자들, 기업인들뿐만이 아니라, 혁신적인 경제 전문가들도 필요하고. 하하! 뭐, 그래서 저희가 윤 박사님을 모신 겁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게 운을 뗀 뒤, 강 실장은 또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윤 박사님. 가장 먼저, 저희가 경제 관료들과의 만남 자리를 주선해드리겠습니다. 현 경제 실정에 대해서 먼저 파악하시고, 그런 뒤에 청와대를 방문하시지요. VIP(대통령)께서 만남을 무척 고대하고 계십니다.”

“음. 알겠습니다. 강 실장님.”

그렇게 순대국밥 집에서의 그들의 만남은 조용히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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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점점 더 봄이 활짝 피어나고 있는 1999년 5월 중순.

한편, 이 무렵.

김태풍은 TeraTorus(테라토러스) CEO 로건 램버트 박사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1997년 7월 2일.

항암제 TNP-470 유도체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 어느덧 거의 2년의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그때 당시.

김태풍은 학교 몫 외에도, 자신의 기술이전료로 TeraTorus(테라토러스) 비상장 주식 8만 주를 챙겼는데.

그리고 드디어 그때의 비상장 주식 8만 주가 이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었다.

즉, TeraTorus(테라토러스)의 나스닥 주식 상장!

CEO 로건 램버트 박사의 말에 의하면, TeraTorus(테라토러스)의 주식 상장은 다가오는 6월 초순에 진행한다고 한다.

특히, TeraTorus(테라토러스)는 다양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들을 갖고 있는 데다가.

현재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각 후보 약물들의 신약 성공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어.

향후 나스닥에 주식 상장이 될 경우.

엄청난 주가 폭등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 거기에다가, 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딴 게 아니라, 아마 저희 회사가 다국적 제약사로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 이건 비공식 정보니까, 절대 남들한테는 함구해주십시오. 그리고, TNP-470 유도체 신약은… 아마 임상 2상까지, 아주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하하! 그 결과들에 대해서는 좀 더 기다려보도록 하지요.

아직 TNP-470 유도체의 임상 1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로건 램버트 박사는 TNP-470 유도체 기술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실들을 떠나서.

현재, TeraTorus(테라토러스)의 상장 사실이.

지금 이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로건 램버트 박사의 다음 말은 김태풍의 귀를 아주 솔깃하게 만들었다.

- 참, 이 정보는 그냥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우선 저희 내부에서 파악한 바로는, 저희 주식의 가치는 대략 주당 150달러 선입니다. 현재, 주식 공모가가 35달러 선인데, 아마 상장 첫날 주가가 최소 50달러 선까지 확보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주식 8만 주(1997년 당시 액면가 주당 10달러, 총액 80만 달러)에 대해서 상장 첫날 기준, 최소 50달러 선으로 계산한다면, 김태풍은 대략 40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 달러 환율이 많이 낮아져, 1달러당 1,200원 정도.

그러니까 원화로 계산한다면.

대략 48억 원 정도가 된다.

‘음. 근데 생각보다 적은데?’

그러고 보면, 과거와 다르게, 김태풍에게 이 정도의 돈은 고작 용돈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 차라리 그냥 홀딩하는 게 낫겠다. TeraTorus(테라토러스)가 인수·합병될 때, 주가가 다시 뛸 거니까. 그때 파는 게 낫겠어.’

그렇게 김태풍은 머릿속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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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화사한 꽃들이 만개한 봄 주말을 맞이하여.

이날, 김태풍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앞으로 자신이 살게 될 집을 한번 알아보게 되었다.

사실, 바쁜 김태풍으로서는 뜻밖에도 사고의 큰 변화를 보이게 된 것인데.

그러고 보면, 몇 주 전, 외제 차량들을 구매했던 김태풍.

그리고 몇 주 뒤.

저번에 구매한 차량 2대를 인도받게 될 예정인데.

그래서 김태풍은 그 전까지.

새로운 집까지 마련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일을 하려고.

그는 모처럼 주말에 시간까지 내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그는 수원에 사시는 부모님에게도 따로 집을 마련해줄 생각인데.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제법 규모가 큰, 강남 부동산 중개업체를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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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장님? 대략 100억 원짜리? 혹은 200억 원짜리 저택을 생각하신다고요???”

순간, 깜짝 놀라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

사실, 김태풍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 외에도.

주택 구매 예상비용부터 먼저 이야기했는데.

그러자 그 말을 듣고서.

부동산 중개인은 저렇듯 깜짝 놀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강남 땅부잣집 아들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눈앞의 김태풍은 너무나도 젊은 모습이었다.

“음. 그렇다면야, 최고가 저택으로 해서 고른다면…. 흠. 다만, 집주인과 연락이 돼야, 둘러볼 수 있는데. 그래서 바로 보기 힘든 곳들도 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까, 아하! 딱! 괜찮은 곳이 있긴 하군요. 야! 미스 박! 거기 아직 안 팔렸지?”

“네?”

“거기 있잖아! 성북동에 있는 대저택!”

“성북동요? 네. 제가 바로 확인해 볼게요. 아, 사장님! 아직 매물에 올라와 있어요.”

“하하하! 그거 아주 잘됐네. 젊은 사장님. 이거 좀 보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지도를 꺼내 김태풍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여깁니다! 이 정도급 매물은 쉽게 나오지도 않은데, IMF 때문에 매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우선, 연면적 240평 규모인데, 잘 가꾼 정원도 있고.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게, 이 근처에 대기업 회장님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하하. 또한, 여러모로 아주 조용하고, 또 주변이 아주 안전한 게 장점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소개한 곳은 성북동에 위치한 어느 초고가 주택이었다.

“그럼 가격은 어떻습니까?”

“240억 원에 나왔습니다. 물론 가격 협상은 가능하고요. 특히, 최근에 완전히 리모델링을 한 터라, 건물이 아주 깨끗합니다. 모든 면에서 최상급이죠. 위치적인 면도 아주 좋고. 뭐,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매물은 IMF만 아니라면, 그냥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아주 비싼 물건입니다.”

“네. 좋습니다. 그럼 직접 봤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그럼 제가 지금 당장, 그쪽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김태풍은 부동산 중개인의 차량을 타고서.

성북동 저택으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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