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71화 (71/153)

87-메드TX 주가 폭발 직전

<26> 실험하는 연구소장님

사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왜냐하면, 약물은 특정 약리 기전을 가지고서 약효를 발휘하는데.

이 약리 기전이 하나의 질병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병 쪽에도 유효한 경우가 더러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상 3상 시험을 끝낸 뒤.

특정 질환 치료제로 기승인된 약물이.

향후 후속연구들을 통해서 또 다른 질환 치료제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스피린.

아스피린은 해열·소염 진통제이면서도.

혈전 형성 예방약, 즉 심혈관계 질환에도 쓸 수 있는 약이다.

물론, 용량 500mg 내외의 고용량급 알약이 해열·소염 진통제 쪽으로 쓰이는 것과 다르게.

약물 용량 100mg 이하의 알약의 경우, 주로 혈전 예뱡약으로 사용되게 된다.

그런데, 지금 김태풍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단순 용량 변경 정도가 아니었다.

약간의 화학구조마저 바꿀 생각인 것.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물질 특허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고.

신약의 독점적 권리는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

특히, 김태풍은 중요한 사실들을 놓치지 않았는데.

메드TX에서 현재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자신이 개발한 당뇨병 신약!

그런데 바로 이 신약이 사실상 GLP-1(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 약물과 비슷한 약리 기전을 가지고 있다 보니.

GLP-1의 약리학적인 응용과 유사한 방식으로.

즉, 이 신약 약물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그는 주목했다.

특히, GLP-1 약물 자체가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들이 훗날 나오게 되는데.

그래서 그는 아주 영리하게, 또 다른 신약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내 신약도… 파킨슨병 치료에 유의적인 효능이 있을 거야. 거기다가 어쩌면… GLP-1처럼 식욕 억제 기능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이번 신약 물질의 임상 부작용 사례들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인데.

그러다 보니, 이 신약 물질 역시 식욕 억제 증상이 부작용 형태로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비록 임상 시험에서는 부작용이라고 명명하겠지만, 이걸 다른 측면에서 이해한다면.

이건 단순 부작용이 아니라.

즉, 비만 치료에 쓸 수 있는 새로운 신약으로, 재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GLP-1은 인슐린 분비 증가 효과가 있고, 또한 염증 억제 효과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위장 운동 억제, 식욕 억제,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 이 시대 국내 비만 인구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앞으로 해가 바뀔수록, 비만인들의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보면, 항비만 쪽 관심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비만 억제 약물들과 천연보조제들이 일제히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되는데.

바르는 크림 형태의 비만 치료제들까지 우후죽순 쏟아지게 된다.

‘그래. 항비만 쪽 시장은 확실히 상당히 큰 시장이긴 해. 아저씨들 아랫배가 볼록 나온 거. 영 보기도 안 좋고. 암튼, 이쪽도 재밌는 시도가 될 수 있어.’

그러고 보면, 현시대, 항비만 약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약물은 바로 제니칼이라는 약물과 리덕틸이라는 약물이었다.

먼저, 제니칼은 사람이 음식을 통해 먹은 지방 물질을 위장에서 흡수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에 배변으로 배출하게 만드는 약이다.

그런데 이 약의 치명적인 문제는, 약물 복용자의 식단이 자칫 잘못되었을 경우, 아주 엄청난 참변이 발생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주 기름진 삼겹살, 짜장면, 피자 등등.

이런 것들을 식사거리로 먹고 나면.

이 제니칼의 강력한 약효 때문에.

흡수되지 못한 지방(즉, 기름)들이 위장을 거쳐서 대장까지 미친 듯이 밀려 내려가.

결국, 사람의 직장에서 엄청난 압력을 유발하는 것이다.

즉, 누군가 길을 걷던 중.

갑자기 바지 엉덩이 쪽이 누렇게 변하는 불상사(바로 변실금).

이런 아찔한 일들이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훗날 제니칼은 한국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두 번째 약물인 리덕틸(혹은 시부트라민).

이 약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위장 포만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결국, 정신적인 포만감을 이용하여.

식사량을 감소시키는 약물인 것이다.

그래서 이 약물의 효과는 아주 확실하다.

리덕틸만 복용하면, 소량의 음식물만 섭취해도 곧 포만감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대략 1주일 만에 3kg 혹은 4kg 정도를 순식간에 감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약물도 각종 부작용의 덩어리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

그건 바로 심혈관계 쪽에서 생기는 부작용인데.

뇌졸중 증가, 심근경색 증가 등등.

결국, 이런 심각한 문제들이 겹치다 보니.

훗날 리덕틸은 미국 FDA의 결정에 따라, 판매중단 사태와 함께 시장에서 철수되고 만다.

‘음. 확실히, 비만 치료제 쪽은 부작용이 워낙 많아서, 괜찮은 약물만 개발된다면, 그게 바로 대박이지. 하지만, 아직 시기상 빠르니까… 우선 파킨슨병 치료제에 집중하는 게 맞아. 노인성 질환에 만성질환이니까, 이런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사회적 관심도 커질 거고, 또 주가도 크게 급등할 거고.’

그렇듯 김태풍은 신약 개발 순서를 정했는데.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꼭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당뇨병 신약 물질의 화학구조 일부분을 바꾸면서 진행하는 합성 연구라서.

이런 상태에서는 아주 획기적인 신약 기술이 도출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김신웅 회장이 만족하는 수준은 되겠지. 특히, 파킨슨병 치료제가 거의 없으니까, 임상에서 적당한 효과만 있어도, 충분한 기대심리가 있을 거고, 또 매출도 제법 보장될 거고….’

그나마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현 당뇨병 신약과 아주 유사한 약리 기전을 가진 GLP-1의 흥미로운 추가 효능이, 바로 뇌 신경 보호 기능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GLP-1은 파킨슨병 외에도 알츠하이머병(치매)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중에 알려지게 되는데.

이 당뇨병 신약이 메드TX의 임상 시험에서, GLP-1과 유사한 당뇨 치료 기능이 확인되는 순간.

결국, 비슷한 선상에서, 앞으로 다양한 응용성까지 담보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을 거야. 치료 효과도 좀 제한적이겠지. 그래도 한번 시도할 만한 가치는 확실히 있어.’

그래서 김태풍은 하얀 실험 가운을 입고서.

또한, 안전 고글을 쓰고서.

바로 합성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런 그의 모습은 바로 흥미로운 소문거리로 바뀌었고.

이것은 이노베이션 연구소를 넘어서.

곧 메드TX 연구소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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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정말 재밌군요. 호호. 최 팀장님. 최 팀장님도 그 모습을 직접 봤다고요?"

“네! 소장님! 직접 봤는데, 진짜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남 팀장을 만나서 물어봤는데, 하루에 대략 서너 시간 정도. 실제 합성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뭐, 서너 시간씩이나? 정말 재밌는 사람이군요.”

그렇게 웃으며, 부하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신약연구소 최윤영 소장.

올해 40대 중반의 나이인 그녀는 약학박사 출신으로.

메드TX 신약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중이다.

사실, 그녀는 이 메드TX에 합류하기 전, 세계적인 제약 기업 파이자(Pizar)의 수석연구원이기도 했다.

“암튼, 천재는 특출나긴 특출나군요.”

그렇게 웃으며 말하고 있는 최윤영 소장.

어찌 되었든 그녀는 김태풍을 천재로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과거 김태풍이 개발한 당뇨병 신약.

이 약물에 대한 최초 평가 연구를 전담했던 게 바로 최윤영 소장이었다.

“그럼 이번 상반기 공채를 통해서 인원 보강까지 된다면, 좀 더 빠른 진전이 있겠군요?”

“아, 설마요? 그건 또 모르지 않습니까?”

“아니에요. 김태풍 소장! 그 사람에 대한 신문기사들 안 봤어요?”

“아. 그거야….”

“조만간 김태풍 소장하고 이야기를 한번 해 봐야겠어요. 이노베이션 연구소 쪽에 좋은 건수가 생긴다면, 그건 우리 연구소에도 좋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또, 그 이야기도 들었는데. 약제1팀 차경준 팀장! 그 사람은 왜 갑자기 사표를 냈다고 했죠?”

“아, 그건 제가 듣기로, 그게…… 아마도 피부 패치 쪽과 관련해서, 사업을 직접 해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패치라고 하면?”

“그거 있지 않습니까? 케토톱, 트라스트, 이런 피부에 붙이는 형태 말입니다.”

“아. 플라스타, 말하는 거군요?

“네. 그겁니다. 뭐, 정확하게는 플라스타가 맞긴 하죠.”

보통, 붙이는 파스 형태.

이것들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패치 혹은 플라스타(첩부제)라고 부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패치는 약물이 포함된 시트를 피부에 붙인 뒤.

그 약물이 피부로 흡수되고.

또, 모세혈관을 통해서 혈액 속으로 흡수가 되게 되는데.

이렇게 흡수된 약물들은 온몸 전신순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사용자의 혈액을 뽑아서 혈액 분석을 하게 되면.

그 혈액 속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타(첩부제)는 꼭 환부에만 작용한다.

즉, 약물 성분이 피부에서 흡수된 뒤.

통증이 있는, 바로 그 피부 아래쪽에서만 약효를 발휘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사용자의 혈액을 뽑아서 혈액 분석을 해 봤자.

약물 성분은 혈액 속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보통, 근육통 완화 쪽에 쓰이고 있는 케토톱, 트라스트 등은,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플라스타(첩부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제형들이 패치로 개발되었다면.

어떤 사람이 어깨가 지근지근 아플 때,

그냥 그 패치를 어깨가 아니라.

발목에만 붙여도 어깨 통증이 확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즉, 패치는 온몸으로 약물이 퍼지기 때문에.

그 약물이 어깨까지 도달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이런 패치 기술이 훨씬 더 좋아 보이지만.

기술적으로 이런 패치들을 만드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단지 붙이는 것만으로도, 약물의 피부 투과.

그리고 피부를 통한 혈액 내 흡수.

이런 것들은 무척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무척 어려운 과정임이 틀림없다.

“근데, 제가 듣기로, 얼핏 항생제 패치랑 금연 패치를 개발할 생각인 것 같더라고요.”

“네에? 뭐라고 했어요? 항생제 패치! 금연 패치! 그건, 회사 내에서도 어느 정도 논의가 되었던 부분들 아닌가요?”

“뭐, 그렇긴 하죠. 물론 논의 과정을 거친 뒤, 폐기되었던 프로젝트들이긴 하죠.”

“그래도 그게 그렇게 된다면… 법적 문제는 없을까요?”

“음. 저야 뭐,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차 팀장이 워낙 똑똑한 사람이니까. 뭐 알아서 잘하겠죠.”

“흠. 그래요. 이미 떠난 사람 일이니까, 이쯤 해서 그 이야기는 끝내고. 암튼, 최 팀장님! 최 팀장은 이번 기회에, 연구소 핵심 과제들을 한번 정리해보세요. 나중에 김태풍 소장님하고 이야기할 때, 그걸로 이야기하면, 좀 더 의사소통이 잘 되겠죠.”

“네! 그럼 그 일은 내일까지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

그렇듯 아주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있는 최현준 팀장.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최윤영 소장과의 업무 대화를 마친 뒤, 소장실을 나갔는데.

그런데 최 팀장이 나간 직후.

그녀의 사무실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흠칫하며 전화기를 쳐다보던 최윤영 연구소장.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받던 중.

갑자기 자신의 동그란 안경테를 고쳐 쓰며.

벌떡 일어서고 있는 최윤영.

“네! 사장님!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제가 깜빡하고 있었어요. 지금 임상 2상 결과가 나온 겁니까?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바로 끊고는.

정신없이 소장실을 뛰어나가고 있는 최윤영 연구소장.

왜냐하면, 지금 김태풍의 당뇨병 신약 물질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보고서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나온 것이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 공식적인 보고서가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컸다.

아마 며칠 뒤.

이 보고서 결과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아마도 그날부터.

메드TX 주가는 끝도 없는, 무시무시한 폭주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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