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69화 (69/153)

85-일성그룹 사장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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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힘들어 죽겠네.’

정말 죽을 맛이다.

체력검정, 제식훈련, 정신교육, 총검술, PRI, 영점사격, 사격, 수류탄, 유격훈련, 각개전투, 화생방 등, 두루 기초훈련들을 마치고.

이제 어느덧 기초군사훈련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야간행군 시간.

특히,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무시무시한 군장.

거기다가 무거운 군화.

또한, K2소총까지 들고서.

컴컴한 야밤에 산길을 타고 오르고.

또, 비탈진 길을 따라서 야간행군을 하는 것은 역시 다시 하기 싫은 일이었다.

특히, 발바닥에 물집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는데.

그래도 중간에 쉬는 시간이 주어져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다.

“자! 잠깐 쉬면서 간식을 먹도록 한다!”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훈련병들은 일제히 맨땅에 앉았고.

훈련병 김태풍 역시 얼른 자유시간 초코바 하나와 포카리 스웨터 캔 하나를 꺼냈다.

‘와. 별빛이 엄청 요란하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는 밤하늘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바로 입에 초코바를 물고.

또 포카리 스웨터 캔을 마시는데.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게 없을 정도다.

평소엔 밍밍해서 잘 먹지 않았던 포카리 스웨트.

그러나 지금은 어찌나 달콤한지.

김태풍은 정신없이 마시다가,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만다.

2회차 반복 훈련이다.

그럼에도 별수 없는 이 신체 반응들.

특히 이 음료수 맛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툴툴 웃음마저 넘어온다.

‘어쩔 수 없나 보다. 군대에 오면 뭐든 다 맛있다던데.’

슬그머니 자신의 턱을 만지며 생각하다가.

곧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더 웃고 만다.

사실, 과거 회귀 전, 그때 훈련소를 퇴소했을 때.

야간행군 중,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던 포카리 스웨트.

그게 계속 생각이 나서.

기차를 타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태풍은 기차역 매점에서 포카리 스웨트를 2캔이나 샀다.

그러나 잠시 후.

김태풍은 바로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 음료수 맛이 야간행군 때의 그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2회차 훈련.

또, 반복적인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음료수가 그 어떤 음료수들보다도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니까.

“자! 얼마 안 남았다! 힘내라! 거의 다 왔다!”

다시 이어지고 있는 행군 시간.

그러나 후반기로 갈수록, 점점 더 다리가 무거워지고.

입에서 단내가 확확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는 조교들의 함성!

특히, 팔다리가 유난히 긴 데다가, 힘도 아주 좋은 중대장은 다른 훈련병의 군장 하나를 더 등에 메고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치 철인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 중대장이 또 고함을 지른다.

“조금만 더 힘내! 저기만 더 넘어가면, 이제 훈련소다! 다 왔다! 모두 조금만 힘내!”

그래서 진짜 정말 훈련소에 다 온 줄 알고.

다시금 힘이 팍팍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러나 훈련병 김태풍은 그저 죽을 맛이다.

저게 새파란 거짓말인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 오긴커녕, 앞으로 한참 더 남았다.

아마 앞으로 1시간 내내.

중대장도 소대장도 저렇게 외칠 것이다.

아주 약은 수법.

그러나 모르는 사람한테는 정말 약이 되는 응원이기도 했다.

‘휴. 이럴 땐, 미래를 아는 게 최악인데.’

김태풍은 저런 외침들을 들을 때마다.

그저 김이 팍팍 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고생, 고생한 끝에.

어느덧 4주 훈련의 대단원을 장식하게 되는 듯.

저 멀리 훈련소의 모습이 보였고.

그리고 잠시 후!

긴 행렬의 훈련병들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야. 기간병들! 빨리 인원 체크하자! 빨리 움직여!”

그리고 그때부터 다시 바빠지기 시작하는 모습들.

순식간에 대열을 갖추어 선 뒤, 인원 체크까지 삽시간에 마무리하자.

이때, 단상에 서 있던 중대장은 힘차게 외쳤다.

“다들 오늘 수고 많았다!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무사히 행군을 마칠 수 있어서, 중대장으로서 무척 뿌듯하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퇴소한 뒤에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회생활을 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무엇이든 척척! 다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중대장은 다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오늘 특별히 샤워 기회도 주겠다! 빡빡 씻고! 또 푹 자도록! 내일 아침 구보도 없다!”

크와아아아!!!

와아아아아!!!

그 순간, 요란한 함성과 함께, 야간행군 시간이 드디어 마무리되게 되었다.

그렇게 야간행군이 끝나는 순간.

김태풍은 이제야 하루 높이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앞으로 내일 하루만 더, 훈련소에서 보내게 되면.

이제 훈련소에서 퇴소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답답했던 2회차 기초군사훈련.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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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태풍아. 우와! 드디어 끝났다.”

“진짜, 4주 뒤가 오긴 오는구나.”

“이야. 너희들 못 느꼈어? 하루가 왜 이렇게 기냐? 난 하루가 이렇게 긴 건 처음 알았어.”

“그러게 말이다. 휴우! 진짜 머리도 띵하고.”

“야! 우리 요 앞 커피숍에 가서, 커피나 한잔하고 가자.”

“오케이!”

“근데, 야. 야. 저기 좀 봐! 저 현역들 앞으로 어떻게 버티냐?”

“야! 나올 때 봤지? 훈련 받으러 가던 애들. 우리 퇴소하는 거 보면서, 완전 우는 눈빛들이더라.”

“쩝! 어쩔 수 없잖아. 가자!”

곧이어 어깨동무를 하면서.

나란히 걷고 있는 김태풍, 안성훈, 최기호, 배진수.

이들 넷은 그렇게 걸으며, 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나 종교가 세 개나 생겼어. 이거 어떡하냐?”

“인마! 그게 종교냐? 초코파이 때문에 간 거잖아!”

“하하. 뭐, 그렇긴 하지. 근데 너희들 중에 누가 영세받았어? 난 영세도 받았어. 내 세례명, 미카엘!”

“미카엘? 짜식! 난 수계도 받았어.”

“야. 야. 그 종교 이야긴 그만하자. 그보다, 너희들. 초코파이 진짜 맛있지 않냐? 난 돌아가면, 몇 박스 사서 그냥 원 없이 먹으려고.”

“인마. 초코파이보다는 콜라지! 부처님 앞에서 절하고, 콜라 받았는데. 와! 그거 한 모금 마시고, 그냥 콱! 크윽! 최고지.”

“근데 맛스타도 맛있지 않냐?”

“달달해서 최고지.”

“근데 그래도 역시 초코파이! 하하하.”

그렇게 웃고 떠들며.

논산훈련소에서 나온 김태풍, 안성훈, 최기호, 배진수.

그들은 이제 인근 커피숍, 좀 더 정확하게는 인근 다방에 들어갔고.

거기서 설탕과 프림이 듬뿍 담긴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서.

모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었다.

“야. 그럼 우리 이제 ‘작대기 하나’ 이등병이네.”

“근데, 작대기 하나 달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작대기 두 개’ 일병이 그렇게 높은 계급인 줄 몰랐어.”

“크윽. 할 수 없지 뭐.”

“근데 너희들 그거 아냐?”

“뭐?”

“나중에 우리가 예비군 훈련까지 다 받으면, 몇 살이 되는 줄 아냐?”

“몇 살?”

“40살.”

“와! 진짜?”

“40살 맞아. 내가 계산해 봤어.”

“그럼 그 나이에 예비군 훈련도 받아야 돼?”

“그러니까 전문연구요원이 안 좋은 게 이거지.”

즉, 이들은 아직도 병역 특례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아직 군인인 신분.

물론, 대략 4년 뒤, 전문연구요원 복무가 만료되는데.

그때가 되어서야, 예비군으로 편성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다시 줄기차게 예비군 훈련들을 받아야 하는데.

훈련이 없는 예비군 7년차, 8년차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예비군 6년 차까지 훈련을 받아야 한다.

즉, 적어도 38살까지.

예비군 군복을 입어야 하는 그들.

물론 현역병장 출신들이야 설렁설렁하는 예비군 훈련이라고 하지만.

논산훈련소에서 달랑 총 한번 쏴본 전문연구요원들.

예비군 훈련 때마다, 다시 총을 쏘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거고.

또한, 잘 하지도 못하는 군사 훈련을 다시 받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무척 껄끄러운 게 사실일 것이다.

어쨌든 별의별 이야기들을 그들은 주고받다가.

어느덧 2시간쯤 뒤.

그들은 이제 서로 악수를 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김태풍을 제외하고는.

다들 학교로 돌아갈 예정인데.

그렇게 헤어지게 되자, 다들 무척 아쉬운 표정들을 짓고 있다.

“야. 김태풍.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야! 나중에 시간 내서, 학교로 놀러 와라. 우리 같은 기수잖아! 전우애 나누면서, 술 한잔해야지!”

“그래. 알았어. 시간 내서 꼭 갈게. 그럼 다들 잘 지내.”

“그래. 잘 가라.”

그렇게 그들과 헤어진 뒤.

김태풍은 곧장 그 길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부모님께 전화 통화를 한 뒤.

곧이어 근처 목욕탕으로 가서.

뜨거운 물에 온몸을 담그며, 4주간의 피로를 쑥쑥 풀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침대에 누운 김태풍.

이내 그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말았는데.

어찌 되었든, 지난 4주간의 훈련으로 몸이 무척 피곤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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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아직도 피로가 다 안 풀린 상태인 김태풍.

그러나 그는 지친 몸을 다독이며.

아침 일찍, 메드TX 연구소에 출근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곳저곳 안부 전화를 돌리던 중.

이때, 김태풍은 일성SD신약 김선호 대표로부터 무척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네? 아무 상관 없는 일성제약에서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고요?”

평온했던 아침 기운이 사각사각 깨지는 듯, 김태풍의 목소리는 저절로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지고 있는 김선호 대표의 설명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김태풍의 눈은 저절로 커졌는데.

그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김태풍이 논산훈련소에 있는 동안, 일성그룹 전체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날.

일성제약 배정현 사장을 비롯하여 몇몇 계열사 사장들이.

일성SD신약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며.

일성SD신약의 존재에 대해서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특히, 배정현 사장 등은 그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는데.

즉, 일성SD신약과 일성제약의 전략적인 합병을, 김신웅 회장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뭐, 합병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런데 그것은 단순한 합병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중견 신약 개발 기업 메드TX를 흡수하게 될 일성SD신약!

그런 일성SD신약이 다시 일성제약과 합병이 된다면.

그 순간, 합병회사의 덩치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국내 제약 기업 랭킹 1위를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

그런 기반마저 확보되게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외형적인 회사 덩치를 떠나서.

그렇게 큰 계열사가 하나 더 그룹 내에 생기게 된다면.

김선호 대표의 위치가 바로 애매해진다.

아직 제대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김선호 대표.

그가 그렇게 큰 계열사를 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으음. 그럼, 결국 배정현 사장님이 문제로군요.”

- 네. 맞습니다. 결국, 배정현 사장이 제 일에 태클을 건 겁니다.

그렇게 냉정하게 평가할 정도로 김선호 대표는 무척 분노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 일성그룹을 위해 아주 오랫동안 충성을 바쳐온 배정현 사장.

그는 김신웅 회장의 가신그룹 내에서도 원로 가신임을 자처하고 있는 인물인데.

그는 지난 10년간 여러 계열사들을 두루 돌면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할도 잘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외아들 배창훈 상무를 김재호 전무에게 맡겼는데.

지금 그는 아무래도 부자 2대 간에 걸쳐, ‘배씨’ 가문의 영화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음. 그럼 회장님은 어떻게 반응하셨습니까?”

김태풍이 그렇게 묻자.

김선호 대표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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