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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천재-56화 (56/153)

72-새로운 미래를 위한 포석

<22> 새로운 미래를 위한 포석

지난달, 6월 15일.

이날, 혁신신약 연구소에 있던 김태풍은 박한식 교수로부터 직접 전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원래 생각대로 UC버클리 마이클 코헨 교수와 동업을 해서 벤처를 설립할지.

아니면, 제자 김태풍 박사와 협력해서 TSP(Typhoon-Samuel PharmaChem) 한국 브랜치에 합류할지.

이 두 가지를 놓고서 깊이 고심했던 박한식 교수.

그런데 결국 그는 제자 김태풍의 능력을 믿고, 한국 브랜치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이제 내 마음도 정리했으니까, 내가 얼마의 투자금을 내면 되겠나? 참! 아직 내 소속이 학교라서, 학교 측 몫으로 약간의 지분도 따로 떼놔야 하네. 그러니까 내가 투자해야 할 금액과 최종적으로 나한테 줄 수 있는 지분 규모를 좀 정리해서 알려주게.

그래서 곧바로 김태풍은 새뮤얼 왓슨 교수와 니녹스 펀드에 연락을 했고.

1998년 7월 7일 화요일.

드디어 새뮤얼 왓슨 교수, 니녹스 펀드, 김태풍, 이들 삼자는 최종 합의를 봤다.

우선, 한국에 세울 회사 이름은 ‘TSP 팜 코리아(TSP Pharm Korea Inc.)’로 하기로 결정했고.

이 회사의 명목상 CEO는 학계에 명성이 자자한 박한식 교수로 결정했다.

물론, 실질적인 회사 운영은 TSP 미국 본사 운영진과 박한식 교수의 합의 하에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또한, 회사 지분 관계는 기존 김태풍의 생각대로.

TSP가 60%를 보유하고.

박한식 교수, 20%.

또 다른 참여자인 UC버클리 마이클 코헨 교수, 10%.

그리고 나머지 10%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명목에서 투자를 받기로 했다.

즉, 한국 벤처 기업 실정에 밝고, 향후 코스닥 상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영벤처투자(VC) 쪽에 7%.

또한, 박한식 교수가 속한 한국연구기술원은 수많은 화학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연구기술원이 마지막 3%를 갖게 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박한식 교수가 투자금으로 내놓게 된 돈은 학교 몫까지 포함해서 무려 23억 원!

결과적으로 보면, 이제 자본금 100억 원을 갖고서.

새로운 회사가 설립이 되는 셈이었다.

이렇게 정리가 끝나자.

이후, 법인계좌 개설 등, 다음 단계 일을 진행하고자.

박한식 교수는 무척 바빠지게 되었다.

‘뭐, 어쩔 수 없어. CEO는 박한식 교수님이시니까. 앞으로 교수님이 많이 힘드시겠어.’

나이 드신 교수님한테 그 일을 도맡게 하다 보니, 김태풍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러나 어쨌든 명목상 CEO는 박한식 교수다.

특히, 회사 설립 과정에서 그가 직접 해야 할 일들도 많았고.

UC버클리 마이클 코헨 교수와의 연결점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박한식 교수의 중심점 역할은 반드시 필요했다.

“하하. 안녕하세요? 레이 킴입니다. 와우! 모국에서 일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제가 듣기로, 한국은 IMF로 힘들다고 하던데, 과연 한국 경제는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겁니까?”

“프로페서 박! 하하하!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건데, 정말 열심히 돕겠습니다. 로버트 최입니다.”

한편, TSP 미국 본사.

그곳에서는 박한식 교수를 도와주려고.

7월 중순쯤.

재미교포들인 레이 킴 박사와 로버트 최 박사 등 2명의 직원들을 보내줬다.

“뭐, 저희는 해외 출장 근무 수당에다가 특별수당까지 본사에서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든 무조건 말씀하십시오. 무조건 열심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런 의욕적인 그들 덕분에.

박한식 교수는 미국 TSP와 협력 네트워크 확보 외에도 회사 연구소 세팅에도 제법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거기다가 박한식 교수는 서둘러 일반 직원들도 뽑게 되어.

회사의 기반 토대를 차근차근 다져나가기 시작해나갔다.

- 하하하. 잘 지내나? 김태풍 박사. 나는 애초에 별 기대를 안 했는데, TSP에서 파견나온 두 박사들이 제법 재밌는 친구들이더군.

“하하. 그렇습니까? 교수님. 왓슨 교수님도 가장 에이스라고 평가했던 친구들입니다.”

- 아! 그래? 그럼 내 생각도 그런 것 같네. 그러니까 자네도 회사에 한 번 불러서 세미나를 한번 시켜보게. 무척 재밌는 친구들이니까. 그리고 참! 이번에 일반 직원들을 좀 많이 뽑아놔서, 좀 더 빨리 회사가 궤도에 오를 것 같네. 최소한 연말쯤! 그때 뭔가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해 보려고 준비 중이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무척 열정적이고 무척 꼼꼼한 박한식 교수.

그 때문에 김태풍은 그쪽 일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그 덕분에 한동안 일성SD신약 연구소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

8월 초순.

일성그룹 회장 집무실을 방문한 뒤, 김선호 대표와 함께 회사로 돌아왔던 김태풍.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이제 수은주가 무섭게 33도를 향해 치솟아 올라가는.

한낮 땡볕 무더위가 더욱더 강렬해지고 있는.

1998년 8월 7일 금요일!

이날,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김태풍은 다시 일성그룹 김신웅 회장의 긴급 호출을 받게 되었다.

##

“어서 오게. 김 소장. 최 실장, 자네는 내가 말했던 것 좀 가져오고.”

아주 이른 아침 8시.

회사 출근 시각을 생각한다면 아주 이른 시각에, 다시 일성그룹 회장 집무실에 도착한 김태풍.

사실, 회귀 전에는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었던 일성그룹 회장의 공식 집무실.

이곳을 김태풍은 벌써 두 번씩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미리 회의 탁자 상석에 자리를 잡고 있던 김신웅 회장.

그는 김태풍이 자신의 앞쪽 자리에 앉자.

잠깐 무언가를 더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내 입을 열고 있다.

“내가 자네를 다시 부른 것은… 자네한테 무언가 제안을 하고 싶어서네.”

“제안이라고 하셨습니까? 회장님. 경청하겠습니다.”

이때, 잠깐 밖으로 나갔던 최혁수 실장.

그가 다시 들어오자.

바로 김신웅 회장은 그에게 눈짓을 했고.

최혁수 실장은 서류 하나를 김태풍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지?’

잠시 의아해하던 김태풍.

그는 곧바로 서류를 펼쳐봤다.

그런데 무언가 아주 작은 글자들과 수많은 숫자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어서.

바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태풍은 우선 고개를 들어 쳐다봤고.

그러자 김신웅 회장은 다시 입을 열고 있다.

“그건 일성SD신약의 상세한 회계자료들과 지분 관계 자료들이네. 자세히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것보다는 우선 가장 뒷장부터 확인해 보게.”

김신웅 회장의 말에 더 의아하면서도.

김태풍은 그의 말대로 우선 서류를 넘겨 맨 뒷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제 좀 더 편안하게 해당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앞쪽 서류들은 복잡한 회계 관련 내용들을 담고 있었고.

가장 뒷장은 아주 깔끔하게 요약된.

지분 구조에 관한 내용들이다.

“음. 회장님. 그런데 왜 저한테 이걸 보여주시는 겁니까?”

잠깐 눈으로 내용을 훑은 뒤, 이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김태풍.

그러자 김신웅 회장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걸 봤으면 알겠지만, 김선호 대표. 그 녀석이 가진 회사 지분은 고작 10%야. 자네는 혹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사실, 김태풍은 지금껏 일성SD신약의 지분 구조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일성SD신약은 일성그룹에서 만든 회사다.

또한, 일성그룹가의 핏줄인 김선호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

그런데 지금 확인하게 된, 일성SD신약의 지분 관계.

그건 김태풍이 보기에도 약간 의외이면서도 또한 좀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전 처음 봤습니다. 회장님. 그 사실은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성SD신약은 아직 비상장 회사라서 지분 구조가 공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법인등기부를 떼어보면, 일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기껏 알 수 있는 정보는, 발행 주식들의 총 숫자, 그리고 자본금 액수뿐.

그래서 과연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졌는지, 결국 이 부분을 확인하려면.

보통, 비상장 회사가 자체 비치하고 있는 주주명부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한데.

즉, 김태풍이 보고 있는 이 서류는 바로 주주명부의 내용들을 요약한 서류인 것이다.

“그럼 더 놀랐겠군? 일성SD신약 지분 대다수가 재호 몫이야. 그 녀석한테 지분이 다 쏠린 게, 자네한테 좀 의외겠지? 허나 재호의 처사촌이 바로 동성제약 박석현 사장이라서, 나름 구색은 맞지.”

“네?”

김신웅 회장의 설명에 김태풍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갑자기 튀어나온 동성제약 박석현 사장?

김태풍이 알기로,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로.

일약, 국내 최상위권 제약회사의 사장이 된 이른바 금수저다.

동성제약 박장호 회장의 장남이면서도 외동아들인 박석현 사장.

그는 형제간의 치열한 경쟁도 없이 아주 손쉽게 후계자로 올라선 대단한 ‘행운아’이기도 했다.

“음. 하지만, 그 부분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성제약 박 사장님이 처사촌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분이 무려 40%나 되는 건 좀 이해가 안 됩니다.”

김태풍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김신웅 회장은 좀 더 설명을 했다.

“그래도 구색은 맞지. 국내 최고 제약회사 쪽과 인연이 있으니까, 김재호 전무가 일성SD신약에 미리 투자를 했다, 뭐 그런 구색이 맞지 않나? 또한, 앞으로 일성SD신약이 매스컴을 타고, 또 주가가 오를 때, 국내 최고제약 기업 동성제약과 연관성이 있다면, 더 주가가 불붙지 않겠나?”

그 말에 김태풍은 잠깐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그러다가 어렴풋이.

김신웅 회장이 노리고 있는, 큰 그림까지 엿보게 되었다.

‘설마, 주가폭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 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성그룹한테 큰 이득이 되겠지만… 그래도 과연, 그룹이 그 뒷감당까지 할 수 있을까? 아, 아니지, 그 정도 수준이 아닌데? 음. 거기다가 순차적으로… 설마 그거?’

대단한 배경을 쫙 깔고 나면, 확실히 아주 괜찮은 그림이 나오게 된다.

지금은 겨우 코딱지만한 기업이지만.

일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고.

또, 동성제약과의 연관성도 있다면.

일성SD신약의 대주주들!

그들은 순식간에 대단한 거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즉, 40% 지분을 가진, 일성전자 김재호 전무.

그는 삽시간에 대단한 주식 부자로 등극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주식 지분을 매개로 해서.

타 지분 대 일성SD신약 지분의 맞거래, 즉 주식 스왑(Swap)도 가능할 것인데.

이른바 주가 뻥튀기를 통해서 올라선 일성SD신약의 지분을 가지고서.

다음다음 번의 후계구도 작업까지.

번개같이 마무리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자네를 따로 부른 것은, 자네한테 아주 좋은 제안을 하려고 부른 거네. 아주 크고 아주 솔깃한 제안이 될 거라고 믿네. 뭐, 내 그룹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일이라, 자네가 관여할 건 하나도 없네! 나는 그저 자네한테 합법적인 제안을 하고 싶네. 즉, 자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자네는 상당히 큰 이익이 갖게 될 거네.”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김신웅 회장.

그러나 그 순간, 김태풍은 바로 정색하며 대꾸했다.

“음! 회장님. 혹시 절 불법 증여에 활용하려는 생각이십니까?”

그 순간, 최혁수 실장.

크게 당황하며 재빨리 외친다.

“김 소장! 말조심하게!”

그러나 김신웅 회장은 즉각 최혁수 실장을 제지하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불법 증여 따위가 아니라… 나는 김선호 대표한테 기회를 주려고, 자네한테 이 제안을 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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