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53화 (53/153)

69-미래 가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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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월 15일 월요일.

어느덧 입사 3주차를 시작하게 된 김태풍.

그의 요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져 가고 있었다.

앞으로 일성SD신약은.

세계적 기업들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약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정말 획기적인 신약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저 김선호 대표는 김태풍을 혁신신약 연구소 소장으로 초빙해 왔던 것이다.

한편, 깔끔한 성격답게 모던한 가구들로 꾸며진 김선호 대표의 사무실.

지금 김선호 대표는 메드TX 서정철 사장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잠깐 통화 신호가 이어진 뒤.

그리고 곧 서정철 사장이 전화를 받았는데.

“서 사장님! 저, 김선호입니다!”

- 아. 김 대표님?

“하하. 잘 지내고 계십니까?”

- 네.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뭐, 요즘 임상시험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요. 참! 제가 먼저 전화를 드리려고 했었는데… 어제는 강재현 전무님으로부터 그 제안 전화! 정말 잘 받았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어떻습니까? 과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음. 우선, 제가 봐도,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었습니다.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 제가 바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그 제안을 받고서, 저희 경영진 대다수가 고무된 게 사실입니다.

“서 서장님! 꼭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정말 협상이 개시된다면, 그땐 좀 더 세밀한 제안도 제시하겠습니다.”

- 하하! 감사합니다! 김 대표님! 무엇보다 양 사에 큰 도움이 된다면, 저희 회사 역시 바랄 게 없습니다.

그렇게 좀 더 통화가 이어졌는데….

김선호 대표와 서정철 사장은 무언가 긴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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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 김태풍!

연구소장으로서 김태풍은 요즘 무척 바쁘게 회사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네. 좋습니다. 그럼 이번 팀장 회의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지요. 장준혁 팀장님! 정병준 팀장님! 박재명 팀장님! 이성일 팀장! 그리고 한상희 팀장님!”

그렇게 그들 팀장들을 호명하며, 한번씩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잇는 김태풍.

무척 목소리에 힘이 있다.

“특히, 오늘 회의에서 논의한 건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해 주십시오. 특히 골다공증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

아주 젊은 연구소장이지만.

팀장 회의를 주관하는 김태풍은 나름 주도적으로 그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 이런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형식의 회의는 앞으로 한 두 번만 더 하고, 그 다음부터는 업무 보고와 논의 형태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오늘도 벌써 3시간째로군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각 질환별 신약 관련 연구 동향 보고서와 개별 프로젝트 제안서도 앞으로 2주 안에 꼭 품의서 형식으로 올려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중요한 숙제 같은 것을 챙기고 있는 김태풍.

“음. 알겠습니다. 소장님.”

이때, 가장 연장자인 장준혁 팀장이 마지못해 짧게 말을 하고 입을 닫자.

더는 논란거리가 없는 듯, 이날 팀장급 회의는 끝이 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김태풍은 어느새 혁신신약 연구소 조직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신약연구2팀 전병준 팀장을 시작으로.

김태풍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그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들을 나눴고.

또한,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거듭 회의를 열면서, 끊임없이 그들과 대화를 했다.

이때, 팀장들의 입은 저절로 열렸고.

너무 나이가 어려, 연구소 운영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팀장들은 결국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즉, 팀장 길들이기!

이걸 하느라 하루에 한 번씩 꼭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개최하는 그 무시무시한 집요함!

그런 혈기와 김태풍식의 부지런함과 또 끈질김!

결국, 2주 만에 완전히 표정이 바뀌어 버린 팀장들.

하물며, 김태풍이 보유하고 있는 대단한 논문 발표 실적들과 기술이전 실적들.

그런 천재성뿐만이 아니라, 사실 따지고 보면 지독한 근성까지 지닌 김태풍에 대해서.

이젠 감히 누구도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음. 더는 내 나이 이야기 못 하게, 내부 흐름은 꽉 잡았으니까, 진짜 할 일은 지금부터야. 최대한 빨리 핵심 연구 테마부터 잡아야 하고. 그걸 기반으로 연구소 경쟁력을 키워야….’

특히, 회귀 전, 그땐 해 보지 못했던 연구소 경영.

그걸 직접 해 보게 된 김태풍은 이 와중에 자신의 경험의 폭을 더 넓혀가면서.

한편으로는 이곳에서의 자신의 목표도 정확하게 세웠다.

‘어쨌든 이 회사에 오래 머물 게 아니니까, 연구소 운영 쪽에 더 집중하는 게 맞아. 역시 내 신약 아이디어는 TSP를 통해서 실현하는 게 훨씬 더 나아.’

그래서 김태풍은 자신의 회귀 전 경험과 (최근 미국 경험 등을 통해) 좀 더 넓어진 시각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시스템의 효율성 쪽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다.

특히, 회사에 갓 들어온 1년차 연구원부터 시작해서, 경력이 오래된 책임급 연구원들까지.

누구든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제시할 수 있으며.

또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를.

직접 열어주기로 했다.

즉, 신약 개발과 관련된 bottom-up 시스템을 연구소에 도입한 것이다.

이렇게 발굴된 아이디어는 그냥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욱더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전문적인, 예타(예비타당성) TFT(Task Force Team)를 통해서 그 아이디어들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 그래서 차후, 예타 TFT를 통과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어떤 직책을 막론하고 누구나 프로젝터 리더(project leader, PL)가 될 기회를 열어드리겠습니다. 이 PL의 직책은 팀장급 혹은 부팀장급으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누구든 PL로 인정받게 된다면, 순식간에 최소 차장급 혹은 부장급으로도 초고속 승진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한편, 김태풍은 혁신신약 연구소에서 자체 진행 중인 여러 연구결과들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무조건 가장 좋은 것! 그런 것들만 뽑아내자. 여기다가 필요하다면, 내 생각들을 좀 집어넣으면 될 거고.’

결국, 이 연구소의 최종 목표!

그건 바로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바로 그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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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어느덧 입사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김태풍을 조용히 호출한 김선호 대표.

그는 이제 좀 더 진지한 어조로.

김태풍에게 회사 신약 개발 방향성에 대해 묻게 되었다.

“어떻습니까? 현재까지 검토했을 때, 우리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김선호 대표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은 김태풍.

그런데 그의 표정이 은근히 밝았다.

“네. 제가 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대략 세 가지 종류! 즉, 앞으로 회사 차원에서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총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대체 어떤 겁니까?”

바로 호기심을 보이며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김선호 대표.

그때부터 김태풍은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신, 예타(예비타당성) TFT에서 몇 가지 좋은 성과가 나왔습니다.”

즉, bottom-up 방식의 아이디어 도출과 예타(예비타당성) TFT을 통한 아이디어 다듬기 작업.

이렇게 해서 신약 아이디어 2건이 발굴된 것이다.

거기다가, 신약연구1팀에서 진행 중인 골다공증 치료제 아이디어 1건.

이렇게 총 3건이 드디어 신약 연구 타깃으로 물망에 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예타 TFT에서 나온 2건의 아이디어들은 김태풍이 봐도 제법 그럴싸한 것인데.

이들 아이디어들은.

요즘 다시 치료제 개발 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다.

즉, 만성폐쇄성 폐질환 치료제 분야.

그리고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즉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제 분야다.

“우선,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은 신약연구1팀에서 제법 연구들이 많이 진행됐지만, 현실적으로 경쟁 회사들과 비교한다면, 신약 가치의 우수성을 논하기가 좀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기술 개발 쪽은 개량신약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되, 1회 투여시 3달 혹은 6달 지속 효과를 가진, 즉 장기 지속형 약제 개발로 이어지는 게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즉, 장기 지속형 약제 개발 방식!

이것은 단 한 번의 복용 혹은 단 한 번의 피하·근육 주사 방법을 통해서.

약물의 효능을 최대 3개월 혹은 6개월까지 끌고 가는 약제 기술이다.

비슷한 예로,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장기지속형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혹은 전립선암 치료제가 개발된 바가 있는데.

이것은 생체 분해성 고분자 미립구(microparticle)에 펩타이드 약물을 넣은 뒤.

생체 분해성 고분자가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됨(최대 3개월 동안)에 따라, 약물이 고분자 미립구 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즉, 코팅 물질이 분해가 되니까, 안에 있던 약물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흘러나온 약물은 주변 조직의 모세혈관을 통해서 흡수될 거고.

또, 혈관을 따라 전신순환을 하게 되는 형태인데.

결국, 이렇듯 단순하게, 약물이 그저 새어 나오는 원리를 이용해서.

체내에서 최대 3달간 약물 효능이 지속되는.

이른바 결과적으로 본다면.

아주 획기적인 효능 개선형 의약품을 만들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식의 과학적 개념은 사실 일반인들이 이해할 때도, 꼭 어려운 개념들이 아니지 않은가.

즉, 과학적 창조물들은 아주 단순한 원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좀 더 섬세하게 응용되고, 또 다듬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어쨌든 김태풍은 좀 더 넓은 경험들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그런 신약 개발 방식을 제안했고.

그리고 다음으로 예타(예비타당성) TFT에서 도출된 2건의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 나갔다.

“다음으로, 만성폐쇄성 폐질환 치료제 분야는 결국 어떻게 기도 폐색을 방지할 수 있느냐, 좁게는 그런 쪽의 의약품 개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태풍은 천식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례로, 일반적인 천식은, 일종의 알레르기성 과민반응과 관련되어 있고, 기도 염증 반응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결국 호흡기 쪽 기도 기능이 점점 더 퇴화되게 되는, 일종의 비가역적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흡연, 대기공해, 미세먼지 등의 이유로 만성으로 발생하게 되는 만성폐쇄성 폐질환!

이것은 비가역적으로 질병 징후가 전개되므로.

약물적 치료방법으로는 도저히 원래 호흡 기능을 복원할 수 없는 질환이다.

그래서 이 질병 치료 과정에서는, 절대 ‘완치’라는 표현을 쓰기가 힘든데.

그저 증상 완화 혹은 질병 심화 시기를 지연하는 치료 외에는 따로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이었다.

“즉, 그래서 항염증 특성 외에도 기도 확장 특성까지 포함하는 약물 개발이 시급한데…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들은 그 자체가 아주 부작용이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논문에서 발표된 방식! 즉,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차단하는 약리기전. 이쪽이 나름 흥미로운데, 결국 하루 내내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따라서, 저희도 이런 약리 기전을 바탕으로 하되, 저희만의 새로운 약물 합성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고는 김태풍은 화학구조와 관련된 좀 더 세부적인 방법들을 설명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즉 심부정맥 혈전증 치료제 분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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