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김태풍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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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김태풍입니다.”
이때, 김태풍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데스크 여직원.
그녀는 아주 놀란 눈으로 김태풍을 쳐다보고 있다.
“어머? 안녕하세요. 강지연입니다. 앞으로 강 비서라고 불러주세요. 근데 대표님! 정말 연구소장님이 맞으신 거죠?”
놀란 강지연.
그녀는 김선호 대표에게 다시 물어보고 있다.
놀랍게도 상대는 자신과 또래 나이로 보이는 남자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이 회사의 연구소장은 이사급 대우의 직책.
회사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을 바로 코앞까지 이른, 아주 높은 직책이 바로 연구소장인데.
어떻게 저렇듯 젊은 사람이 그런 연구소장이 될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순간, 무언가 떠올리며, 바로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강지연.
설마?
일성그룹 로얄패밀리의 일원?
그녀가 바로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눈앞의 남자는 무척 젊은 모습이다.
그리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장 차림 때문인지.
진짜 귀공자인 재벌 3세 김선호 대표와도 제법 잘 어울리고 있는 모습.
“강 비서. 이분이 연구소장님이 맞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잘 도와주세요. 참! 어제 부탁해 뒀던 서류들도 다 준비가 됐죠? 지금부터는 강 비서가 김 소장님과 함께 회사 입사서류 작업부터 진행해 주세요. 그리고 이것저것 회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안내해 주시고… 그 일들, 가능하겠죠?”
“네. 대표님.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대답하고 있는 강지연 비서.
김선호 대표는 이제 김태풍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좀 있다가 약속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로 좀 다녀와야 합니다. 오늘은 강 비서와 함께 서류 작업부터 먼저 마치시고, 그 일이 끝나시면 곧바로 퇴근하셔도 됩니다. 하하. 뭐, 입사 날짜는 오늘부터이지만, 정상 출근은 내일부터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오늘 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김선호 대표.
그는 무척 김태풍을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 강 비서! 김 소장님한테 내일 스케쥴도 알려주세요.”
“네. 대표님.”
“하하. 김 소장님. 회사가 초창기라서 너무 할 일들이 많습니다. 뭐, 어쩔 수 없이 내일 아침 9시부터 임원 회의가 또 있는데, 이때 이사대우 소장님까지 참석하게 되는 회의니까, 꼭 참석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김선호 대표는 메드TX 서정철 사장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김태풍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은 것 같았다.
그걸 기초로 김태풍의 능력에 대해 확실히 신뢰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김선호 대표가 떠나자.
이때부터는 강지연 비서가 김태풍을 맡아서 움직이게 되었다.
“소장님. 먼저 이쪽으로 오시죠.”
그러면서 강 비서는 연구소장실의 문을 활짝 열었는데.
김태풍의 눈에 들어오는 그 내부 풍경.
아주 깔끔하면서도.
원목 가구들로 톤을 맞춰.
전혀 자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안정감이 드는 사무 공간이었다.
김태풍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 좌우를 살폈고.
자신의 데스크 쪽으로도 걸어가, 유심히 살펴봤다.
컴퓨터 한 대와 프린터기.
그리고 전화기 등등.
모든 것들이 아주 깔끔하게 갖춰져 있는 모습이다.
다만, 한쪽 벽면 책장이 텅 비어 있어, 그 책장을 꽉 채우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게 사실이다.
“소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먼저 입사서류부터 처리하도록 하죠.”
강 비서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했고.
김태풍은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소파가 무척 푹신푹신했다.
이제 이곳에서 손님들을 접대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간단한 회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여기, 또 여기에도 사인을 해 주세요. 그리고 혹시 증빙서류도 가지고 오셨어요?”
“네.”
김태풍은 얼른 자신의 서류 가방에서 몇 가지 서류들을 꺼내어 내밀었다.
주민등록등본 외에도 박사 학위졸업예정 등과 관련된 여러 서류들.
힐끔 그 서류들을 쳐다보던 강 비서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김태풍을 곧바로 응시한다.
“어머. 이 나이에 어떻게 박사학위까지?”
한국연구기술원 박사학위.
현재 김태풍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27살.
군 복무 후 대학을 졸업한 남자들은 보통 이 나이에 회사 신입사원이 되는데.
김태풍은 그런 신입사원 정도가 아니라.
무려 연구소장 직책으로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다.
신생 벤처 기업이라도 해도, 여긴 일성그룹 계열사다.
“좀 일찍 졸업했습니다. 하하. 아시다시피, 아직 군미필자이고요. 아! 맞다! 제가 병특 전문연구요원이라서, 바로 병무청에 통보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연계가 되거든요.”
“네? 병특 전문연구요원이라고요?”
잠시 눈을 끔뻑거리고 있던 강지연 비서.
그녀는 병특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단어가 무척 낯선 모양이다.
왜냐하면, 병특 전문연구요원이 기업 연구소 연구소장이 되는 경우는 어떤 회사에서든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 죄송합니다. 소장님.”
다행히 상황 파악이 빠른 듯, 민첩하게 움직이는 그녀.
“소장님.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즉시 인사팀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인사팀을 통해서 바로 병무청에도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 부분, 꼭 잘 부탁드립니다.”
보통, 박사학위 디펜스가 끝나게 되면, 더는 학교에 있을 필요도 없이 회사로 옮겨갈 수 있는데.
회사, 정확하게는 병역특례업체로 지정이 된 회사에서.
이제 남은 전문연구요원 복무 기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중간에 타 회사로의 이직도 가능해서, 나름 자유롭지만.
해외 출장 시, 병무청 허가를 매번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때때로 불시 출퇴근 점검을 하는 병무청 직원들의 방문도 받아야 한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군미필자라서, 절대 공무원이 될 수도 없는데.
더군다나, 이런 병역특례자는 일반 회사로의 취업 혹은 이직도 엄격히 제한된다.
즉, 이직하려는 회사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즉 병역특례지정업체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속된 말로, 진짜 낙하산 인사답게.
이제야 입사서류 작성을 마무리하게 된 김태풍.
이때 김태풍은 강 비서를 시켜서.
인사팀에 비치된, 혁신신약 연구소 소속 직원들의 인사기록부를 가져오게 했다.
“여기 있습니다. 소장님.”
“네. 제가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대략 30분가량, 김태풍은 그 인사기록부를 빠르게 훑어내렸고.
그 일을 마친 뒤.
그는 이제 강 비서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회사 내부, 부서 위치들을 확인해 봤다.
그러다가 그 과정에서 그는 앞선 간부 회의 때 봤던, 어느 팀장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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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전 팀장님. 여기서 또 뵙게 되는군요. 여기가 바로 신약연구2팀이군요?”
“아? 음! 음! 네. 여기가 신약연구2팀이 맞습니다만, 근데 어떻게 제 이름을 다 기억하시고?”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는 신약연구2팀 전병준 팀장.
무언가 일이 있어 부서에서 막 나오다가, 복도에 김태풍과 딱 마주치게 된 전병준 팀장.
각진 턱에 큼직한 안경을 끼고 있는 전병준 팀장은 아까 회의장에서 다소 큰 불만을 드러냈던 팀장들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
아마 올해 갓 40살이 된 전병준 팀장.
그의 인사기록표에 적혀 있는 그의 경력들을 보면.
그는 본래 한국대 화학과 학사·석사 출신으로,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명성제약에서 제법 잘 나가던 신약연구팀 부장이었다.
이런 그가 일성SD신약이라는 신생 회사에 조인하게 된 것은 아마도 여러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신생 회사 일성SD신약에서 파격적으로 제공하는 스톡옵션.
그리고 국내 최고 일성그룹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대단한 명예심.
한편으로는 상당한 연봉 등등.
그러나 김태풍은 그런 그의 경력들에 대해 일부러 모른 척하면서.
곧바로 영리하게 전병준 팀장을 다루기 시작했다.
“참! 마침 이렇게 만났으니까, 바로 말씀을 드리는 건데, 제가 비록 오늘 입사 첫날이긴 해도, 회사 일에 대해 무척 관심이 큽니다. 특히, 제가 이렇게 이 연구소를 맡은 이상, 업무 파악을 아주 빨리 해야, 결국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그런 비전도 서둘러 세워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음. 그래서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서둘러 업무 파악 회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뭐 좀 있다가 점심은 드시고, 오후 2시쯤, 그때부터 혁신신약 연구소 팀장급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정말 갑작스러운 스케쥴이겠지만, 전 팀장님을 포함해서 각 팀장님들이 모두 참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 2시? 흐음. 그건 좀 무리일 텐데? 저희가 다 별의별 스케쥴이 다 있어서….”
“네. 저도 대충 그런 사정은 잘 압니다. 하지만 회사 조직 생활에서, 이런 내부 회의는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일정들은 최대한 빨리 취소해주시고, 꼭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불참자는 제가 인사정보란에, 따로 표기를 해 둘 생각입니다. 강 비서! 이 내용까지 포함해서 다른 팀장님들한테도 전달해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소장님.”
강지연 비서는 깜짝 놀랐다가, 얼른 대답했다.
그리고 이때, 전병준 팀장도 흠칫 놀란 표정이다.
보통 팀장급 간부들은 회사 내부에서 잡다한 회의 스케줄이 많이 잡혀 있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외부 회의 스케쥴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 사정들을 내세운다면.
신임 연구소장이 요구한 첫 회의에서.
모든 팀장들이 불참하는.
그런 아주 묘한 풍경마저 연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태풍은 아까 회의장에서 불쾌함을 보였던 팀장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터라.
초장부터 일종의 기 싸움을 벌일 생각이라.
곧바로 인사고과 반영에 대해서 바로 언급하며, 은근히 경고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김태풍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보통 회사원들과 달리, 약간 자존심이 강한, 연구소 소속 부장들.
그런 그들을 좀 더 손쉽게 제어하기 위해서.
즉, 조직을 확실하게 손에 넣기 위해서.
그는 먼저 눈앞의 전병준 팀장을 자신의 첫 타깃으로 삼기로 했다.
그래도 49살까지 회사에 다녔던 그 경험들이 이제 김태풍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전병준 팀장! 전 팀장님께서는 지금 저랑 잠깐 이야기를 좀 하시겠습니까? 혹시 다른 스케쥴이 있더라도, 이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니까, 제 방으로 가서 잠깐 이야기를 하도록 하시죠.”
그렇게 김태풍을 입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로 싫은 내색을 드러내고 있는 전병준 팀장.
“흠. 흠. 저기, 저… 김 박사님. 제가, 음! 음! 5분 뒤에 바로 나가봐야 합니다. 한국대 최정식 교수님. 그 교수님을 찾아 봬야 하는데, 그게 같이 진행하고 있는 신약 합성 연구 때문에, 아주 중요한 미팅이라서….”
그렇게 바로 스케쥴 타령을 하고 있는 전병준 팀장.
그 말인즉, 오늘 오후 2시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김태풍을 은근슬쩍 박사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전병준 팀장.
그 말에 김태풍은 바로 대꾸했다.
“죄송하지만, 그 일정은 내일로 미루세요. 힘드시다면, 제가 직접 한국대 최정식 교수님한테 연락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그분도 제가 조만간 회사로 직접 불러서, 그 교수님한테서 직접 자세한 연구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현재 그 공동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그걸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아마도 회사 용역 연구비가 나가고 있을 텐데요? 즉, 제대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걸 확인하는 것도 바로 연구소장의 직무입니다.”
그 순간, 놀라서 얼굴이 굳어지고 있는 전병준 팀장.
“아니, 소장님! 그건 좀 무립니다. 최정식 교수님이 얼마나 성깔이 있으신지 모르시죠? 자칫 잘못했다간 저희랑 연구를 안 한다고 하면….”
“하하. 괜찮습니다. 연구계약을 갑자기 종료하겠다고 하면, 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을 물리면 됩니다. 설령 그분이 아니더라도, 저희와 연구하고 싶은, 젊은 교수님들이 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 순간, 다시금 얼굴이 굳어지고 있는 전병준 팀장.
왜냐하면, 전병준 팀장은 최정식 교수의 제자였다.
자신이 한국대 출신이라는 것을 아주 대단하게 여기고 있던 전병준 팀장.
그런데 신임 연구소장이 갑자기 최정식 교수와의 연구계약 종료까지 언급하다 보니.
전병준 팀장의 머리는 잠시 혼란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소장님. 아, 아니 박사님. 박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박사학위까지 하셨으면, 학계 분위기도 잘 아실 텐데요? 저희가 그런 분을 막 대하면, 소문도 아주 안 좋게 나게 되고….”
보통, 저런 류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되면, 바로 옹졸해지는 게 사실이다.
최초에 김태풍을 그냥 박사님이라고 불렀다가.
자신도 모르게 소장님으로 부르기도 하고.
또다시 박사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전병준 팀장.
그런 그에게 김태풍은 바로 대꾸했다.
“혹시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는 한국연구기술원 출신입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박한식 교수님이십니다.”
“네?”
그 순간, 정말 깜짝 놀라고 있는 전병준 팀장.
설마, 김태풍이 최근 학계에서 대단한 파벌을 갖추게 된 박한식 교수의 제자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김태풍이 아무리 뉴스에 등장하고, 또 신문에도 여러 차례 언급이 되었다고 해도.
사실, 현직 실무자들은 김태풍의 이름을 그렇게 오래 기억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김선호 대표가 ‘김태풍’이라는 이름을 직접 말해줬지만.
그럼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전병준 팀장.
물론, 오늘 갑자기 신임 연구소장이 나타난 터라.
서둘러 인사팀에 전화도 해 봤던 전병준 팀장.
이때 김태풍의 인사기록카드 작성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여타의 정보를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박한식 교수의 제자라는 것을 듣게 되자.
전병준 팀장은 아주 많이 놀라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가물가물하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박한식 교수에게 엄청난 천재 제자가 있는데.
그 천재 제자 때문에 박한식 교수의 실적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그의 학계 내 파워도 엄청나게 변했다는 사실.
더군다나 최근 정부에서는 박한식 교수를 염두에 두고서.
국가 최고 과학자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때, 박한식 교수를 국가 과학자로 선임하려고 한다는 소문마저 학계에서 파다하게 떠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사람의 제자?
혹시 그럼 이 신임 연구소장이?
그런데 정작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김선호 대표는 일절 소개조차 하지 않았을까?
‘음. 하긴, 김 대표님 스타일이 좀 그래. 재벌가 자제라서 그런지, 좀 독단적인 면도 있고. 흠. 아마 이런 것도 일부러 그런 거겠지? 자기 경영 방침에 누구도 태클을 걸지 말라고. 으음.’
오너 중심의 경영 방침.
뭐, 이런 경영 방침은 한국적 특색이라, 전병준 팀장 따위가 감히 항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전병준 팀장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제 좀 더 다른 눈으로 김태풍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김태풍은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김 대표님께서는 저한테 혁신신약 연구소의 모든 일을 일임하셨습니다. 즉,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연구 용역 사업뿐만이 아니라, 연구소 내 인사 부분도 제가 손을 볼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전병준 팀장님!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 저는 논의가 필요한데, 지금 제 사무실로 가셔서, 저와 함께 그 사안들을 먼저 논의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사실, 철부지 연구소장이 뭣도 모르고, 인사권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지금 김태풍은 은근히 위협을 하되.
타협의 여지를 남겨 두는.
노련한 모습을 또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전병준 팀장은 김태풍의 언변력에 휘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그런 중요한 사안들을 자신과 먼저 논의하겠다는 그 말에.
전병준 팀장의 귀가 솔깃해지는 모습이다.
“그럼 지금 당장, 제 사무실로 가시죠.”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소장님.”
결국, 그렇게 김태풍의 말을 따르게 되는 전병준 팀장.
‘음. 어쨌든 이 전병준 팀장에 대해서는 좀 더 분석해 본 뒤, 이 사람이 정말 필요한 사람인지 따져봐야겠어. 괜히 조직 방향과 괴리가 있는 사람들까지 남겨 둘 필요가 없어. 맞아. 자유스럽고 개방적인 분위기는 꼭 필요하지만, 지휘 체계에 혼선이 생기면, 그걸로 조직은 끝이야.’
그래도 49살까지 회사를 다닌 이력 때문인지.
김태풍은 회사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좀 더 깊었고.
그래서 입사 첫날부터, 아주 노련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회귀 전의 김태풍은 전혀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재능!
그게 조금씩 발견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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