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50화 (50/153)

66-젊은 연구소장

<20> 젊은 연구소장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저의 제안을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성SD신약의 김선호 대표.

그는 지금 환하게 웃으며 김태풍을 맞이하고 있다.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그는 과거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남을 가졌을 때.

겨우 차장 직급에 불과했으나.

채 2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제는 벤처 기업 대표로 바뀐 모습이다.

“김 박사님. 그럼 우선 회의실로 들어가시죠.”

때는 어느덧 1998년 6월 1일 월요일.

무척 화창한 초여름 날씨인 이날.

김태풍은 김선호 대표를 일성SD신약 서울 본사에서 직접 만나게 되었다.

사실, 지난주 수요일 날, 무사히 박사학위 디펜스를 마친 김태풍.

이날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칭찬과 함께.

그는 학위논문 심사 서명까지도 심사위원들로부터 한 번에 다 받을 수 있었다.

더는 학위논문 수정할 것도 없다며.

곧바로 사인을 해 줬던 심사위원들.

이제 박사학위 논문 본을 제본한 뒤.

학과 사무실, 도서관 등에 제출을 하고 나면, 학위취득과 관련된 자료 제출도 끝이 나게 된다.

물론, 다가오는 8월 중순에 졸업식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저 요식적인 절차일 뿐.

그래서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보통 박사학위자들은 이 학위 디펜스가 끝나게 되면.

곧바로 ‘박사’로 불리며 대접을 받는 게 일반적인 관행인데.

그래서 김태풍 역시 지금 박사라는 호칭이 붙었고.

나름 대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 일성SD신약 본사, 대회의실로 들어서게 된 김태풍.

그는 그곳에 이미 대기 중이던 회사 간부들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 여기 주목하시죠! 바로 이 분이, 김태풍 박사님이십니다. 이번에 우리 회사, 혁신신약 연구소 연구소장님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다들 인사들 나누십시오.”

그런데 너무나도 젊은 김태풍의 모습!

20대 중반의 나이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듯한.

젊고 활기찬 그의 모습은 마치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무방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무려 연구소장이라고?

이사급 대우의 연구소장?

지긋한 나이를 가진 중년 연구소장을 생각하던 대다수 간부들은 몹시 당황하는 표정들이었다.

물론 일부 간부들은 김선호 대표로부터 대략 귀띔을 받은 듯.

별반 놀란 표정들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대다수 간부들은 새파란 청년 연구소장의 등장에.

자신들도 모르게 수군거리고 시작했고.

또한, 일부는 김태풍을 빤히 쳐다봤으며.

그런 간부들 대다수는 그 표정들이 잔뜩 굳어지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김태풍입니다!”

그럼에도 힘차게 외치며 인사를 하고 있는 김태풍.

“아, 네. 이거 반갑습니다! 하하! 저는 기획·재무 부문의 최경도 전무입니다. 앞으로 자주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참! 혹시 골프를 치시면, 나중에 함께 라운딩 한번 나가도록 하죠. 하하.”

“이거 참! 정말 씩씩해 보이시는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개발·투자 부문의 강재현 전무입니다.”

“아! 역시 젊으시군요! 대표님으로부터, 그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는 마케팅·인사 부문의 장태윤 전무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하하!”

아직은 엄격하게 임원들의 책임 업무 분야가 나누어지지 않은 듯.

기획·재무.

개발·투자.

마케팅·인사.

이런 식으로 대략 정리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듯 50대 초중반의 나이인 임원급 간부들과 인사를 먼저 나눈 김태풍.

그는 곧이어 실무급 간부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흠! 내 참! 이게 뭔 일이야… 흠! 흠! 신약연구1팀 장준혁 팀장이라고 해요.”

“신약2팀 전병준 팀장인데….”

“음! 제제연구1팀 배상일이라고 해요. 음. 음.”

“안녕하십니까? 저는 분석연구팀 한상희 팀장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장님.”

“아! 처음 뵙겠습니다! 신사업개발팀 석진욱 팀장입니다.”

“와! 반갑습니다. 저는 기획재무팀 백진우 팀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소장님. 저는 홍보팀의….”

즉, 팀장급, 보통 회사 기준으로는, 부장급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게 된 김태풍.

그런데 이곳이 벤처 기업이라도 해도, 국내 최고 일성그룹의 계열사로 분류가 되어 있어 그런지.

팀장급 숫자만 해도 무려 20여 명에 달하고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모든 분들의 존함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저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그들과 악수를 마친 김태풍.

이제 자신의 자리에 앉기 전.

그 말을 꺼냈고.

그러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고 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터져 나온, 몇 사람들의 박수 소리!

비록 우렁찬 박수갈채는 아니었지만.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김태풍,

그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며 화답했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인사는 이것으로 마치고….”

이때, 회의실 가장 상석, 중앙에 앉아 있던 김선호 대표.

그가 그렇게 입을 열고 있었다.

이곳은 아주 넓은 원탁 회의실인데.

무려 30여 명가량이 둘러앉을 수 있는.

아주 넓은 공간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지고 있는 김선호 대표의 말.

“뭐,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김태풍 박사님이, 아니 이제 김태풍 연구소장님이… 우리 회사를 위해서, 아주 큰 역할을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향후 혁신신약 연구소의 발전 비전과 개발 목표에 대해서는, 이 모든 업무는 김 소장님의 주도하에 진행이 될 겁니다. 특히 개발·투자 파트를 맡고 계시는 강재현 전무님! 강 전무님이 앞으로 김 소장님을 많이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하하! 대표님. 아주 당연하신 말씀이십니다. 이건 회사를 위하는 일인 만큼, 김 소장님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이때, 강재현 전무는 김선호 대표의 말에 즉각 대답하며, 슬며시 김태풍을 쳐다보고 있다.

이미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게 변한 강재현 전무.

꽤 눈빛이 예리한 편인데.

다행히 그의 입가에는 한껏 미소가 가득하다.

그러나 김태풍을 쳐다보고 있는 다른 시선들.

특히 30대 후반, 40대 초중반인 팀장급 간부들.

그들 중 절반의 눈빛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이미 회귀 전, 회사 생활을 오래 했던 김태풍.

그는 바로 이 분위기를 눈치채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부장급 간부들과 다르게.

강재현 전무 등, 저 임원급 간부들은 그 태도와 눈빛에서 확실히 다른 점들이 있었다.

과연 그들의 속마음이 어떨지는 몰라도.

겉으로는 자신에게 상냥한 눈빛과 호감마저 보이고 있는 회사 임원들.

기업 오너가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걸 정말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처세술의 달인다운 모습들이었다.

“하하하! 대표님! 아주 훌륭하신 전략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추가로 제가, 제 선배이신, 식약청 박 청장님을 한번 만나 뵙고, 저희 쪽에 좀 더 유리하게, 행정 절차들을 입안해달라고 부탁을 해보겠습니다.”

“하하하! 대표님. 강 전무님뿐만이 아니라, 저희 약대 동문들도 좀 막강한 편입니다. 특히, 약사 출신에 변리사 자격증을 가진 제 후배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를 통한다면, 빈틈없이 일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도 뭐, 대표님께서 생각하신 부분들이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한 번씩 터져 나오고 있는 임원들의 아부성 발언.

그러나 그럼에도 그 발언들 속에는 엉터리 아부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전문성과 비즈니스 마인드가 두루 섞여 있는 모습들이다.

무척 노련한 모습.

한편, 향후 임원 자리를 놓고서, 아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팀장급 간부들.

그들 중에는 지금 일부러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낙하산 김태풍을 향해, 아주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긴, 새파란 박사 하나가 갑자기 날아와.

일성SD신약의 주요 보직들 중의 하나인 연구소장을 바로 꿰차버렸으니.

한때 일성제약 차장급, 부장급이던 그들.

또는, 타 제약회사 경력자들이었던 그들.

나름 자신만만했던 자신들의 위에 김태풍이 올라서 버리자.

점점 더 불쾌감이 더해지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흠. 장 팀장님! 안색이 너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습니까?”

“네? 아, 아닙니다. 대표님. 그냥, 그게….”

회의 중간에, 한 번씩 그런 식으로 노골적 눈치를 주고 있는 김선호 대표.

그러나 그런 눈치를 주면서도.

김선호 대표는 일부 팀장들의 불만에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역시 재벌 3세, 태생적 재벌 가문 핏줄다운 모습인데.

그러고 보면, 김태풍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곧바로 연구소장으로 스카웃하는 그런 과감성은.

결국, 그가 재벌가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쨌든 이런 묘한 분위기 속에서, 간부 회의는 계속 이어졌는데….

김태풍은 이 와중에, 개별 간부들의 현황 발표들을 유심히 듣게 되었고.

그 덕분에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좀 더 빨리,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왜 김선호 대표가 바로 이 자리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이제야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쯤 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소장님! 김 소장님은 저랑 대표실로 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사실, 갑자기 언질도 없이, 이 회의실로 데려와 죄송합니다. 이렇게라도 회사 운영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듣고, 그런 뒤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좀 더 상세한 논의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의가 막 끝나자마자, 일어서던 김선호 대표.

그는 김태풍에게 그렇게 양해의 말을 전하면서.

이제 김태풍을 자신의 대표실로 안내했다.

“하하! 그럼 여기 앉으세요. 참! 정 비서! 여기 음료수 좀 부탁합니다. 김 소장님. 어떤 걸 드시겠습니까?”

“네. 저는 그냥 커피가 좋습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유럽식 명품 양복 차림인 김선호.

귀공자다운 미소를 흘리며, 그는 여비서에게 음료수를 부탁했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비서는 얼음이 들어 있는 아이스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하하. 김 박사님. 정말 우리끼리니까, 제가 간절히 부탁을 드리는 건데, 혁신신약 연구소의 모든 운영 부분을 저는 김 박사님께 일임하겠습니다. 물론 아직 연구소장을 초빙하지 못한 개량신약 연구소 쪽은, 당분간 강재현 전무님이 맡으시겠지만…. 뭐, 두 연구소의 비전이 확실히 다른 만큼, 흔들림 없이 혁신신약 연구소를 이끌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중에 절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선호 대표는 좀 더 상세하게 두 연구소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즉, 김태풍이 맡은 혁신신약 연구소는 새로운 신약 물질 발굴이 바로 주요 업무였다.

그래서 김태풍한테 주어진 미션은, 향후 이 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방향성 설정이었다.

“그래서 혁신신약 연구소는 정말 새로운 방향으로 시도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질환들을 타겟으로 삼을지, 또 어떻게 신약 개발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식으로 라이센스 인(Licence-in, 기술을 사는 것)을 할 것인지도, 그 기반 체계들을 하나하나 세워나가야 합니다.”

반면, 또 다른 연구소, 개량신약 연구소 쪽은 의약제제 연구를 포함하여, 새로운 개량신약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럼 개량신약이라고 하시면?”

“아! 제가 그쪽 전공 분야는 아니라서,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야기해주십시오.”

그러면서 간단히 내용 소개를 하고 있는 김선호 대표.

사실 김태풍은 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김선호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적어도 신약 개발 회사 대표라면, 그에 걸맞은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김선호 대표는 제법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사실, 일반적인 개량신약 개발이라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약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기존 약물을 갖고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그 약물을 개량하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는데.

즉, 기존 약물의 기본 화학구조를 바탕으로.

그 약물의 화학구조를 좀 더 다르게 변경시키거나.

단순히 약물의 염(salt) 구조를 변경시켜, 약물의 용해도나 약물의 생체흡수력을 변화시키는 것도 있다.

또는, 경구 투여, 정맥 주사, 피하 주사, 근육 주사, 흡입 형태, 비강 투여 등, 약물 투여 경로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포함되고 있다.

더 나아가, 약물의 지속 시간 확대, 부작용 억제 등, 다양한 방법론적인 접근들도 가능한데.

즉,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의약품들을 기초로 해서 이런 시도들을 하다 보니.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들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이것은 일반적인 제너릭(카피) 의약품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데.

왜냐하면, 이런 방식들을 통해 개발된 개량신약들은 판매 전, 반드시 임상시험 성공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보통의 제너릭(카피) 의약품들은 아주 간단한 임상시험만 거치면, 바로 제품 판매 허가가 떨어진다.

즉, 약을 복용한 피험자의 혈액을 뽑아서.

혈액 내의 약물 농도를 시간별로 추적하게 되는데.

이때,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간별 혈중 약물 농도 데이타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별도의 추가 임상시험 없이도.

식약청에서는 제너릭(카피) 의약품의 시중 판매를 허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제너릭(카피) 의약품들과는 다르게.

개량신약들은 기존 의약품들보다 생리적 효능이 훨씬 더 개선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큰 대접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각광을 받으며,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에서 시작해서 ‘유’를 창출하다 보니,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 일반적인 신약 개발보다는.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개량신약 개발이 훨씬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성SD신약은 이 개량신약 개발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김태풍은 이런 개량신약 연구소의 사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은 뒤.

그 다음으로, 자신이 앞으로 일하게 될 사무실을 직접 안내받게 되었다.

“자! 김 박사님의 사무실은 저깁니다.”

김선호 대표가 직접 데려간 사무실.

그 사무실 통로 앞에는.

큼직한 데스크가 하나 위치하고 있는데.

그 데스크에서 재빨리 일어선 어느 아리따운 여직원.

그녀는 바로 웃으며, 김선호 대표를 반기고 있다.

“아, 안녕하세요? 대표님.”

그리고 곧이어 여직원이 김태풍을 쳐다보는 그때.

“인사하세요. 강 비서! 앞으로 강 비서가 잘 도와드려야 할 분입니다. 김태풍 연구소장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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