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49화 (49/153)

65-Typhoon-Samuel PharmaC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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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창업을 하신다고요?”

“하하.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나? 그래. 조만간 그럴 생각이네.”

그렇게 먼저 운을 뗀 박한식 교수는 좀 더 설명을 했다.

“뭐, 혼자서 일을 벌이기에는 너무 부족할 것 같고. 혹시 구멍가게 수준이 될까 봐, 동업을 하려고 생각 중이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

“그래서 UC버클리 마이클 코헨 교수를 적임자로 생각 중이네. 그 사람은 내가 과거 포닥 생활을 할 때, 나와 같이 연구를 했던 막역한 친구네. 의기투합하기도 좋고. 그래서 그 친구랑 같이 일을 한번 해 볼 생각이네. 뭐, 곧 내 나이가 환갑이니까, 더 늦기 전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야지, 그래야 정년 후에 뭐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박한식 교수는 이미 정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일반 사람들은 퇴직을 하고 나면, 노년의 삶을 어떻게 여유롭게 보낼지 그걸 생각하게 되는데.

박한식 교수는 이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생각부터가 달랐다.

김태풍더러 일 중독자라며, 따끔한 일침을 날렸던 박한식 교수.

그러나 정작 본인은 진짜 일 중독자였던 것이다.

“음. 그러면 교수님. 저한테 좀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혹시 들어보시겠습니까?”

“뭐? 자네한테? 자네한테 무슨 아이디어가 있다고?”

박한식 교수는 이내 호기심을 보였고.

이때부터 김태풍은 노벨상 수상자 코니 교수가 새롭게 설립한 비영리 재단에 대해서 설명했다.

또한, 자신과 새뮤얼 왓슨 교수의 동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이런 설명들을 들으며, 점점 더 놀라워하는 모습인 박한식 교수.

사실, 이때, 일부 탐욕스러운 교수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곧바로 배가 아파질 수 있다.

그냥 투자도 아니고, 무려 5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투자!

이런 대단한 혜택을 입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그러고 보면 이런 사례들도 있다.

연구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비까지 들여서.

가난한 제자들의 해외 국제학회 참석 기회를 주는 아름다운 교수들의 신문 보도 사례.

정작 자신은 정신없이 연구를 하느라.

밤늦은 시간까지 추운 연구실에서 억지로 버텨내고 있는 교수들의 모습.

(보통 일반 대학교들은 중앙 난방식 구조를 갖고 있어, 교직원의 퇴근 시간 이후에는 난방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반대쪽 사례는.

다소 어두우면서도 또한 암울한 교수 사회의 낯뜨거운 이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이봐. 그건 내가 따온 연구비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하는 거야. 그 돈으로 연구 활동하는 데 두루 쓸 테니까, 자네는 잔말 말고 그 돈이나 이 계좌에 이체하라고!

국가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제자들의 인건비를 그런 식으로 강탈하는 사례.

- 이봐. 현지 대학에서도 인건비가 따로 나오잖아. 자네처럼 이중으로 돈을 받는 건, 전혀 형평성이 맞지 않아. 대학원생이 벌써부터 돈을 밝히는 건, 무조건 잘못된 일이네. 그건 이 계좌로 보내.

- 음. 교수님. 그럼, 그 계좌는 국가 계좌입니까?

- 그걸 왜 자네가 물어봐? 자네가 그딴 걸 알아서 뭘 하려고? 그냥 보내! 보내라고!!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

이렇듯, 대학원생의 해외 대학 파견시.

즉, BK21과 같은 대학원생 육성 국가 프로젝트에서 따로 지급되는 학생 파견 보조금.

이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달라고 요구까지 하는 악랄한 교수들의 실제 사례까지 있다.

물론, 이 시대는 교수들의 이런 비리들이 고발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그래서 이런 더러운 비리들이 더 횡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박한식 교수는 확실히 달랐다.

좀 고집스럽기도 하고.

다소 깐깐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는 이런 일에 아주 철저했다.

지난 1995년도 듀폰사로의 기술이전 당시에도, 자신의 공헌도를 따져 자기 몫의 지분마저도 김태풍에게 양보했던 박한식 교수.

보통의 탐욕스러운 교수들한테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그런 도덕적인 모습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한식 교수는 김태풍의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큰 탄성을 질렀고.

무척 기분이 좋은 듯 김태풍의 손을 꽉 잡고 있다.

“내가 자네한테서 놀랄 일이, 당분간은 이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네. 그런데 이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군! 진심으로 놀랍네! 코니 교수가 자네를 그렇게 높이 봐줬다니! 이건 정말 세상이 놀랄,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닌가!”

그리고 또 이어지는 박한식 교수의 말.

“참! 그리고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그렇게 머쓱해 있을 필요도 없네. 나는 자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니까.”

“네?”

“자네는 병역특례 중인 사람이잖아. 이런 사실이 있다는 게, 괜히 알려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입을 꾹 닫고 있었던 건, 정말 잘한 짓이고. 근데, 그걸 왜 지금 나한테 이야기하게 됐나?”

박한식 교수의 물음에 김태풍은 바로 대답했다.

“교수님!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늦게 말씀드려서 또 죄송합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이 사업이라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남들 잘된 꼴만 보고 함부로 사업을 벌이다가, 쫄딱 망한 사례들이 어디 한 둘이 아니니까.”

“네. 맞습니다. 교수님. 요즘 주가를 날리고 있는 메드TX 서정철 사장님 같은 분은… 본래가 사업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있으신 분이고, 또한 그쪽 집안의 뒷받침도 있어서, 사업 시작이 순탄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이긴 하지만, 교수님은 교수님께 정말 걸맞은 일을 하시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음. 나한테 걸맞은 일이라?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우선, 저희 신설 회사의 지분 중 삼분지 일이 제 지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지분은 새뮤얼 왓슨 교수님과 니녹스 펀드가 각각 삼분지 일씩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 지분 비율이 충분히 높은 터라, 제 의견에 따라, 조만간 이 회사의 브랜치(지부)를 한국에 세울 생각입니다. 즉, 제 현재 입장 때문에, 그들과의 소통 창구를 그렇게 열어둘 생각입니다.”

“음. 그래서?”

“즉, 앞으로 설립될 국내 브랜치는 그런 목적에서 출발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당분간 신설 회사와 독립적으로 운영이 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많이 자유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물론 신설 회사인 TSP와 패밀리 관계인 건,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 브랜치를 토대로, 선진 신약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 요람으로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고 봅니다.”

“흠. 국내 신기술 요람이라? 그래서?”

“네.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건데, 교수님께선 투자 걱정 없이, 이런 회사에서 사업을 벌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좀 더 안정적인 위치에서,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시는 게, 훨씬 더 괜찮을 거라고 봅니다.”

“음. 그럼 그 회사, 지분 비율은 어떻게 되나?”

“우선, 어쩔 수 없이 TSP가 모기업이 되어야 하므로, 회사 지분의 60% 정도를 TSP가 가져갈 겁니다. 나머지 40%는 새로운 투자자 혹은 연구자에게 배당될 예정입니다. 뭐, 이 정도, 40% 수준이라면, 교수님의 위험부담도 덜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향후 회사가 잘 된다면, TSP와 연계하여 다양한 투자유치도 가능할 겁니다. 즉, 더 큰 기회를 얻으실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음. 그러니까 자네 회사에 들어오라, 그 말이지?”

“네. 교수님. 그렇습니다.”

“음. 그래. 대충 무슨 말인지는 이제 알겠네. 선생이 말년에 재산마저 홀라당 날려 먹을까 봐, 그게 걱정이 됐나 보지? 하하하. 아니면 날 이제 직원으로 부려먹을 생각인가?”

“아, 그건 절대 아닙니다. 교수님! 저는 단지 동업자로서….”

“하하하! 그 말은 그냥 농담이었네! 농담! 하하하!”

이마에 심한 주름이 생길 정도로, 아주 유쾌하게 웃고 있는 박한식 교수.

“좋아. 그럼 내가 결정하기 전까지, 시간은 좀 있나?”

조금 전 크게 당황했던 김태풍.

이내 표정을 바꾸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네. 교수님. 시간은 아주 충분합니다. 그러나 바로 결심이 서신다면, 곧바로 자금 유입도 가능합니다. 작년 연말에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이 된 터라, 해외 자금의 국내 유입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아주 빨리! 국내 브랜치 설립도 가능합니다.”

“흠. 자본시장 개방이라…. 우리가 그놈의 IMF 덕을 보게 된 셈인가? 뭐든 좋네. 그럼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겠네. 아! 그리고 그 전에 하나! 좀 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럼 말이네. 내가 그 회사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네. 맞습니다. 교수님. 그 회사는 일종의 신기술 요람입니다. 모든 가능한 기술들을 다 타진해 보고, 그 씨앗들을 기반으로 꽃을 피우고 또 열매를 맺게 하는, 그런 목적들을 갖고 있는 겁니다.”

“음. 적어도 그 말은 내 마음에 쏙 드는군. 하하.”

“교수님. 근데, 사실, 제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은, 그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김태풍은 좀 더 설명을 했다.

“저번에, 니녹스 펀드(NeNox Fund) 헨리 왓슨 회장님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도 듣게 된 겁니다.”

“?”

“똑똑한 사람은 자신이 직접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만든 신기술을 누구보다도 빨리 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음. 남의 기술을 먼저 사서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하하. 그리고 세상을 지배한다? 뭐,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은 결국 기술을 지배한다는 말이겠지? 그래! 그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어! 그게 바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안목이니까. 이래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좀 더 머리가 열려 있어야 돼! 나 같은 교수들은 좀 많이 막혀 있긴 하지. 흠! 알겠네. 우선, 자네의 제안이니까, 훨씬 더 숙고해서, 내가 최대한 빨리 결정해 보겠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김태풍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박한식 교수가 숙고하겠다는 대답은 이미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앞으로 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인재들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고지식하긴 하지만, 절대 월권하지 않고, 또한 인색하지 않으며, 남들 이상으로 더 열심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는 박한식 교수.

그런 사람이 비록 자신의 스승이라 좀 껄끄럽긴 하더라도.

합리적 사고의 박한식 교수라면.

그를 자신의 옆에 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박한식 교수는 새로운 비마약성 진통제의 초기 컨셉을 잡은 뛰어난 학자가 아닌가.

“참! 그런데 말이야. 자네 회사 이름! 왜 TSP라고 부르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김태풍을 쳐다보고 있는 박한식 교수.

이때, 그런 그를 밝은 눈으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김태풍.

그러고 보면, 저 박한식 교수의 머리는 어느덧 하얗게 변해 있다.

보통 머리를 많이 쓰는 교수들은 유전적인 요인을 떠나서, 일찍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편인데.

박한식 교수도 조만간 완전히 백발이 될 것 같았다.

“하하. 교수님. 제가 새뮤얼 왓슨 교수님과 가위바위보를 했거든요.”

“뭐? 가위바위보? 그게 뭔가?”

“원래 한국적 사고라면, 회사 이름이 STP가 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희는 단순히 미국적 사고방식으로, 회사 이름을 정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누가 더 우선인지, 그걸 당장 판별하기가 곤란해서… 결국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하하. 뭐 제가 눈치가 빠른 편인지, 운 좋게 이겼고요.”

“아? 그거였나? 그럼, T가 자네 이름 첫 자의 ‘T’를 따온 거고, S는 새뮤얼 왓슨 교수의 이름 첫 자 ‘S’를 따온 거란 말인가?”

“네. 풀 네임은 Typhoon-Samuel PharmaChem Incorporation입니다. 약자로 TSP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하하하! 이거 아주 괜찮은 이름이었군.”

Typhoon-Samuel PharmaChem, 즉, TSP.

이것이 바로 김태풍과 새뮤얼 왓슨 교수의 신설 회사 이름이었다.

“그럼 교수님. 좋게 생각해 주십시오.”

그렇게 그 말을 마치고, 그의 방에서 나온 김태풍.

이제는 오퍼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오퍼를 하는 입장이 되어본 김태풍.

잠시 뒤, 랩으로 돌아온 김태풍은 안성훈이 실험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뒤, 몇 가지 조언을 했고.

그런 뒤에야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들고 있는 김태풍.

‘음. 그럼 앞으로의 내 진로도 빨리 결정해야겠어. 일성SD신약? 아니면 메드TX? 또, 그게 아니면 그냥 타 기업 연구소? 이제 뭐든 결정할 때야.’

사실, 일성SD신약으로의 취업은 지난 과거의 안타까움을 새롭게 정리한다는 측면이 있고.

메드TX로 가는 것은, 결국 눈앞에 큰 이익이 담보된다는 측면이 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결국, 타 기업 연구소 쪽까지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시간 낭비 같다.

‘결국, 일성SD신약? 아니면 메드TX?’

마침내 두 가지를 놓고서, 내내 저울질하다가.

어느덧 해가 저물 무렵.

김태풍은 드디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래. 메드TX 서정철 사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서희선 때문이야. 거기다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재벌 쪽과 인연을 맺어 두는 게, 나중에 뭐든 도움이 되겠지. 꽉 닫힌 사고로는 절대 큰일을 할 수 없다고… 헨리 왓슨 회장님도 말씀하셨으니까.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다.’

그래서 김태풍이 생각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선, 지금 일이 아주 급한 쪽이 김선호 대표 쪽이니까, 대략 6개월에서 7개월 정도. 그 정도만 김선호 대표한테 가서 일을 해 주고. 올 연말쯤에 메드TX로 넘어가자. 그때, 메드TX 스톡옵션을 챙기면 되는 거고….’

즉, 메드TX 서정철 사장한테 일성SD신약 김선호 대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서정철 사장도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사촌 여동생이 바로 서희선이다.

최근에 약혼까지 한 그녀가 곧 재벌 3세 김선호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서정철, 김선호. 이 두 사람은 결국 친인척 관계가 되고 만다.

또한, 일성SD신약은 벤처지만, 일성그룹 차원에서 그룹 부속 연구소 형태로 만들어 둔 상태라, 대기업(일성SD신약)에서 중소기업(메드TX)으로 넘어가는 전문연구요원 전직 사유도 발생할 수가 있다.

그래서, 김태풍은 이들 두 사람 모두와 차례로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즉,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식.

다시 말해서, 두 사람 모두로부터 다 혜택을 받게 되는 방법이 아닌가.

그렇듯, 김태풍은 좀 더 영리하게 자신의 박사학위 이후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그리고 어느덧 그 사이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고.

마침내 1998년 5월 27일 수요일.

김태풍의 박사학위 디펜스 날짜가 되었다.

이날, 랩 선배들, 랩 후배들, 랩 동기들.

그들은 김태풍을 응원하기 위해서, 박사학위 심사가 열리는 세미나 강의실로 몰려들었고.

야간조인 조현상, 조현중도 좀 더 일찍 출근을 해서.

오후 4시쯤 시작되는 박사학위 심사 세미나실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사람들의 앞에 선 김태풍.

그는 먼저 구십 도로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곧이어 심사위원들에게 감사 인사말을 전하며, 세미나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연구기술원 박사과정 학생 김태풍입니다. 오늘 저의 박사학위심사를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한국대 박길선 교수님! 그리고 UC버클리 마이클 코헨 교수님! 두 분께 먼저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또한 저의 학위 심사에 기꺼이 응해주신 김철기 교수님, 한윤섭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학위과정 동안, 놀라운 배려심을 보여주셨고, 또한 몸소 훌륭한 가르침을 주신, 항상 존경하는 박한식 교수님께도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의 박사학위 세미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영어로 말한 김태풍.

그리고 그때부터 학위과정 동안 진행했던 여러 연구결과들을 차례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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