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46화 (46/153)

62-지상파 뉴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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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20일.

김태풍의 사이언스(Science) 논문이 마침내 활자화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Vol 279 Issue 5358

Research Article

Platinum-Induced Elastic and Wearable Polymers

by T.P. Kim, C. Bonneville, H.S. Park, D. Hawkins.

Science | 20 March 1998 : 1965-1969 |

이 인쇄본 출판과 동시에, 언론 보도 제한, 즉 엠바고가 사라졌고.

학교 홍보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한국연구기술원 대외홍보팀.

이 팀은 미리 작성해뒀던 언론 보도 자료를 즉시 배포했다.

- 네. 기자님. 이 자료를 기초로 해서, 기사 작성을 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하.

그렇게 각 신문사 기자들은 한국연구기술원 대외홍보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초로 해서.

재빨리 기사를 작성한 후, 이것을 각 신문 란에 실었다.

그리고 이날 석간신문에 인쇄된 사이언스 논문출판 관련 기사들.

[한국연구기술원 대학원생 사이언스지에 논문 게재]

- 한국연구기술원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김태풍(만 25세) 군은 국내 대학원생 최초로 세계적인 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을 게재했다. 올해 8월, 박사과정 졸업을 앞둔 김태풍 군은 지난 2년간 하버드대의 저명한 학자 호킨스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놀라운 연구 성과를 얻었고, 이번 3월 20일 출판된 사이언스지에 그 이름을 올려….

[세계적인 연구 성과,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 대학원생, 사이언스誌에 논문 발표]

[한국연구기술원, 하버드대와 공동 연구 논문, 사이언스誌 게재]

이렇듯 처음에는 사이언스지 논문 게재 사실을 주로 다뤘으나.

그러나 나중에 일부 기자들은 색다른 냄새를 맡고서.

하나둘, 대면 인터뷰 요청을 해 오기 시작했다.

특히, 몇 년 전 신문 자료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몇몇 기자들은 김태풍의 경력을 정확하게 인지하기도 했다.

- 이것 좀 봐. 이 학생, 이런 기사가 나간 게, 한두 번이 아니야. 이 기사는, 2백만 달러짜리 기술을 듀폰에 이전한 건이고, 네이처 논문 게재 기사도 무려 2건이나 된다고! 거기다가 이것도 좀 봐. 1억 8천만 달러짜리 신약 기술이전 기사! 여기에도 이 친구, 이름을 올렸다니까.

그렇게 어느 기자는 김태풍과 관련된 이전 기사들까지 몽땅 스크랩하게 되었는데….

[세계가 놀랐다! 대한의 건아! 듀폰의 마음을 훔쳐간 새로운 소재 기술!]

[국내 최초,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 대학원생, 네이처誌에 논문 게재!]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 대학원생]

[새로운 표적항암제 물질을 개발한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 대학원생, 네이처誌 논문 게재]

[세계가 놀랐다! 한국연구기술원, 1억 8천만 달러 기술이전 계약 체결!]

[획기적인 진통제 신약 개발의 주역,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 군]

[새로운 비마약성 진통제 임상 1상 통과 임박, 개발자 김태풍씨와의 전격 인터뷰]

그리고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기자들이 하나둘 늘어나게 되면서.

입소문은 더욱 빠르게 퍼져나갔고.

며칠 뒤, 한국연구기술원으로 일단의 기자들이 몰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 발간된 후속 기사들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안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인공 피부 기술 및 피부 접착제 기술을 개발한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 대학원생]

[혁신적 의공학 소재 기술 개발자, 한국연구기술원 김태풍씨]

[하버드대 교수가 인정한 과학 천재 김태풍 군, 사이언스誌 논문 게재]

[과학 천재 김태풍 군, 놀라운 연구 성과들은 어떻게 얻어진 것인가?]

[창의적 연구 성과물로 승부한다! 과학 천재 김태풍 군! 특별 조명하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KBC 방송국, MBS 방송국, SBC 방송국.

이들 방송국들은 한국연구기술원 대외홍보팀으로 직접 섭외 요청을 해 왔고.

이번 사이언스지 논문 발표 내용에 대해서, 김태풍의 뉴스 출연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사이언스 논문 게재 관련 기사들의 열기가 한 풀 식는 게 아니라.

언론적 관심, 국민적 관심이라는 그 후폭풍은 나날이 더 거세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김태풍!

그는 KBC, MBS, SBC 방송국 등.

지상파 3사의 9시 뉴스 혹은 8시 뉴스에 전격적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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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다들! 오늘은 정말 정신 차리고 보자.”

배진수, 안성훈, 최기호.

저녁 7시 45분 쯤.

김태풍과 함께, 기숙사 휴게실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그렇게 외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과거, 김태풍이 듀폰으로 기술이전에 성공했을 때.

그때 김태풍은 이미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2백만 달러짜리 기술이전은 대단한 희소가치가 있었고.

그래서 뉴스 출연까지 바로 이어졌는데.

그러나 그때!

기숙사 휴게실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해프닝이 발생했었다.

그 바람에 제대로 김태풍의 방송 출연분을 보지 못했던 그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하게 방송사까지 정하고 시청하기로 한 터라, 그때부터 꿋꿋하게 채널 고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뒤.

8시 뉴스부터 시작해서 9시 뉴스까지.

그들은 김태풍이 TV 화면에 잡히는 모습들을 정확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우와! 이거 아무리 봐도, 순 화면 빨인데? 야! 김태풍! 너 왜 이렇게 화면 빨이 좋아? 실물과 다르잖아? 너 화장하고 찍었지?”

“인마, 태풍이는 너보다 잘 생겼잖아!”

“뭐가? 저 정도는 아니잖아! 야! 김태풍! 너 솔직하게 말해. 너 진짜 화장빨로 사람 속일 생각이냐?”

“야! 최기호! 넌 좀, 조용히 좀 하자! 인터뷰, 또 못 듣잖아.”

“그거 두 번째나 보는 건데, 뭘 그러냐? 그래. 알았다. 안성훈. 내가 조용히 할 게.”

8시 뉴스에 이어서, 9시 뉴스에서도 다시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김태풍.

그 인터뷰 모습 시청에 한참 집중하다가.

이내 그는 쑥스러운 표정도 지었는데.

반면, 배진수, 안성훈, 최기호는 눈을 떼지 않고 정신없이 TV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뉴스 출연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 인터뷰는 순식간에 끝이 나 버렸고.

그리고 바로 화면이 바뀌면서, 이제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연구진의 노력이 참으로 값집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이 논문의 결과는 현재 하버드 연구팀과 더불어, 상용화 절차를 밟게 될 거라고 합니다. IMF 시대를 맞이하여, 아주 힘든 대한민국에 아주 큰 힘이 되는 소식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게 김태풍의 방송 출연분이 완전히 끝이 났지만.

그러나 무슨 일인지 눈을 떼지 않고, 계속 TV를 쳐다보고 있는 그들.

“…그럼, 다음 소식은, IMF 위기를 다 함께 극복하자는 뜻에서, 현재 저희 방송국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는 실업 기금 모으기 특별 생방송 보도입니다.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온정이 이곳으로 밀려들고 있으며, 어느덧 6억 원이 넘는 실업 기금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인기그룹 HOP은 최근 미국 LA 공연 수익금 4만 달러 전액을 기탁하기도 했으며, 또한, 앞서 인터뷰를 했던 한국연구기술원의 김태풍 군도 실직자 자녀들에게 써 달라며, 2천만 원의 기금을 기탁했습니다. 또한….”

IMF 시대의 진솔한 풍경이나 다름없는 실업 기금 모으기 특별 생방송.

이 방송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배진수, 안성훈, 최기호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몸을 날리며.

김태풍에게 달려들고 있는 녀석들.

“야! 인마! 너 이름, 또 나왔어!”

“와!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2천만 원씩이나 기부하냐?”

“야! 김태풍! 너 지금 당장 우리한테도 기부하라고! 우리도 진짜 불쌍한 사람 아냐? IMF 실직자들만 불쌍한 게 아니라….”

사실, 2천만 원 기부는 김태풍이 현재 지닌 재력을 생각한다면, 결코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쓰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IMF 시대가 더 안타깝게 느껴지고 있는 김태풍.

그래서 방송국 PD의 귀띔을 받자마자.

이번 기금 모으기 행사에도 곧바로 동참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앞으로 더 큰 부자가 된다면.

좀 더 다방면에서 기부를 하게 되겠지만.

시작은 이 정도 선에서 생각했던 김태풍.

‘흠. 내 돈을 썼지만, 기분은 더 좋은데.’

물론, 현시점에서 단순 감상적인 기부에 몰두하기보다는.

더 과감한 투자에 신경을 쓰는 게 당연했고.

그래서 김태풍은 이번 기부 건에 대해서 이쯤에서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우기로 했다.

그리고 이내 그는 힘껏 고함을 지르고 있다.

“야. 나가자! 오늘은 밤새워 마시자! 내가 오늘은 확실하게 쏠 테니까!”

“이야! 멋지다! 김태풍!”

“가자! 고! 고!”

그리하여, 이날, 네 친구들은 한데 어울려, 학교 밖으로 나갔고.

이날 밤,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그리고 어느덧 새벽 4시쯤.

다들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9시.

숙취 때문에 머리가 지긋지긋 아팠지만.

그래도 간신히 랩에 출근한 김태풍.

이때, 그는 송아란, 최소연, 김경태, 유경원 등 후배들로부터 환한 꽃다발도 받게 되었다.

“오빠. 어제 방송 봤어요. 축하해요! 오빠!”

“태풍이 형. 축하합니다!”

술기운을 억지로 이겨내며, 간신히 웃음을 띠며 꽃다발을 받게 된 김태풍.

그러고는 잠시 뒤.

그는 전혀 뜻밖의 사람으로부터 묘한(?) 전화도 받게 되었다.

사실, 얼마 전, 김태풍은 자기 명의의 휴대폰을 드디어 개통하게 되었는데.

그 휴대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상대는 아주 힘찬 목소리로 김태풍에게 축하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과거 샌프란시스코에서 했던 그 제안을 다시 말하고 있었는데.

전화를 건 남자는 바로.

그는 바로 일성그룹 로얄패밀리 김선호 차장이었다.

아니, 이제는 일성그룹 신약벤처, 일성SD신약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선호 대표.

그는 지금 김태풍에게 아주 솔깃한 제안을 시작하고 있었다.

-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건은 이겁니다. 일성SD신약이 아직 신약 벤처 수준이지만, 박사졸업 후, 저희 회사로 입사해 주신다면, 저는 김태풍씨에게 저희 회사 연구소장 직책을 드리겠습니다. 듣기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이 임원 직책을 받게 되면, 혹시 모를 문제 소지가 있어, 대신에 임원 대우, 즉 이사대우 직책인 연구소장 직책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말.

- 또한, 운전사를 포함한 개인 차량 제공 외에도, 일성그룹 상무급에 해당되는 연봉을 보장하겠습니다. 물론, 일성SD신약은 병역특례업체 지정을, 병무청을 통해서 저번 달에 이미 완료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제 제안이?

그렇게 김선호 대표는 아주 놀라운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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