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42화 (42/153)

58-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천재들

##

‘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병특에서 시작된단 말이야.’

현재 병역특례 편입 대상자인 김태풍은 특히 내년 3월부터, 즉 박사과정 3년차부터 병특(전문연구요원)으로 완전히 편입되게 된다.

보통, 박사과정 2년간은 교육 이수 기간이라, 군 복무 기간으로 산정되지 않지만.

다시 말해서, 박사과정 3년차부터는 군 복무 기간으로 산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병특을 마치려면, 꽤 까마득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기간은 무려 5년!

훗날 이 복무 기간은, 현역들의 복무 기간 감축과 비례해서 단축되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향후 5년간 전문연구요원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김태풍이 계속 연구 직종에서 연구원(전문연구요원)으로서 일을 하게 될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러나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전문연구요원 규정상.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음. 하지만 무려 5년이나 더 기다린 뒤… 그때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건, 어쩌면 저 재단의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해낸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군 복무 기간 산정이 시작되기 전, 회사를 미리 설립해 두는 방법이다.

그리고 유능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이용해서.

그 기간 동안 회사 경영을 맡기는 형식.

그러나 적어도 이런 편법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 파트너는, 니녹스 펀드(NeNox Fund)의 헨리 왓슨 회장마저 확실히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젊고 참신하면서도, 또 뛰어난 인물이어야 한다.

한편, 코니 교수가 설립할 새로운 재단의 취지에도 맞는 그런 인물!

그래서 김태풍은 깊게 고민하다가.

제법 괜찮은 몇 사람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게 되었다.

‘음. 확실히, 능력 위주로 가게 되면….’

그래서 김태풍은 가장 먼저!

하버드대의 천재, 라비 나라얀 라마누잔을 떠올렸고.

그리고 그 다음으로.

TeraTorus(테라토러스)의 CEO 로건 램버트 박사를 떠올렸다.

또한, 마지막 인물로서.

메드TX의 서정철 사장 역시 고려하게 된 김태풍.

그런데 곧 이어지는 고민들.

‘음. 한데, 라비는 너무 어려. 그가 아직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결국, 라비 라마누잔을 제외할 수밖에 없는 김태풍.

‘근데, 로건 램버트 박사는 성격도 꽤 좋고, 능력도 꽤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음. 그가 이미 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변수인데….’

아마도 로건 램버트 박사를 설득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특히, 개인적인 친분이라도 있다면, 고려가 가능할 텐데.

그런 점도 좀 부족하고.

그래서 결국, 로건 램버트 박사는 이 일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마지막 남은 사람은.

결국, 메드TX의 서정철 사장.

‘음. 서 사장님은….’

사실, 따지고 보면, 서정철 사장은 김태풍의 회귀 전, 메드TX을 처분하고, 큰 비즈니스를 위해 미국으로 넘어간 사업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서정철 사장은 어쩌면 가장 합당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기서도 곤란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메드TX의 상황이, 김태풍의 회귀 전 상황과 많이 달라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신약 개발을 주도할 정도로, 회사는 크게 성장했고.

최근, 박한식 교수와 김태풍마저 신약 개발 붐을 퍼뜨리면서.

메드TX의 주가와 투자 상황이 김태풍의 회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음. 서정철 사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던데… 뭐, 임상시험 진행하는 것도 한두 건이 아니고.’

그렇게 바쁜 서정철 사장이 그런 자신의 회사를 두고서.

김태풍의 회사에 신경을 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결국, 그를 회유하기 위해서는.

김태풍은 자신 몫의 지분 상당량을.

아마도 그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즉, 자신은 지분율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으음. 이거 더 머리가 아파지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김태풍.

‘정말, 무슨 좋은 묘책이 없을까?’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시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고 있는 김태풍.

사실, 업무 협의가 끝난 뒤, 같이 점심을 먹고서, 이후 송정민 박사는 김태풍을 유타대 캠퍼스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지금 김태풍은 인근 스타벅스에 들러.

혼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 고민들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오래 하면 할수록.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왜냐하면, 지금은 천금보다 더 귀한 게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 짜내듯 무척 고심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가격하는 듯.

무언가 정말 좋은 묘수를.

드디어 떠올리게 된 김태풍.

그는 눈을 반짝이다가.

서둘러 서류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고.

그리고 무언가를 정신없이 적기 시작한다.

‘우와! 이거였어. 이게 있었지! 왜 내가 진작에, 이걸 생각하지 못했지? 이렇게만 한다면, 밑지는 게 하나도 없어. 걱정 하나 없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다시 말해서, 헨리 왓슨 회장마저도 수긍할 수 있고.

자신의 지분율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이른바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인물!

그런 인물이 기어이 생각난 것이다.

‘하하. 그렇다면… 우선, 이대로 한번 진행해 볼까?’

조금 남은 커피를 서둘러 마신 뒤.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서는 김태풍.

그리고 인근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솔트레이크 공항에서 송정민 박사가 자신을 픽업해준 터라.

그 때문에 차량 렌트를 하지 않았던 김태풍.

즉,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서는, 차량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스타벅스가 있는 거리 앞으로 나타난 박형준.

유타대 화학과 로렌스키 교수 랩의 박사과정 학생인 박형준.

그는 김태풍의 모습에 무척 반가워했다.

“와! 드디어 오셨군요. 하하. 잘 지냈죠? 거의 반년만이네요. 이렇게 또 만나게 되고. 하하하!”

“네. 잘 지내시죠? 뭐, 저는 그럭저럭, 하하! 그냥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잠깐 전화드린 것처럼, 여기 잠깐 들린 건데, 그래도 이렇게 또 뵙게 되어, 정말 기분 좋네요.”

“하하. 느낌은 어떠세요? 이렇게 다시 오니까, 여기 반갑지 않나요? 뭐, 조용한 도시라서, 있을 땐 그냥 죽을 맛이지만. 여길 떠나셨던 분들 말씀은, 꼭 나중에 생각이 나고, 또 나중에 다시 오고 싶은 도시라고 하더라고요.”

“네. 그건 좀 그렇긴 합니다. 하하. 어쨌든 솔트레이크시티는 살기 좋은 도시니까요. 참! 근데 어떠세요? 연구는 잘 되시고요?”

“아뇨. 휴! 저는 요즘 죽을 맛이랍니다.”

“네?”

“박사학위 연구계획서(research proposal)! 그거 쓰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거 쓰느라 요즘 죽겠다니까요. 이거 통과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완전 미칠 정도죠.”

그러면서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 박형준.

이른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혹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스타일의 연구계획서(research proposal).

이걸 박사과정 학생들은 박사과정 2년차, 3년차 때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데.

이건 단순한 연구계획서가 아니었다.

이건 여느 미국 교수들이 국가연구프로젝트를 신청할 때.

그때 사용하는 그 연구계획서 양식을 그대로 써야 했고.

그렇게 작성을 해야 하므로, 무척 어려운 일인 셈이다.

즉, 이 연구계획서는 대충 써서 제출하는 형식이 아니라.

규격에 맞추는, 그런 형식적인 면도 아주 중요할뿐더러.

또한, 논문작성에 버금가는, 철저한 논리적 작성이 아주 중요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스스로 독립적인 연구를 설계할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게 되는데.

나중에 대학교수나 연구소 책임자급으로 성장하게 되더라도.

그런 일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박형준과 같은 유학생들은 이런 영문 연구계획서(research proposal)를 작성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적인 문제도 있겠고.

또한, 이 연구계획서 작성 뒤.

곧바로 병행되는 영어 세미나 발표 역시 무사히 끝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이 세미나 발표 때는.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발표자를 난도질하는데.

가장 큰 건, 영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탈락하게 되는 유학생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은, 박사학위를 노리는 유학생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그리고 잠시 뒤.

김태풍은 박형준의 차량을 타고서.

유타대 화학과 데이비드 브룩하이머 교수 랩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김태풍은 한껏 웃으며, 랩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고.

특히, 작년에 좀 친하게 지냈던 잭 커비, 레이첼, 카슨 등의 학생들과 좀 더 길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

묘한(?) 인연을 맺었던 일본인 여성 과학자 이시하라 카스미 박사.

그런데 그녀는 두 달 전, 미국 체류 기간을 끝낸 뒤.

어느덧 일본으로 귀국한 상태라고 한다.

‘음. 아쉽네. 그래도 좀 어색할 뻔했는데, 오히려 잘 됐어.’

김태풍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뒤, 브룩하이머 교수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학과 회의를 마치고, 비로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브룩하이머 교수.

하얀 머리에 인자한 눈매를 가진 그는 김태풍을 보자마자.

아주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하고 있다.

“하하하! 어서 오게! 하하하!”

그리고 그때부터, 서로 이런저런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것 외에도.

공동 연구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특히, 김태풍이 올 초에 합성을 마무리했던, 새로운 루테늄 착화합물 30종.

이 물질들에 대한 분석과 실질적인 촉매 효능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현재 논문작성이 거의 완료된 4편의 논문 원고(manuscript)들을, 브룩하이머 교수는 김태풍에게 보여주었다.

특히, 이 4편 모두!

세계적인 저명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ACS) 투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브룩하이머 교수는 현재 미국 화학회지(JACS) 부편집장을 맡고 있어.

향후 이 4편의 논문 원고들은 좀 더 쉽게 게재승인(accept)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미국 화학회지(JACS) 논문 게재: 현재 국내 대학에서 이 저널에 논문출판을 하게 되면, 언론 보도가 될 정도로 아주 대단한 전문학술지임. 또한, 적절한 박사학위 외에도, 이쪽 저널 논문 2편, 3편이면, 괜찮은 중위권 대학의 교수 임용도 가능함*

“하하. 그리고 저번 달까지 해서, 특허출원도 다 했고. 나중에 논문들이 나간 다음에는 기술이전에 대해서, 여러 회사들과 협의를 해 볼 생각이네. 어쨌든, 이 촉매들 말이네! 이건 유기 합성 분야에서, 정말 획기적인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낼 거라고, 나는 정말 확신하네!”

무척 유쾌하고 믿음이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하고 있는 브룩하이머 교수.

그리고 김태풍도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이 4편의 논문 원고에 기재되어 있는 실험 데이터들.

그것들은 정말 확실하게 이 촉매들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이 결과들을 네이처 잡지 같은 데 게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다만, 이 촉매의 원형이 최초가 아니라서.

늘 새로운 것만 따지고 있는 네이처 잡지 게재 쪽은 많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레핀 메타세시스(Olefin metathesis) 반응과 관련하여.

이 연구들은 분명히 과학사적인 큰 전환을 이루어낼 수가 있고.

그래서 대단한 업적인 것은, 감히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브룩하이머 교수와의 만남을 끝낸 김태풍.

이제 그는 다시 박형준의 도움으로 받아.

도심 쪽, 호텔 인근으로 이동했고.

이때, 박형준 부부와 함께.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물론, 그 비싼 저녁 비용은 김태풍이 지불했다.

그리고 그들 부부와 헤어진 뒤.

예약해둔 호텔로 들어가.

체크인을 마친 김태풍.

그리고 그는 자신의 호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MIT 천재 과학자 새뮤얼 왓슨 교수에게서 받은 명함을 꺼냈고.

곧장 새뮤얼 왓슨 교수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지금 김태풍은 그에게 큰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할 생각이다.

즉, 앞으로 회사를 세우되.

저 유명한 더어크(Derck)와 비슷한 형태.

즉, 앞으로 새롭게 설립할 회사는 화학·제약 기업으로 할 생각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정말 뜻밖의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

좀 더 안정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으며.

또한, 발전시킬 수 있다.

하물며, 니녹스 펀드(NeNox Fund) 헨리 왓슨 회장의 제안은 회사당 5억 달러 투자가 아니라, 자격을 가진 개인당 5억 달러 투자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약 협력하게 된다면.

더 큰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고.

좀 더 안정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새뮤얼 왓슨 교수는 미국인.

또한, 미국 학계, 산업계에 폭넓은 인맥까지 갖춘 사람이다.

그런 그와 협력하게 된다면.

회사 설립 초반!

특히, 낯선 미국 현지에서.

좀 더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향후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좀 더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물론, 5년 뒤.

그 상황에 따라, 회사를 분리할 수도 있는 일이다.

특히, 합리적 사고를 가진 새뮤얼 왓슨 교수라면.

그런 일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음. 뭐, 어쨌든 새뮤얼 왓슨 교수는 나랑 동등한 입장이니까. 그래서 내가 손해 볼 것도 없어. 특히, 경영 쪽은 내가 많이 약한 부분이니까, 한동안 조언해 줄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더 좋은 거고….’

그래서 욕심은 좀 버리고.

현실적인 면을 생각하기로 한 김태풍.

그리고 드디어 그와 통화가 시작되자.

김태풍은 아주 또렷또렷한 말투로.

그와 대화를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무려 2시간가량 이어진 통화 끝에.

새뮤얼 왓슨 교수는 마침내 아주 유쾌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 하하! 듣고 보니까,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안을 잡아보도록 하죠. 뭐, 제가 구상하고 있는 재조합 단백질, 유전자 신약 분야. 그리고 당신의 합성 신약 분야. 이 분야들은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도 있고, 나름 아주 좋은 매칭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 순간, 흠칫 놀라고 있는 김태풍.

새뮤얼 왓슨 교수의 향후 사업 분야가.

합성고분자 소재 분야가 아니라.

단백질, 유전자 신약 분야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새뮤얼 왓슨 교수.

그런데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김태풍은 점점 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맙소사!

천재!

그래! 천재!

천재는 이래서 천재라고 하는 걸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