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39화 (39/153)

55-어쩌면 재벌이 될 수도 있는 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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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코니(Corney).

올해 70살의 나이인 그는 현직 MIT 교수이기도 하고.

또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학자이기도 하다.

큼직한 검정 안경테를 쓰고 있는 백발의 백인 노인.

그는 인상 좋게 환하게 웃으며, 질문을 시작했는데.

그의 질문은 김태풍이 발표한 신약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뜻밖에도 김태풍 개인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하! 오늘 저는 이 발표를, 정말 감명깊게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되고 있는 그의 말.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과학적 개념은 늘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을 바꾸게 됩니다. 이런 멋진 일들은 항상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또한 인간의 손에서 가꾸어지는, 무척 아름다운 일들이 아닙니까?”

닥터 코니는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지금 당신한테 무척 큰 호기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학을 만들어나가는 그런 인간에 대한 호기심. 하하! 그래서 제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 발표한 그 많은 공동 연구 결과들 중에서, 과연 당신은 어떤 역할을 했던 것입니까? 또한, 당신은 과연 어떤 과학적 능력을 갖고 있는지, 저는 그것들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렇게 색다른 질문을 마친 뒤,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는 닥터 코니.

그리고 그는 김태풍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김태풍은 무척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설마 자신에게 노벨상 수상자가 그런 질문을 던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잠시 멍해지긴 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김태풍은 대답을 시작했다.

“아, 닥터 코니! 좋은 질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 중의 한 분에게서, 이런 질문을 직접 받게 되어, 저로서는 무척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김태풍은 먼저 공손하게 인사말을 했고.

그러자 닥터 코니, 아니 코니 교수의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음. 저는 이 연구에서, 앞에서 보여드린, 그 모든 종류의 화학 물질들을 직접 합성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다 발표하지 못했지만, GP10-A2612를 비롯한 GP10-A3645까지의 샘플들. 이 샘플들은 특히, 제 아이디어를 기초로 해서, 제가 직접 제안하고 합성을 완료한 것들입니다.”

김태풍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잠시 여유를 가진다.

사실, 최종 신약 후보 물질로 낙점된 거나 다름없는 샘플은 바로 GP10-A2612가 아닌가.

이 물질의 자세한 구조는 현재 비공개된 상태지만.

이 물질의 화학 구조 아이디어를 낸 것은 바로 김태풍이다.

즉, 최초 GP10-A1610 물질은 박한식 교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지만.

GP10-A1610이라는 원 물질을 기초로 하여.

진짜 신약을 합성한 것은 바로 김태풍인 것이다.

“음. 그리고 아시다시피, 신약 개발 과정이라는 것은 정말 복잡하고, 해야 할 일들이 태산입니다. 정말 많은 분석 실험들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어느 개인 혼자서 다 해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 대학 연구팀, 더어크(Derck) 연구팀, 유타대 브룩하이머 교수 연구팀, 이런 기관들과의 조율과 협력을 통해서, 이번 결과들은 얻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 각 연구 역할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 뒤.

김태풍은 자신의 경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음으로 제 경력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최근 1995년도, 1996년도에 네이처 주저자 논문을 각각 출판했고, 비록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사이언스지에 투고한 논문에 대해서 수정 요청을 받고서, 현재 수정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금 김태풍은, 기술이전 등, 좀 더 상세한 자신의 이력을 설명하기보다는.

그 정도 선에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데 사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잠재성을 드러내기엔 충분했다.

이게 겨우 박사과정 학생인 김태풍!

그런 그가 벌써 2건의 네이처 논문을.

그리고 1건의 사이언스 논문 수정 건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놀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강연장 곳곳에서는 작은 웅성거림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네이처 논문출판 건으로 아주 떠들썩한 언론 보도들이 있긴 했지만.

그러나 대다수 해외 학자들은 그런 사실을 인식하고, 또 오래 기억할 방법이 없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평상시대로 네이처 논문들을 읽었을 것이고.

해당 논문을 본 뒤, 아주 획기적이다, 뭐 괜찮다 등등의 생각을 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뭐, 일부 학자들은 카피캣처럼, 그 논문과 유사한 연구들을 이미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부정적인 측면을 빼더라도.

만약 꿈이 있는 과학자라면, 또한 자신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날리고 싶다면.

직접 해외로 나가서.

또,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뛰어난 연구결과들을 발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

즉,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직접적인 인정을 받아야만.

더 큰 명성을 얻게 되는데.

이게 바로 노벨상급 수상 이외에도.

학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이기도 하다.

여하튼, 김태풍이 그렇게 자신에 대한 소개를 마치자.

비로소 코니 교수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있다.

“하하! 아주 좋습니다. 오늘 저는, 아주 뛰어난 신진 연구자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더불어, 당신의 그 신약 연구가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기를, 저도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하하! 오늘 좋은 발표를 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화답을 하며,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는 코니 교수.

김태풍은 즉시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그렇게 질의응답이 마무리되자.

좌장을 맡고 있던 알란 교수.

그는 곧바로 이번 시간을 마무리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비록 아쉽지만, 이번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좌장으로서 마지막 코멘트를 한다면, 이번 연구결과들은 무척 매력적인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결과가 단순히 신약 개발로만 그치지 않고, 향후 학술 논문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다면 더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또 인용할 수 있도록, 향후 좋은 논문을 게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알란 교수의 그 친절한 부탁 말에.

김태풍은 이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세계적인 학술잡지, 네이처, 사이언스, 셀에 논문을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좋은 논문을 출판한 뒤.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논문 인용이라는 방법을 통해.

진짜 인정을 받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즉, 논문 인용이라는 것은, 다른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수행할 때,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논문을 작성할 때.

관련 논문들을 참고했던 사실들을, 자기 논문 내에 기재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논리적 증명 단계에서.

앞서 논문들에서 발표된 개념과 방법론 등을 인용하여.

자신의 논리를 한층 강화하는 데,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타 논문들에 특정 논문이 많이 인용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학계에서 정말 큰 인정을 받고 있다는 말과 동등한 것이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은 특정 논문에 대해서.

대략 1,000회 혹은 대략 수만 회까지 인용을 받게 된다.

반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는 대한민국.

일례로, 1990년대 중반, 대한민국 과학계에서, 특정 한 논문에 대한 피인용 숫자가 500번을 넘긴 학자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숫자가 극히 적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 정도로 각 논문의 피인용지수를 높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음! 현재, 대략 15분 정도, 발표가 지연이 되긴 했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일 같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이번 발표는 완전히 마무리하고….”

이때, 김태풍은 청중을 향해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 뒤, 연단에서 내려왔는데.

그 순간, 아주 요란한 박수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 요란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김태풍은 마침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흠흠. 그럼 이제 다음 발표로, 미시간대 존 펠리 박사의 발표가 진행되겠습니다. 존 펠리 박사는 1993년도에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렇게 알란 교수의 발표자 소개가 시작되자.

이 강연을 듣고자,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용무가 있는 듯, 강연장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로.

약간 혼란이 있었는데.

이때, 김태풍은 막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다가.

갑자기 흠칫하며 동작을 멈추고 만다.

누군가가 갑자기 쏜살같이 다가와.

김태풍에게 작은 메모를 건넨 것이다.

얼떨결에 그걸 받게 된 김태풍.

자신도 모르게 먼저 메모를 확인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지만.

자신에게 메모를 건넨 상대는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어? 이게 대체 뭐지?’

당황해하던 김태풍은 다시금 메모를 쳐다봤고.

이내 두 눈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음. 이건?’

뭔가 중요한 것을 보게 된 김태풍.

동시에 그는 강연장 앞쪽 대열, 즉 세계적 석학들이 앉아 있는 좌석 쪽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그쪽 대열에서 막 고개를 돌리고 있는 한 남자.

거리가 제법 멀긴 했으나.

순간, 서로의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이때,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는 젊은 백인 남자.

‘맙소사! 설마 저 사람이 진짜 이 메모를 보낸 거야?’

상대를 금방 알아보게 된 김태풍.

김태풍은 이 순간 많이 놀랄 수밖에 없다.

아까 발표할 때, 발표석에서 청중을 응시하긴 했으나.

발표에 집중하느라, 사람들 얼굴까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는데.

그런데 저 백인 남자는 이전에 김태풍이 만난 적이 있는.

MIT의 새뮤얼 왓슨 교수다.

과거 1995년 초, 듀폰에 기술이전을 진행하면서.

미국 듀폰 본사 중앙연구소를 찾아갔을 때.

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잠시 나눴던, 듀폰사의 기술자문 교수.

이제 겨우 30살밖에 되지 않은 새뮤얼 왓슨 교수는 마치 코니 교수의 비서 같은 모습을 한 채,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음. 그러니까 내일 저녁에, 코니 교수와 식사를 같이 하자고? 내 의향을 묻고 있는 쪽지라?’

김태풍은 놀란 듯 다시금 메모를 확인했는데.

이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강신혜 박사가 곧바로 호기심을 보이며 쳐다봤고.

그래서 그 메모를 바로 보여주자.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있는 강신혜 박사.

“어머. 태풍아. 우리 잠깐, 밖에서 이야기할래?”

흥분한 강신혜 박사는 간신히 탄성을 삼키며, 그렇게 말했고.

곧바로 김태풍과 함께 강연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로비에서.

그들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니까, 노벨상 수상자 닥터 코니, 더어크(Derck)사의 안토니오 샌더슨 회장, 애거트 레버러 토리스(Aggott Laboratories)의 숀 스키퍼 회장, 니녹스 펀드(NeNox Fund)의 헨리 왓슨 회장, 그리고 다른 세계적인 석학들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된 거잖아?”

“네. 그렇네요.”

“와! 대박! 대박!!”

강신혜 박사가 지금 크게 흥분할 정도로, 이 일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될 사람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대단하기 때문.

마치 믿을 수 없는 거인들의 만찬장에 초대를 받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한 명은 노벨화학상 수상자.

다른 두 명은 세계적인 제약 기업의 회장들.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벤처 캐피탈(VC)을 이끌고 있는 억만장자 회장까지

그런 사람들의 대열에 김태풍이 끼게 된 것이다.

“와! 근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왜 제가 거기에?”

“음. 혹시 말이야. 안토니오 샌더슨 회장이 널 보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더어크(Derck)사에 기술이전한 것도 있으니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코니 교수님이 널 그냥 초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아직은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결론은, 김태풍이 아주 대단한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은 거라는 말이다.

그리고 잠시 뒤.

어느덧 학회 마지막 섹션이 마무리되자.

MIT 새뮤얼 왓슨 교수와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김태풍.

그리고 그 다음 저녁!

김태풍은 단정한 검정 양복 차림에 파란 넥타이까지 매고서.

저녁 만찬 장소인, 5성급 포시즌 호텔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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