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37화 (37/153)

53-화려한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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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애틀은 비가 많이 오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6월에서부터 9월까지, 즉 여름을 제외하곤 대다수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많이 오는데.

다행히 7월은, 비 오는 날이 아주 드문 시기이기도 하다.

어느덧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한 김태풍과 강신혜 박사.

우선, 입국심사 마친 뒤 도착 터미널로 나간 그들은 먼저 자동차를 렌트한 뒤.

공항을 바로 나와, I-5 N 방면의 도로를 질주하며, 힘차게 달렸다.

현재, 7월 중순이 된 시애틀 날씨.

꼭 한국의 봄날과 비슷할 정도인데.

상쾌하고 쾌청하고 또 아름다운 하늘이 그들을 환하게 반기고 있었다.

그런 하늘을 한 번씩 쳐다보며.

그렇게 도로를 신나게 달린 끝에.

어느덧 시애틀 다운타운가에 위치한 3성급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런데 사실, 김태풍의 재력이라면.

5성급 호텔 스위트 룸에 머물러야 마땅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이유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즉, 이번 미국 방문은 국가연구비에서 전액 출장비가 제공되는 이른바 공식적인 출장인 것.

그래서 학교 연구비 지출 기준에 따라, 출장 경비 지출을 해야 하는데.

특히, 빡빡하게 잡혀 있는 경비 산출 기준에 따르다 보니, 모든 조건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도 이코노미석.

호텔도 비교적 저렴한 3성급 호텔로 정한 그들.

물론, 추가적인 여행 경비로, 식비, 교통비, 일비 등이 따로 책정되어 나오긴 하지만.

그 액수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학회 종료 후.

시애틀에서 솔트레이크시티로 가는 김태풍의 1박 2일 일정.

그리고 LA로 향하는 강신혜 박사의 그런 일정들에 대해서는.

사적인 용무로 판단되어, 이때는 각자가 자신의 개인 비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와! 날씨 정말 좋다! 생각보다 시애틀 날씨가 진짜 좋은데요?”

“그치? 하하. 그래서 시애틀은 7월, 8월에 오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날씨가 쾌청하니, 마음도 저절로 즐거워지고 있다.

한편, 앞으로 5일간 열리게 되는 국제학회.

이 학회 참석을 위해, 숙소로 잡게 된 도심 쪽 3성급 호텔은 학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스틴 시애틀(Westin Seattle)까지 그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고.

주변에 편의시설들도 많아, 무척 편리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시애틀 체류기간 동안, 그들의 이동 편이 되어줄 렌터카.

그런데 이 렌터카로 아주 열정적인 붉은 색깔을 지닌 스포츠카를 빌린 터라.

지금 붉은색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두 사람은 실로 마음이 붕 뜨는 게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무척 저렴한 비행기 좌석에, 또 꽤 저렴한 호텔 숙소.

그런데 애써 빌린 렌터카가 최고급 스포츠카가 아닌가!

다시 말해서, 이번 미국 출장은 박한식 교수 연구팀을 대표한다는 목적이 있다 보니.

훗날 학회 참여를 증빙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항공권과 숙소는 그렇게 잡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나 따로 증빙이 필요 없는 렌터카.

그리고 이 부분에 이르게 되자.

김태풍은 그냥 확! 가장 좋은 차를 예약해서, 렌트해 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미 몇백억 원대 자산가인 김태풍.

그런데 지금껏 자신을 위해, 돈을 써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좀 달라진 것.

어쨌든, 김태풍이 이미 여러 건의 기술이전으로 돈이 좀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강신혜 박사.

그녀는 웃으며, 이 상황을 아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럼 우리, 어디로 놀러 갈까?”

김태풍 덕분에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강신혜 박사는 그렇듯 밝게 외치고 있다.

사실, 실질적인 학회 개막은 내일부터가 아닌가.

그래서 입국 당일인 오늘은 비록 피곤하긴 해도, 가장 여유가 있는 게 사실.

특히, 오늘 오후 학회장에서는, 학회 커미티(committee) 멤버(교수급)들이 따로 모여, 학회 관련 안건들을 논의하게 될 거고.

이때, 기조 발표자(plenary speaker)로 초대된 노벨화학상 수상자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 일반적인 학회참가자들은.

이런 회의나 특별 간담회에 참여할 필요가 없었고.

그저 오늘은 아주 자유롭게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도 되는 것이었다.

“그럼 먼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에 가서 구경 좀 하고… 근처 대관람차(Grate Wheel) 구경도 하죠. 그리고 해가 저물면, Space Needle로 가서 야경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김태풍은 대략적인 시애틀 관광 정보를 알아온 듯 바로 이야기했고.

그 제안에 강신혜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래. 그러자. 그럼 먼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부터 갈까? 우선, 마켓 구경부터 하고. 거기서 좀 내려가면, Pier 57, 그리고 Pier 55가 나오는데, 그쪽에 대관람차가 있으니까, 구경 잠깐 하고. 근처 크랩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 되겠다.”

“네! 그러죠!”

“근데, 넌 시애틀이 처음이지?”

“네. 전 처음 왔는데. 박사님은요?”

“아, 난 여러 번 와 봤어. 친구들이랑 놀러도 와 봤고, 출장 때문에 온 적도 있고….”

그러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강신혜 박사.

“참! 바닷가 Per 66쪽으로 가면, 전망대 같은 건물이 있는데, 시애틀 항구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거든. 거기도 한번 가볼래?”

사실, 시애틀이 미국 서부 해안가 도시라서 그런지.

은근히 그 느낌이 또 다른 서부 해안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잠시 후, 호텔에서 각자의 짐을 정리하고, 각자의 방에서 나온 두 사람.

그들은 호텔 주차장으로 내려가, 렌트한 스포츠카에 탑승했다.

그리고 부릉! 하는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곧바로 스포츠카는 출발했고.

이때부터 시애틀 도심 도로를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현재, 스포츠카의 톱(지붕)을 일부러 열어둔 상태라.

쌩쌩! 밀려오는 바람 덕분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 정도다.

한편, 검정 선글라스를 낀 두 사람.

이들은 이 스포츠카를 타고서.

시애틀 도심을 신나게 달린 끝에.

어느덧 알래스칸 웨이(Alaskan Way)에 접어들었는데.

잠시 뒤, 아주 신선한 바닷바람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와! 정말 좋다! 너무 좋지 않니? 와우!”

“네! 진짜 시원하고 좋네요! 완전 봄 날씨 같고! 하하하!”

비록 아직 운전실력이 서툴러, 좀 더 자제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는 김태풍.

그는 잠시 후 인근 유료 주차장에 스포츠카를 주차한 뒤, 그때부터 시애틀 관광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날!

아주 즐겁게 관광을 이어가면서.

시애틀에서의 첫날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러나, 그 다음 날부터는 학회장을 찾아가.

학회 참석 및 학회 강연을 듣느라.

하루 내내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기조강연을 들었고.

그 외의 저명한 화학자들의 강연을 듣기도 한 김태풍.

그리고 그 와중에 강신혜 박사의 도움을 받아.

국내외 여러 교수들, 그리고 여러 연구원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 곧 다가오는 9월.

어느덧 미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될 때.

이제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화학과에서 패컬티, 즉 조교수로 일을 시작하게 된 강신혜 박사.

이제 조만간 교수가 될 그녀는 같은 학과, 즉 UC버클리 교수들을 김태풍에게 두루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그런 그녀 덕분에, 김태풍의 인맥은 훨씬 더 넓어지게 되었다.

사실, 회귀 전, 김태풍의 과거, 그때 강신혜 박사는 한국 대학에서 교수가 되려다가 실패했고.

결국, 미국으로 돌아간 뒤, 40살의 나이로 간신히 미국 UCLA 교수가 되긴 했으나.

이제 겨우 36살인 강신혜 박사는 그때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미국 명문대 대학교수가 되게 된 것이다.

물론, 김태풍과 공동으로 출판한 네이처 논문 덕분.

그리고 이 논문만으로도, 그녀는 한국 내에서도 괜찮은 대학의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지만.

그러나 눈높이가 갑자기 높아지게 된 그녀는 올 초부터 미국 명문대 쪽에 자신의 이력서를 뿌렸고.

다행히 자신에게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한 UC버클리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학회 참여는 여러 연구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될 뿐만이 아니라, 학회 셋째 날에 있을 그녀의 구두 발표를 통해, 그녀의 포닥 경력의 마지막 정리를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학회 일정, 셋째 날이 되었고.

오후 발표 섹션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강신혜 박사의 구두 발표시간이 찾아 왔다.

“…음. 그럼 다음 순서는 한국연구기술원의 닥터 신혜(Shin Hye) 강(Kang)의 PEGylated Bismuth Selenide Composites for Antitumor Thermo-chemotherapy and Tumor Imaging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유능한 여성과학자인 닥터 강은, 다가오는 9월부터 UC버클리에서 패컬티로 일을 하게 될 겁니다.”

이 섹션의 좌장을 맡은, 어느 MIT 교수의 간단한 소개말이 끝나자.

강신혜 박사는 가볍게 인사를 했고, 곧이어 아주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연구 내용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연구는 김태풍과 별개로, 그녀 자신이 지난 3년간 의욕적으로 수행했던 연구인데.

이 연구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화학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독일 화학회지)에 논문 게재가 확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뒤.

20분 남짓한 그녀의 연구결과 발표가 끝나자.

이때, 십여 명의 학자들이 우르르 마이크 질문대 앞으로 몰려갔는데.

긴 줄을 서서 자신의 질문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그녀의 발표는 무척 인기를 끈 모습이었다.

그렇게 긴 질의응답들까지 무사히 마치고.

이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 강신혜 박사.

“휴! 어땠어? 괜찮았어?”

그녀는 격렬했던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자신의 뺨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김태풍에게 조용히 물어보고 있었다.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진짜 멋있고요.”

만약 이곳이 강연장이 아니었다면, 아주 큰 목소리로 감탄했을 텐데.

그러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는 김태풍.

이때, 강신혜 박사는 곧 웃으며, 다른 말을 꺼내고 있다.

“넌 마지막 섹션이라고 했지?”

“네.”

“하하. 넌 멀쩡한 걸 보니까, 진짜 잘하겠다.”

“아뇨. 저도 떨려서….”

“아니. 하나도 떠는 모습이 아닌데? 난 그것보다, 저 사람들이 네 결과를 보고서 얼마나 흥분할지, 그게 더 궁금해.”

그러면서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강신혜 박사.

그러고 보면, 이번에 김태풍이 이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내용은 아직 박한식 교수마저도 여느 국제학회에서 발표한 적이 없는 내용들이다.

즉, 이번 발표 내용은, 더어크(Derck)사에 (1억 8천만 달러짜리) 기술이전을 했던 그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에 관한 것.

특히, 이 신약 물질은 현재 미국 FDA로부터 IND 승인을 받아, 이제 곧 임상 1상 시험이 임박한 상태다.

따라서, 신약 홍보 차원이긴 하지만, 이 국제학회에서 김태풍은 이 신약 물질을 세계 최초로 발표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 사안을 박한식 교수가 바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록 아이디어가 박한식 교수의 머리에서 나오긴 했으나.

이 신약과 관련된 합성 기술들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다양한 화학 유도체 구조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은 바로 김태풍이었고.

또한, 바로바로 합성까지 마무리한 김태풍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런 성공적인 진행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강신혜 박사가 참여한 구두 발표 섹션이 끝난 뒤.

어느덧 2시간이 지나갈 무렵.

마침내, 오늘 일정상 마지막 섹션인, 젊은 연구자(Young Scientist) 특별 섹션이 시작되게 되었는데.

이 섹션의 가장 첫 주자로, 김태풍은 드디어 연단에 올라갔고.

그리고 마침내 그 화려한 발표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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