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34화 (34/153)

50-부자 탄생

“너 이야기 들었어? 이번에 우리 학교에서 석사 신입생들 뽑았잖아?”

“아, 벌써 그렇게 됐어? 하긴 벌써 1월이네. 그래서 왜?”

“너, 최소연이 알지?”

“뭐?”

“최소연 말이야. MT! 안면도 MT!”

“아, 설마 그 최소연?”

“그래. 그 최소연! 이번에 걔가 우리 과 석사과정에 지원했고, 무사히 합격도 했다니까.”

그 순간, 안성훈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비로소 알 것 같은 김태풍.

김태풍의 표정은 곧바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김태풍은 속으로 ‘맙소사’를 또한 외치고 있었다.

지난 1995년 여름, 안면도 MT.

그때 만났던, 한국대 화학과에 다니던 여학생.

긴 생머리에 청순하고 가녀린 타입인 최소연.

그녀는 안성훈마저도 호감을 느꼈을 정도로, 무척 이쁜 여학생이다.

그런데 그런 최소연은 안성훈이 아니라, 김태풍에게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상형이 남다른 김태풍은 최소연에게 별로 끌리지 않았고.

결국, 그는 최소연의 삐삐 연락을 여러 차례 씹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 그런 당사자가 왜 이 학교에 오려고 하는지.

왜 하필 이 학과에 지원해서 학과 신입생이 된 것인지.

김태풍으로서는 무척 당혹스럽기만 하다.

“작년 여름에 말이야. 더어크(Derck)사에 기술이전한 거. 그게 방송에서도 크게 터졌잖아? 송아란이가 하는 말로는, 최소연이가 그걸 본 뒤, 여기 무조건 오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더라.”

‘맙소사!’

다시금 속으로 ‘맙소사’를 외치고 있는 김태풍.

“근데, 너 모르지? 이번 대학원 신입생 모집 경쟁률! 그게 진짜 엄청났던 거. 다들, 너 때문이라고 하잖아.”

“그게 왜?”

“결국, 넌 두 번이나 방송 탄 거잖아. 뭐, 두 번째 방송 때는 교수님이 메인이긴 했어도….”

“음. 그래서?”

“다들 너처럼 되고 싶어 하잖아.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야. 우리 교수님한테도 컨택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고…. 신입생들 대다수가 교수님 방을 찾아 왔대. 우리 랩에 오려고 그냥 난리가 난 거지. 뭐, 교수님, 인기 폭발!”

“휴.”

그 말에 김태풍은 한편으로는 좀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최소연이 같은 랩에 들어올 가능성은 크긴 하지만.

아직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박한식 교수는 자신에게 컨택을 했던 신입생 모두를 다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랩 합류를 목표로.

신입생들 사이에서, 최소 5대 1, 최대 7대 1의 경쟁률이 형성될 것만 같았다.

이건 역대 최고의 자체 경쟁률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최소연이 자신의 랩 후배가 된다면.

자신은 영 껄끄러울 것만 같았다.

랩 후배인 송아란을 계속 보는 것도 좀 껄끄러운 편인데.

이제 최소연까지?

이미 최소연에 대한 마음이 없는 김태풍은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다른 화제를 꺼내고 있다.

“그건 그렇고… 근데 네 친구 말이야. 어떻게 해서 유타대에 다니게 됐어?”

“아, 김성기, 그 녀석? 걔는 원래 인문계 쪽인데, 대학 때 진짜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이제 좀 정신을 차린 거지. 그리고 미국에 푹 눌러앉으려고 다시 공부부터 시작하는 거고. 그래서 미국 대학부터 다시 다니는 거야. 나중에 영주권, 시민권 받을 때, 그러는 편이 훨씬 낫다고 하더라고. 뭐, 거기서 계속 살려고 하면, 결국 미국 내 좋은 데 취업해야 하니까.”

그렇게 잠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배진수와 최기호가 드디어 나타났고.

이제 그들은 그렇게 서로 어울리며, 한참 동안 별의별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수다를 한참 떨고 난 김태풍.

그는 비로소 다시 랩으로 돌아왔는데.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잠시, 실험 계획을 짜느라 시간을 보낸 뒤.

곧이어 투자 관련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하며.

우선, 메드TX의 주가부터 확인해 보았다.

‘와! 이게 또 올랐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주 대단한 흐름.

그게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사실, 해가 바뀌면서, 다시금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메드TX 주가.

현재 주가는 무려 15만4,000원에 이르고 있다.

물론 아직 장중이라, 주가 차트를 보고 있자니.

한 번씩 15만6,000원대로 오르기도 하고.

또한, 주저앉기도 하지만.

확실히 주가가 상향 곡선인 것은 분명했다.

사실, 김태풍이 목표로 삼고서 기다리고 있는 17만 원대의 주가.

그런데 그 목표치까지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라면.

어쩌면 과거와도 다르게.

17만 원대를 넘어서서.

무려 20만 원대까지 돌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미래를 바꿀만한 변수들도 있다.

김태풍이 메드TX에 넘긴 당뇨병 신약.

이 신약의 가치가 점점 더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 도출된 임상 1상 시험 결과는 아주 괜찮은 듯.

비공식적으로 이런 소문들이 퍼져나가고 있는 데다가.

다가오는 올 하반기!

국내 임상 2상 시험 진입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로 인해, 정말 20만 원대까지 돌파하게 된다면.

김태풍이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의 가치.

그것은 무려 160억 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음. 그럼… 이 돈을 다시 어디에 투자하지?’

잠시 고민하던 김태풍.

그러나 바로 결정할 수가 없어, 잠시 그 고민을 멈췄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현재 시각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랩에서 나왔는데.

잠시 후, 택시를 타고서 학교 밖으로 나간 그는 인근 증권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증권사 직원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넷스케이프 주식에 대한 처분을 부탁한 김태풍.

그 뒤, 일주일이 흐른 뒤.

주식처분에 대한 현금으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분과 미국 주식 매도에 대한 세금까지 고려해서, 대략 30억 원 정도가 계좌에 들어왔는데.

김태풍은 다시 증권사를 찾아가.

그 돈을 야후 주식을 매수하는 데 쓰도록 했다.

그리고 한편, 자신의 계좌에 고스란히 찍혀 있는 현금 812,643,200원 중에서.

메드TX 스톡옵션 납입금 2억 원과 여유 자금 1천만 원을 제외하고.

대략 6억 원을 갖고서, 다음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김태풍은 현보컴퓨터 주식매수에 나서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는데.

그 사이, 미국 TeraTorus(테라토러스)에 TNP-470 유도체 샘플을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고.

또한, 김태풍은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Relian Medical Corporation의 송정민 박사로부터 아주 긍정적인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다시 시간은 흘러, 어느덧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드디어 1997년 3월 7일이 되었을 때.

김태풍은 몇 년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드TX 스톡옵션 행사.

그 스톡옵션을 통해, 드디어 실질적인 메드TX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와! 메드TX 주식 8만 주!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어!’

1997년 3월 7일.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는 행사가 2,500원에 실행된 메드TX 주식매수.

그리고 이 사실은 금요일 오후 늦게, 공시가 되었는데.

메드TX 주주들은 ‘김태풍’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특별히 다른 큰 의미를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즉, 회사 경영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분 비율이 아니었고.

그간 유상증자들이 쭉 이루어진 터라.

메드TX의 전체 주식 숫자는 이미 크게 상향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주주들은 큰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 와아! 이 사람! 대체 누구야? 160억 원! 완죤 횡재잖아?

- 누군 사고 싶어 안달인데? 이 사람은 그냥 앉아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네?

- 이야! 이거 진짜 부러워죽겠네! 이 사람, 대체 누구야?

- 뭐, 이런 스톡옵션이 나와도, 뭐, 대세엔 영향이 없을 거야.

- 그래. 이 주식은 계속 더 오를 거야. 확실히 메드TX는 대장주니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이내 그 부러운 마음을 떨쳐냈지만.

그럼에도 PC통신 주주 동호회 쪽에서는 이 사실을 아주 크게 다루고 있었다.

- 푸하하하! 개잡주 메드TX! 꼴 봐라! 이제 스톡옵션까지 터지냐? 존나 구리다.

- ㅋㅋ 너무 비싸서 못 들어오는 인간들, 존나 기분 나쁘지?

- 봐봐. 누구는 스톡옵션으로 팍팍 들어오는데, 누군 개털 됐으니까. 참 구리겠다?

- 야!! 다들 꽉꽉 붙들어 매고 있어!! 요즘 존나 흔들어대는데, 꽉 붙들고 있어!! 이건 무조건 40만 원대야!!!

- 스벌. 존나 시끄럽네. 적당히 좀 까.

- 야. 다들 잘 들어! 이건 개잡주야!!! 개잡주!!! 무조건 상폐 개잡주!!!

- 푸흐흐흐. 저거 좀 보라고! 스톡옵션 까는 거 좀 봐! 존나 병신 개잡주!

- ㅋㅋ. 멋지다. 160억 원대 부자 탄생?

- 야! 다음 주, 우리 무조건 떡상!

- 역시 진짜 대박주! 1년 장기 보유자로서 드리는 말씀인데, 다들 무조건 킵! 하세요!

- 보쇼! 이건 팔면 안 되는 주식이라니까! 다음 주도 무조건 쩜상! ㅋㅋㅋㅋㅋㅋ

- 오늘, 잘 먹고 갑니다. ^^*

- 미치겠지? 빨리 팔아. 빨리 팔라고 ㅋㅋㅋ

- 급보! 무조건 다음 주부터 떡락 예고! 무조건 조정 기간 시작!

- ㅋ! 존나 좋겠다. 160억 원 대박 터트리는 인간, 대체 누구냐?

그렇듯 김태풍의 이야기가 한참 이슈가 되긴 했는데….

그리고 어느덧 다음 주.

김태풍은 계속해서 매도 시기를 놓고서, 주가 흐름을 관망하다가.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어느덧 4월 초순쯤이 되었을 때.

메드TX의 주가가 25만5천 원대까지 오르게 되자.

드디어 그는 순차적으로 매도에 들어갔다.

조만간 IMF 광풍이 더 현실화될 것이고.

그땐 주가 폭락을 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지금은 메드TX 주식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그래서 이 시기를 놓칠 수가 없다.

‘그래. 이제 팔자!’

그때부터 김태풍은 무려 5일에 걸쳐, 메드TX 주식 8만 주를 모두 팔아치웠는데.

사실, 1997년 3월 31일부터.

사이버 증권매매(Home Trading System: HTS)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증권사에 갈 필요도 없이.

이제 모든 일들을 컴퓨터 앞에서 마무리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현금.

대략 200억 원!

엄청난 이익을 보게 된 김태풍.

물론 스톡옵션 행사당일 기준으로 과세(당시, 1997년 최고 세율, 스톡옵션은 법정 필요경비 0%)가 매겨져.

대략 64억 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곧 다가오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작년 소득에 대한 세금을 생각해서.

대략 1억 원 정도를 여분으로 남겨둔 뒤.

그래서, 총 135억 원을 가지고서.

이제 다음 투자를 진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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