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30화 (30/153)

46-사이언스 논문

<16> 천재와 천재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1887년, 인도 마드라스 주 에로드(Erode)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 브라만 계급(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최상층 계층)으로 인도 귀족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런 귀한 신분과 달리, 집안은 그리 부유하지 않았고.

그래서 어릴 적부터 그는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했는데.

놀랍게도 이 수학 부문에서 아주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재직하고 있던 저명한 수학자 고드프리 하디 교수의 도움을 받아서.

영국으로 넘어온 뒤, 이후 영국 수학계에 아주 큰 명성을 날리게 된다.

1918년, 학자로서는 큰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되기도 하는데.

그리고 그가 2년 뒤 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일화.

우연히 보게 된 택시 뒷자리 번호, 1729.

그는 이것의 의미가, 1729=1(3제곱)+12(3제곱)=9(3제곱)+10(3제곱)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제곱의 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작은 자연수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사실을 바로 알아낸 그의 천재성은 무척 놀랍기만 하다.

한편, 그가 남긴 ‘수학 노트’.

이것은 후대 수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이른바 정수론, 무한급수 이론 등, 이런 수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그는, 현재 인도인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였다.

그런데 이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후예인 라비 나라얀 라마누잔.

17살의 나이임에도 이미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이 소년은.

지금 아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김태풍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때, 김태풍은 그와 가볍게 악수를 했다.

“네. 반가워요. 라비.”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흥미로운 듯 쳐다보고 있는 호킨스 교수.

이때, 호킨스 교수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조용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김태풍은 호킨스 교수의 안내를 받아 그의 오피스로 들어갔고.

곧이어 공동 연구와 관련된 연구 미팅을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닥터 보너빌. 분석 데이터들이 준비됐으면 바로 시작합시다.”

그리고 이때, 김태풍은 자신이 지금껏 합성한 백금(platinum) 유도형 신규 고분자 물질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 결과들을 직접 볼 수가 있었는데.

이 물질들을 지금껏 받아서, 다양한 세포실험, 동물실험들을 진행했던 캐리 보너빌 박사(박사후연구원).

그녀는 수십 개에 달하는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제시하면서, 또한 아주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는데.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때,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 힘이 넘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탄력적인 물질들을 향후 의공학 분야에서 응용한다면, 아주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상처 봉합 물질로 우선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인공 피부 제작, 피부 보호 물질 등의 제작에도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이 PT-C2023은 백금과 가장 뛰어난 반응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독성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인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란 눈동자에, 얼굴에 주근깨가 좀 많이 있는 캐리 보너빌 박사.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 과학자인 그녀는 하버드대에 소속된 박사후연구원답게 지적으로 아주 뛰어났고.

실험 과정 역시 아주 꼼꼼하게 진행된 듯.

분석 결과들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동물실험 쪽에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는 그녀.

그 덕분에 쥐 실험 외에도 토끼 실험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연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김태풍이 마지막 샘플로 보낸 신규 고분자 물질들.

즉, 코드명 PT-C2030에서부터 PT-C2036까지 해당되는 7가지 샘플들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 샘플들에 대한 추가 분석은 향후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하하. 정말 매력적인 결과들이군요. 사실, 저도 PT-C2023의 구조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래도 제 예상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보게 된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그렇게 말하며, 김태풍은 그녀가 내민 데이터들을 다시금 꼼꼼하게 살펴보았고.

그런 뒤에 그는 부연하듯 말을 덧붙였다.

“근데 제 생각엔… 아! 이 고분자의 경우! 이 고분자 골격(backbone)에 붙어 있는 실록산(siloxane) 측쇄기(side group)의 숫자와 이 측쇄기에 포함된 산소(oxygen)의 존재 여부가 아무래도 그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고분자(polymer): 분자량이 큰 화학구조로 대체로 화학구조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 예시, 폴리에틸렌(PE), 폴리스티렌(PS) 등. 기타, 단백질도 고분자의 일종임*

*고분자 골격(backbone): 화학구조 상, 중심에 해당되는 긴 사슬 구조를 지칭하며, 즉 화학구조에서 메인에 해당되는 부분임*

“네. 저도 그 의견에 백 퍼센트 동의해요! 정말 절묘하게! 그 조건이 맞아 떨어진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혹시 이런 화학 구조를 특별히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태풍이 말을 덧붙이자, 곧바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캐리 보너빌 박사.

그녀는 무척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그래서 김태풍은 기본적인 배위결합 이론 외에도.

약간 수학적 공식이 들어가는, 입체 화학적 구조 이론 등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왜 이런 물질합성을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 김태풍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 번씩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캐리 보너빌 박사.

그리고 어느 정도 김태풍의 설명이 끝나자.

비로소 호킨스 교수는 이 대화에 끼어들고 있다.

“하하. 잠깐만, 김태풍 군. 여기 닥터 보너빌은 바이오 의공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라, 이런 화학구조와 합성 이론, 실무 쪽은 좀 약합니다. 하지만, 의공학 응용 분야에서는 아주 뛰어난 인재입니다. 앞으로 우리 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게 캐리 보너빌 박사에 대한 설명을 마친 호킨스 교수는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럼 현재까지 마무리된 이 연구들을 간단히 평가하자면, 즉, PT-C2021에서부터 PT-C2036까지, 총 16가지 샘플들. 이들 중에서, PT-C2023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증명이 되었고. 뭐, 나머지 물질들도 다른 분야 쪽에 충분히 응용성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선은! PT-C2030에서부터 PT-C2036에 대한 추가 분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또한, 후속 특허출원을 바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미 출원되었던 것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는 곧 5종의 특허권을 확보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설명을 어느 정도 진행한 호킨스 교수.

그리고 여전히 무척 예의를 갖춘 모습을 하고서, 김태풍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 진행들에 대해서… 김태풍 군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실, 영어에서는 특별히 높임말 같은 게 없긴 하지만.

약간 다른 형식으로, 영어식 존중 표현을 하고 있는 호킨스 교수.

그건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학생들한테 말할 때와는 다르게.

김태풍에게는 계속 ‘Can I….', 'Would you…', 'Do you mind…', 'Please…', 'I appreciate…' 등의 문구를 쓰고 있었고.

그 바람에 문장이 다소 길어지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는 무척 어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사실, 이런 표현들은 김태풍에게 거리감을 두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김태풍을 아주 존중해야 할 과학자로서 대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네. 교수님. 그 부분에 대해선 저는 어떠한 이견도 없습니다.”

김태풍이 그렇듯 깔끔하게 대답하자, 호킨스 교수는 씩 웃는다.

“하하.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이번 일과 관련해서… 벌써 투자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순간, 눈이 약간 커지며 관심을 표하고 있는 김태풍.

“물론… 저와 관련된 사람들부터, 비공식적으로 협의한 결과지만. 현재까지 추산되고 있는 펀드 규모는 대략 2천만 달러 수준. 아직 적지만, 그 정도는 됩니다.”

그리고 그때.

뭐? 2천만 달러라고?

깜짝 놀라고 있는 김태풍.

아직 회사 설립이 되지도 않은 상태다.

그런데 벌써 2천만 달러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호킨스 교수.

그만큼 호킨스 교수의 비즈니스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회사 설립과 투자유치가 조만간 아주 빠르게 이루어질 겁니다. 뭐, 현재 단계에서 계획하고 있는 최종 지분율은, 두 달 전 전화상으로 각자 합의한 대로, 제가 30%, 김태풍 군이 15%, 박한식 교수가 3%, 캐리 보너빌 박사 2%, 이렇게 정하도록 하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선, 현금 투자자들에게 넘길 예정입니다. 현 단계에서 파악되고 있는 기술 가치는 대략 2억 달러! 그래서 지분 50%에 대해선,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뒤, 각 투자자들한테 넘길 예정입니다.”

사실, 김태풍의 첫 네이처 논문을 보고서, 호킨스 교수는 아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냈고.

김태풍은 그의 아이디어를 바로 직감하고서, 이 일을 맡은 것이다.

어쨌든 주요 아이디어를 내고, 또한 전반적인 비즈니스를 펼쳐나갈 호킨스 교수.

그가 30% 지분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편, 김태풍이 받게 되는 지분 15%만 하더라도, 호킨스 교수의 이름값이 들어가게 된다면.

향후 이 가치가 얼마나 커질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일들을 좀 더 간편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련한 호킨스 교수는 이 특허출원들을 자신의 개인 회사 명의로 진행했고.

대신에 박한식 교수 몫의 로얄티를 훗날 한국연구기술원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즉, 박한식 교수는 고작 3% 지분율을 갖고서, 학교와 이익을 나눠야 하지만.

김태풍은 학생 신분이다 보니, 한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직무발명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래서 개인적 자격으로, 이 회사 지분 15%를 가감없이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금 전에 본 결과들. 이것들을 좀 더 세련되게 정리한 뒤, 조만간 사이언스지에 투고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되는 김태풍.

네이처(Nature) 저널이 영국에서 창간된 세계적인 과학 저널이라면.

사이언스(Science) 저널은 미국에서 창간된 세계적인 과학 저널이다.

이른바 바이오 분야의 학술지인 셀(Cell)까지 더한다면.

이 저널들은 바로, 세계 3대 과학 학술저널들이 아닌가.

아마도 호킨스 교수는 미국에 있다 보니, 좀 더 과감하게 사이언스 쪽에 논문 투고를 결정한 모양이다.

그리고 좀 더 이어지고 있는 그의 설명들.

즉, 이번 논문에 제1 저자는 김태풍과 캐리 보너빌 박사가 될 거라고 했고.

한편, 교신저자(연구 책임 저자)는 호킨스 교수가 될 거라고 했다.

반면, 박한식 교수는 제3 저자로 그 이름이 올라가게 될 거라고 하는데.

그렇듯 김태풍의 첫 사이언스 논문 출간.

과학자들에겐 거의 꿈만 같은 일들이, 다시금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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