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20화 (20/153)

36-합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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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8시.

솔트레이크시티를 떠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김태풍.

우선, 그는 공항 내 작은 커피숍에서, 더어크(Derck)사의 고문 변호사 프랭크 주니어와의 만남을 가졌다.

왜냐하면, 지난 7월에 있었던 자신의 항공기 좌석 오버부킹 사건.

그 일에 대한 경과를, 변호사 프랭크 주니어로부터 보고받기 위해서였다.

“…그럼 잡다한 설명을 제쳐 두고, 바로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달 전, 항공사 측 자체 징계 위원회를 거쳐서, 그 흑인 여자 직원은 완전히 해고처리가 됐습니다.”

“아! 결국, 일이 그렇게 처리된 겁니까?”

“네. 근데 알고 보니까, 그때 단 한 번의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의 내부 고발도 생겼고, 저희가 수집한 다른 아시아계 승객들 역시 그런 증언을 했는데… 그간 그 직원의 인종 모욕적 발언이 아주 심각했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김태풍씨가 그때 들었던 차별 발언은, 다소 강도가 약했던 거라고 합니다.”

“음.”

“즉, 사측에서도 그 직원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결국 해고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음. 그럼 법적 소송은 어떻게 됐습니까?”

“뭐, 그 직원에 대한 형사 소송 건은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다만, 항공사 측을 겨냥한 민사소송 건은… 아, 근데 그게… 좀 상황이 묘하게 바뀐 상태입니다.”

“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민사소송을 처음 제기했을 때, 이후 몇 달간 항공사 측에선 꿈쩍도 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법정 공방이 최근에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그쪽에서 전격적인 합의 요청을 해 왔습니다.”

“네? 합의 요청이라면?”

“소송 철회에 대한 대가로 보상급을 지급하겠답니다. 보상금 2만 달러.”

2만 달러 보상금?

김태풍은 잠시 생각하다가,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음. 근데 그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은데, 소송에 기재한 배상금 요구 액수가 총 얼마였죠?”

“뭐,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로펌(법무법인)에서 써낸 액수는,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 차원까지 고려했습니다. 총 1천만 달러. 제법 큰 배상금이죠.”

상당히 큰 액수인 1천만 달러 배상금 소송에 대해, 결국 항공사 측에서는 2만 달러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의한 것이다.

“음…. 그럼 변호사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하하. 뭐,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로펌(법무법인) 변호사들의 몸값은 상당히 비쌉니다.”

그렇게 살짝 웃으며 말하던 프랭크 주니어.

그러고는 그는 곧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2만 달러 보상금 따위는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측에선, 크게 상향된 10만 달러 보상급 지급이라는 타협안을 던져봤는데. 하하! 의외로 그쪽에서 바로 오케이를 하더군요.”

“!!”

“뭐, 이건 생각보다 잘된 일이죠. 지루한 법정 싸움을 하게 되면, 그쪽은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될 거고, 더군다나 저희 로펌(법무법인)의 저력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까, 아마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짓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김태풍은 이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무려 10만 달러라고?? 와! 소송전을 하지 않고서도, 무려 10만 달러를 받아내다니! 진짜 대단한 변호사들이구나.’

그러고 보면, 미국은 변호사들의 천국이다.

작은 사건만 터져도, 변호사들에게 소송을 일임하면, 그들은 알아서 무엇이든 일을 척척 해낸다.

물론 이번에 김태풍이 쓰고 있는 변호사들은 더어크(Derck)사의 정예 고문 변호사들.

특히, 가장 수완이 뛰어난 변호사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태풍씨께서, 이번 타협안에 오케이를 하신다면, 10만 달러 보상금을 받는 선에서 이번 소송 건을 철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의견을 듣고자, 오늘 뵙자고 한 겁니다.”

사실, 오늘은 TeraTorus(테라토러스)의 CEO 로건 램버트 박사와 미팅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겸사겸사, 김태풍은 이번 일까지 마무리 지으려고, 변호사 프랭크 주니어와 여기서 약속을 잡은 것이다.

“음!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알고 싶습니다.”

“네. 뭐든 말씀하십시오.”

“그럼 이번 소송 건을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면, 앞으로 제가 소송 비용에 대해 얼마의 돈을 내야 합니까?”

“아! 그냥 비용 질문이셨군요. 뭐,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들 몸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하하. 그러다 보니, 이런 소액의 합의금이 나오게 되면, 저희가 보상금 내에서 가져가는 성공 보수 비율도 꽤 높아지게 됩니다.”

그 말에 김태풍의 두 눈이 약간 커지고 있다.

무려 10만 달러의 거금을 소액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변호사 프랭크 주니어.

대체 저 변호사의 일년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하하. 그러나 전혀 괘념치 마십시오. 이번 일은 존 헨드릭 이사님이 공식적으로 승인해준 업무라서, 성공 보수, 수수료 등은 더어크(Derck)사에서 받게 될 겁니다. 즉, 합의금 전액을 김태풍씨 계좌에 입금해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합의에 동의하신다면요. 어떻습니까? 합의에 동의하시겠습니까? 물론,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이번 합의안은 취소하고 계속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김태풍은 잠시 생각해 봤다.

1천만 달러짜리 소송?

하긴, 자신이 다시 생각해 봐도, 좀 과하긴 하다.

“네. 좋습니다. 그 합의에 동의하겠습니다.”

이내 생각을 마친 김태풍이 흔쾌히 동의하자.

변호사는 환하게 웃으며, 가져온 서류들을 내밀었다.

“그럼 여기 여기, 표시해둔 곳마다 사인을 해 주시면 됩니다. 현재 사시는 주소는 여기에 기재해주시고, 이쪽 서류에는 주거래 은행과 계좌번호 등을 적어 주십시오.”

변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김태풍은 사인 등을 마쳤고.

다시금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한 뒤, 그걸 가방에 챙겨 넣는 프랭크 주니어.

그러고는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때 김태풍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그와 악수를 했다.

“감사합니다! 그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변호사님.”

“하하. 뭐, 별말씀을요. 그리고 혹시 다른 문제가 또 생기면, 언제든 저희 쪽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저희 로펌은 언제나 고객들에게 진실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그의 마지막 멘트는 업무용 멘트였지만, 김태풍은 그 멘트가 아주 든든하게 들렸다.

바쁜 프랭크는 그 인사를 끝으로, 그 자리를 떠났고.

김태풍은 프랭크가 남겨놓고 간 증빙서류들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커피숍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김태풍은 공항 출구 3번 게이트 앞에서, 박한식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어제 점심 무렵, 샌프란시스코에 먼저 도착해 있었던 박한식 교수.

그는 직접 렌트 차량을 몰고서, 김태풍을 픽업하러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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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교수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박한식 교수를 만나자마자, 김태풍은 환하게 웃으며 안부를 물었고.

“하하. 자네도 잘 있었나? 다행히 자네도 건강한 것 같은데?”

여전한 모습인 박한식 교수는 웃으며 김태풍과 악수했다.

“자! 그럼 어서 타게.”

“네. 교수님.”

작은 서류가방만 들고 온 터라, 따로 트렁크에 짐을 실을 필요 없이 곧바로 조수석에 탑승한 김태풍.

그리고 곧장 그는 약간 두툼한 자신의 외투를 벗었다.

초겨울의 추위를 느꼈던 솔트레이크시티와 달리, 미국 서부 해안의 바다 내음이 배인 샌프란시스코는 따뜻한 기운이 사방에 가득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12월 날씨는 거의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다름없었고, 그래서 야외 활동하기에도 좋은, 아주 쾌적한 상태였다.

“여긴 일 년 내내 따뜻해서 좋아. 나도 도착하자마자, 바로 외투부터 벗었다니까.”

그렇게 말하던 박한식 교수는 잠시 후 엑셀을 밟으며 출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나와, 도로를 신나게 달렸고.

잠시 후, 101번 국도를 따라 질주한 끝에.

마침내 세계 IT 산업의 중심이 될 실리콘밸리의 한복판인 Palo Alto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통, 미국 실리콘 밸리라고 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남부 지역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 남부 지역은 쿠퍼티노, 산호세, 산타클라라, 서니베일 등을 포괄한다.

바로 이런 실리콘밸리에 현재 수많은 엔젤 펀드들이 몰리고 있었고.

이런 자금의 흐름을 쫓아, IT 벤처 외에도 제약벤처, 바이오벤처 등이 이곳에서 스타트업을 하며, 발빠르게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교수님. 시차 때문에 많이 피곤하시죠? 제가 어깨를 좀 주물러 드릴까요?”

Palo Alto에 위치한 Thomas Jr 호텔에 당도한 뒤, 바로 렌터카에서 내리던 김태풍.

이때, 박한식 교수도 렌터카에서 바로 내리더니, 갑자기 어깨를 이리저리 비틀며, 거칠게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의 그런 모습에 김태풍은 그렇게 물었는데, 그러나 박한식 교수는 곧바로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하하. 아니네. 괜찮아. 더는 손을 안 봐도 돼. 이미 파스를 어깨와 등에 잔뜩 붙여놨으니까. 뭐, 이 정도 수준의 스트레칭만 하면, 바로 괜찮아져. 참! 그러고 보니까, 자네도 말이야. 체력 관리를 신경써서 잘하도록 하게. 우리 같은 연구자들은 갑자기 오만 곳이 다 아파져. 그게 바로 직업병이지.”

그 직업병이란 언급에 김태풍은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며 피식 웃고 있다.

그러고 보면, 회귀 전 김태풍은 제대로 된 운동 하나 하지 않고서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사십 대 초반의 나이 때부터, 한 달에 몇 번씩 병원에 다녀야 했던 김태풍.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진 편이다.

“그래서 교수님! 저는 유타에서 면허증도 안 땄습니다. 대신에 운동 삼아, 그 넓은 캠퍼스를 걸어 다니고 있는데, 그러다가 몸이 좀 힘들면, 학교 셔틀을 타기도 하고요.”

그 말에 깜짝 놀라고 있는 박한식 교수.

“설마? 자네! 아직 차를 안 샀나?”

“네. 한국 유학생 한 분이 절 좀 도와주거든요. 뭐, 주말마다 마트갈 때를 제외하고는, 차량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 말에 바로 혀를 차고 있는 박한식 교수.

“쯧쯧! 내 예상이 맞았군! 이 봐! 자넨 좀 쉬어가면서 앞으로 연구를 하는 게 어떤가? 아무리 젊다고 해도, 그러다간 몸이 망가진다니까!”

매번 제자들에게 좀 더 열심히 연구를 하라고 재촉만 하던 박한식 교수.

그런데 그가 지금 김태풍에게 쉬어가면서 연구를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회귀 전 과거의 기억이 있는 김태풍. 그로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을 듣게 된 것이다.

그 바람에 많이 당황한 듯, 김태풍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교수님! 저 아직 말짱합니다!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아니, 그래도 이 봐! 아무리 그래도 자넨, 템포를 좀 낮춰! 특히, 이번 연구들만 끝나면, 1, 2주 정도, 미국에서 한가롭게 여행이라도 한 뒤에 귀국하게. 자네가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존 헨드릭 이사가 그렇게 자네 칭찬만 하더군. 그렇다고 해도, 자네 몸은 자네가 챙겨야지.”

“아…. 네. 교수님.”

“참! 하버드대 호킨스 교수와의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됐다고 했지? 그리고 루테늄 착화합물 촉매 연구도 꽤 성과가 있다고 하던데?”

“네. 교수님! 그쪽은 데이터 정리가 조만간 끝나면, 곧바로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게 하고…. 보자. 얼추 약속 시각이 다 됐네. 그럼 우리 이제,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양복 차림이지만 넥타이를 매지 않은 박한식 교수는 앞장을 섰고.

김태풍 역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 차림을 하고서, 그와 나란히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Thomas Jr 호텔 내에 위치한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고.

그곳에 미리 와 있던 TeraTorus(테라토러스)의 CEO 로건 램버트 박사 외에도 회사 경영진들과 만날 수 있었다.

서로 밝게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눴고.

그리고 드디어 첫 기술이전 협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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