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민국 천재-11화 (11/153)

27-1억 8천만 달러 로얄티

즉, 앞으로 4년 뒤, 미국 IT 버블 전성기 때, 야후 주가는 액면분할 등을 거친 뒤, 무려 159달러 선까지 치솟게 된다.

그래서 이 종목 역시 투자금을 크게 부풀릴 수 있게 된다.

‘결국, 넷스케이프, 야후, 두 종목 투자로 귀결되는 거네. 음. 또 나중에 돈이 더 생기면, 다른 투자 종목들도 한번 파봐야겠어.’

그렇게 모든 투자 계획을 조심스럽게 짜낸 김태풍은 다음 날 아침 7시쯤 랩에서 퇴근해서, 점심 무렵 기숙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이어 밖으로 나갈 채비를 마친 김태풍.

그는 곧장 증권회사를 찾아가, 버텍슨, 웹플릭스, 알란포스 주식들에 대한 매도 주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2주일의 시간이 유유히 흘러갔는데.

마침내 버텍슨, 웹플릭스, 알란포스 주식 매도를 통해 받게 된 현금 자산.

먼저, 김태풍은 이 돈으로 작년에 받은 기술이전료에 대한 추가 세금을 납부했다.

그 일을 마친 뒤, 그는 이제 야후 주식을 매수하는데 그 돈을 몽땅 쓰기로 했다.

“고객님. 그럼 미국 주식, 즉 나스닥 야후 종목을 사시겠다는 겁니까?”

“네! 근데 여기서 제가 원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20달러 선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때 무조건 매수하겠습니다. 최대 한도의 매수가는 주당 22달러. 그렇게 주문 넣어주세요.”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2주일이 흐른 뒤.

김태풍은 야후 주식 매수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증권회사 직원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4년 뒤.

김태풍은 넷스케이프, 야후 주식투자로 수백억 원대의 부자가 될 수 있다.

거기다가 메드TX 스톡옵션도 그에게 있는데.

이것의 훗날 가치는 대략 130억 원 정도.

사실상, 무일푼에서 투자를 시작했지만.

현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김태풍의 미래 모습.

그건 바로 수백억 원대의 부자인 것이다.

흔히, 봉급쟁이가 수백억 원대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꿈만 같은 일인데.

김태풍은 이미 그런 꿈 같은 일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야간조였고, 또한 박사과정 학생이기도 했다.

아직 그런 돈에 취하고 싶지 않은 김태풍.

현재 더 큰 꿈들이 그의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 어느덧 1996년 6월 중순이 되었을 때.

지난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태풍은 다시금 선배, 후배,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간 십여 차례 미국 출장을 오가며 발 벗고 뛰었던 박한식 교수.

그의 끈질긴 노력과 지난 2년간 김태풍이 흘린 땀방울 덕분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린 더어크(Derck)사와의 기술이전 협약. 그 협약이 마침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

때는 어느덧 1996년 6월 12일 수요일.

“하하하! 다시 봐도 놀랍습니다! 하하하! 이건 학교 전체의 경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하하!”

학교 행정동 대회의실.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이전 협약식.

조금 전, 박한식 교수와 더불어 계약서 사인을 마친 총장은 크게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계약을 위해 방한한 더어크(Derck)사의 존 헨드릭 이사는 휘리릭 사인을 마치고는, 웃고 있는 총장에게 말을 던진다.

“하하. 귀 학교 차원에서도 즐거운 일이시겠지만, 저희 회사 역시 무척 고무적입니다. 뭐, 박 교수님께서 많은 양보를 해주신 덕분에 이 계약을 무사히 체결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모든 게 박 교수님의 공입니다.”

“하하. 뭔 별말씀을요. 헨드릭 이사님께 저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한식 교수는 즉시 웃으며 화답했는데.

두 사람이 그렇듯 잠깐 대화를 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던 총장.

그는 잠시 후, 존 헨드릭 이사를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헨드릭 이사님. 이제 계약서를 서로 교환하도록 하지요.”

“아. 네. 그러시죠.”

그리고 드디어 양자 간에 계약서가 교환되었고.

마침내 추가 사인까지 마무리되자.

그들은 바로 일어나, 힘차게 악수를 했다.

그러자 그 순간,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들!

박한식 교수의 배려 덕분에 계약 체결 현장에 참여하게 된 김태풍.

즉, 계약 당사자 대열의 한쪽 끝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는 이때 한껏 웃으며, 눈부신 카메라 플래시를 온몸으로 받게 되었다.

- 자! 다들! 이쪽 카메라도 봐주십시오!

- 아! 조금만 더 웃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네! 좋습니다. 계속 포즈 취해주십시오!

현재 이 계약의 기술이전료가 무려 1억 8천만 달러(대략 1,410억 원, 1996년 환율 기준)에 달하다 보니, 이곳을 찾은 기자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고, 카메라들 숫자 역시 이전과 비할 수 없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런데 그런 형식적인 부분을 떠나서.

아주 중요한, 실질적인 이익 부분도 김태풍을 만족하게 한다.

즉, 박한식 교수와 김태풍이 가장 신경을 썼던 선급기술료.

이번 계약에서 그 선급기술료가 제법 크게 잡힌 것이다.

결과적으로 합의된 선급기술료는 무려 900만 달러(대략 70억 원).

이후, 임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성과급형식의 로얄티가 계속 지급되는데.

물론 그걸 다 합치게 되면, 총액 1억 8천만 달러가 되는 셈이다.

“하하하! 그간 수고가 많았네. 이것 보라고! 우리 물질의 가능성을 크게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하하! 허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박한식 교수의 저 말대로, 앞으로 미국 파견근무라는 부담감이 김태풍에게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김태풍은 환하게 웃었고.

박한식 교수 역시 입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박한식 교수와 김태풍은 여기저기 정신없이 끌려다녔는데….

사진 촬영, 방송사 인터뷰, 기자 인터뷰, 총장님과의 면담, 존 헨드릭 이사와의 저녁 식사 등등.

정말 빡센 일정 등을 그때부터 소화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정들을 간신히 마친 뒤.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온 김태풍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 기분이었다.

‘으으~ 이건 진짜 힘드네. 실험하는 것보다 배로 더 힘들어. 크으~ 그래도 기분은 좋으니까.’

그렇다.

김태풍은 정말 기분이 좋다.

<10> 출국

“태풍이 오빠. 이거 좀 볼래요?”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막 랩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던 김태풍.

이때, 사뭇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을 하며 다가오고 있는 석사과정 1년차 송아란.

짙은 눈썹에 새카만 눈동자, 또 달걀 형의 얼굴 라인을 가진 그녀.

늘 웃는 눈매에다가.

웃을 때마다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가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기만 하다.

특히, 얼굴의 포인트와도 같은, 약간 도톰한 입술을 지니고 있어.

누가 봐도 그녀의 인상은 귀여움 그 자체.

과거, 최하영과 함께 다닐 땐, 최하영의 조각 같은 미모 때문에 그녀의 존재감이 빛을 바랬지만.

그러나 꾀죄죄한 남자 대학원생들 사이에 섞여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단연 군계일학.

지금 새하얀 반 팔 티셔츠에 짧은 청치마를 입고서.

유난히 하얗고 긴 다리를 드러낸 송아란은 김태풍을 향해 귀여운 보조개까지 보이고 있다.

“음. 그게 뭔데?”

이때 김태풍은 대답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힐끔 송아란을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약간 움찔거리고 만다.

‘음. 대체 무슨 일이지? 오늘따라 화장도 했네?’

물론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 때문인지, 오늘따라 이목구비가 더 생동감 넘치고 있는 송아란.

비록 랩 후배라고 해도, 저렇듯 이쁨을 발산할 때면 마주 대하는 게 조금 당혹스럽기만 하다.

아무래도 여자들은 메이크업 기술에 따라 그 풋풋함이 물씬 폭발하게 되는 것만 같다.

“오빠! 이거 아직 안 보셨죠? 학교 도서관에 막 나온 걸, 제가 바로 빌려왔어요.”

그러면서 싱그러운 소녀 같은 웃음을 터트리며, 송아란은 영문잡지를 김태풍에게 건네고 있다.

의아해하면서도 그걸 받아들던 김태풍.

그런데 곧 눈이 커지고 만다.

그녀가 건넨 것은 단순 영문잡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 이건?’

분명 정확하게 표지에 적혀 있는 글자.

네이처(Nature)!

이건 바로 세계적인 학술지, 바로 네이처 학술잡지였다.

‘그럼 설마?’

아직 이 시대는 인터넷을 통한 논문 검색과 논문 자료 수집이 원활하지 않았고.

그래서 대다수 전문학술지는 그 인쇄본을 직접 도서관에서 찾아봐야 한다.

즉, 필요할 때마다 자신이 직접 해당 목차의 논문을 인쇄해서 소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김태풍 역시 자신의 논문을 확인하려면, 발간된 네이처 책자를 직접 구해서 뒤져봐야 하는데.

송아란이 가져온 네이처 잡지를 빠르게 살펴보자.

그 잡지 목차에서 자신의 논문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Letter | 20 June 1996

- Solubilized fatty acid-shielded TNP-470 derivatives highly inhibited tumor angiogenesis

T.P. Kim, S.H. Kang & H.S. Park.

때마침 발간이 된 네이처 잡지.

와~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의 두 번째 네이처 논문이 당당히 인쇄되어 있지 않은가.

‘그럼 논문 프린트도 제대로 됐겠지?’

김태풍은 얼른 페이지를 넘겼고, 이때 시큼한 새 종이 냄새와 함께, 잡지 중간 페이지쯤에 있는 자신의 논문 출판본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김태풍은 곧 환하게 웃고 만다.

“오빠. 네이처 게재, 다시 한번 축하해요~”

“하하. 고마워.”

“사실, 사서 언니한테 부탁해서 대출 안 되는 걸 잠깐 빌려온 거예요.”

“아.”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에 다시 갖다 줘야 돼요.”

“그래?”

“저한테 고맙죠?”

“하하~ 당연히 고맙지. 아란아. 진짜 고마워.”

이런 학술논문지는 개인 대출이 안 되고, 오로지 도서관 내 인쇄실에서 개별 인쇄만 가능하다.

그걸 송아란이 빌려온 것이다.

그래서 김태풍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 덧붙였고.

그러자 송아란은 그 대답에 기분이 좋은지, 생글 웃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그럼 오빠~ 앞으로 제 호출 씹지 않을 거죠?”

“뭐? 호출? 야. 아란아. 그건….”

“치이~ 제가 음성 보내면, 적어도 답장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적어도 인간적으로….”

“야. 그건….”

“뭐, 일이 많아 많이 바쁜 건 잘 알지만… 그래도 후배도 좀 사랑해주세요. 오빠~”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얼굴이 약간 붉어지고 있는 송아란. 그녀는 그런 표정을 숨기려는 듯 장난치듯 인상을 확 쓰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그렇게 송아란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태풍은 슬그머니 자신의 머리를 긁고 있다.

작년엔 송아란이 호출을 하고 또 음성 메시지를 보내오면, 약간 부담감이 생겼는데.

이제는 랩 후배가 되었기 때문일까.

저런 말을 듣게 되면, 김태풍은 저절로 그녀에게 미안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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