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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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1996년 4월 22일 월요일.
신약 벤처 기업, 메드TX.
이 회사는 그토록 고대하던, 한국증시에 드디어 상장을 하게 되었다.
[기대주 메드TX! 코스피 시장 22일에 상장!]
[메드TX 상장, 흥행 돌풍 예고!]
[메드TX, 과연 신약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인가?]
쏟아지는 기사들.
그런데 사실, 다음 달 중순이 되면.
미국증시의 나스닥 시장을 본뜬 코스닥증권시장이 한국증시에 설립이 되는데.
이후, 7월 초순쯤에는 이 코스닥 시장이 일반인들에게도 오픈이 되게 된다.
그런데 메드TX는 새로 오픈하는 코스닥 시장이 아니라.
더 큰 규모가 가진 코스피 시장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보통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의 높은 문턱 때문에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이 들어가기 적합한 곳인데.
그러나 메드TX는 새로운 코스닥 시장의 론칭을 코앞에 두고서, 과감히 코스피 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그럴 만한 여건이 충분했다.
메드TX 서정철 사장의 삼촌인 신화캐피탈 서인겸 사장.
그는 메드TX의 후견인 역할을 하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타, 여러 엔젤 펀드들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 덕분에.
사실상 메드TX는 창업 초창기부터 아주 풍족한 출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창업 초장기부터 투자금들이 과할 정도로 넘쳤던 메드TX.
그런 막강한 재력 덕분인지.
서정철 사장은 신약 개발 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으면서도.
메드TX의 양적 부분 성장에도 재정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메드TX는 2년 전, 일명 복제약에 해당되는 OTC(Over The Counter Drug: 일반의약품) 쪽 약물 생산 및 판매에도 성공했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눈에 비치는 메드TX의 모습은 갈수록 더 매력적인 게 사실이다.
이런 메드TX의 주식 상장!
‘와! 이건 진짜 엄청나네. 이게 바로 진짜 주식투자지.’
어쩜 이렇게 주가 수치들이 하나같이 이쁠 수가 있을까.
이런 수익률 플러스(+) 표시를 봐야, 진정 주식은 주식답다고 해야 하나.
과거에 수많은 마이너스를 찍었던 김태풍. 그는 눈앞의 광경에 기분이 정말 색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의 가치.
지난 4월 22일 상장된 이후, 어느덧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데.
현재 시각 오후 6시.
이미 장을 마감한 메드TX의 주가 검색을 서둘러 마친 김태풍은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와! 이 정도 속도라면, 다음 달 내로 7만 원 선, 8만 원 선까지 돌파하겠는데.’
현재 메드TX의 주가는 5만 8천 원 선.
특히 아주 희망적인 부분은, 현재 주가 상승 분위기가 객장에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언론들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메드TX 주가 고공 행진 사실을 연일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있었는데.
이런 언론 보도들이 다시 선순환하면서, 일반인들마저 이 사실이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더욱더 강력한 매수 우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었다.
‘하하. 역시!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더니. 확실히 메드TX는 스타팅이 좋긴 했어.’
김태풍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일주일 전에 있었던 상장 당일 풍경 때문이다.
이날, 증시 개장과 동시에 놀라운 모습이 연출되었던 것.
IPO(기업공개) 당시에 결정되었던 메드TX의 공모가.
그런 공모가보다 훨씬 더 높은 시초가!
그런 시초가가 증시 개장과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이다.
- 우와. 이거 완전 초대박주다!
- 무조건 사! 무조건!
- 빨리 사자! 빨리!
투자자들은 비명을 질렀고.
그리고 그때부터 메드TX의 최고가는 연일 갱신되었다.
특히, 지난 일주일 사이, 끊임없는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메드TX에서 발행한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는 김태풍.
그 역시 연일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대목은, 김태풍이 받은 스톡옵션 상의 주식 행사가는 고작 2,500원이라는 점이다.
현재 기준으로 셈을 한다면, 이미 행사가 대비 주가가 대략 23배나 오른 것.
김태풍은 지난 1주일 사이, 순식간에 40억 원대 부자로 등극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하! 뭐, 근데 이게 끝은 아니니까.’
앞으로 주가는 계속해서 더 오를 것이다.
물론 과열 국면이 끝나면, 곧 주가 조정 기간에 들어가면서, 하락세가 반드시 나타나겠지만.
그러나 김태풍이 믿고 있는 것은, 메드TX의 주가는 일 년 안에 17만 원대를 돌파할 거란 것이다.
그런 미래를 알기 때문일까.
조급함은 사라지고, 여유가 감돌고 있는 김태풍. 그의 입꼬리가 자연 길게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음. 그럼 이제 미국 주식 쪽도 한번 확인해 볼까?’
갑자기 흥이 난 김태풍.
랄랄랄랄라~
흡사 무대로 뛰쳐나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김태풍.
환하게 웃으며, 그는 다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C 통신이나 온라인 단말기를 통해 주가를 확인했는데.
이제는 학교 전산망 경유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더 원활해졌고.
그래서 미국증시 주가 검색이 훨씬 더 손쉬워진 상태다.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이 투자한 종목들에 대한 주가 검색을 마친 김태풍.
그의 눈매가 저절로 호선을 그리고 있다.
‘오~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
상장 당일 거의 시초가로 주식을 매수한 넷스케이프 종목.
평균 매수가격은 대략 28달러대.
그 주가가 그동안 등락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70달러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이 투자는 직접적인 주식 투자가 아니다.
강길남 선배가 다니고 있는 투자회사의 중개를 통한, 펀드형식의 간접 투자.
그때, 김태풍은 이 투자 펀드에 8억7천만 원(기술이전료)의 돈을 넣었고.
이 펀드의 만기일은 7월 초순으로 약정되어 있다.
다행히 현재 분위기라면, 설령 만기일까지 가더라도 충분히 이익이 담보되는 모습.
‘그래. 그때 머리를 쓰길 잘했어. 비록 펀드 투자이긴 해도, 뭐, 2배, 3배 이런 이익을 얻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까. 흠. 그럼 펀드 만기일 이후에는 어떻게 할까?’
사실, 앞으로 4년 뒤, 넷스케이프 주가는 250달러대까지 치솟게 된다.
그 말인즉, 구태여 다른 종목으로 갈아탈 필요가 없다는 말.
즉, 이 종목만 잘 잡고 있으면.
김태풍은 8억7천만 원 투자로 대략 70억 원대의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음. 뭐, 그렇다고 계속 펀드 계약을 유지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 그냥 7월 초까지만 유지하자. 그럼 약정 끝나면, 이익금 회수하고. 그땐 내가 직접 넷스케이프 주식을 사야겠어.’
더군다나 올 초부터, 미국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 규정(기존 규정: 총 1억 원 이내 투자 가능)이 좀 더 자유로워진 상황이다.
그래서 더는 투자회사를 통한 간접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고.
이젠 자신이 직접 수억 원대, 수십억 원대의 개인 투자를 해도 불법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난 김태풍.
그는 (자신이 투자한) 또 다른 종목들의 주가를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고 곧 그의 두 눈이 커지고 있다.
‘와! 버텍슨! 웹플릭스! 알란포스! 내가 최초 해외 투자했던 이 종목들! 이놈들이야말로 진짜 진국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김태풍의 눈은 정말 놀랍다는 듯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의 입꼬리도 한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맛!
이런 달콤한 맛 때문에!
사람들은 그렇게 주식투자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단순한 화학천재가 아닌 김태풍!
그는 지금 주식창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지금 돈들이 술술 들어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하.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이런 종목들을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건 단순 행운일까? 아니면, 나의 또 다른 능력일까?’
“하하하.”
결국, 소리내어 웃고 마는 김태풍.
그는 기분이 너무 좋다.
그러고 보면, 김태풍은 작년 3월, 개인 투자 명목으로 미국증시에 직접 투자를 했는데.
당시 개인이 미국증시에 투자 가능한 법적 상한선인 1억 원을 고려하여.
그때, 김태풍은 자신이 갖고 있던 투자금 6천5백만 원을 몽땅 미국 IT 기업 주식을 사는 데 사용했다.
즉, 그때 증권회사 직원을 통해서 버텍슨, 웹플릭스, 알란포스, 이 세 군데 회사 주식 매수에 각각 2천만 원, 2천2백만 원, 2천3백만 원을 썼던 김태풍.
그런데 이 주식들의 주가가 1년 사이 무섭게 치솟아 오른 것이다.
김태풍이 재빨리 계산한 결과, 버텍슨은 주가가 8배나 올랐고, 웹플릭스는 14.5배, 알란포스는 12배나 올랐다.
‘그럼 환율을 고려하고, 또한 매매 수수료도 제외하면, 이게 얼마나 되지?’
다시 계산기를 만지던 김태풍.
이내 눈이 다시 커지고 있다.
7억452만 6,520원!
우와!
김태풍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며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6천5백만 원 투자가 대략 7억 원의 거금이 되어 돌아오게 된 것.
이제 겨우 박사과정 1년차인 김태풍.
그런데 그가 지금 확보하게 된 돈은, 같은 연배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러나 꿈이 점점 원대해지고 있는 김태풍은 절대 이 정도에 만족할 수가 없다.
‘음. 그럼 이걸 또 어디에 투자하지?’
이때, 문득 메드TX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젓고 마는 김태풍.
‘음. 그래. 그쪽 투자는 좀 애매하긴 해.’
사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묘한 문제란 게 있다.
내부 정보 활용 문제, 즉 미공개정보 이용이라는 법적 문제.
자신이 지금 메드TX 주식을 산다면.
어쩌면 그 일로 시빗거리에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당뇨병 신약 치료제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곧 IND 신청을 하게 되는 당뇨병 신약 물질.
이 정보가 공개가 된다면, 다시 한번 주가가 요동칠 예정인데.
관련자인 자신이 그 주식을 샀다는 것은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괜한 트집거리를 만들기 싫은 김태풍.
그는 그쪽 투자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에 다른 투자 종목을 찾는 데 잠시 고심했다.
그러다가 씩 입꼬리가 올라가는 김태풍.
‘그래. 이 시대의 IT 터줏대감! 절대 야후를 빼놓을 수 없지.’
두 눈을 반짝이던 김태풍은 재빨리 주가 검색부터 해 봤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턱을 만지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겨우 몇 주 전, 미국 나스닥에 상장이 된 야후 주식.
상장 첫날, 야후 주식은 13달러에 시작해서 43달러까지 급등했다가, 결국 3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런데 상장 당일 이후.
야후 주가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승과 하락을 계속 오가는 분위기다.
‘음. 이건 일시 조정 기간 같은데… 그렇다면 최적 매수 선이 대략… 그래! 대략 20달러 정도 선인 것 같은데. 그럼 이 정도 수준에서 사서, 앞으로 한 4년 뒤, 음. 그때쯤 돼서 팔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