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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307화 (307/337)

00307 고래 싸움  =========================

날이 밝자마자 세 후작은 전 군을 소집했다.

물론 그 전에 발린은 먼저 그들을 찾아갔다.

세 후작의 움직임에 따라 계획의 성사가 달라지는 만큼 가만있을 수 없었다.

다행히 세 후작은 전면전에 내놓을 군의 배치가 어느 정도 잡았다고 답했다.

새벽 내내 회의를 했다는 말에 발린은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전장 선정이나 배치는 군을 다 모은 다음에 시작하겠습니다. 방어선을 지키는 수비군도 천천히 후퇴하라 명령했으니 교환비에서 손해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전투는 전 군이 다 모였을 때?”

“역시 그래야겠지요. 기존의 전략을 이행하느라 퍼진 병력을 모으는 게 우선 급선무입니다.”

오십만이 넘는 대군이니만큼 다 모이는 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은 전방에 나선 병사들이 목숨을 바쳐 벌고 있었다.

“그 동안 영웅 분들께서는 제 컨디션을 유지해 주십시요. 본 게임에서 가장 힘을 쓰셔야 하실 분들이니까요.”

레벤과 안드로포스, 카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후작의 배려는 말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이 집결로 인해 분주했으나 그들 중 누구도 방해받지 않았다.

한편 발린은 그 틈을 타 전방의 형세를 살폈다.

이번엔 굳이 영원묘를 쓸 필요도 없었다.

텔레포트를 몇 번 쓰자 금방 전장이 나타났다. 동시에 강렬한 화기와 피비린내가 엄습했다.

“음.”

발린은 짧게 신음을 흘리고선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참상은 전생에 수없이 많이 보아오며 적응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막상 그걸 다시 보니 내키지 않는 건 여전했다.

사방이 카딤 제국군의 시체로 가득했다. 노스트라 제국군의 시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이럴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다.

쿵. 쿵. 쿵!

“후퇴! 후퇴하면서 놈들의 발목을 붙잡아라! 결사항전은 필요없...컥!”

악착같이 부르짖던 지휘관의 목에 창이 박혔다. 얼마 후 그 위로 거인들이 지나갔다.

“그르르...”

“작은 인간들...맛있겠다.”

“크아앙!”

거대 몬스터들이 앞장서 다가오는 뒤로 제국군이 전열을 유지한 채 움직였다.

목책이나 참호 함정이 있긴 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확실히 앞서 들었던 대로였다. 방어선이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발린은 노스트라 제국군의 후방 부분을 살폈다.

그러자 대략적인 전열이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꼬리에 꼬리를 문 군단의 움직임!

전생에서 봤던 적의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감탄이 나왔다.

만약 자신이 군 사령관이었다면 단번에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저들의 행렬은 오와 열이 가지런히 잡혀 있었다.

하지만 발린이 확인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 알아둬야 할 건 황제가 어디 있는지였다, 다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에 비할 바 아니었다.

존재 인식을 펼치자 행렬 곳곳에서 반응이 보였다.

그 수효는 두 손가락으로 다 세지 못할 만큼 많았다.

이를 눈치챈 발린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에테르를 사용하는 자가 이렇게 많다고?!’

전생의 세계에서 에테르를 쓰는 인물은 극소수였다.

그마저도 인간 중에서는 발린 혼자였고 말이다.

열 개가 넘는 기척! 이건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마나와 에테르의 출력 차이를 알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으으음.’

다행히 감지대상들은 자신들이 파악됐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존재 인식의 탐지는 그만큼 은밀했다. 심지어 같은 에테르를 써 파악하려 해도 불가능한 정도다.

이 정도면 가히 신으로서 인간을 내려다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랜 노가다를 거쳐 방위 인식을 접합한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었다.

파장이 계속 움직이자 얼마 후 유난히 커다란 파장이 하나 잡혔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대략 적들의 가운데쯤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위치도 그렇고 힘의 크기도 그렇고 황제가 되려면 저것밖에 없었다.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발린의 눈동자가 순간 거세게 흔들렸다.

파장의 힘이 조금 더 가더니만, 앞선 기척의 몇 배나 되는 걸 잡아왔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어찌나 놀랐는지 마나마저 잠시 흐트러졌다. 간신히 자세를 잡아 추락은 면했으나 충격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전보다 훨씬 에테르의 양이 늘었어! 일전 싸울 때도 강했지만, 지금은 그 두 배 가까이...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무슨 수를 썼는진 모르겠으나, 지금의 황제는 발린으로서도 정면으로 맞받아치기 힘들 만큼 강해져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저 정도의 성장세를 낼 수 없다.

아마 발린은 알지 못하는 사술 등을 써서 출력을 늘인 게 틀림없었다.

‘우선은 이 상황을 반전시키자!’

어차피 존재 인식을 통한 탐색은 끝났다. 황제가 가진 강대한 힘의 크기, 그리고 그 위치를 알았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남은 건 당장 눈앞의 군세를 막는 것.

그리고 진군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었다.

이른바 보너스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썬더 피스트!”

막 도망치던 병사를 쫓던 고블린들의 머리 위로 주문 한 마디가 들렸다.

고개를 든 고블린들에게 주먹 형상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캬아아아!”

“마법사다! 놈을 없애!”

“화살을 준비해라! 궁대! 마법부대!”

노스트라 제국군은 갑작스런 공격에도 신속하게 대처했다.

갖가지 이종족들이 섞여 있음에도 전혀 혼란이 없는 건 칭찬해 줄 만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최우선적으로 다가오던 몬스터들에게 발린은 그대로 손을 휘저었다.

선명한 주문 영창이 끝나자 불기둥 여러 개가 나타났다.

화르륵! 투쾅!

“크어어어!”

막 발을 내딛던 오거 서넛이 다리를 붙들고 괴성을 내지른다.

이미 없어진 다리를 찾는 모습은 일견 처량해 보였다.

하지만 자비를 베풀기엔 다른 적병들의 기세가 너무 날카로웠다.

“마, 마법사님! 당신은...!”

“도망가! 어서!”

발린은 그렇게 외친 뒤 손을 휘저었다. 그 끝에서 윈드 블레이드 여럿이 불길을 머금고 내쏘아졌다.

화르륵!

불이 옮겨붙은 바람의 칼날은 기병대의 늑대들을 여지없이 갈랐다.

“캬아악!”

“크억!”

“뭐야! 저건! 불의 칼날이라니!”

기사들이 쓰러지는 뒤로 새로운 기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놀란 눈치로 마나를 실은 검으로 윈드블레이드를 걷어냈다.

단순 윈드블레이드라면 모를까, 그 위에 불이 붙은 건 처음 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발린은 다시 마법을 쓰려 했다. 쉴새없이 몰아붙여야 적들이 그만큼 이 편을 신경쓰게 된다.

막 마나를 모으던 중이었다. 등 뒤로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사님! 이 은혜, 은혜 반드시 갚겠습니다!”

“은혜는 무슨.”

말만 들어도 울분이 절로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표정이 어떤진 알 수 있었다.

“가라, 그리고 여기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 꼭 기억해라.”

“마법사님!!”

병사들의 울부짖음이 점점 멀어졌다. 그걸 듣고 있자니 묘한 데자뷰가 찾아왔다.

지금과 꼭같은 일이 전생에서도 여러 번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싸워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때는 이렇게 나설 수 없었다.

당장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에.

병사들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나서지 못했다.

분개는 이셀린과 크리스텔을 말린 게 자신이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 팔리아스를 토닥이던 것도 자신이다.

그리고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병사들의 비명에 시달린 것도 자신이었다.

“그걸 바꾸라고 얻은 회귀인데, 이번에서마저도 안 나설 수는 없지.”

발린은 그렇게 말하며 땅에 양 손을 대었다.

대지에 깃든 거대한 마나가 마음대로 움직였다.

어스 스피어!

마나를 집중하자 단단히 굳어진 흙이 창날 형태로 솟구쳤다.

막 다가오던 기사들은 그대로 꼬챙이신세가 되어야 했다.

“케흙!”

“깨개갱!”

늑대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도 그들은 양반이었다.

말 위의 기사들은 그마저도 지르지 못했다. 애시당초 그들만을 노렸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열이 쓰러지자 서서히 진군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너, 너 먼저 가.”

“아, 안 돼. 너 먼저 가.”

노스트라 제국 기사들이라고 죽음이 안 두려운 건 아니었다.

눈앞에서 수십 명이 죽자 그들은 서로 앞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허나 발린은 쉴 새가 없었다. 새로운 공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궁대! 발사!”

기사들의 뒤로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하나같이 마법사를 죽이기 위해 마나를 가득 담은 특제 화살들이었다.

실드로 대응할 수도 있었으나 그건 쓸데없이 마나의 소모가 심했다.

발린은 대신 트와일라잇을 뽑아 휘둘렀다.

부아아앙!

빛의 검날이 화려하게 춤추며 화살들을 베어냈다.

이를 본 적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억!!”

“오러블레이드! 아니, 저 자는 마법사일 텐데!”

“거물이다! 놓치지 말고 없애라!”

사방에서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움직였다.

등 뒤를 돌아보자 늑대를 탄 기사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이 곳 선봉대의 시선을 완전히 끌어모으는 덴 성공한 것 같았다.

한 번 더 존재 인식을 쓰자 그 뒤로 도망가는 병사들이 확실히 감지되었다.

‘됐다.’

자신이 여기 있는 이상 적들의 공세는 지체될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발린이 의도하는 바였다.

“이런 제길할.”

발린은 마음 속의 두려움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연기가 꽤나 잘 되었다.

“네놈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마검사. 절대 놓치지 않겠어!”

“확실히 그런 것 같군.”

하늘 위로 드리워지는 마나는 분명 공간이동을 막기 위한 게 틀림없었다.

일반 마법사라면 이제 여기서 싸우고 싸우다가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발린은 여유만만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 감정에 따르듯 트와일라잇에서 나온 빛의 검날이 춤을 추었다.

“케흙!”

“쿠오아악!!”

감정과 의지에 따라 검날은 크기와 형태를 바꿨다.

마족을 죽일수록 분노가 커지자 그것도 뜻을 같이했다.

스스스스.

십 미터 가까이 커진 빛의 검이 보이자 군단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하아!!”

발린은 기합과 함께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스가가각.

모여 있던 수백의 투사들이 일순 허리째로 베여나갔다.

거대한 몬스터 병사도, 작은 고블린도 예외는 없었다.

푸확! 투카학!

피가 솟구치는 너머로 궁병들마저도 덜덜 떠는 게 보였다. 발린은 그 앞에서 다시 윈드 블레이드를 썼다.

슝슝슝슝.

“캬하악!”

“으끅!”

어찌어찌 화살을 재던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아직 군대의 열은 많이 남았으나, 누구도 이 편으로 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었다.

“네놈들이 계속 내려온다면 너희들은 나를 더 보게 될 것이다.”

발린은 그렇게 한 마디 하고서 자리를 떴다.

제국군은 넓게 퍼져서 진격해오고 있다. 여기 한 곳을 치는 것만으로는 새 발에 난 피였다.

하지만 새의 발도 상처가 많아지면 문제가 된다.

전생에서는 못 했던 게릴라이나, 이번 생은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공격하라! 누구보다 빨리 도착해야 한다!”

다른 곳에 도착한 발린은 아까 본 모습의 재탕에 그대로 마나를 모았다.

이번에는 차디찬 물의 마법! 9클래스의 경지에 이른 덕에 기본적인 출력부터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카아악!!

반투명한 물안개가 군단을 덮었다. 그것이 죽음의 안개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으, 으으으...”

“추웁...꺽.”

노스트라 제국군은 계속해서 쓰러져갔다.

이렇게 두 번째 상처내기가 끝났다.

세 번째 지점으로 간 발린은 땅의 마법, 네 번째 공격에서는 바람의 마법을 써서 처리했다.

그만한 강자가 없다 보니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덕분에 해일처럼 밀려오던 진격속도가 순식간에 느려졌다.

============================ 작품 후기 ============================

오늘의 첫 번째 연재분입니다. 봄비인가 겨울비인가 모르겠지만, 제대로 맞아서 그런가...몸이 으슬으슬하네요

독자 여러분들은 봄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고생하시지 말고요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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