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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276화 (27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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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발린

경고와 함께 몰려온 것은 고통! 그것도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격통이었다.

이번 생에 난 후로 최대의 고통이 발린의 몸을 엄습해왔다.

이는 회귀 전에도 한두번밖에 느껴보지 못한 아픔이었다.

하지만 발린은 사력을 다해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자세를 풀거나 소리지르면 마나가 그대로 헝클어져 버린다.

그럼 그 다음은 거의 정해진 수순으로 마나 폭주다.

손쓸 틈도 없이 죽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안 돼. 겨우 얻은 기회를 여기서 잃을 순 없어!’

한편 실-레논은 능숙하게 마나를 움직였다.

그 행보는 마치 수십 년 된 경험많은 요리사처럼 여유로웠다.

혈관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점점 속도를 높이는 마나!

이에 따라 고통은 점점 배가되어 갔다.

‘컥! 커헉! 컥!’

발린의 입술 사이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강제로 혈류 속도를 높이다 보니 몸이 죽기 시작한 것이다.

‘다 될 때까지만 버티면 어차피 다시 재생될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 중간에서 의식을 잃거나 자세를 흐트러뜨리면 내 책임은 절대 아니니 알아서 하고.’

몸 자체가 새로 구성되니 그 과정에서의 상처는 전부 재생된다.

그러니 그 동안 몸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참아라!

실로 드래곤다운 효율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네 녀석은 마나에 에테르까지 넘쳐나서 생각보다 쉽겠군. 다행으로 여겨라.’

‘이게 쉽다고?!’

발린은 머릿속의 실-레논에게 격렬히 외쳤다.

깨달음을 얻어 9클래스가 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소드마스터들에게 물어봐도 각성은 달콤하지 아프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

한데 지금은 거의 죽을 것 같은 고통만이 있었다.

‘깨달음이 없는 빈자리를 강제적인 힘으로 채워넣은 결과다. 그건 네가 참아야 할 몫이지. 그렇지 않나, 인간.’

말하자면 이것은 정상적인 궤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발린은 그 말을 듣자 그제서야 납득했다.

바르지 않은 길이니 그만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다.

‘하는 수 없지...!’

하지만 발린은 마법사, 미지의 것에 대한 탐구심은 누구 못지않게 강했다.

와득! 와득! 우드득!

에테르가 섞인 마나가 점점 속도를 올렸고, 그에 따라 온 몸에서 죽은피들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순간부터 피 대신 살점이 몸 밖으로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피부가 터지고 덩어리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제 형체를 잃었음에도 발린은 죽지 않았다.

밀려난 자리를 새로운 살과 피가 채운 덕분이다.

그렇게 수 시간이 지나자, 솟아나오던 새 살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푸욱.

재구성이 끝난 몸이 살덩어리 속에 파묻혔다.

겉으로는 예전의 발린과 똑같았으나, 전체적으로 약간 성장한 모습이다.

“...으윽.”

한동안 시간이 더 흐른 뒤, 발린이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잠시 둘러보던 중 코끝에 무서울 정도로 역한 냄새가 풍겼다.

“크아악!!?”

급히 일어선 발린이 물러나자 살덩이들이 철퍽거리며 흩어졌다.

촤아악.

물의 마나를 모아 몸을 씻자 그제서야 냄새가 조금 덜해졌다.

-다 끝났다. 네 재구성도, 그리고 내 일도.

옆에서 보고 있던 실-레논이 입을 열었다.

어느샌가 몸에서 다시금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이건...?”

-약속했던 대로 육신을 재구성해 주었다. 전체적인 마나량이나 에테르의 양, 그리고...뭐, 여러 가지가 늘어났겠지. 육체가 없는 나야 알 수 없지만.

“그렇군. 약속을 지킨 건가.”

발린은 바뀐 몸을 한 차례 훑어보았다.

다섯 개의 마나 서클도, 그리고 거기 둘러친 테두리와 깨달음도 전부 멀쩡했다.

다만 일전보다 훨씬 유연해졌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였다.

‘단순 탄력만 생긴 게 아니라 내구성도 훨씬 강력해. 이러면 마나가 역류하더라도 한계치가 훨씬 높아지겠지.’

이로써 전투시 몸에 쌓이는 데미지가 더 늘어도 괜찮아지게 된 것이다.

몸이 가벼운 걸 보아하니 마법뿐만 아니라 검술 측면에서도 꽤나 진보를 이룬 것 같았다.

“...어디.”

발린은 들고 있던 트와일라잇을 잡아 보았다.

부웅.

안정된 형태의 검날이 돋아났다. 마음만 먹으면 오러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오러블레이드보다 지금 나타난 검날이 훨씬 더 강력했기 때문이다.

“오호라.”

짧은 감탄을 터뜨린 발린의 눈이 제 몸을 더듬었다.

일전엔 없었던 몸의 비율이 완벽히 잡혀 있었다.

예전의 몸이 수련으로 끌어올린 것이라면, 이건 태어날 때부터 완벽했다는 느낌이다.

“...외모도 괜찮게 바뀐 건가? 그다지 필요없긴 하지만 준다면야 감사히 받아주지.”

발린은 검을 든 채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자세가 천천히 움직이나 싶더니, 이내 다양하게 바뀌었다.

만류의 검을 다시금 운용해 보는 것이다.

즈아아앗.

보이는 검류와 보이지 않는 검류가 합쳐지며 공간을 갈랐다.

그 사이에서 발린이 천천히 한 차례의 검무를 끝냈다.

‘딱히 정신적인 깨달음이나, 새로운 검로가 보이지는 않아.’

시연을 마친 소감은 이랬다.

몸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깨달음이 있던 것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러블레이드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현상을 생각하던 발린은 곧 한 가지 결론을 생각해냈다.

지금껏 마법의 클래스에서 얻은 성취의 상당부분이 검술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막힌 둑이 터진 것처럼...어느 정도의 균형은 맞춘다는 건가.’

앞으로는 조금 더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리라.

굳이 적과 싸울 때 헤이스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실-레논이 감탄하며 말했다.

-네놈, 그 정도의 무위라면 내가 알고 있던 고대 영웅들에 뒤지지 않군. 아니, 오히려 그 위다. 넌 그 묘인족 계집처럼 굳이 뭘 가르쳐 줄 이유가 없겠어.

“그래?”

발린은 왠지 모를 뿌듯함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가 익힌 만류의 검은 팔리아스를 비롯하여 전,현 세상의 강자들이 두루 손을 빌려준 검법.

그것이 천 년 전 드래곤의 시대의 무예를 능가했다니 현 시대인으로서 자존감이 어깨를 쫙 편 것이다.

“당연하지. 이게 누구의 검법인데. 이걸 만든 녀석은 천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그랜드마스터의 길을 스스로 개척한 천재야. 그 후로도 마왕군을 상대하며 성장하고 또 성장했지. 옛날의 영웅들 따위가 녀석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

-흥. 감히 인간 따위가.

우쭐한 발린의 자랑에 실-레논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도 은연중 발린의 말을 인정하는 듯 싶었다.

영혼이 만든 소년 형체의 눈가가 떨리고 있었으니 거의 확실했다.

“그럼 이만 가마. 네놈이라면 소멸하는 한이 있어도 날 죽이려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군.”

-흥. 내 시신을 주면서 했던 의무가 있으니 살려두는 것 뿐이다. 내가 일을 시키고 내가 죽이는 건 레-호트나 할 짓이지.

가볍게 몸을 푼 발린은 이내 문제가 하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깐만, 이거 곤란한데.”

새 몸을 얻은 건 좋은 일이다.

허나 마냥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는 법.

이번에 생긴 곤란한 일은 바로 입을 옷이 없다는 간단한 문제였다.

예전의 옷을 끼워입으려 해도 이미 살덩이 속에 파묻혀 꺼내입을 수조차 없었다.

“이런.”

발린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자.”

영원묘에 도착한 발린은 아공간에 넣은 실-레논의 뼈를 카투아에게 양도했다.

자신이 발린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생각했던 카투아는 몇 배로 기뻐했다.

그뿐이랴. 신용까지 충분히 쌓였으니 더 이상 거래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야기가 끝난 발린은 환상 마법을 몸에 두른 뒤 황궁에 가 옷부터 구했다.

지금부터 향할 곳은 동맹 세력이 있는 곳.

격식도 없이 들어갈 순 없었다.

스팟.

영원묘를 통해 사파이어 타워로 간 발린은 우선 알베르토부터 먼저 찾았다.

손에는 일전에 만들었던 스태프를 든 채였다.

“앗!”

“당신이 발린 공?”

사파이어 타워의 마법사들은 발린의 말에 깜짝 놀랐다.

느닷없이 세계 최강의 마법사가 찾아 온 셈이니 당연 믿을 수 없을 터.

허나 그것도 발린이 직접 8클래스 마법을 선보이고 나서 풀렸다.

얼마 후 알베르토와 대면한 발린은 우선 스태프부터 건넸다.

“이건?”

검은 스태프를 받아든 알베르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건 도대체 무엇입니까. 공. 엄청난 어둠의 마나가 느껴집니다.”

“이건 당신의 새로운 스태프입니다. S급 아티팩트라고 하니까 잘 간수하는 게 좋을 겁니다.”

“뭐라고?!S급 아티팩트?!"

알베르토는 어찌나 놀란 나머지 존댓말마저 잊고 소리쳤다.

하지만 발린이 내 준 건 분명 그가 직접 가공한 S급 아티팩트가 맞았다.

“어둠의 마나를 통해 시전한 마법의 마나 절반을 돌려받을 것이고, 주변에 소유자만 멀쩡한 역장과 독연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파괴력도 크게 향상되니 아무쪼록 잘 쓰십시요.”

“...이걸 제게 주는 이유가 뭡니까? 위험하기라도 한 겁니까?”

대뜸 받기보단 무슨 이유로 주는지 의심하는 모습.

과연 발린이 탐을 낼 만한 수하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발린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하사품이다.

예전부터 자신을 따라 온 것에 대한 확실한 포상.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따르게 할 족쇄로서 기능할 하사품!

“감사합니다. 발린 공! 평생을 아끼겠습니다. 클로드 탑주님께도 필히 말씀드려 루비 타워에 평생을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요. 이 스태프에 흠집 하나 내지 않을 터이니!”

몇 번이고 감사하며 고개를 내리찧는 알베르토.

이마가 까져 피가 났으나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 마십시요. 어차피 그거 단단해서 다이아몬드로 긁어도 안 상할 겁니다.”

“하기야 그렇겠지요. 하하하하.”

알베르토는 발린이 농담으로 한 말인 줄 알고 크게 웃었다.

이 스태프의 재질이 무엇인지 알면 아마 심장마비로 죽을 게 틀림없었다.

사파이어 타워에 사슬을 건 발린은 루비 타워로 가 대장벽과 관련된 협상을 마쳤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신속하기 짝이 없었다.

발린이 가져다준 건 그뿐만이 아니다.

뱀파이어의 피를 이용했음에도 지지부진하던 목걸이 아티팩트의 열화판.

그것이 이번에 카투아에게 얻은 흡수의 지식을 응용하자 드디어 해답이 보인 것이다.

“...이대로라면 가능해요! 굳이 뱀파이어의 피를 사용하여 마력을 강화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엘리아는 학구열을 활활 태우며 응했다.

한창 그러던 문득 그녀가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발린 스승님, 어째 모습이 좀 바뀐 것 같은데요?”

“내 모습이? 뭐가?”

“글쎄요...생김새라 해야 하나. 얼굴이랑 느낌은 비슷한데, 뭔가...그...성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말을 끝맺지 못하고 엘리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바뀐 발린의 모습을 차마 더 바라볼 수 없었던 탓이다.

“...이 모습이...?”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발린은 레벤과 소냐에게 의견을 물으러 갔다.

소냐는 안드로포스,레벤과 같이 황도에 머물고 있었다.

주로 황궁 연무장에 모인 그들이 하는 것은 오직 수련!

마왕군의 위협을 본 만큼 결코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아압!”

발차기가 허공을 가르고, 오러를 담은 그것을 안드로포스의 거검이 튕겨낸다.

투웅!

둘 다 아티팩트를 쓰지 않고 하는 대련이다.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그랜드마스터 간의 싸움!

기세 하나만큼은 무서울 정도로 살벌했다.

발린이 도착한 건 그 싸움의 한복판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세 번째 편이자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 편 작품후기까지 따라와 주셔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힘내어 완결편까지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 일전에 프리미엄 관련해서 오해가 있으신 분들이 계시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3월 초에 완결이 될 거라 보고 있어요.

완결후엔 타플랫폼에 이북 형식으로 만들거나 해야 할 거고요.

그것을 위해선 노블에서 불가피하게 프리미엄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결 이후입니다.

노블레스에서 프리미엄 전환 공지 후 변경되는 것은 90일 이후이니 지금 미리 변환신청을 해 둔 것이니까요.

즉 계속 보시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노블레스에서 완결편까지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안심해 주십시요.

그럼 저는 이만 내일 글을 위해 가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가시기 전에 추천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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