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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234화 (23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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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마법

뱀파이어들의 자살 행렬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었다.

그 사이 발린은 심부름꾼을 자처해 곳곳을 돌아다녔다.

“정찰대 인원분들! 유적 안쪽에서 가디언이 나와 원병이 필요하니 급히 돌아오시랍니다!”

“2정찰대 인원분들! 단장님께서 여러분들 쓰시기 좋은 아티팩트를 발견했다고 긴히 저를...”

주변에 널리 퍼져있던 정찰대들도 빠짐없이 함정에 걸려들었다.

혹여 정찰에서 돌아와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않게 하려는 발린의 배려 덕분이었다.

평상시였다면 암호를 묻거나 검증절차를 거쳤을 터, 하지만 지금 뱀파이어들은 그런 걸 일체 생략하고 유적 안으로 들어가려 애썼다.

S급 아티팩트가 가득한 드래곤의 보물고란 그만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만 가져도 세상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보물이 수백수천 개!

상위 뱀파이어의 지시가 없는 한 그 욕심은 모든 것에 우선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할 상위 뱀파이어는 다름아닌 단장. 발린은 이 때문에 그를 가장 먼저 영원묘로 들여보냈다.

단장이 사라지자 나머지를 설득하는 건 급격히 쉬워졌다. 자유의사를 가진 뱀파이어들은 불꽃에 다가가는 부나방처럼 사라져 갔다.

“...끝났나?”

작업이 끝났을 때는 거의 새벽 즈음, 8천여 명의 뱀파이어 군단 전체가 유적 안으로 사라졌다.

발린은 그 사이 다시한번 보물고의 복구 상태를 점검했다.

열심히 본 덕분인지 보물고의 공간왜곡 마법은 어느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됐다.”

그제서야 안심한 발린은 보물고의 최하층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역시나 스카이 키.

강력한 S급 아티팩트인 것도 있지만, 전생에서 오래 쓰며 손에 익은 만큼 최대한 빨리 손에 쥐어보고 싶었다.

“오랜만이다. 녀석아.”

손 안에 쥔 지팡이는 목소리를 듣자 가볍게 웅웅거렸다.

자연스러운 반발이겠으나 발린에게 있어선 환영 인사처럼 느껴졌다.

무려 반백 년 가까이 온갖 전장을 함께했던 파트너!

전생에서는 끝내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성공을 이 녀석과 같이하고 싶었다.

“후후.”

가볍게 웃은 발린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보물고를 샅샅이 뒤졌다.

다음으로 찾은 건 전생의 팔리아스가 쓰던 신검! 이름은 모르겠으나, 팔리아스는 허밍버드란 이름을 애칭으로 붙였었다.

거기에 맞지 않게 무서운 살상력을 지녔으나, 발린은 이번에도 그 뜻을 존중해 허밍버드란 이름을 붙여 줄 작정이었다.

“팔리아스 것도 챙겼으니, 이셀린이랑 크리스텔은 지금 세상에 없지.”

인원 구성에 차이가 생겼으니만큼 예전과 똑같이 고를 수는 없었다.

발린은 머릿속으로 남은 인원들을 생각했다.

‘우선 안드로포스를 위한 새 무기도 있어야 하고. 에블린과 미나르바 백작을 보호해 줄 방어용 아티팩트 두 개. 거기다 엘리아,레벤,소냐,알베르토...이거 생각보다 곤혹스러운데?’

선택지도 사람도 많아지니 저도 모르게 골치가 아파왔다.

남들이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 하겠으나, 당장 생각하는 입장으로선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걸 골라야 하나, 저걸 골라야 하나. 어떤 건 이게 좋을 것 같고, 어떤 건...’

고민을 하면서도 발린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우선 반드시 가져가야 할 아티팩트 몇 가지는 미리 생각해 둔 덕분이다.

얼마 후 보물고 한쪽 구석엔 커다란 대검 한 자루, 동그랗게 생긴 반지 같은 아티팩트가 쌓이기 시작했다.

각 인원들을 위해 선별한 아티팩트를 놓기 시작한 것이다.

‘카투아가 말했던 허용치는 총 열 개! 많다면 많은 거겠지만 줄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야! 신중하게 고르자.’

어차피 실-레논의 시체가 있는 만큼 너무 이 곳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아티팩트가 엄청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여기에 매달리기만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흠...”

발린은 알베르토를 위해 스태프 하나를 챙기려다 이내 미련을 버렸다.

“이 녀석은 실-레논의 시체로 가공해 주지 뭐. 정 안 되면 다이아몬드 타워에 있는 그걸 어떻게든 받아내기라도 하면 되고.”

인원에 맞춰 아티팩트를 고르다 보니 열 개의 제한은 너무나도 적게 느껴졌다.

“어디 보자...”

전투용 아티팩트와 지원가용 아티팩트는 금방 찼으나, 문제는 제작자. 엘리아를 위한 아티팩트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녀에게 줄 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단순한 보호 마법의 아티팩트를 주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보호 마법은 내가 따로 걸어주면 될 테니, 최고의 제작을 위한 요건을 만들어줘야 해...어디 에테르를 조작할 수 있는 아티팩트는 없을려나?’

가장 바라는 건 역시 매직메이커의 상위호환형 아티팩트다.

물론 나중엔 엘리아의 것이 되겠으나, 그 전에 발린은 그걸 이용해 할 게 있었다.

‘저번에 얻은 드래곤하트와 실-레논의 시체! 그걸 가공하려면 매직메이커로는 안 돼. 보다 강한 게 있으면 좋을 텐데...’

발린은 답답함에 머리를 박박 긁었다.

그렇게 십여 개의 보물고를 돌았으나 그가 원하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뱀파이어들을 처치할 때까지만 해도 잘 되나 했더니, 그의 행운은 여기서 다한 모양이었다.

이리저리 뒤적이던 발린의 눈에 어떤 반지가 띈 것은 극히 우연이었다.

“...뭐야, 저건.”

겉보기에는 보통의 금반지이나, 그 보석 색깔이 굉장히 탁한 회백색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냥 보물이라 하기에도 뭣하고, 아티팩트라 하자니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의 마나가 든 아티팩트인가?”

호기심이 든 발린은 마나를 불어넣어 보았다. 허나 어둠의 마나가 있다면 응당 나와야 할 반작용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뭐야.”

의아한 탄성을 낸 발린은 무심결에 그걸 들어 손가락에 꼈다.

다음 순간 그의 머릿속에 엄청난 숫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몸이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몸이야!!

-우리의 것이 되어라! 그리하여 못다 이룬 우리의 꿈을 영원토록...!

-새 몸이다! 으하하하! 이제 네 녀석은 나 브륀 비어드브론즈에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떠드는 듯한 혼잡함.

아무 효과도 없는데도 듣고 있자니 절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악령이라도 깃든 건가. 안 그래도 심란한데 뭐 이딴...”

발린은 조용히 그걸 빼려 했다. 그러자 목소리들이 저마다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이 인간은 멀쩡하지? 우리의 제어력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을 텐데!

“그야 그렇겠지.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정신공격에 면역이거든.”

아마 이 반지를 만지는 건 자신이 마지막일 터, 그런만큼 친절하게 대답해준 발린이다.

그가 다시금 손에 힘을 주자마자 목소리 수십 개가 일제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안 돼! 빼지 마!

-제발 못 만든 걸작을 이어가게 해 줘! 부탁하마! 연자여!

영혼들의 울부짖음은 간절했으나, 발린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반지를 빼내려 했다.

-연자여! 도와 주게나! 우리는 대장장이의 혼령들! 사악한 게 아니라 그저 못 만든 작품들이 기억에 남아 여기 흘러들어온 것이라네!

그 대답을 들은 순간 움직이던 손길이 딱 멈췄다. 발린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대장장이의 혼령들이라고? 조금 더 자세히 말해봐.”

***

천 년 전에도, 이천 년 전에도 그들이 없는 세상은 존재치 않았다.

제작자들. 그들은 역사조차 남지 않은 옛날부터 무언가를 만들었고, 그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모든 것을 창조한 주신 레이안부터 세상을 제작했다 하니, 어쩌면 제작자들의 계보는 세상의 처음부터 이어져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문명이 절정기에 이른 것은 누가 뭐래도 드래곤의 시대였다.

드래곤들이 신처럼 숭배받던 때, 그들의 마법기술은 제작자들의 기술과 만나 끝을 모르고 강해졌다.

이들, 혼령들은 그 시대를 영위하던 최고의 명장들이었다.

저마다 살아온 시기는 달랐으나, 더 많은 걸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공통적이었다.

그렇기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혼령 반지.

드래곤들의 시대 초반에 만들어진 이 반지는 온 세계의 대장장이들 중 최고의 인물들만을 빨아들였다.

물론 강제로 그런 것은 아니다. 성불할 것인지 여기 남아 작품을 만들지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었다.

쉬고 싶은 마음보다 욕망이 더 강한 혼령들은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모인 최고의 명장 명장 수십 명이 반지 안에 들어왔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았다. 문제는 이 반지를 한 드래곤이 눈독들였다는 것이다.

‘순수한 작품욕으로 모인 대장장이들의 반지라...위험하지만 굉장히 흥미롭군, 너희들 내 밑에서 일해라.’

대장장이들 입장에선 대환영이었다. 움직일 몸도, 만들 재료와 시설도 다 준다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수백 년을 더 있었다. 그러다 그들이 마왕을 처치하러 움직였다.

‘잠시 보물고에서 보관되어 있도록 하라. 일은 금방 끝날 테니, 그 때동안 휴가라 생각하고 있으라고.’

드래곤은 그렇게 말하고 천 년동안 오지 않았다. 영원한 휴가를 견디지 못한 상당수가 미쳐 버리고 말았다.

많던 대장장이들 중 제정신을 유지하는 건 열 몇 남짓! 지금 발린에게 말을 거는 것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천 년 동안 고통받아 왔다. 그 원한 때문에 본래 오렌지빛이어야 할 보석도 탁한 회백색으로 물들어 버렸어! 더 이상 기다렸다간 우리 모두 미쳐버려 영원히 이 안을 떠도는 원념이 될 터. 아까 일은 사과할 테니 제발 부탁이네. 우리를 바깥으로 내어 무언가를 만들게 해 주게!

처절하게 외치는 혼령의 목소리! 살아 있다면 피라도 토했을 법한 간절함이 엿보였다.

발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그가 찾던 것 그 자체였다.

고대의 아티팩트 지식을 담은 대장장이의 혼령이 세트로! 이만한 선물은 두 번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엘리아에겐 자질이 있지만 좋은 스승이 없어. 나는 아티팩트 메이킹에 특화된 게 아니니까. 이 녀석들이라면 그 부분을 충분히...아니, 완벽하게 메워줄 수 있을 거야!’

더없이 완벽한 아티팩트이나, 딱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대장장이들의 원념! 고결한 영혼이란 고유능력이 있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까 전 그대로 몸을 뺏겼을 것이다.

발린은 혼령에게 그 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다 좋은데, 이걸 쓰면 그대로 몸을 뺏을 거잖아? 나 말고 다른 사람이더라도 마찬가지고. 안 그래? 그런데 내가 너희를 어떻게 믿고 도와주지? 생각해 봐, 너는 네 집을 호시탐탐 노리는 강도랑 같이 살 수 있나?”

다 맞는 말이었기에 혼령은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사람 혼을 빼앗고 대신 자릴 차지해 아티팩트를 만들다니, 그 점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은 역시...”

-다시는 그러지 않겠네. 무슨 맹세든지 하지. 제발! 부디 우리를 도와주시게! 여기만 아니면 됨세!

혼령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간신히 찾은 구원의 손길이 사라진다 생각하니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걸 증명할 게 없잖아?”

-그대가 무엇이든지 제약을 가해도 좋네! 미쳐버린 동료들이라면 모를까, 남은 우리는 절대로 그러지 않음세. 맹세하네! 부디...제발...부탁하네...

말하다 못해 흐느끼는 혼령, 이에 맞춰 다른 목소리들도 일제히 울음소리를 냈다.

천 년 동안 어지간히 힘들었을 터. 발린은 가볍게 혀를 찬 뒤 말했다.

“좋아, 대신 나도 안심할 수 없으니, 그런 조짐이 보인다면 당장 네녀석들을 다른 유적으로 가져가겠어. 죽은 드래곤들의 묘지가 모인 곳이니 아마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있어야 할걸?”

-드래곤들의 묘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이야기에 혼령들이 일제히 펄쩍 뛰었다.

말이 세상이 끝날 때지, 사실상 영원히 갇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걱정하지 말게. 아티팩트만 만들 수 있다면 이 친구들도 머지않아 제정신을 차릴 터. 그 때 주지시킨다면 절대 헛수작질은 하지 않을 걸세. 말했다시피 이 친구들은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 남은 거니까.

혹여 그렇게 될까 허둥지둥 대답하는 혼령.

그 앞에서 발린은 씨익 웃으며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좋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너희들 이 보물고에 배치된 아티팩트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아티팩트? 그야 물론이네. 이것들이 처음 들어올 때 우리도 같이 들어왔으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지.

“그럼 됐네. 앞서 말한 조건에 보물고의 안내. 그것만 지켜 주면 좋은 사람을 한 명 붙여 주도록 할게. 어때?”

여기서 거절하면 다시 보물고 보관형이다. 혼령들은 미친 듯이 수락의 의사를 표했다.

============================ 작품 후기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번째 편이자 오늘의 마지막 편이네요.

어제라 해야 하나. 여하간 치과를 갔다 와서 약간 컨디션에 난조가 있었습니다만.

어쨌건 완성! 했습니다. 오늘 편.

이번 작품후기까지 따라와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이제 곧 설날인데...

...그래도 전 3연재 일일로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요.

완결까지는 아마도 쭈욱...

그럼, 내일도 모레도 잘 부탁드립니다! 가시기 전에 추천 하나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질문에 대한 답변인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조만간 내용상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적 덕분에 중복된 부분 하나 찾아 없앴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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