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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221화 (22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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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딤 연방제국의 새로운 황제

“그럼 당신이 혼자 온 것도 그래서겠군요.”

“아...예. 그렇습니다.”

안드로포스는 순순히 긍정했다.

그도 무인인지라 에이블 공작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발린이 지시한 사항도 있으니 움직일 수 없었는데, 때마침 레벤이 먼저 가라고 허락을 내 준 것이다.

‘저 사람한테는 안 져요. 그 때나, 지금이나. 결과는 같다는 걸 보여드려야겠지요.’

그렇게 말하는 레벤의 뒷모습이 안드로포스가 본 마지막이었다.

이야기의 전말을 다 들은 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레벤과 에이블 공작은 일대일 승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쿨카가 아니라면 안심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유부릴 수는 없었다. 발린은 속도를 더욱 내었다. 안드로포스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였다.

***

거대한 검은 거인이 교황청에서 나타나고 쓰러지기까지의 시간은 대략 십여 분.

그러나 그 임팩트는 거인이 쓰러진 뒤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혼란스러워하는 시민 사이를 두 명이 주파한다.

그 방향은 에이블 공작가가 있는 쪽이었다.

파앗! 타탓.

저택 사이를 지나다 담장을 넘은 발린이 한 차례 안쪽을 훑었다. 정원 한가운데서 레벤을 발견한 그가 눈을 빛냈다.

“...아!”

뒤이어 올라온 안드로포스도 마찬가지로 레벤의 모습을 확인했다.

외곽 담장에서 정원 가운데까지는 이십 미터가 넘는다.

하지만 둘에게 있어서 그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발린은 그대로 내려가며 입을 열었다.

“레벤! 레벤! 너 괜찮아?”

“...!!!”

흘긋 돌아간 고개가 발린을 향했다, 다행히 얼굴에도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한달음에 그 편으로 다가간 발린이 유심히 레벤의 온 몸을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몸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처음 담장 너머로 올라와 봤던 것과 꼭 같았다.

“...별다른 상처는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어디 아픈 덴 있어?”

“...아뇨. 없어요.”

레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얼굴을 가린 통에 무슨 표정을 짓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이야 처음 볼 때 따로 상처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발린은 어조를 약간 높이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다고? 정말이야?”

“...그, 이거.”

레벤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빛을 뿜어내는 사과만한 크기의 보석. 드래곤하트다.

“이건 드래곤하트...네가 계속 가지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아까 싸우다가 미처 마지막 한 수에 허를 찔려서, 저는 피했는데 이게 그만 뚫려 버렸어요.”

“뭣?!”

드래곤하트가 창에 꿰였단다. 세상에 세 개밖에 없을 보물인데 말이다.

발린은 황급히 드래곤하트를 빼앗아 살폈다.

확실히 겉표면의 빛이 꽤나 사그라들어 있었다.

눈을 못 뜰 정도로 뻗어나오던 것이 이제는 그럭저럭 밤을 밝힐 수 잇을 정도로 변했다.

어딜 꿰뚫렸는진 모르겠지만 꽤나 많은 에테르가 손실된 것 같았다.

레벤은 못내 미안하다는 듯 한 가지를 더 덧붙였다.

“죄송해요. 발린, 그....관리를 못해서. 안드로포스 공에게 미리 맡겼어야 하는 건데.”

“아니, 이건...”

드래곤 하트를 살피던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레벤은 풀이 죽은 것 같으나, 사실 이건 오히려 전화위복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본래 드래곤 하트는 에테르로 가득 차 그걸 추출해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 번 창에 꿰이며 에테르가 어느 정도 사라진 덕분이다.

에테르가 사라진 드래곤하트의 표피, 거기엔 마나선을 얼마든지 새길 수 있었다.

천고의 기보인 드래곤하트를 아티팩트로 만들 길이 생긴 것이다.

‘드래곤하트로 만드는 아티팩트라, 이건 전,현생을 통틀어서 처음 해 보는 짓거리겠군.’

발린은 실실 나오는 웃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어차피 레벤은 지금 발린 바라기인 상태, 그렇다면 그녀에게 숨기는 것보단 괜찮다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아마 이대로 두면 자기 때문에 발린의 일이 망가졌다며 계속 우울해할 테니 말이다.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덕분에 일이 좋게 풀릴 것 같은데?”

“...네?”

푹 숙여져 있던 레벤의 고개가 살며시 들렸다.

발린은 천천히 그가 생각한 것을 말했다.

“그럼, 은공께서는 이것으로 아티팩트를 만드실 생갂이십니까?”

“네. 그럼 안 되나요?”

발린의 물음에 안드로포스는 고개를 저었다.

“천부당만부당한 말씀. 은공의 것이니 은공께서 어떻게 쓰든 제가 무슨 말을 올리겠습니까. 게다가 그 행보, 제가 보기에도 괜찮습니다. 드래곤하트의 힘은 인간이 감히 다룰 수 없는 권능. 그렇다면 그걸 아티팩트로 만들어 일부나마 꺼내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일부라...”

발린은 대답을 전부 듣자마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눈앞의 안드로포스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신격 존재인 마왕을 봉인할 정도의 강대한 권능!

그러나 원리만 안다면 충분히 응용가능한 힘이다.

이미 에테르를 탐구하고 있기에 확신이 있었다.

이야기를 일단락한 발린은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이블 공작도, 공기중의 에테르도 없다.

남은 건 혼자 있는 레벤뿐이다. 발린의 머릿속에 한 가닥 의문이 드리워졌다.

‘드래곤하트에서 에테르가 새어나갔다면 분명 공기중에 잔재가 남아있어야 할 텐데? 어째서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

우선 상황을 들어보는 게 먼저인 듯했다. 발린은 레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레벤, 그럼 아까 일대일 대결은 어떻게 됐어? 에이블 공작과 싸웠다면서.”

“네, 제가 시종일관 이기다가 그 사람의 최후의 일격에 그만 가슴팍이 뚫려버렸어요.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전략에 익숙하지 않아서...드래곤하트랑 같이 뚫려버렸는데, 그걸 수습하는 사이 에이블 공작은 도망가 버렸고요.”

레벤은 말을 마친 뒤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발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슴팍에 일격을 맞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런 것 치고는 멀쩡한 모습이다.

잠깐 생각하던 발린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창날을 맞자마자 엄청난 신성력으로 상처를 치유했을 것이다.

지금 그녀의 몸은 무한한 신성력의 보고다.

마음만 먹는다면 트롤보다 몇 배는 빨리 재생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 가슴팍을 찔리고도 멀쩡하게 있을 수 있겠지.’

가볍게 웃음지은 발린이 다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럼 여기서 새어나온 에테르는 어떻게 됐어?”

“그건...그...제가 흡수했어요. 죄송해요.”

레벤의 대답에 발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약간은 예상외의 답변이긴 했으나, 딱히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

에테르는 엄청나게 귀한 에너지다. 공기중에 흘려버리는 것보단 누군가가 전부 흡수하는 게 당연히 나았다.

그 대상이 적만 아니라면 말이다. 다행히 레벤은 적이 될 일이 없으니, 발린으로서도 그다지 책망할 만한 게 없었다.

발린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이려 했다.

그 순간, 레벤의 어깨가 살며시 그 손을 피했다. 어깨가 다쳤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괜찮아?”

“네? 네. 괜찮아요. 정말로.”

레벤은 대답을 하는둥마는둥하며 몸을 일으켰다.

계속 고개를 숙인지라 얼굴은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여하간에 좀 피곤한 것 같은데, 그럼 이제 황궁으로 가서 좀 쉬어 둬. 교황청에 가면 복구 공사로 한창이니까 어느 정도 체력을 보충한 다음에 가고.”

“그, 그럴게요. 저는 너무 피곤해서 이만...”

말을 마친 레벤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던 안드로포스가 중얼거렸다.

“피곤하다고...? 저 속도를 내는 건 저도 못 합니다. 은공. 아무래도 정말 빨리 쉬고 싶은가 봅니다.”

“그런가 보지, 뭐.”

발린은 가볍게 넘기고 시선을 돌렸다.

레벤의 리액션도 중요하긴 하나, 당장 그보다 더 급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 중 가장 우선해야 할 건 역시 황도 남은 구역의 정찰.

레-호트는 사라졌으나 그 수하들은 아직 황도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잔당의 소탕을 확실하게 해 두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 다음엔 드래곤의 마법이 뭔지부터 확인하고, 루비 타워에 돌아가서 아티팩트 입수와 실-레논의 사체 수거...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군.’

발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아무리 일들을 처리해도 줄어들긴커녕 늘어나는 것 같았다.

마치 회귀 전 40년을 회귀 후 1년에 압축시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다가 마왕은 보지도 못하고 과로사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명이 너무 급하다지만, 가끔은 쉬어주는 것도 괜찮겠지. 한 번에 모든 걸 하려다가 쓰러지는 건 사양이야.’

삼공작 중 두 명이나 잡았다. 이 정도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휴식을 취해 주는 게 맞았다.

아직 그의 인생은 60년 이상 남아있다. 지금부터 전부 해결하려고 땀을 뺄 필요는 없었다.

‘여유, 여유를 갖자. 이번 일이 끝나면 휴양지라도 잠깐 다녀와야겠어.’

어쩌면 휴식을 통해 9클래스로 가는 단서를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심을 마친 발린은 안드로포스에게 아일란을 감시하란 명을 내렸다.

그녀는 황금혈의 뱀파이어 중 한 명이다. 이용가치가 있는 이상은 잘 보고 있어야 했다.

한편 먼저 황궁으로 돌아온 레벤은 멍한 표정으로 걸었다.

발린이 안 보이자 레벤은 언제 숙였냐는 듯 고개를 들었다.

드러난 레벤의 얼굴은 마치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갰다.

“하아아아.”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복도를 걷던 레벤은 일정 시간마다 갖가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거나, 가끔 제 볼을 양손으로 부여잡는 게 그것이다.

한 번이면 모를까, 몇 번을 그러니 자연스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뭔가 수상한데? 이봐.”

“이봐요, 아가씨.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그래? 어느 귀족가 사람인진 모르겠지만 더 이상은 못 들어옵니다.”

안 그래도 간단한 무투복만 입어 겉으로는 그녀가 대신관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거기서 이상한 행동까지 보이니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이.”

“그래. 가지.”

불안한 낌새를 느낀 경비병 여럿이 거리를 좁혔다.

요사이 마족이 두 번이나 등장했다. 당연히 경계도 훨씬 삼엄해질밖에 없었다.

스르릉.

날을 드러낸 창칼이 레벤에게 향했다. 푸른 마나가 스며든 창날은 은은하게 빛을 냈다.

칼소리에 놀란 레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 앞으로는 어느새 창칼이 다가와 있다.

그랜드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레벤은 살며시 볼을 긁은 뒤 말했다.

“제가 누군지 증명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필요한 게 한 가지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조금만 비켜 주시면 안 될까요?”

“어?”

창을 겨누고 있던 근위병들이 순간 일제히 고개를 기울였다.

“비켜 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거리를 조금만 달라는 말이예요. 다른 게 없어서...히.”

헤죽 웃는 레벤의 모습에 경비대장이 목청을 높였다.

타탓!

잘 훈련된 근위병들이 일제히 바닥을 박찼다. 십여 명에 달하는 그들은 각각이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

물론, 레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쉬운 상대였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지은 뒤 몸을 움직였다.

탓. 탓.

“어, 어어?”

창칼을 휘두르던 병사의 입이 쩍 벌어졌다. 목표했던 대상인 소녀가 기이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전부 피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녀, 레벤은 마치 춤을 추듯 천천히 병사들의 창을 엮었다.

휘릭, 휘리릭. 마나가 깃든 쇠창대가 엿가락처럼 구부러져 엉켰다.

그걸 지켜보는 병사들의 낯빛은 점차 밀랍처럼 창백해져 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두 번째 편이며, 세 번째 편이자 마지막 연재는 아마도 아침나절에 게시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추천 하나만 넣어주고 가신다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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