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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95화 (19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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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

신관이 우대받는 건 비단 이 후작가뿐이 아니었다.

교황청에 몰려든 귀족들의 수가 늘어난 건 물론, 거리나 저택에서도 신관들만 보면 귀족들이 한 수 물러줘야 했다.

누구도 감히 레이안 교단을 거스를 수 없는, 그야말로 교단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각 귀족들이 이렇게 쉬지 않고 움직이는 가운데, 경기장의 시설 보강도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중이었다.

“거긴 어때? 준비 완료됐나?”

“예! 준비 끝났습니다. 가동해 보겠습니다!”

한 마법사의 부름에 다른 마법사가 대답하며 마나를 움직인다.

그그긍!

순간 거대한 흔들림과 함께 연무장 주변의 마법진이 빛을 내었다.

스팟! 스팟!

수 초만에 모습을 드러낸 보호막은 한눈에 보기에도 이전보다 훨씬 두꺼워 보였다.

“어디...한 번 실험해 보자구. 쏴!”

“하압! 마그마 폴!”

쏘라는 말이 떨어진 순간 땅에서 솟아난 용암 한 줄기가 보호막을 때렸다.

겉보기로는 평범한 용암이었으나, 저 마법은 무려 7클래스에 속한 고위 마법이었다.

인시너레이트와 동급인 만큼 그 위력은 상상초월! 허나 보호막은 이전과 달리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오...”

“됐어! 성공이야!”

마법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레벤과 실론 간의 싸움을 통해 깨진 후부터 실시한 보강 작업이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설령 오러블레이드로 베어도 뚫리지 않을 수 있었다.

마법사들의 얼굴에도 자신감이 돋아났다. 경기의 준비가 끝났다.

그렇게 흘러간 사흘이 지나고, 마침내 준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경기는 오후에 일정이 잡혀 있으나, 경기장은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레벤과 라이덴 간의 경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발린과 펜잔스의 경기도 충분히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존 최강의 마법사 대 골렘!

말 안해도 승자가 짐작이 가는 레벤-라이덴 간의 라운드완 다르게, 오늘 경기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데서 나오는 재미가 있었다.

“빨리빨리!”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해!”

웅성이는 사람들로 가득찬 경기장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소란스러웠다.

한편 발린은 대기실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네 명밖에 경기가 남지 않았는지라 출전자석은 더 의상 의미가 없었다.

대신 발린은 대기실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흐음...”

휴식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의 컨디션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특별히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레-호트나 안드로포스의 행보를 수색만 해 왔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컨디션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발린은 천천히 사흘 전 들었던 이야기를 상기했다.

창고 안에서 엘리아가 불안한 목소리로 꺼냈던 이야기.

거기엔 다이아몬드 타워의 초조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실은 다이아몬드 타워에서 얼마 전 제게 은밀히 연락을 해 왔어요. 사람을 보내서 직통으로 연락이 되는 수정구를 전달해 주더라고요.”

“통신용 수정구를? 어째서?”

처음 이야기를 들은 발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통신용 수정구는 하나하나가 성 한 채만큼 값나가는 아티팩트다.

그런 걸 공짜로 주면서까지 접촉했다는 건 뭔가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발린의 대답에 엘리아는 한숨을 포옥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저도 그것 때문에 확인하자마자 바로 연락을 해 봤어요.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얘기?”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결국 펜잔스 탑주에게 스승님께서 일부러 꺾여 달라는 거예요.”

고개를 살며시 내저은 엘리아는 다이아몬드 타워의 요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풀어놓았다.

“거기서 나타난 마법사 분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요사이 발린 부탑주가 골렘을 이용해서 승승장구한다고. 덕분에 루비 타워의 위상도 높아지고, 다른 마법사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고요.”

“흐음.”

발린은 가볍게 턱을 긁적거렸다.

지금까지의 말은 어디까지나 칭찬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엘리아가 저렇게 한숨지을 리 없었다.

잠시 기다리자니 역시나 엘리아 쪽에서 천천히 그쪽 마법사들의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더라고요. 저희 측 체면 한 번만 눈 딱감고 세워달라고 말예요.”

“흠?”

저 정도까지 들었으면 그 다음 내용은 눈 감고도 알 수 있었다.

보나마나 한 번만 물러 달라는 것인데, 확실히 정상적인 생각으로 할 말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엘리아의 말은 정확히 발린이 예상한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펜잔스 탑주님께서 세계 최강의 마법사인데, 어떻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요. 그 위신을 봐서라도 한 번만 일부러 패배해 달라고...”

‘역시 그렇게 나오시는가.’

발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다이아몬드 타워가 이런 식으로 뒷공작을 해 왔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그만큼 그들이 발린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했다.

황제선발대전에서 발린이 보인 수많은 활약들! 골렘을 다루는 그 방법을 보았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골렘은 마법사의 천적이니까, 아무리 펜잔스 탑주라고 해도 약간 불안하다는 거예요.”

“큭큭큭. 녀석들도 어지간히 쫄렸던 모양이군.”

발린은 키들키들 웃으며 손짓을 해 보였다. 남은 말을 마저 해 보라는 수신호였다.

“본인에게 직접 말할 수도 없으니, 대신 저한테 잘 좀 말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마냥 승승장구만 해 왔어도 슬슬 어느 정도는 현실에 맞춰줘야 하지 않겠냐면서요.”

“오호라...”

현실에 맞춰달라. 흔한 기득권들의 멘트였으며, 발린이 전생에 몇 번이고 들은 말이기도 했다.

“대신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해주겠다고 했어요. 마탑 차원에서의 지원은 물론, 카딤 제국의 권력을 이용해서 확실히 챙겨줄 건 챙겨주겠다고요.”

“에블린이 황제가 되는 것보다 더?”

“네.”

발린의 물음에 엘리아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녀도 미리 그것부터 확인한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들은 발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펜잔스와는 두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선발대전 이전 다이아몬드 타워에 찾아갔을 때.

두 번째는 선발대전 도중 다른 참석자들의 시비에 힘을 끌어올렸을 때였다.

두 번 모두 제안을 거절하긴 했으나, 그걸로는 딱히 펜잔스가 뒷공작을 할 거란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상한데? 그 사람이 뒷공작을 해 온다고? 현존 최강의 마법사인데다가, 다이아몬드 타워에는 그를 위한 아티팩트가 톤 단위로 쌓여 있을 텐데?’

여러모로 펜잔스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행위다.

물론 사람이 완벽한 건 아니니만큼 그런 모습을 감췄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린이 본 펜잔스는 적어도 배포 하나만큼은 굉장히 넓은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게 졸렬하게 행동할 것 같진 않았다.

“발린 스승님?”

“아, 듣고 있어. 혹시 더 한 말이 있나?”

“...네. 그게...”

순간 엘리아가 잠시 머뭇거렸다.

지금까지 잘 말해오던 것과는 약간 다른 반응이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낀 발린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말하기 어려운 얘기면 안 말해도 돼. 굳이 안 물어볼 테니까.”

“...그 쪽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발린 부탑주에게만 의지하여 세운 번영, 불안하진 않냐고.”

말을 끝내는 엘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차피 발린 부탑주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순 없단 거 알고 있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그만한 인물은 거기에 있을 재목이 아니라고. 장차 펜잔스 님을 이어 온 세계에 마법의 힘을 떨칠 사람이라고...”

“아아.”

발린은 가볍게 목소리를 냈다.

저 정도 내용이라면 엘리아가 머뭇거린 것도 이해가 갔다.

불안했을 것이다. 인피니티 실드의 발명에 이어 왕국을 구해내고, 거기다 황제선발대전의 준결승전 출전까지!

이미 발린이 가진 명성은 왕국 한 곳에 머물러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허 참...”

말을 마친 엘리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발린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마왕군과 맞서 싸우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도달했다.

이제 좀 싸워볼 수 있겠다 하는 입장이 되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아득히 멀었을지도 몰랐다.

마왕이 워낙 무시무시한 존재다 보니 그에 맞서기 위해 올라가던 발린도 너무 속도를 낸 것이다.

등 뒤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는 것도 잊고 말이다.

“엘리아 탑주.”

“예, 예?”

발린의 한 마디에 엘리아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순간 발린은 그제서야 그녀의 눈 밑이 벌건 것을 깨달았다.

아마 다이아몬드 타워의 마법사들 때문에 생긴 흔적일 것이다.

“걱정 마십시요. 전 드래곤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를 선호하는 편이니까요.”

“...아.”

발린이 탑주란 말을 붙인다는 건 자신이 부탑주의 입장에 선다는 신호다.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있을 때만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엘리아와 발린 둘뿐인 상황이라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제 제자를 두고 저만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럼 스승 실격이지. 그 때 안드로포스처럼 말예요.”

“...흑!”

이야기를 듣던 엘리아가 갑자기 팔로 눈가를 북북 문질렀다.

이쯤이면 됐다 생각한 발린이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니까 내가 다른 마음 먹지 못하게 열심히 하라고. 엘리아. 탑주로서. 알았어?”

“...금방 추월해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순식간에 기운을 찾은 엘리아였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한 말만큼은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발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특하구만 그래. 역시 내 제자야.”

“...헤헤.”

엘리아는 언제 울었냐는 듯 미소지어 보였다.

이걸로 그녀의 마음은 진정시켰으니, 이제 펜잔스를 어떻게 응징해야 할 지 고민할 차례였다.

‘역시 이상한데...펜잔스가 그런 짓을 할 리가...’

하지만 다시 생각하려 해도 의문은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펜잔스가 직접 그런 걸 지시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엘리아, 그런데 혹시 그 얘길 누가 했는지 알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발린은 일순 엘리아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아까 엘리아에게 들은 말 중 펜잔스 님이라고 칭한 게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정체는 알 거 없고, 펜잔스 님을 가까운 데서 모신다고만 했어요.”

엘리아는 잠깐 생각하더니만 이렇게 답해 왔다.

그 말인즉슨 말을 해 온 건 펜잔스 본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단 말이지.”

발린은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겠지. 첫 번째는 본인이 나설 만큼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고. 다른 건 펜잔스 본인에게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는데 아랫것들이 나서서 먼저 해결하려 하는 것이지!’

물론 개연성을 따지자면 첫 번째의 경우일 확률이 농후했다.

하지만 발린의 직감은 두 번째가 맞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껏 몇 번이나 그에게 도움을 줘 왔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확실하지 않다면...그게 맞는지 확인을 해 보면 되지!’

거기까지 생각한 발린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좋아, 지금 내가 말하면 그거 곧바로 그 쪽 사람에게 답신을 보낼 수 있지?”

“네? 네. 아마도요. 통신용 수정구니까 답변만 온다면 바로 얘기할 수 있어요.”

엘리아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발린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아티팩트를 끈 다음에 바로 연락해서 그 제안 해 봤다고 말해.”

“그럼 내용은요? 당연히 거절?”

“아니. 받아들이겠다고.”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두 번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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