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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90화 (1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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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

‘반쪽짜리 그랜드마스터의 습격인가...레벤이 정상이라면 별 거 아닌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군.’

실-레논을 상대로 보였던 레벤의 경지는 전성기의 팔리아스를 버금케 했다.

아무리 에이블 공작이 새로운 힘을 얻었다 하더라도 발린은 그가 승리할 가능성이 1% 아래라 확신했다.

레벤이 낫기만 한다면 말이다.

“...결국 문제는 그놈의 드래곤인가.”

어차피 아일란과 슈바인 사이를 떼어놓는 건 불가능할듯 싶으니 그 쪽에나 집중해야 할 듯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발린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잠깐만.’

아일란은 분명 에이블 공작을 제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들은 말이니만큼 잘못 들었을 리 없었다.

‘그래, 뱀파이어와 뱀파이어를 이간질시키는 게 안 되면...인간과 뱀파이어를 이간질하면 되는 거잖아?’

발린은 느닷없이 떠오른 영감에 남몰래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쪽짜리 그랜드마스터라 해도 실력이 확실하다고? 그 실력이 네놈들을 겨누면 어떻게 될까? 네 녀석들도 그러고 보니 소드마스터 상급 정도밖에 안 되지. 그래. 맞아.‘

에이블 공작은 아마도 크라탄 자작가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음 황제선발대전에서 만나면 되고 말이다.

아무래도 결승전까지는 계속 바빠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발린은 한숨 대신 콧노래를 불렀다.

***

실-레논에게서 들은 희망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레벤의 병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열은 이미 40도를 넘나들었고, 덕분에 레벤은 그랜드 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식사는 스프나 미음 정도로 해결했으나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이미 사경을 헤매는 수준인 덕에 더 심해질 것도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발린은 교황청에 그녀의 상태를 알리려 했으나, 가끔 정신을 차린 레벤은 격렬히 고개를 저었다.

자기 때문에 교황청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싫을 뿐더러, 움직이는 것도 힘드니 여기 있는 게 낫다는 이유였다.

“정말 안 알려도 괜찮겠어? 선발대전 일정도 슬슬 다가오고...”

“...괜찮...아요. 그 때는 무리해서라도...나갈 테니까.”

레벤은 그렇게 말하고선 초췌해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병색이 완연한 모습인 그녀였으나, 건강하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예전엔 무엇이라도 후려패버릴 듯한 건강미를 가졌다면, 지금은 병약한 공주님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발린은 그녀가 나가는 걸 허락할 생각이 절대 없었다.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겨워하는 사람을 연무장에 세우다니, 마왕군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속절없이 시간이 가는 와중, 기어이 준결승전의 대진표와 일정이 발표되었다.

수도의 방방곡곡에서 공문과 관리의 목소리로 알려졌기에 굳이 조사할 것도 없었다.

약속했던 열흘이 지나고 바로 열리는 준결승전! 대진표는 발린과 펜잔스, 그리고 라이덴과 레벤 간의 대결을 표시하고 있었다.

“드디어 준결승전인가!

“준준결승전 땐 정말 대단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군.”

“예끼, 그 때 몇이나 실려갔는지 알아? 또 그 꼴이 났으면 좋겠다고?”

황도 시민들은 제각기 의견을 늘어놓았다. 경기가 기대된다는 것부터, 이번엔 얼마를 걸지. 혹은 8강전처럼 사고가 일어날지에 대한 걱정도 끼어 있었다.

허나 시민들 모두가 이 한 가지만큼은 공통적으로 맞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황제선발대전의 남은 라운드는 분명 평생 최대의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황도는 어딜 가나 준결승전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발린 일행이 머물고 있던 꿀벌집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발린 테오도르 대 펜잔스 탑주라...어디에 거는 게 좋겠어?”

“역시 펜잔스에게 거는 게 맞으려나? 현존 최강의 마법사란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여관 1층의 테이블에 앉은 두 중년인이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한 명은 얼굴에 대각선 모양의 칼자국이 있는, 뽀글머리의 중년 검사, 다른 한 명은 통통한 체구의 땅딸보 마법사였다.

상 위엔 맛있는 술과 음식이 있었으나 둘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준결승전에 대한 예측을 꽃피웠다.

“펜잔스도 좋지만...나는 발린에게 걸까 싶은데. 본신의 마법이 약한 것도 아닌데다 골렘까지 있으니 말이야.”

“하기야 골렘이 있다면 펜잔스의 마법이 안 통할지도 모르지. 본신의 마법실력도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으니 작정하고 움직인다면 펜잔스가 질지도.”

그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황제선발대전의 전 출전자들이었다.

둘 모두 열심히 싸웠고 꽤나 높은 라운드까지 올라간 실력자였으나, 결국엔 통한의 패배를 맛봐야 했다.

토너먼트 방식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힘의 차이를 보았기에 칼자국 검사와 땅딸보 둘 다 결과에는 승복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발대전의 끝을 보고 가려는 마음이었다.

칼자국 검사의 이름은 마브, 땅딸보 마법사의 이름은 해리였다.

선발대전을 위해 올라와 처음 만났다지만 이 둘의 교우관계는 이미 십 년 지기처럼 끈끈했다.

가끔은 운명의 실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데서 얽히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골렘의 한계를 넘은 위력을 펜잔스가 내느냐 못 내느냐네?”

“바로 그거지. 그리고 내가 보기엔 펜잔스는 성공할 거 같아. 괜히 8클래스 대마법사겠어?”

말을 마친 해리가 킬킬댔다. 마법사인 만큼 펜잔스의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해리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마브는 영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아는 게 훨씬 적은 입장에서 반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말해 보려 했으나, 그 때마다 해리는 융단폭격에 가까운 언변으로 해리를 침묵시켰다.

결국 두 손을 든 마브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을 것 같네그려. 하면, 그 다음 경기는 어떤가?”

“다음 경기라...그러니까 레벤 대신관과 라이덴의...이런! 이번엔 네가 떠들 차례라는 거야? 좋아. 어디 말해 봐.”

무심코 답변하던 해리의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었다.

다음 경기는 레벤과 라이덴의 대결, 마법사보다 육체파 검사가 훨씬 강점을 보이는 라운드였다.

이번에는 그가 당할 차례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흐흐, 엔트리 화려한 것 좀 보게, 그랜드마스터 대 그랜드마스터...맞나?”

“글쎄, 밤의 소드마스터 만도스가 한 방에 갔다며? 그 정도면 그랜드마스터가 맞지 않을까?”

“만도스의 실력에 거품이 꼈을 수도 있지. 용병들 사이에서도 그렇다는 게 대세더라고.”

아니나다를까, 둘은 또다시 옥신각신하며 다투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같이 동의하는 게 있었으니, 레벤과 라이덴의 대결이 메인 메뉴라는 사실이었다.

발린과 펜잔스의 대결도 물론 기대되지만, 역시 후자에 비하면 빛이 바래는 게 사실.

그렇기에 둘의 옆자리에서 고기 스파게티를 먹던 발린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펜잔스를 이기는 거야 간단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로 예정된 레벤의 경기다.

이대로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레벤과 미나르바 백작은 부전패.

그렇게 되면 결승전에선 라이덴과 발린이 맞부딪히게 될 것이다.

둘이 제대로 붙으면 발린이 훨씬 강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발린은 지금 본신의 실력을 숨겨야 한다.

에블린이 카딤의 황제가 되고, 알베르토를 이용해 마탑들을 장악하기 전엔 아직 실력을 드러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마족 삼공작들이 작정하고 치면 발린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니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이길 만큼 라이덴, 아니. 에이블 공작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결국 우승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실력을 드러내야 한다는 말.

덕분에 발린의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갔다.

‘레벤이 있었다면 당연히 이겼을 테니 결승전에선 뭐라도 주고 항복시킬 수 있었는데...여러모로 곤란하게 됐는걸?’

협상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골치아프기 짝이 없었다.

그 상대를 조만간 만나야 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하아...”

발린의 고민에도 아랑곳없이 해리와 마브는 선발대전에 관한 대화를 이어갔다.

“뭐, 그래도 역시 우승자는 레벤 대신관 아닐까 생각해.”

“그러면 이제 교황청이 전 세계를 조종하는 건가?”

“...그거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이제 명절은 물론 평일에도 예배를 한답시고 돌아다닐지 몰라.”

“맙소사, 선발대전이 끝나면 바로 서쪽으로 갈랜다. 매일같이 예배드리고 경전 외우는 것보단 차라리 미개척지에서 몬스터들 잡는 게 낫지.”

“갈 거면 나도 데려가 줘. 신관 놈들 폼잡는 꼴 보면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거든.”

말을 마친 해리가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신관이 권력을 잡은 카딤 제국이라니!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마왕군과 함께 악의 제국 그 자체였다.

본의아니게 이야기를 엿듣던 발린은 그 모습을 상상하다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풉큭...큭...”

“누구야? 웃는 건?”

“요 꼬맹이가!!”

웃음소릴 들은 해리와 마브가 벌떡 일어나 발린에게 다가왔다.

둘이 취한 제스처는 금방이라도 발린을 흠씬 두들겨팰 것처럼 큼직했다.

하지만 웃음기가 깃든 얼굴표정에서 진심으로 화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거 보게? 뭐가 웃겨서 그랬어?”

“아니, 그게...순간 비유가 너무 맛깔나서 말이죠. 저도 마법사거든요.”

발린은 말을 마친 뒤 한번 더 웃었다.

레벤의 질환과 계획 때문에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덕분에 잠시나마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두 출전자도 악의를 가진 건 아니었기에 머지않아 셋은 금방 한자리에서 어울리게 되었다.

“꼬마, 너도 마법사라고? 그럼 선발대전에서 이 몸이 싸우는 걸 봤겠구나?”

“나도, 나도!”

눈을 빛내 말하는 둘에게 발린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네, 기억해요. 마브 씨는 5라운드에서 떨어졌고, 해리 씨는 4라운드에서 떨어졌죠?”

“맞아맞아. 그런데 이 녀석은 자꾸 지 마법이 나랑 수준이 비슷하다고...”

“얌마! 내 상대는 실론이었잖냐! 지금 생각해도 살 떨리는 일인데, 그거 가지고 자꾸 그럴래?!”

금방 옥신각신하는 둘, 발린은 이들의 싸움을 모두 기억에 담고 있었다.

마브의 경우는 그다지 기억에 없다. 만류의 검에 속하지도, 새로운 일반 능력으로서도 자리잡기 애매한 검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의 경우는 좀 더 기억에 선명히 남았다.

실-레논의 경기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봤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마 마브란 검사는 익스퍼트 중급에 실전적 검술 위주였고, 해리는 땅의 마법을 4클래스까지 연마했었나? 엘리아가 목표로 노리는 경지군.’

그러고보니 엘리아가 얼마 전 발린 덕에 4클래스의 경지를 뚫었다고 말해 왔었다.

레벤의 병, 선발대전의 뒷공작으로 힘든 와중에 정말 몇 안 되는 희소식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라고는 말해 줬는데, 조만간 마탑에 돌아가 성취를 확인해보긴 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꼬마야, 이름이 인바르라고 했나? 너는 무슨 속성 마법에 몇 클래스이냐?”

“아, 저는...3클래스 화염 마법사예요. 도무지 진전이 없다 보니 스승님께서 혼자 선발대전이라도 보고 오라 하셔서...”

“3클래스?! 네 나이에? 그 정도면 꽤나 재능이 있는 편이지 않나?”

“그렇지. 스승이란 작자가 여간 깐깐한 게 아닌가 보구만.”

발린의 현재 나이는 16세이나, 검술을 열심히 연마한 덕에 체구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로 보인다.

그 나이에 3클래스라면 확실히 눈에 띄일 만한 재능이다.

칭찬은 받지 못할지언정 혼자 쫓아내다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스승이 여간 엄한 게 아니었다.

“...하는 수 없죠. 제가 능력이 부족한 걸 어쩌겠어요.”

“어허...! 겸손까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얘야. 잘 듣거라.”

목소리에 힘을 준 해리가 두어 번 헛기침을 하더니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건 다름아닌 해리 본인이 3클래스에서 4클래스로 올라서며 얻은 깨달음과 마나의 운용 방식이었다.

자신의 가르침을 이렇게 선뜻 건네다니! 발린은 가벼운 놀라움을 머금은 채 해리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마나를 모을 때 너무 한꺼번에 모으려 하지 말고 얻어둘 수 있는 만큼만 차곡차곡 쌓아야 해. 나중에 배출되지 않은 마나가 몸의 신경을 막아 악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 알았지? 이 정도면 얼추 도움이 좀 될게다.”

“감사합니다. 해리 선배님, 마브 선배님도요.”

“내가 뭘 했다고. 킬킬.”

양손을 내저으면서도 마브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내밀었다.

발린은 그걸 받아들며 생각했다. 선뜻 자신의 비법을 공개하고, 호의를 베풀어주는 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선행에 대한 보답을 베푸는 게 좋을까?

잠깐 생각하던 그는 이내 해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작품 후기 ============================

늦은 시간(?)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늘푸르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편입니다.

오늘도 작품 후기란까지 따라와 봐 주시는 독자분들께 말씀드리건대, 여기까지 와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답은 완결까지 열심히 쓰고 쓰는 것 뿐...그렇기에 저는 계속해서 글을 씁니다.

아일란...아일란은 요녀예요. 몸매는 소냐에게 밀리고, 미모는 레벤에게 밀리죠.

그렇다 하더라도...모든 면에서 9점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저 위치까지 올랐긴 하지만요.

하, 아일란에게 피 빨리고 싶다.

여하간 저는 내일 연재를 위해 다시 열심히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0시, 1시, 6시에 다시 뵈어요!

다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초 늘푸르 이만 물러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인물호칭에 혼란이 있었던 점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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