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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81화 (18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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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벤의 비밀

한편 발린은 자리를 빠져나온 후 흘긋 등 뒤를 돌아보았다.

더 이상 쫓아오는 무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축지법을 멈춘 발린은 천천히 걸으며 생각했다.

‘허 참, 설마 그 질문에서 막힐 줄이야.’

그러고 보면 발린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비단 레벤뿐만 아니라 팔리아스,엘리아,에블린 등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그가 주의깊게 본 것은 적들의 싸움, 마법, 그리고 협상과 거래에 관한 것뿐.

그 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

마왕군을 물리친다는 목표가 있다고는 하나, 이건 마치 인간이 아니라 기계 같은 느낌이다.

“...역시 좀 심했지.”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 발린은 아까의 무인들에게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자신의 인간성이 새삼 얼마나 메말랐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기야 만류의 검 시범이라면 차고도 넘치는 대가였지만 말이다.

‘재능이 있든없든간에 그걸 보고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없겠지. 나는 레전드급 능력을 보여 줬으니,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결국 그들의 몫이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방금 발린이 줬던 시범은 안드로포스와 레벤, 아르낙스와 소냐 넷 모두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레전드급 능력의 시범!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게 없었으니 말이다.

‘뭐, 잘 되면 마왕군과 싸울 때 마족 한 놈 더 잡겠고, 아니면 아닌대로 살아가는 거지.’

지금 선보인 시범이 나중에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계산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발린은 거기에 대한 걸 깨끗이 잊어버리고 움직였다.

이젠 정말 바로 눕지 않으면 졸도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발린이 돌아가던 그 시각, 크라탄 자작가의 연무장에서는 한 남자가 미친 듯이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부우우웅!

콰가각!

공간을 가른 창날이 불규칙적으로 놓여 있던 목각인형을 단숨에 박살냈다.

동시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뇌전! 금빛 오러에서 나온 그것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이 강력했다.

인형에 붙은 번개는 그대로 불이 되어 타올랐다.

파작. 파자작!

익스퍼트 중급의 마나블레이드마저 버티는 최고급 목각인형이었으나, 하늘의 힘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허억, 허억.”

불타오르는 목각인형을 뒤로한 금발청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연무장 주변엔 다른 목각인형 여러 개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놀랍게도 청년은 혼자서 열 개가 넘는 목각인형을 파괴한 것이다.

“...아직이다. 아직 부족해.”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영롱한 금안 속, 거기에 가득 찬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한 열등감이었다.

“더욱 빨리, 더욱 강하게! 더욱...더욱더!!”

파앙! 파앙! 파아앙!

청년의 중얼거림이 격해진 순간, 그의 손에 들린 철창이 일순 시야에서 사라졌다.

번개를 담은 창날이 휩쓸은 것은 땅! 모래바닥밖에 없는 연무장 위로 번개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콰르르릉!!

새벽에 들리는 벼락 소리에 황도 시민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창문을 살폈다.

“비가 오려나...?”

“웬 날벼락이...”

시민들을 반기는 건 어두운 새벽 하늘이다.

구름이 좀 끼긴 했으나 검푸른 하늘은 분명 맑게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뭐야...”

“별 거 아니잖아?”

날은 맑은데 천둥소리는 계속 들린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싶어도 하늘은 어둡기만 했다.

결국 시민들은 천둥소리의 정체를 찾길 포기하고 창틀을 닫았다.

그 사이 금발청년, 에이블 공작은 땀이 맺힌 채로 창을 휘두르는 걸 멈췄다.

파지직. 파직.

먼지구름이 사라지자 연무장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아까의 연무장이 그래도 인형만 부숴져 있었다면, 지금은 땅 자체가 산산조각나 있었다.

모래마저도 타들어간 위로는 남은 번개가 지직거렸다.

본래 땅이 전류를 그냥 흘려보낸다는 걸 감안할 때, 에이블 공작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가는 거냐. 그 힘은...그 경지는...!”

허나 에이블 공작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 된 건 얼마 전, 정확히는 레벤과 실론의 대결을 보고 난 다음부터다.

“그 힘은 도대체...무엇을 해야...”

털썩.

무릎을 꿇은 그는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자신은 이 힘과 육신을 얻기 위해 가문과 명예, 심지어는 수하들까지 전부 팔았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젊음과 강대한 힘이다. 늙어 끈끈해지던 피가 다시 활력을 얻고 온 몸이 최전성기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을 흡혈함으로서 마나를 얻는다는 건 그다지 마음에 안 들지만, 그것 외에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그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크윽...”

꽉 다문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도 의식 못한 채 에이블 공작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몇 번이고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지난 생을 모조리 팔아도 얻을 수 없었던 경지.

그것을 너무도 간단하게 얻는 둘! 생각만 해도 피가 끓어올랐다.

경기를 볼 때부터 그러했다. 잠을 자려 할 때도, 수련할 때도. 심지어는 정사를 치르거나 식사를 할 때도 열등감은 떠나기는커녕 점점 더 몸집을 불려갔다.

“...저거 생각보다 위험한 거 아니예요? 이러다가 폭주라도 할 것 같은데?”

“확실히 그렇군. 폐하의 황금혈을 주입한 게 판단미스였을지도 모른다.”

연무장이 한눈에 보이는 저택의 복도, 창문에 기대 있던 아일란과 슈바인이 안색을 굳혔다.

안드로포스의 저택 기습 이후, 둘은 에이블 공작의 상태에 더욱 큰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 때와 같은 상황이 한 번 더 온다면 영락없이 자신들이 베일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러게 그냥 내가 문다고 했잖아요. 그랬으면 이렇게 고민할 일도 없었는데.”

“그랬다면 그랜드마스터 한 명에게 셋이서 나란히 목베였겠지.”

차가운 한 마디에 아일란은 그대로 입을 다물밖에 없었다.

확실히 저렇게 큰 향상을 이룬 건 황제의 황금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에이블 공작은 서포트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그랜드마스터와 맞서는 게 가능했다.

비록 소드마스터와 그랜드마스터의 사잇단계이긴 하나, 그 차이는 자신들이 메워주면 그만이다.

“하지만...제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건 확실히 신경쓰이는군.”

허나 다음 순간 슈바인도 아일란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를 표했다.

지금껏 배신의 걱정 없는 권속들만을 다뤄 온 그들은 확실히 배신과 농간에 약했다.

온실 안에서 자란 화초가 풍랑에 약하듯, 배신이란 걸 아예 경험할 일이 없으니 거기에 둔감하게 변한 것이다.

이는 뱀파이어들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

혹시나 정말 만약의 경우, 종속되지 않은 고위 뱀파이어가 고의로 배신을 계획한다면 그것은 노스트라 제국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이대로 뒀다간 역으로 우리가 잡아먹힐지도 모르는데.”

“폭주한 병기는 쓸모가 없지. 하지만 다른 무기가 없으니 어쩔 수 없어.”

말하자면 에이블 공작은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 공작의 정신상태는 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었다.

“안드로포스를 대비해 마냥 잡아두는 것도 위험한 일. 조만간 적당한 상대에게 부딪혀 치워 버려야겠지.”

슈바인은 침묵하다 문득 무언가를 기억하고 말했다.

“그나저나 아일란, 네가 피를 주고 보낸 그 마법사는 어떻게 됐지?”

“그 마법사? 아...아직까지 연락이 없어요. 안드로포스가 너무 갑작스레 들이닥쳐서 기억도 못하고 있었네요.”

“...그런가. 마침 잘 됐군. 좋은 생각이 났다.”

“좋은 생각?”

아일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로서는 슈바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에이블 공작을 치울 순 있는 거지?”

“아마도. 그 다음은 본토에서 생각하도록 하지.”

“본토? 본토로 가는 거야?”

슈바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란은 모르고 있으나, 기실 슈바인은 지금 당장에라도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8강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인 소년의 정체!

그것을 안 순간부터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온 몸을 잠식한 것이다.

‘마족 삼공작 실-레논...황제 폐하와 맞먹는 괴물이 어째서 이 곳에!’

마족의 삼공작은 자신들로서도 감히 상대할 수 없는 막강한 적이다.

확실하지 않은 이상 무조건 도망! 이것이 황제에게서 전해들은 삼공작에 대한 대처법이었다.

그것만 봐도 삼공작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 그의 정체를 눈치챈 슈바인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쌀 뻔했다.

하지만 더한 건 그 다음의 일이다.

쓰러질 것 같던 상대방이 기어이 버텨내더니 역으로 실-레논을 몰아붙인 것이다.

기실 그때까지만 해도 슈바인은 실-레논의 승리를 예상했다.

황제에게서 들은 삼공작의 힘은 그랜드마스터는 되어야 최소한의 반항이 가능한 정도!

과거 마왕군의 일원으로서 있던 자의 말이니만큼 그 신용도는 100퍼센트에 가까웠다.

그러나 레벤은 거기서 더욱 강해졌고, 기어이 신성력으로 실-레논을 짓이기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슈바인은 더한 공포, 그리고 비장감에 휩싸였다.

당장에라도 황도를 떠나고 싶은 그를 붙잡은 것도 그 비장감이었다.

‘여기서 저 계집을 죽이지 못하면 마왕군도 우리도 모두 다 죽는다!’

비단 죽는 게 둘뿐이랴, 레벤이 살아있는 동안 어둠이 나타날 일은 없을 것이다.

저만큼 강대한 빛을 정면에서 맞아 싸울 만한 어둠은 마왕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무슨 계획인데 그래요? 나도 좀 알려줘봐요. 슈바인.”

“...”

슈바인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아일란을 바라보았다.

너를 믿을 수 있겠냐는 표정. 평소였다면 아일란도 순순히 받아들였겠으나 이번만큼은 그녀도 명분이 있었다.

“이번에도 비밀로 하겠다면 저도 더 이상 당신과 협조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피도 제 피고. 당신이 지금 부리는 것도 제 권속들 아닌가요?”

“일리있는 말이군. 좋다.”

슈바인은 자신이 생각해낸 계획을 아일란에게 귀띔했다.

클리든이 발린을 불러내면 자신들은 그 사이 발린의 처소를 친다.

거기에 누가 있다한들 그랜드마스터를 상대할 순 없다.

발린이 돌아왔을 땐 에블린을 이용해 함정을 파고, 그걸 통해 발린을 권속으로 만들면 된다.

거기까지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 하지만 슈바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가 노린 목표란 다름아닌 레벤! 광오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아일란이 처음 보인 반응은 이 한 마디였다.

“미쳤어요? 아니, 당신 미쳤어?”

말뿐 아니라 당장 거리를 벌리려는 아일란, 여차하면 권속들이라도 불러 슈바인을 칠 기세다.

허나 슈바인은 그녀에게 차갑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빠지려면 빠지도록 해라. 허나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안 온단 사실은 알아두도록.”

황제선발대전이라는 커다란 행사! 그 덕에 지킬 것이 생긴 발린. 거기다 그를 꾀어내겠다는 사람까지 있다.

슈바인의 말대로 이런 기회는 언제 다시 올지 몰랐다.

그 사실이 결국 아일란의 마음을 돌렸다.

“그거 실현가능성은 있는 거야?”

“있다.”

퉁명스럽게 묻는 아일란에게 슈바인은 짧게 답하며 자신의 기억을 되짚었다.

황제선발대전의 출전자석, 그 곳에서 발린은 언제나 레벤과 함께였다.

마법사랑 신관이라는 직업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라면.

분명 그 이상의 친밀함이 있는 게 확실했다.

견원지간인 직업 간의 차이를 덮을 정도로 큰 친밀함이 말이다.

“...그럼 보낼게, 피의 연락.”

“지금은 아니다. 오늘 밤에 보내도록 해라.”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아일란은 슈바인과 함께 다시금 에이블 공작을 돌아보았다.

레벤을 찌르고 사라질 비수라 생각하니 방금 전까지 두렵던 그가 어느새 더없이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이 새벽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정말 대단해. 사랑스러워. 키스해버려야 할 거 같아.

여하튼간에 오늘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제 일어나면 약속이 있는데, 과연 내일 평상시처럼 연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큭큭.

여하튼간에 오늘도 작품후기란까지 따라와주신 독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것도 약속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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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답변 : 호문쿨루스는 일종의...합성수죠. 네. 레벤은 순수하게 신성력으로 몸을 재생시킨 것이니만큼 드래곤 본체라 보는 게 정확할 듯 합니다. 후후.

그리고 만류의 검은...

쉽게 파쿠리칠 수 있으면 그게 레전드 능력이겠어요? 원래 달인은 자신의 비법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법입니다.

왜냐고요? 해봤자 못 따라하거든!

여하간에, 충실한 지적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도 그런 지적정신...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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