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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아니, 그. 잠깐만! 이건...”
한참 버둥거리던 발린의 눈이 능력창의 한 곳에 가 멎었다.
자신만 볼 수 있는 창이니만큼 소냐나 레벤에게는 혼자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능력창의 아래켠. 제자라는 명칭으로 나온 엘리아의 상태창 정보였다.
[제자]
제자명 : 엘리아
나이 : 13
성별 : 여
클래스 : 마법사,루비 타워의 탑주
[일반 능력]
[등급 : 매직]
[레벨 : 4]
[제목 : 카피 캐스팅]
[내용 : 일전에 외웠던 캐스팅의 일부를 잘라내어 다음 마법의 캐스팅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능력]
[등급 : 노말]
[레벨 : 5(MAX)]
[제목 : 탄탄한 기본]
[내용 : 육체적인 수련을 통해 체력이 붙었습니다. 보다 향상된 수련법을 배우거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일반 능력]
[등급 : 노말]
[레벨 : 5]
[제목 : 마나 흡수]
[내용 : 마나를 받아들여 몸 안에 자연스레 축적합니다.]
[고유 능력]
[등급 : 에픽]
[레벨 : 4]
[제목 : 아티팩트 메이킹]
[내용 : 마나를 직접적으로 각인,부여시킬 수 있습니다.]
[일반 능력]
[등급 : 레어]
[레벨 : 3]
[제목 : 땅의 마법]
[내용 : 땅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받아들인 마나를 땅의 마나로 정제하여 마법을 시전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목걸이, 나뿐만이 아니라 내 제자의 상태창도 보일 수 있지...’
발린은 가볍게 엘리아의 능력창을 살펴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그녀와 계약을 맺을 땐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일 년 사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스승으로서 꽤나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에픽 급 능력도 하나 지니고 있고 말이야. 후후.’
아티팩트 메이킹은 무려 에픽 급의 고유능력. 최고 등급인 레전드 바로 아래의 등급에 속했다.
게다가 저 능력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게 나타나는 제작계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제자를 키울 수 있다니, 이는 마왕군을 막는다는 목표 이전에 스승으로서의 행복이었다.
상태창을 지켜보던 발린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남들 눈엔 허공을 향해 히죽 미소를 짓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를 지켜보던 레벤이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날렸다.
“발린 공도 가슴과 엉덩이 좋아하는 건 똑같나 봐요? 쿡쿡.”
“어? 어?!”
졸지에 호색한으로 몰리게 된 발린이 고갤 돌렸다.
이건 반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강하게 든 것이다.
허나 발린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발린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은 소냐가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준 덕택이다.
“발린도 좋아한다니 다행이다냐! 나중에 스승님한테 내 남편감이라 소개해 줄 거다냐!”
“그래도 다행이예요.”
들러붙는 소냐를 떼어내던 발린을 향해 레벤이 싱긋 웃으며 말을 꺼냈다.
“뭐가?”
퉁명스레 반문하는 발린에게 레벤은 마저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 있는 인간성이 하나 더 나타난 것 같아서요. 덕분에...”
갑자기 말끝을 흐리는 레벤의 모습에 발린은 눈에 물음표를 띄웠다.
허나 그것도 잠시, 다시금 들러붙는 소냐 덕분에 도무지 레벤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덕분에 레벤은 밀어넣은 뒷말을 추궁받지 않을 수 있었다.
‘...당신을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요.’
소리는 목구멍 아래로 사라졌으나, 말의 의미만큼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았다.
레벤은 생긋 웃어보이며 발린의 뒤를 따랐다.
***
그 날 경기장에 갔던 발린은 하루 종일 생각에 잠겨 있었다.
라운드가 올라간 덕택에 진짜배기들만이 남아 있었으나, 그 점에도 불구하고 발린은 깔끔하게 그 날 경기 감상을 스킵했다.
어차피 에이블 공작이 나서는 것도 아니니 그다지 볼 것도 별로 없었다.
대신 그가 생각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방법. 물론 교황청의 비밀도 거기에 들어 있었다.
“...후우.”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목표의 성공률이 달라진다. 자연히 고민도 깊어질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헛되진 않은 탓에 경기가 끝날 즈음엔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우선 지금 교황청을 파헤치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레벤의 비밀은 아무래도 그 드래곤 하트와 연관된 것 같은데, 그거야 선발대전이 끝난 후에 파헤쳐도 상관없으니까.’
굳이 비밀을 들쑤시다가 안 좋은 꼴을 당하는 것보단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는 게 나았다.
교황청의 비밀이야 선발대전이 끝나고 드래곤의 마법을 배운 뒤 움직여도 늦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전생처럼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니, 일단 선발대전에서 우승하는 데 중점을 두자. 교황청을 제대로 파헤치는 건 그 후로 미뤄도 늦지 않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매일 교황청을 드나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법사가 된 몸으로 가장 들어가기 싫은 장소 중 하나였으나, 경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드래곤 하트를 이용한 마나 수련! 이는 발린이 지금껏 해 온 어떤 마나 수련법과도 비교를 불가할 정도로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고작 세 시간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눈에 보일 정도의 성취가 나타난 것이 그 증거.
이대로 매일 새벽마다 움직인다면 선발대전이 끝날 즈음에는 얼마나 더 강해질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선발대전은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그 동안 발린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낮에는 다른 출전자들의 경기를 눈에 담았고, 저녁엔 소냐와 실전에 근접한 수준의 대련을 펼치며 능력치를 향상시킨 것이다.
허나 진짜 수행은 해가 완벽히 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이었다.
밤만 되면 발린은 몰래 교황청으로 가 드래곤 하트의 에테르를 빨아들였다.
처음처럼 폭발적인 성장은 더 이상 없었으나, 그래도 일반적인 마나 수련의 몇 배가 넘는 성장세만큼은 그대로였다.
수조 안의 기괴망측한 살덩이에 익숙해진 건 덤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라운드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그 동안 발린은 실론과 에이블 공작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았고, 한 가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바로 실론이 상대방을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확신한 이유는 간단했다. 실론의 전투방식을 유심히 따져보기만 한다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1라운드에는 검, 2라운드에는 마법, 3라운드에서는 활과 화살. 4라운드, 5라운드에서도 다 똑같아.”
발린은 안색을 딱딱히 굳히며 중얼거렸다.
처음엔 아티팩트에 의한 것이라 의심했으나,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2라운드에서 클로드를 거꾸러뜨린 건 틀림없이 녀석의 능력이었다.
상대방의 주 기술과 같은 분야를 택해 싸우고, 비등하면서도 약간의 우위를 가지는 식으로 압박하며 결국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다.
‘본신의 실력은 모르겠지만, 저 녀석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하지...’
더 이상 출전자들 중에 실론을 단순한 어린아이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그는 모두에게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대 중 한 명이었다.
한편 에이블 공작은 단 일격으로 상대를 처치하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였다.
순식간에 심장을 뚫어 버리다 보니 상대방은 출전하기도 전에 겁부터 집어먹고 도망치는 게 일상다반사.
그 중에는 국가 급으로 이름이 알려진 명사들도 꽤나 많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거르고 걸러 마침내 선발된 8명!
이 8명의 출전자와 계약한 8가문 중에서 황제가 나오는 것이다.
사회자가 소개한 명단에 따른 8명의 정보는 대략 이러했다.
우선 웰링턴 백작가의 골렘 메이지 발린!
처음에 불린 골렘 메이지라는 별명은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지 오래다.
진행된 라운드를 통해 골렘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모두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덕분에 각 마탑에서 급히 골렘 제작에 들어갈 정도였으니, 그 명성은 익히 알 만했다.
두 번째는 마뇽 후작가의 정체불명 투사 소냐!
겉으로는 마뇽 후작가의 이름을 빌었으나, 그녀가 대장벽에서 온 사람이라는 건 웬만한 사람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로브로 온 몸을 가린 외모 덕분일까, 이제 그녀는 숫제 케틸 공작의 비밀병기 취급을 받고 있었다.
발린도 그 평가에는 동의하는 바였다.
로브 안에 숨긴 다이너마이트 바디 외에도 실제 그녀의 무력은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최상급.
그 정도라면 어느 곳엘 가도 공작 급의 대우를 받을 만한 거물이었다. 비밀병기라는 평가에는 하등 틀린 점이 없었다.
세 번째로는 다이아몬드 타워의 탑주이자, 현존 최강의 대마법사 펜잔스!
굳이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그가 우승 후보 중 하나라는 점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모든 마법사의 정점! 그 한마디만으로 다른 수식어는 필요없었으니 말이다.
네 번째 출전자는 루덴스 공작가의 출전자이자, 정체모를 소년 실론!
이미 처음에 보였던 호감형의 이미지는 모두의 생각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겉보기로는 순진한 어린아이 같으나, 그 안에 깃든 정체모를 괴물을 어느 정도 눈치챈 것이다.
다섯 번째는 크라탄 자작가의 뇌창 라이덴!
번개가 깃든 오러블레이드를 쓰는 마스터급의 창수로, 그 솜씨만큼은 가히 천하일절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에이블 공작가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왔으나, 공작가에서는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
관계가 있든없든 라이덴의 실력은 무시무시했다. 황도 시민들 중에서는 그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미나르바 백작가의 무투가 대신관 레벤!
그녀는 교황청에서 출전한 대신관과 성기사들 중 유일하게 살아 남은 최종후보였다.
허나 사람들이 더욱 주목하는 건 그녀의 외모에서 오는 이미지.
백색의 오러블레이드를 손발에 두르고 적들을 제압하는 소녀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레벤은 어느덧 황도 시민들의 입가에 널리 오르내리게 되었다.
아직 두 명의 사람, 카딤 제국 북부군단장 마르코 후작과 방랑정령사 유르셀이 남아 있었으나, 그들이 소개되지 않은 것엔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이들 두 출전자가 상대를 보자마자 선선히 기권해버린 탓이다.
기권 이유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으나, 의외로 주최측과 관객 모두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마르코 후작이 상대하는 라이덴의 악명이야 널리 알려져 있었고, 유르셀의 상대는 다름아닌 대마법사 펜잔스.
같이 마나를 쓰는 입장에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상대, 시작 전부터 승패는 이미 갈려 있는 셈이었다.
이 둘이 자동적으로 4강전으로 먼저 올라가자 이제 남은 건 발린과 소냐, 그리고 실론과 레벤뿐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남은 넷 중에서 발린과 소냐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후우...”
연무장 위에 선 발린은 한숨을 내쉬며 골렘을 풀었다.
이번 라운드엔 본격적으로 소냐의 속도를 따라가며 검술 수련을 해 볼 계획.
그것을 위해 골렘의 몸을 빌려 움직일 계획이었다.
물론 원래 몸이 무방비 상태에 처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발린은 그걸 해결하기 위해 미리 말을 해 두었다.
‘미리 소냐에게는 이야기를 해 뒀으니...크게 문제될 일은 없겠지.’
골렘을 움직여 검술로 맞싸운다는 말에 소냐는 흔쾌히 승낙했다.
매일같이 침대에 파고드는 사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나, 소냐가 승낙한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맞부딪히면서 자기도 성장하고 싶다라...거기서 더 상장하면 그랜드마스터인데, 그럼 묘인족에서 그랜드마스터가 나오는 셈인가?”
혼자 중얼거리던 발린은 본능적으로 돋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소냐는 레-호트의 본체이자 가장 아끼는 육신이 된다.
그랜드마스터의 육신에 깃든 마왕군 삼공작이라니,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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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