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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44화 (1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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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그리고 정보조사.

“아 참! 그리고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술잔이 오가던 도중, 발린은 갑작스레 들려온 아르낙스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네? 드릴 말씀이라니 그게 무슨.”

“아, 다름이 아니라 앞으로 저도 이 여관에서 발린 님을 호위하는 데 힘을 쓴다는 얘기입니다.”

“...?”

순간 발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진 모르겠으나, 아르낙스는 술기운 때문이 아니라 아니라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잠깐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발린은 손을 내저으려 했다.

이미 레벤을 들였으니 에블린의 호위는 차고도 넘친다.

거기다 추가로 사람을 끌어모아 남들의 이목을 끄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악수였다.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요. 이건 발린 공이 아닌 저와 소냐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아르낙스의 말은 이러했다.

매일 저녁 소냐가 이 곳을 방문한다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

그러느니 차라리 이 곳 꿀벌집에서 방을 잡아 생활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였다.

“바깥을 오가려면 로브에 마스크에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선발대전이 끝난 다음에도 그렇게 꽁꽁 싸매고 움직이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흐음.”

발린은 아르낙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복장으로 움직이는 것은 남들의 이목을 끌 뿐더러, 소냐 본인도 굉장히 답답해 보였다.

그렇게 움직이느니 차라리 여관에서 묵는다면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대련이 가능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혹여 적들이 습격해 올 때 이들 둘이 있다면 굉장한 힘이 되겠지.’

아르낙스와 소냐 둘 모두 소드마스터인 데다가, 소냐의 수준은 거의 레벤과 동급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웅크리고 있다는 건 확실히 굉장한 장점이었다.

‘게다가 멀리서 오게 한다면 아까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고...좋아.’

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 좋은데 한 가지. 그럼 아르낙스 공의 후보자는 어떻게 합니까?”

“하하, 제 후보자 귀족은 지금 대장벽에 있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케틸 공작님을 만나뵈었을 테고요.”

말을 마친 아르낙스가 허허 웃었다.

생각지도 못한 폭탄 발언에 발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씀은 즉...지금 여기엔 아르낙스 경과 소냐, 이렇게 둘밖에 없다 이겁니까?”

“뭐, 그런 셈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아르낙스는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어차피 저희가 구한 후보자의 명의는 모두 케틸 공작님 휘하의 귀족분들, 당연히 그 분들은 개최식이 끝나자마자 대장벽으로 돌아가셨지요.”

“그럼 황제선발대전을 구경하지도 않고?”

“구경할 시간이 없는 겁니다. 당장 마족들의 대규모 공격이 언제 올 지 모르니까요.”

말을 마친 아르낙스가 한숨을 내쉰다. 발린은 그제서야 그들이 지고 있는 무게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겁구나, 이들의 짐도.’

발린은 자신의 등 뒤를 무의식적으로 돌아보았다.

얼핏 보기엔 멀쩡한 등이다, 하지만 의식하고 보니 거기엔 짐 하나가 매여 있었다.

크기는 작아 보이나, 무게는 그 어떤 짐보다 무거운 짐이다.

세상의 구원이라는 사명이라 부르는 그 짐이 발린의 등에 매여 있었다.

‘그렇지, 잊어서는 안 되지. 나의 무게도.’

제각기 짊어진 무언가가 있었다. 심지어 마족조차도 그랬다.

이를 깨달은 발린은 술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방은 잡아두셨을 테니 얼마든지 오십시요. 그리고 소냐.”

“냐?”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소냐는 제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몸을 돌렸다.

발린은 여관에서 생활하는 동안 몇가지 주의사항을 말해준 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대장벽엔 환상 마법 아티팩트가 없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그렇게 다니기 불편할 테니 내가 하나 줄게. 앞으로는 그거 항상 끼고 다녀. 알았어?”

“정말이다냐?! 고맙다냐!!”

가방 안에서 꺼낸 것은 푸른 사파이어가 박힌 작은 은반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장신구처럼 보이나, 사실 강력한 환상 마법이 인챈트된 반지였다.

혹여 황도에서 은밀히 움직일 때를 대비해 준비했으나 어차피 발린은 환상 마법을 걸 수 있으니 이 편에 주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그럼 이거 쓰면 더 이상 로브랑 마스크 안 써도 되는 거다냐?! 덕분에 살았다냐! 이런 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냐!”

소냐는 그야말로 뛸 듯이 기뻐했다.

황도로 올 때부터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옷차림이다.

정체를 숨기는 게 중요했기에 참아 왔지만, 온 몸을 꽁꽁 싸매는 답답함은 도저히 버티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발린이 내민 아티팩트는 마른 하늘에 단비나 다름없었다.

“B급 아티팩트에서도 최상급에 이른 것이니, 아마 경기장에서 끼고 있어도 별다른 문제 없을 거야. 귀한 거니 끝난 뒤에 돌려줘야 돼.”

“발린!!!”

반지를 받은 소냐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대로 발린을 끌어안았다.

와락!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발린은 그대로 소냐의 양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어야 했다.

“자, 잠까...”

온 몸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에 입을 벌리려 했으나 소냐는 요지부동이었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여인의 체향에 발린은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지켜보던 아르낙스가 말리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렇게 됐을 것이다.

“하아, 하아.”

가까스로 포옹에서 빠져나온 발린은 숨을 헐떡였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여기서 의식이 끊긴다면 아침에 일어나게 될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되면 무의미하게 하룻밤을 흘려보내는 셈이다.

“우와, 분위기 좋은가 봐요?”

어느샌가 등 뒤에 선 레벤이 새 요리를 내려놓으며 한 마디 했다.

한참 일하다가 잠시 휴식을 얻어 온 것이다.

“그럭저럭. 일단 한잔 해.”

발린은 과실주 한 잔을 따라 레벤에게 내밀었다.

어차피 취기야 마나나 신성력을 조금만 움직이면 되니, 이들에게 술은 그다지 큰 금기도 아니었다.

“선물 고맙다냐. 정말 편하다냐.”

완연히 귀와 꼬리를 드러낸 소냐가 히죽히죽 웃으며 발린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어지간히 환상 아티팩트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선물이라...발린, 저는 선물 없어요?”

지켜보던 레벤이 은근히 웃으며 발린에게 물었다.

이미 레벤에게 많은 빚이 있는 입장.

발린은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레벤을 밀어냈다.

“됐네.”

“쿡쿡, 농담이예요. 원래 물건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제일이니까요. 레이안 님도 발린 공의 결정 마음에 들어하실 거예요.”

“거 듣던 중 끔찍한 얘기군.”

마법사이기에 할 수 있는 농담에 레벤은 쿡쿡 웃으며 새 음식을 권했다.

그렇게 저녁식사가 일단락되었고, 모두가 자는 사이 발린은 몰래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럼 갔다오겠습니다. 레벤 대신관에다 소냐,아르낙스도 같이 있으니 제가 없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혹시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빼시고요.”

미나르바 백작에게서 배운 걸 복습하는지, 책을 탐독중이던 에블린이 손을 들며 인사를 건넸다.

“걱정 마십시요.”

간단히 대답한 발린은 은밀히 창문을 연 뒤 축지법을 통해 빠져나갔다.

스스슥. 스슥.

투명화 마법을 걸고 움직이는 발린의 발걸음은 거칠 게 없었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의 여관은 레벤에 아르낙스, 거기다 소냐까지 무려 3명의 소드마스터가 지키고 있다.

에블린이 습격받을 가능성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좋았다.

‘우선 첫 번째는 여기다.’

발린이 도착한 곳은 어느 시장 한복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번화가이자, 며칠 전 팔리아스에게 붙인 정령이 마지막으로 느껴진 장소이기도 했다.

‘여기서 정령이 소멸당했다는 건...다른 누군가가 힘으로 정령을 쳐냈다는 뜻이지.’

발린은 그 사람이 안드로포스라고 짐작했다.

익스퍼트 중급 이하는 감지하지도 못할 만큼 은밀한 정령이다.

그걸 단칼에 위치까지 파악해서 베어내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팔리아스가 그런 인물을 거느릴 리 없으니 답은 그 스승밖에 없었다.

만약의 경우를 없애기 위해 발린은 주변 점포들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 어르신.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여쭤볼 것이라니, 나는 그런 것 모르오.”

두려움에 안색을 흐리는 점포상들이었으나 미리 준비해 둔 은화를 내미니 순식간에 반응이 달라졌다.

“혹시 어제 이 근처에서 어떤 청년이 꼬맹이에게 칼질을 하지 않았습니까?”

“글쎄...아, 맞아. 말려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꼬맹이를 잡더니 번개같이 사라지더라고.”

“맞아, 저도 봤어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스슥 하고 꼬맹이를 데리고 사라지던데.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상인들의 진술을 취합한 발린은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팔리아스와 함께 행동하는 자는 틀림없이 안드로포스였다.

‘생김새를 비롯한 대다수가 일치한다. 틀림없어. 안드로포스는 지금 분명 이 황도에 있다!’

어째서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마왕군이나 노스트라 제국에게 넘어간 것 같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절대로 이렇게 찾기 쉽게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우선은 다행이라 해야 하나.’

발린은 그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드로포스가 타락하는 건 어떻게 처리한다 쳐도, 그렇게 되면 진짜 문제는 팔리아스였다.

‘팔리아스가 타락하는 경우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해. 녀석이 마왕군이나 뱀파이어가 되는 순간 마왕급의 적이 하나 더 생긴다.’

온갖 노력과 집념을 곁들인 발린과 달리 팔리아스는 태어날 때부터 진정한 천재였다.

만약 그걸 알아본 마족들이 팔리아스를 데려가 가르친다면 삼공작 급의 괴물이 한 마리 더 생기는 셈이었다.

‘혹여 모르니 최대한 빨리 안드로포스와 연락을 해 봐야겠다.’

정령이 소멸한 이상 이 곳에서 더 이상 안드로포스에 대한 단서를 얻긴 힘들었다.

그나마 얻은 것은 안드로포스가 타락하지는 않았다는 추측 하나.

‘내일부터는 경기장 내부를 물샐틈없이 살펴둬야겠군.’

다음 번에는 정령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추적에 들어갈 것이다.

안드로포스와 팔리아스는 두 공작가를 조사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는 인물이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오늘은 이 쯤 해 두고...어디 보자. 어디를 가지?’

거리를 거닐던 발린은 머릿속으로 가야 할 곳 네 장소를 떠올렸다.

첫 번째는 루덴스 공작가. 실론을 선수로 내세운 그 곳이다.

‘루덴스 공작가...로 갈까?’

아잔 공작을 없애고 올라온 소년 실론은 그야말로 요주의 인물이었다.

‘첫 판에서 보인 실력은 변변치 않지만, 그 녀석이 진짜 거품인지 아닌지는 내일 드러날 테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실론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었다.

‘일단은 잠시 보류.’

잠시 루덴스 공작가에 대한 생각을 접어둔 발린은 두 번째 선택지, 에이블 공작가를 떠올렸다.

금발에 젊어진 모습을 통해 뱀파이어가 됐음을 확실히 한 에이블 공작.

그의 본거지를 확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했다.

노스트라 제국이 손길을 뻗어 왔다면 십중팔구 거기 웅크려 있을 테니 말이다.

‘에이블 공작가는 무가, 식객과 수행원, 사병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이 모조리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 미리 조사해 둘 필요가 있어.’

만약 에이블 공작가에 노스트라 제국의 수뇌부가 있다.

그렇다면 그 곳을 단숨에 몰아쳐 놈들만을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이것도 끌리는데...어떻게 하지?’

발린은 나머지 두 선택지까지 마저 떠올린 다음 진중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크라탄 자작가와 에이블 공작의 유통, 교황청이 감추고 있는 비밀스러운 어둠.

어디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발린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단순히 직감이나 찍기가 아닌, 충분히 합리적인 고민을 통해 결정한 선택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의 연재분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연 발린은 네 장소 중 어느 곳을 가장 먼저 갈까요?

코멘트로 정답을 맞춰 주신 분들 중 세 분을 추첨하여, 각 분마다 딱지 20장씩을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독자분들, 코난이 빙의하시길 빕니다. 그럼! 불초 늘푸르 작가는 이만 내일 연재분을 위해 물러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내일 작품후기란에서도 또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추천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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